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더 문을 했다면, 무조건 끝까지 봐야 할 작품


임포스터 팩토리,

투 더 문 개발사 프리버드 게임즈에서 2020년 갑자기 올린 트레일러를 통해 밝혀진 후속작의 제목이었다. 마침 그 무렵은 어몽어스가 한창 뜨던 시기였으니, 그 타이틀을 보고 무언가 어색함을 느낀 이들이 적지 않았으리라. 투 더 문, 파인딩 파라다이스 등 무언가 낭만적인 느낌이 드는 타이틀에서 갑자기 톤이 바뀌어버렸으니 말이다.

물론 "너 임포지?"라는 말이 나올 법한 그런 게임이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프리버드 게임즈의 10년 간의 행보를 돌아봐도 그렇지 않던가. 투 더 문, 그 이후 투 더 문 단편과 파인딩 파라다이스 모두 다 심금을 울리는 구석이 있는, 그런 위력이 있는 작품이었으니. 더군다나 트레일러에 드러난 쯔꾸르풍 그래픽과 감미로운 음악으로 자아낸 몽환적인 분위기만 봐도, 그 특유의 감성을 자극하는 파괴력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왜 갑자기 그런 제목을 지었을까,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무언가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개발자의 멘트도 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풀리기 어려운 숙제였다. 그 특유의 눈물을 쏙 빼는 이야기와 '임포스터'라는 단어는 뭔가 어울리지 않은 매칭이었으니 말이다.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이라는 말이 있긴 한데, 거기서 따왔다고 쳐도 그 뒤에 팩토리는 왜 붙었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직도 그 타이틀의 의미에 대해선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프리버드 게임즈, 이 개발사는 사람 심금을 너무 잘 울린다. 그리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게임명 : 임포스터 팩토리(Impostor Factory)
장르명 : 어드벤처
출시일 : 2021.09.30.
개발사 : 프리버드 게임즈
서비스 : 프리버드 게임즈
플랫폼 : PC

관련 링크: '임포스터 팩토리' 오픈크리틱 페이지

※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있습니다.


"핏빛 살인으로 가득할 것이다" 이 예고는 허언이 아니었다


2020년에 처음 임포스터 팩토리가 공개됐을 때, 개발사의 이 코멘트를 보고 놀랐을 유저들이 많았을 것이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가 죽음이긴 해도, '살인'이라는 무시무시한 형태의 죽음은 그간 다루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삶과 죽음에 대해 언급할 때, 어쨌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유형의 죽음이니 이번에 다루게 된다고 해서 이상하진 않은 내용일 순 있을 것이다. 임포스터가 벤트 타고 몰래몰래 슥삭슥삭 사람들을 처리한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어도, 살인에 대해 조명하는 방법은 다양하지 않던가.

이야기는 전편까지 계속 등장했던 와츠 박사나 로잘린 박사가 아닌, 전혀 다른 인물 퀸시 레이너드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평범한 청년이던 퀸시 레이너드가 어느 비 오는 날 파티에 초대를 받아서 어떤 대저택에 방문하는데, 파티를 시작하기도 전에 주최자인 유 박사와 헤인즈 박사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두 박사의 시신을 확인하다 손에 묻은 피를 보고 놀란 퀸시는 세면대로 가서 손을 씼는 도중 눈이 감기면서 어지럼증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화장실을 나와서 저택을 둘러보니 놀랍게도 두 박사는 멀쩡히 살아있는 상황. 아울러 두 박사가 살해되기 전 자신처럼 파티장에 미리 와있던 여인 린리가 파티장에 막 도착하던 차였다.

▲ 비오는 날 으스스한 저택에서 파티라니

▲ 다행히 내부는 아늑하고, 큰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 갑작스럽게 살인 사건이라니, 일단 진정하자

▲ ??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왔을 뿐인데 두 사람이 다시 멀쩡히 살아있다??

영문을 알지 못한 채 파티를 기다리던 퀸시는 이번에도 두 박사가 서재에서 살해당한 채 쓰러져있는 걸 발견한다. 갑작스레 용의자로 몰리는 상황에서, 그는 다시금 세면대로 도망친다. 역시나 이번에도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두 박사는 멀쩡히 돌아다니자 퀸시는 영문도 모른 채 저택을 계속 배회한다. 그런 자신을 미심쩍게 보는 린리라는 여인에게 세면대에서 나오기 전에 나누었던 대화에 대해 물어보지만, 오히려 린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듯 반문한다.

이와 같이 임포스터 팩토리의 첫 시작은, 그렇게 장담했던 예고와 동일하게 흘러갔다. 계속 타임루프를 타고 살인과 목격이 반복되는 와중에, 퀸시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타임루프의 '원인'과 그와 연관된 과거에 대해서 파헤쳐나가는 과정이 임포스터 팩토리의 주요 내용이다.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상황이 기이하게 돌아가고

▲ 그 원인을 찾아가고자 시간을 거슬러 이야기가 진행된다

스토리가 주가 되는 작품인 만큼, 이 이상의 스포일러는 작품을 음미할 때 굉장히 치명적일 것이다. 따라서 이야기가 앞으로 흘러가는지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갑자기 살인이 나오면서 주제나 분위기가 흐트러진 것 같아도, 투 더 문 시리즈는 한결 같이 죽음 앞에서 자신의 생애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그런 힘을 담았다. 처음에는 살인 현장의 숨막히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거운 음악과 테마 때문에 사뭇 다르게 느껴지지만, 그마저도 이해가 되는 그런 구성을 보여준다고 할까.

여태까지처럼 초반 어디를 봐도 지그문트 사가 등장할 기색은 없고, 살인만 반복되는 그런 타임루프 현장에 퀸시는 왜 오게 된 것일지, 그 숨어있는 비밀이 무엇이고 전작 투 더 문 및 파인딩 파라다이스와의 연결고리는 무엇일지, 이는 직접 확인해봐야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스포일러가 될 위험을 무릅쓰고 강조하자면, 투 더 문과 파인딩 파라다이스 두 작품을 같이 하고 봐야 더욱 뜻깊은 작품이다. 정 안 된다고 하면, 투 더 문이라도 꼭 해본 뒤에 플레이하길 권한다. 전작에서 해왔던 것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지만 한 편으로는 다른 시각에서 전작들을 조명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묘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뭉쳐 시너지를 발휘한 탓에 더욱 눈물을 자아내게 만드는 건 덤이다.

▲ 투 더 문, 파인딩 파라다이스를 안 했어도 충분히 느낌이 있지만, 하고 나서 보면 느낌이 배가 된다



어설픈 게임플레이 요소는 버리고 이야기만 압축해서 짜낸 구성

▲ 유머는 전작에 비해서 뭔가 황당해지긴 했어도, 그냥 풋 하는 정도 수준일지도

시한부 선고를 받은 노인 조니가 달에 가고 싶어한 그 이유를 되짚어가는 이야기를 다룬 투 더 문, 조종사였던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가고 싶어하던 낙원이 어딘지 찾아가는 파인딩 파라다이스 모두 다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여기에 특유의 정감이 가는 쯔꾸르 그래픽에 섬세하게 광원을 다루면서 한 층 더 감성을 가미한 연출과 음악을 곁들이면서 일단 한 번 본 사람들은 눈물을 쏙 뺄 수밖에 없는 마성을 선보였다.

그래서 여러 차례 게임상을 수상하기도 하고 꼭 해봐야 할 게임으로 손꼽히기도 하지만, 스토리와 음악 그래픽을 뺀 게임플레이 부분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조작감이 상당히 불편한 데다가 굳이 캐릭터를 움직여야 할 이유가 없는 구성이기도 했고, 퍼즐이나 그런 요소들은 깊이가 없어서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야기의 단서를 찾아가는 그런 것들이 의미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이야기의 비중이 상당히 큰 작품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계속 읽어나갈 때 장애물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었다.

파인딩 파라다이스에서 한 번 게임플레이 부문을 강화하는 쪽으로 갔기 때문인지 이번 임포스터 팩토리는 아예 방향이 달랐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게임플레이 요소는 거의 다 버렸던 것이다. 과거의 단서를 찾는 것도 퍼즐이나 그런 것 없이, 해당 상황에서 주요 인물의 대사를 듣는 것만으로 데이터를 얻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했다. 그마저도 복잡하지 않고, 한 공간에 하나씩이라는 철칙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금방 찾아서 이야기가 막힘없이 이어졌다. 이전에도 그리 복잡한 퍼즐이나 단서들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도 더 간단하게 줄여버린 셈이랄까.

▲ 초반엔 곳곳을 탐색하면서 무언가를 찾는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 그 뒤로는 거의 일직선으로 나아가다보면, 이야기가 하나둘씩 열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이번에는 처음부터 달리기를 지원한다. 이게 뭔 대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투 더 문이나 파인딩 파라다이스를 처음 했을 때 그 갑갑함을 떠올려보자. 빨리 앞으로 나가고 싶어도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걷던 그때에 비하면 날아다닌다는 생각이 절로 날 것이다. 물론 몇몇 진지한 구간에서는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지만, 그 구간을 제외하면 언제고 빨리 뛸 수 있으니,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로 쭉 이어서 플레이할 수 있었다.

물론 현실에서라면 슬플 땐 좀 걸음이 늦어지기 마련이긴 하다. 또 이 게임에서 궁극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우리가 현실에서 겪어봤을 법한 삶과 죽음의 이야기라 가슴에 와닿긴 한다. 그래서 가끔은 인물의 심정에 동화되서 섣불리 뛰지 않고 걸어갈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주인공이 아닌 독자로서 이야기를 보고 있는 입장 아닌가. 슬픔을 딛고 다음장을 빨리 즐기고 싶은데 세월아 네월아하고 있으면 슬픔보다 갑갑함이 앞서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은 확실히 최소화되서 훨씬 그 여운이 잘 이어진다. 과연 그 이야기가 전작만큼의 임팩트를 줄지 안 줄지는, 사람에 따라 달려있겠지만 말이다.





▲ 살인에 이어 갑자기 크툴루라니? 그 달라진 분위기에 사뭇 놀랄 수 있지만, 한 번 차분히 읽어나가보자

투 더 문이 2011년 11월에 출시했으니, 어느 덧 1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프리버드 게임즈는 이렇게 또다른 이야기 임포스터 팩토리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전과는 사뭇 달라져서 낯선 느낌의 타이틀에, 처음부터 갑자기 훅 파고드는 괴이함에 깜짝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트레일러 코멘트에 예고를 해둬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아마 "이거 왜 이래?" 하면서 중간에 이탈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다소 충격적인 진행이긴 했다.

그렇지만 그 막을 한꺼풀 벗기고 나서 천천히 음미한 임포스터 팩토리는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나오기엔 충분했다. 더군다나 고질적인 문제였던 어설픈 게임플레이 요소를 싹 다 빼버렸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는데 방해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그렇게 게임플레이 요소 없이 스토리만 보기 위해서 키보드를 잠깐 깔짝거리는 것이 게임이냐는 반론이 있을 순 있겠다. 그리고 초반에 추리물 같은 분위기여서 내심 딥다크한 무언가를 기대했는데, 그게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할 여지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이전과는 갑자기 달라진 톤과 메세지에 대해 놀랄 수도 있겠다. 이전 작품에 대한 부정은 아니지만, 좀 뭔가 시원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그렇지만 엔딩크레딧 마지막의 작품 리스트란에 임포스터 팩토리 다음에 와야 할 자리가 공란이나 마침표가 아닌 ?가 쳐져있었으니, 이번에 못다한 이야기를 다음 편에서 해준다는 희망회로를 돌려보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그간 잊고 있었던 투 더 문 시리즈 특유의 여운과 함께, 다시 한 번 두근거림을 안고 혹시나 나올지 모를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