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예지 의원, 도민석 대표(이미지: 국회방송)

인디게임사의 이중 편취 문제가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가 지원을 받은 사업내용을 그대로 활용해 펀딩에 써 자금을 모은 문제다. 한편으론 인디게임사의 열악한 개발환경 문제도 숙제로 남겨졌다.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도민석 겜브릿지 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겜브릿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픈 역사를 게임으로 알리겠다는 목표로 2018년 '웬즈데이' 제작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겜브릿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지원금 1억 1,900만 원을 받았다. 이어 겜브릿지는 콘진원과 계약이 종료된 후 개발비 명목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개설했다. 겜브릿지는 목표금액 3,000만 원의 3배가 넘는 9,500만 원을 펀딩하는 데 성공했다.

김예지 의원은 겜브릿지가 펀딩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전했다고 지적했다. 도민석 대표가 2019년 12월 콘진원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영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번역 작업 위탁에 지원금 500만 원을 사용했다고 기재되어 있다. 2020년 1월 펀딩 목표에는 초과 달성 공약으로 프랑스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내걸었다. 이미 보고서엔 완료된 프랑스어, 네덜란드어가 펀딩 공약에 있다는 점이 문제다. 김예지 의원은 "지원금으로 개발한 부분을 고의로 숨겼나?"라 문제를 제기하며 "기가 막히는 사실은 현재까지도 해당 언어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 이미 완료했다고 보고(왼쪽)했으나, 공약으로 걸었다

도민석 대표는 "2019년 지원으로 만든 게임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출시할 수 없었다"며 "2020년 추가 개발비 모집을 위해 펀딩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번역이 완료됐다고 보고서에 기재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것은 내가 잘못한 게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개발을 더 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추가돼 기존 500만 원으론 번역비가 부족했다"고 답했다. 이에 도민석 대표는 2020년 펀딩을 통해 추가 개발비를 모집했다고 설명했다. 도민석 대표는 펀딩으로도 부족한 개발비를 개인대출과 회사대출을 통해 6억 원을 충당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도민석 대표는 어려웠던 개발 상황을 토로했다. 그는 "출시 당일부터 윤미향 의원(무소속)으로부터 자문받았던 사실이 뉴스로 나오며 '웬즈데이'를 폄하하는 악플러들이 나타났다"며 "일부 커뮤니티에서 좌표를 찍고 공격해 작은 스타트업인 우리는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직원 사진을 도용하고, 비하하는 일들이 이어졌다"며 "우리는 '웬즈데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고, 결국 게임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도민석 대표는 현재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 강조했다.

김예지 의원은 상황이 안타깝다면서도 "결과 보고서에 모바일 버전 제작과 더빙 지원에 관한 내용이 사라졌고, 번역 역시 10개 국어에서 5개 국어로 축소됐다"며 "더빙과 번역 비용으로만 2,400만 원의 사업비를 산출하고 이를 집행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예지 의원은 "게임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더한다는 목표는 훌륭하지만, 지원금은 지원금대로 받고 펀딩은 펀딩대로 받으며 결과물을 내놓지 않는다면 민감한 주제를 통해 사익을 편취하려는 의도로 오해받기에 십상이다"라며 "지금이라도 달성된 펀딩 공약을 지켜주고, 속편 개발도 원활하게 이어가달라"고 당부했다.

도민석 대표는 "우리 능력보다 큰 목표를 잡으며,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수행 중 콘진원 심사위원이 예산을 축소시켜 사업 계획을 다시 짜야 했다"고 해명했다.

▲ 콘진원 결과 평가서

김예지 의원은 황희 문체부 장관에게 "지난 11년간 게임사 246개에 660억 원을 투입했으나, 그중 60% 업체가 폐업 등 사유로 현황 파악이 안 된다"며 "전반적으로 사후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고지원금이 신생개발사에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한 사후관리와 제도개선으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황희 장관은 긍정적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