▲ 이미치 출처 : '[공식] 라스트오리진 만화 극장 13화' 中

게임 관련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치 않게 모바일 게임 '라스트오리진'과 관련된 밈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어디 다른 사람들 만나는 장소에 가서 "나 라스트오리진 합니다!"라고 터놓고 말하기 민망한 성인용 게임이지만, 게임의 콘텐츠와 캐릭터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밈으로써 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라스트오리진은 출시 전부터 클라이언트 유출, 베타 테스트 전환 및 오픈 연기 사태에 시달린 것은 물론, 출시 후에는 다양한 버그와 iOS 검열 논란 등 끊임없는 부정적인 이슈에 몸살 치레를 했다. '이만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게임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캐릭터 스킨 중심의 착한 BM과 매력적인 캐릭터 일러스트, 귀여운 이미지를 앞세운 공식 작가들의 카툰을 통한 꾸준한 소통으로 유저들의 호응을 얻었고, 결국 연이어 이어졌던 부정적 이슈들을 성공적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라스트오리진을 즐기는 유저들 또한 이제는 게임에 오류가 있더라도 "자원 보상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며 웃고 넘길 수 있을 경지에 이르렀고 말이다.

그러던 중, 향후 업데이트 계획을 담은 새로운 개발자 노트가 공개됐다. 개발자 노트에는 응당 편의 시스템으로 추가됐어야 마땅했을 기능이 '자가 학습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의 유료 아이템으로 판매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를 자동 반복 전투로 진행하는 '통발'식 게임인 라스트오리진에서 우선 사용 스킬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은 유저들이 그토록 바라왔던 기능이었다. 해당 기능이 적용될 기미가 없자 유저들은 그 또한 게임의 전략이라 판단했고, 게임 내에 마련된 '사거리 감소 장비' 등을 활용하여 나름의 자동 덱을 편성하고 게임을 즐겨왔다.

개발자 노트를 통해 공개된 '자가 학습 알고리즘'은 그간 유저들이 원활한 자동 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서로 의견을 나누며 고안해온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 한 '나쁜 과금 상품'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유저들은 분개했고, 개발자 노트를 공개한지 세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스킬 우선순위 설정'을 유료 아이템이 아닌 기본 기능으로 적용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이 공개됐다. 유저 반응을 인지한 후 빠른 사과로 이어나간 대처 자체는 훌륭했으나, 유저들은 여전히 그러한 유료 상품을 공개한 개발사의 의도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쉽게 화를 사그라트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조이는 약 3년간 라스트오리진을 서비스하며 유저들과 신뢰를 쌓았다. 이미 수많은 역경을 겪어왔기에, 마치 웬만한 풍파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깊은 유대관계가 형성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유저의 믿음을 저버리는 '나쁜 과금 정책'은 언제든 그간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었다.

유저들의 사랑은 언제까지고 가슴으로만 붙잡아둘 순 없는 법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게임계 이슈들을 보며 게임 개발자들은 항상 명심해야 한다. 유저들의 믿음을 저버린 순간, 제아무리 공든 탑이라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