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라이엇 게임즈

한화생명e스포츠, RNG의 타이브레이커 경기 진영 선택권은 RNG에게 돌아갔다. 진영 선택권은 승리한 경기의 합산 시간이 짧은 팀에게 돌아가는데, RNG는 141분 4초로 한화생명e스포츠보다 4초 앞섰다. 그래서 겨우 4초 차이로 한화생명e스포츠는 RNG에게 진영 선택권을 빼앗겼다. 때문에 팬들은 한화생명e스포츠가 RNG와의 경기를 승리할 때, 넥서스를 바로 깨지 않고 시간을 보낸 점을 지적했다.

사실 진영 선택권에 대한 의미는 상황에 따라 크게 볼 수도 있고, 작게 볼 수도 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이미 앞선 경기에서 블루 진영으로 승리했기에, RNG가 레드 진영을 선택한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한화생명e스포츠가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4초’에는 한화생명의 안이함이 녹아있다. 그 마음이 경기에 묻어나고 플레이에 반영되어 다 잡았던 C조 1위 자리를 놓치게 되는 스노우볼로 돌아온 것이기도 하다.

C조 2위로 8강에 올라간 한화생명e스포츠는 LCK 팀과 내전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의 한화생명e스포츠에겐 T1도, 담원 기아도 모두 벅찬 상대이다. 다른 조의 2위 팀을 만났다면 4강 진출이라는 희망찬 시나리오도 가능했는데, 스스로 어려운 길을 자초하게 됐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이제 자신들의 ‘4초’가 안이했던 게 아니라 자신감이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그래도 한화생명e스포츠가 LCK 4번 시드로서 8강에 진출했다는 건 칭찬받아 마땅하다. 서머 스플릿 정규 리그 8위 팀의 월드 챔피언십 8강 진출은, ‘반에서 8등이 알고 보니 전교 8등’이라는 어느 팬의 말처럼 LCK의 위상을 크게 높여 놓았다. 그동안 해외 커뮤니티에선 담원 기아가 2020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했음에도, LCK보다 LPL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한화생명의 8강 진출과 LPL 팀들의 부진으로 LCK의 위상은 제 자리를 찾았다.

RNG는 한화생명e스포츠전 경기를 통해 약점을 많이 노출했다. RNG는 핵심 전력인 ‘샤오후’가 흔들릴 때는 팀 전체가 무기력해졌다. 자연스럽게 미드 라이너 ‘크라인’의 부족한 기량도 더 눈에 띄었다. ‘갈라’는 묵직했지만, 라인전부터 LCK 팀을 압도하진 못했다. RNG가 상체 싸움에서 흔들릴 때는 예상보다 허무하게 무너질 공산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RNG가 8강에서 C9을 만난다면, 꽤 재미있는 경기를 치를 것 같다. C9의 ‘퍽즈’도 RNG ‘샤오후’만큼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크다. 중국 순혈 팀 RNG를 이끄는 프랜차이즈 스타와 존재 자체가 슈퍼스타인 ‘퍽즈’의 대결은, LCK 입장에서 부담도 없고 재미도 있는 8강 대진이 될 듯하다.


■ 2021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C조 2라운드 결과

1경기 한화생명e스포츠 승 vs 패 PSG 탈론
2경기 RNG 패 vs 승 프나틱
3경기 PSG 탈론 패 vs 승 RNG
4경기 프나틱 패 vs 승 한화생명e스포츠
5경기 한화생명e스포츠 승 vs 패 RNG
6경기 프나틱 패 vs 승 PSG 탈론
7경기 한화생명e스포츠 패 vs 승 RNG


■ 2021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C조 최종 순위

1위 RNG 5승 2패 - 8강 진출
2위 한화생명e스포츠 4승 3패 - 8강 진출
3위 PSG 탈론 3승 3패
4위 프나틱 1승 5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