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을 모바일 MMORPG에서도 할 수 있을까?


'힐링'이라는 의미가 게임에서 사용되는 범주는 꽤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는 '경쟁'을 하지 않고 스스로 성취감을 달성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힐링의 범주에 들어가죠. 대표적으로 농사를 짓는다던가, 채집을 하고 제조를 하거나 다른 플레이어나 NPC들과 '연주'와 같은 행위들로 교류하면서 상호작용을 이루는 형태들을 볼 수 있죠.

이러한 행동 및 요소들은 게임 속에서 하나의 요소로 자리 잡기도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 출시되기도 합니다. '힐링'을 내세운 만큼 피곤하지 않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경향을 띠기도 하고요. 물론 특정 콘텐츠에서 지친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콘텐츠를 힐링 콘텐츠에 묶는 경향도 있습니다.

금일 조명해 보고자 하는 게임은 '아르미스'입니다. 넷이즈가 개발한 모바일 MMORPG로, PC 클라이언트도 지원하며 2021년 초 중국에서 '천유 모바일'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바 있는 게임이죠. 넷이즈에게 있어서 아르미스는 매우 중요한 게임입니다. 2021년의 첫 타이틀이자, 경쟁작이라고 할 수 있는 텐센트의 '천애명월도 모바일'과 정면으로 경쟁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니까요.

독특하게도 넷이즈의 아르미스가 국내 런칭을 시도하면서 내세운 키워드가 하나가 앞서 언급한 '힐링'입니다. 모바일 게임에서도 '힐링'을 컨셉으로 잡은 게임들이 적지 않지만, 'MMORPG'가 힐링을 내세운 건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기에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과연, '모바일 MMORPG'에서도 힐링이 가능할까요.

게임명 : 아르미스(ARMIS)
장르명 : MMORPG
출시일 : (한국)2021.10.07.
개발사 : 넷이즈
서비스 : 넷이즈
플랫폼 : iOS, Andorid, PC



역할 분담이 뚜렷한 전투, 그리고 다양한 성장

▲ 익숙함이 느껴지는 화면, 사실 이쯤만해도 다 해본 기분이 들뻔했습니다.

본격적인 조명에 앞서 먼저 '아르미스'의 전반적인 요소들을 가볍게 둘러보면 의외로 탄탄한 기반으로 구성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특색이 있는 직업군과 이에 따라 나누어지는 역할, 그리고 모두가 딜러로 전환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파티를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죠.

전투 콘텐츠도 무난히 몇 번의 터치(클릭)으로 자동으로 찾고, 따라가는 MMORPG의 공식과는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다만 좀 지루해질 수 있는 이 과정에서 퍼즐을 도입하거나, 연출상 대화를 읽어야 하는 부분 등을 남겨두어 플레이어가 중요한 정보를 캐치하도록 구성했죠. 이를 통해 쾌적한 성장이 가능하고 바로바로 이동하고 찾아주는 기능까지 대부분 '모바일 MMORPG'가 있어야 할 건 다 갖추고 있으며 다양합니다.

▲ 메인 스토리 역시 자연스럽게 성장과 맞물려 진행됩니다.

성장 루트 역시 단순히 메인 퀘스트와 사냥만으로 끝나지 않고, 전장 및 탐색과 도전 콘텐츠 등 여러 가지 루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죠. 한 가지 괜찮았던 점은, 바로 자신이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인 게임 지표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지표들이 팔방미인으로 캐릭터가 성장했는지, 혹은 한쪽으로 쏠려있어서 어느 콘텐츠에서 더 성장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죠. 이를 통해 성장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해야 할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원작인 '천유'가 자유 비행을 강조한 게임이었던 만큼, 아르미스에도 자유비행과 관련된 부분을 초반부터 강조해 줍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이러한 자유 비행이 실제 게임을 즐기면서는 그리 많지 않고, 비행에 대한 연출 역시 PC버전에 비하면 다소 아쉬웠습니다.

▲ 장비 강화는 '슬롯'을 강화하는 방식이라, 교체에 부담이 없습니다.

▲ 스킬 구성, 변경도 자유로워서 능동적으로 다양한 역할 소화가 가능해서 좋았습니다.

또한 던전 플레이와 파티 플레이가 상당히 강조되어 있고, 던전 플레이와 기믹 구성 역시 이를 기반으로 짜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바일이었죠. PC버전으로 플레이하면 PC MMORPG와 상당히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알다시피 대부분 '자동 전투'를 선택합니다.

그런데 이 자동전투로 던전을 진행하면 초반에 만나는 던전에서는 문제없지만 50레벨이 채 되기 전에 바로 문제에 봉착합니다. 플레이어들이 직접 수동 플레이로 하면 전혀 문제없을 정도로 쉬운 던전인데, 자동 플레이를 하는 유저들과 같이 매칭이 되면 끔찍한 상황이 나오죠.

하지만 모두가 플레이한다고 칠 경우, 정말 '무난한' 난이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기믹에 대한 파훼가 정확히 보이고 이를 토대로 공략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또한 탱커와 딜러, 힐러의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만 탱커와 힐러의 경우 상황에 따라서 딜러로 스왑하여 지원을 하거나 교체도 가능하기에 꽤나 쾌적한 공략이 가능하고, 공략의 재미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양상은 전장에서도 이뤄지며, 전장에서는 힐러를 노리고 달려드는 딜러들 쉽게 볼 수 있고 이를 막아서는 아군 딜러 및 탱커들도 존재하며 제법 전선 형성과 공방전의 양상이 꽤 잘 나온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진짜 있을건 다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특징적으로 내세울 건 아니고, 탱/딜/힐의 역할 분담이 상당히 능동적이고 변화무쌍하면서도 컨셉이 확실히 잡혀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 이전날 플레이하지 못했다면, 80%정도의 보상도 회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성장 정도를 객관적으로 보여줘서, 어디서 더 성장해야 할지 감을 잡기가 쉽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세심한 '모바일 MMORPG'의 생활 및 탐험


이제 짚어볼 곳은 '힐링' 파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놀랍게도, 아르미스의 힐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생활 외의 탐색과 탐험 등의 콘텐츠는 꽤 세심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줬습니다. 먼저 '사회생활'이라는 큰 범주에 생활과 직업이 포함되어 있는데, 생활은 채집을 비롯한 벌목, 낚시, 제약, 공예 등 일곱 가지의 분류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는 재료를 채집하거나, 채집된 재료를 토대로 여러 가지 물품을 만들 수 있는 일반적인 채집-제작과 관련된 콘텐츠입니다. 이런 생활은 생각보다는 간소화되어 있지만, 낚시에는 미니게임이 적용되어 있고 세분화되어 있는 형태도 볼 수 있죠.

▲ 다섯가지로 구분되어 있는 '직업'

사회생활의 핵심은 바로 '직업'입니다. 이 '직업'은 플레이어가 선택한 전투 직업과는 다른 분류이며, 누구나 하나씩 가질 수 있고 매주 화요일에 변경이 가능합니다. 직업은 의적, 미식가, 음악가, 디자이너, 무용수로 구성되어 있고 각자의 특성이 있죠.

의적은 NPC로부터 물건을 훔칠 수 있고, 음악가는 예상대로 악기 연주를 어디서든 진행 가능하며 무용수 역시 어디서든 공연이 가능합니다. 미식가는 요리를 만들어 호감도 및 소비품을 제작 가능하며 디자이너의 경우 의상 및 헤어스타일의 개조와 메이크업도 수정할 수 있으며 염색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직업은 특정 능력치와 사회 레벨을 달성한 이후 전직할 수 있으며, 전직 이후에도 아르바이트와 포인트를 배분해서 성장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활동이 추가되고 본격적인 '직업'으로서의 활동과 함께 전투에서도 보너스를 받을 수 있죠.

▲ 광장에서 피아노에 앉은 음악가들의 모습은, 생각보다 자주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음악가의 경우 성장하면 할수록 트랙과 음표의 상한이 증가되고, 소화할 수 있는 음역대가 높아지며 BPM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장은 단순히 아르바이트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각 직업에 따라서 요구하는 능력치가 중요합니다. 음악가의 경우는 '학식'과 '문예'가 큰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어느 정도 성장이 이뤄졌다면 다른 플레이어들과 합주도 가능하고, 자신이 작곡한 악보를 연주할 수 있죠. 게다가 일정 이상의 성장에 다다르면 '명인' NPC들을 찾아서 호감도를 높여 스킬이나 악기를 획득하기도 하므로, NPC의 호감도 작업도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사회생활에 묶여있는 직업들은, 경쟁 등의 큰 스트레스 없이 노력에 따라서 정직하게 성장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의 보상은 생활 그 자체에 묶여있지만 추가로 전투 상황에서 버프를 부여하는 등 종합적인 스펙업의 이점도 최소한은 보장합니다.

▲ 직업들의 스킬, 성장 과정도 단순하지 않으며 상당히 짜임새있는 구성입니다.

또한 모험, 보물 찾기, NPC 호감도(명인록)와 같이 대부분의 콘텐츠가 인 게임에 구현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도 상당합니다. '모험 노트'는 명소를 촬영하고, 숨겨진 영체들을 포착하고 몬스터 도감을 채우는 탐색 및 수집 활동에 해당합니다. 물론 이를 채우는 보상도 준비되어 있고, 이를 통한 성장도 마련되어 있을 정도죠.

이러한 생활에 해당하는, '힐링' 파트들은 의외로 전투적인 성장 및 각개의 성장 요소들이 상당히 세밀하게 짜여 있으며 완성도 역시 수준급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을에서도 틈틈이 공연과 합주를 노리는 유저들을 볼 수 있었고, 각 요소들이 단순히 '개인 만족'을 넘어 커뮤니티를 형성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모바일 '힐링 MMORPG', 아르미스가 내놓은 해답


섬세한 구조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만, 문제는 게임 환경과 플랫폼이 발목을 잡는다는 점입니다. 모바일 특성상 소리를 끄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동 플레이가 주류를 이룹니다. 게다가 UI가 매우 큼지막하게 배치되어 있기에 PC버전에서도 신경 쓰일 정돕니다. 그런데 그와 다르게 채팅은 매우 불편합니다. 채팅 또한 플레이어의 눈에 잘 띄지 않죠.

'힐링'은 경쟁 없는 노력과 보상이라는 점이 중요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중요한 점도 있습니다. 바로 '소셜'의 기능입니다. 플레이어들이 서로 교류하고 대화를 하고 삼삼오오 커뮤니티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MMORPG에서는 교류와 커뮤니티 요소가 적지 않은 힘을 가집니다.

아르미스는 이러한 환경이 구성되고 흐를 수 있을 정도 규모의 생활과 힐링 콘텐츠들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악보 공유 및 디자인 공유 커뮤니티를 따로 구성할 정도니, 플레이어들이 이를 이용하고 놀기를 바란다는 점이 물씬 드러납니다. 그런데 모바일 게임 환경은 인게임 내에서 삼삼오오 몰려들고 플레이어가 놀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하긴 힘듭니다.

생활뿐 아니라 파티 구성에 따른 던전 플레이에도 꽤 영향을 줍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직접 공략에 참여하고 컨트롤할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오토 플레이를 하게 되는 경우 큰 문제가 생깁니다. 실제로도 성장 과정에서 만난 풀 오토 플레이어들과 던전 매칭이 되었을 때, 직접 제가 조작해서 이끌거나 다른 파티원이 직접 조작을 하지 않는 이상 공략에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한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강점으로 내세울 부분들의 완성도와 구성은 제법 촘촘하지만, 결국 모바일 환경에서 이를 100% 소화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물론 마음먹고 이렇게 놀기로 한 플레이어들끼리 모이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지요.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울 정도의 요소들이 다소 빛을 발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이는 모바일이라는 태생적인 요소에서 오는 한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PC 버전으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큼지막한 UI가 불편할 지언정 아르미스의 요소들 하나하나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구성과 경험을 전해줬고, 생활 콘텐츠 역시 생각보다 몰두하게 되는 느낌도 적지 않았습니다.


게임 내 콘텐츠의 구성이 타 모바일 MMORPG에 비해서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하며, 더빙을 제외한 그래픽과 연출 및 스토리의 수정은 상당히 수준급입니다. 그리고 생활 요소들과 전투 및 성장 요소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서 촘촘하게 짜여 있으므로 성장하는 재미, 그리고 던전을 공략하는 재미 역시 충분히 잡았습니다.

물론 엄청 '새롭다'라는 느낌이 없어서 전투 및 성장 콘텐츠에는 신선함은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그러나 각 캐릭터들이 모두가 딜러가 될 수 있고, 역할 분담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은 플레이어들의 스트레스를 줄인, 매칭을 배려한 점이라고 괜찮은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뭐,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과금 요소들도 그만큼 이곳저곳에 섬세하고 효율적인 상품들이 잘 배치되어 있을 정도로 많습니다. "대체 뭘 사야 하는거야?"라고 질문을 해야 할 정도로 과금 요소들이 많지만, 초중반 게임의 진수까지 다가가는 과정에서는 이를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 이후까지, 최종 엔드까지 성장하며 순위권 경쟁을 하는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아르미스는 '힐링'이라는 요소를 전면에 내세워도 될 정도로, 훌륭한 구성을 갖추었다고 생각됩니다. 생활에서도 플레이어가 오랜 기간 성장해야 할 부분은 세심하면서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고, 단순 반복 노동으로 보아도 될 콘텐츠들은 과감히 단순화 시켰죠. 그리고 이런 '직업'을 접하게 되는 시점이 매우 빠르므로, 초반부터 자신의 성장과 더불어 직업의 성장 및 활동도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힐링을 구현할 수 있는 한계까지 구현했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성장을 위해 억지로라도 해야 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피곤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기에 밸런스까지 잘 잡았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플레이어가 몰두하려면 한계는 어느 정도 있지만 꽤나 깊게 몰두하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이정도면, '아르미스'는 모바일 MMORPG에서 '힐링'이라는 컨셉에 대해 자신만의 해답을 충실히 만들어두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