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의 'P의 거짓',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그리고 라인게임즈의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까지. 싱글 패키지 게임에 도전하는 게임사가 하나둘 늘어나는 전망이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도전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유명 게임사도 성공을 담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 그런데 여기 그 여정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회사가 있다. '드래곤네스트'의 아버지, 박정식 대표의 하운드13이 그 주인공이다.

하운드13은 언리얼 엔진4를 사용한 차세대 AAA급 PC, 콘솔 액션 게임 '프로젝트M'을 통해 시장을 개척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 '드래곤네스트'와 '헌드레드 소울'을 거쳐 액션 하나만큼은 정평이 난 박정식 대표에게 있어서도 '프로젝트M' 개발은 여러모로 도전적인 일이 아니랄 수 없다. 그간 시도한 적 없었던 스토리 기반의 싱글 게임이기 때문이다.

지난 언리얼 서밋을 통해 깜짝 공개한 '프로젝트M'은 다른 건 몰라도 액션 하나만큼은 프로토타입임에도 합격점을 줄 수 있을 만한 게임이었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액션 게임이었을 뿐 아니라, 연출 면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게임의 재미를 위해 스스로를 옭아맸던 제약을 벗어던진 모습. 여러모로 궁금증이 일었다. '프로젝트M', 도대체 어떤 게임일까.

아직 '프로젝트M'이 가야할 길은 멀다. 이제 막 전투와 관련한 프로토타이핑이 완성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게임 그 자체에 대한 얘기라기 보다 박정식 대표가 추구하는 '프로젝트M'에 대한 방향성으로 봐주길 바란다.

▲ 하운드13 박정식 대표

Q. 헌드레드 소울이 아직 프로젝트 100이었을 때 첫 인터뷰를 했는데, 프로젝트M으로 5년 만에 다시 만났다. 드래곤 네스트의 아버지 박정식 대표의 신작인 만큼, 여러모로 관심이 가는데 어떤 게임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먼저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어서 감사하다. 프로젝트M은 초기 컨셉 단계에서부터 '처절한 액션'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기존에 선보였던 다소 캐주얼한 액션 게임들과는 달리, 과장되지 않은 움직임과 아머파괴, 신체절단과 같은 과격한 액션성을 더하여 최대한 리얼하면서 처절한 전투를 그려내 보고자 하는 작품이다.



Q. 프로젝트M은 언제부터 개발을 시작한 건가. 그리고 현재 개발 공정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시작 자체는 작년 중반정도부터 소수 인력으로 시작되었다. 언리얼 서밋에서 밝혔듯, 기본적인 전투 공방을 검증하기 위한 전투 프로토타입이 마무리된 단계이다.


Q. 다크 판타지를 기초로 한 하이 판타지 세계관이라고 했는데 프로토타입 영상만으로는 프로젝트M이 추구하는 세계관의 방향성이랄까, 그런 걸 느끼기 어려웠던 것 같다.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프로젝트M은 일반적인 중세 판타지 환경이 아닌, 가상의 어떤 공간을 무대로 한다. 이 세계는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동식물과는 완전히 다른 생태계를 갖고 있으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은 오리진이라는 근원적 존재들에게서 파생된 줄기들이다. 프로토타입 영상에서 보여진 환경적인 부분은 세계관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프로젝트M이 지향하는 분위기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만 작업되어 있다.



Q. PC, 콘솔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라고 했는데 스토리 기반의 싱글 패키지 게임인지, 아니면 온라인 게임인지 궁금하다.

일단은 적절한 길이의 몰입도 높은 싱글 패키지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라인 요소는 싱글이 잘 완성되고 성과가 있다면 별개의 타이틀로 계획될 것 같다.


Q. 이번에 공개한 영상에 등장하는 여기사가 주인공인 건가.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캐릭터 수는 스토리가 서로 얽혀지는 3~4명 정도인데, 변경될 여지는 있다.


Q. 주인공은 게임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다. 프로젝트M의 주인공은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는 여기사던데, 일러스트를 보니 고문을 당한 건지 흉터와 낙인 같은 게 찍혀있더라. 게임의 스토리와도 연관이 있는 부분인가.

프로젝트M의 세계에서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과 달리 보잘 것 없는 힘을 가진 나약한 존재들이다. 그들이 이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자신들의 신체를 개조하여 보다 강력한 힘을 얻는 방법이었다.

프로토타입에서 등장하는 여기사가 입고 있는 갑옷은 오리진에 대항했던 디센던트라는 종의 유산으로 일종의 아머슈트와 같은 고대 병기이다. 이 갑옷을 입기 위해 여기사는 자신의 몸을 개조한 상태이며, 몸을 개조하고 갑옷을 얻어가는 과정 역시 스토리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Q. 자신의 신체를 개조한다고 했는데, 성장 요소나 스킬 시스템의 일종이라고 생각해도 될까. 그리고 그에 따른 외형적 변화는 없을지 궁금하다.

캐릭터의 신체를 개조하는 것은 세계관적 설정과 이야기를 위해 반영되었던 컨셉이었다. 이후에 신체 개조 부분을 시스템적인 부분으로 연결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있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


Q. 프로젝트M에 대해서 RPG 특유의 성장 요소는 줄이는 한편 처절함, 리얼함 등의 정교한 액션 표현을 늘린 게임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성장 요소를 줄였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레벨업이 빠르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까.

비슷하다. 프로젝트M은 무겁고 음울환 환경 위에서 펼쳐지는 처절하고 고독한 전투를 표방하고 있으며, 전투 외적으로도 스토리에서 캐릭터를 거칠게 끌고 가며 항상 벼랑 끝으로 몰아 가게 된다.

이러한 게임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플레이 타임을 늘이기 위한 반복적인 레벨업 요소나, 과도한 아이템 파밍 등이 가급적 절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으로 RPG 적인 성장요소들을 적절하게 줄여 보겠다는 방향성 정도로 이해해주면 될 것 같다.


Q. '처절한 액션'을 키워드로 삼았는데, 프로토 타입 영상에서는 처절하다는 느낌은 적었던 것 같다. 주변의 모든 걸 이용해서 악착같이 승리하는 그런 느낌보다는 호쾌한 액션 게임 느낌이 강했달까. 프로젝트M이 추구하는 처절한 액션이란 뭔가.

처절한 전투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상호 양방향에서 각각 처절함이 느껴져야 한다고 본다. 어느 한 쪽만 처절해서는 그저 일방적인 느낌만 전달 될 수 있다. 영상에서는 피로, 탈진, 통증, 고통 등 캐릭터의 신체 상태에 대한 입체적인 표현이 적용되어 있지 않고, 정제된 전투 애니메이션만 보여지기 때문에 처절함에 대한 표현이 부족했던 것이 맞다. 이후부터 이런 표현을 위한 작업들을 순차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위와 같은 캐릭터의 상태 표현과 덧붙여, 적들 역시 팔이 잘리고, 다리가 잘려 나가도 숨이 붙어있는한 어떤 식으로든 캐릭터를 공격하기 위해 압박하며 달려들 것이다. 이런 악착같은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 '프로젝트M'이 추구하는 처절한 액션의 형태라 볼 수 있겠다.



Q. 지난 프로토타입 영상을 보니 고어한 연출이 눈에 띄더라. 검을 박아넣고 뜯어내다시피 해서 반으로 가르거나 거대 보스의 다리를 절단하는 등 그간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연출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연출이었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일종의 도전이었을 텐데 이런 연출을 추구한 이유가 있나.

무게감 있는 리얼한 전투 컨셉을 살리면서, 액션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아머파괴와 신체절단을 선택했다.

등장하는 적들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의 캐릭터 역시도 처절하게 당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복성 쾌감 요소로 작용하길 기대했다. 고어한 표현이 핵심은 아니며, 프로젝트M에서 만큼은 액션을 표현하기 위한 제한 요소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Q.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인터뷰를 통해 "드래곤 네스트2는 사실적인 캐릭터들과 고어한 연출을 표방한 게임"이라고 한 바 있다. 딱 프로젝트M에 해당하는 얘기 같은데, 드래곤 네스트2에서 꽃피우지 못한 것들이 어느 정도 녹아들었다고 봐도 될까.

외부에 공개되었던 모바일 버전의 드래곤 네스트2가 아닌, 아이덴티티 게임즈 내부에서 진행했던 PC 온라인 버전의 드래곤 네스트2의 경우, 지금 정도의 수위는 아니었다. 그 때의 액션 방향성은 이전 작품인 헌드레드 소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Q. 프로토타입 영상으로는 전투 시스템을 자세히 확인할 수 없었다. 액션 게임이라고 해도 저마다 다르지 않나. 소울 시리즈처럼 스테미너를 신경 쓰면서 공격할지 방어할지 피할지, 순간의 판단이 필요한 게임이 있는가 하면 데메크처럼 스타일리시한 액션 게임도 있다. 프로젝트M이 추구하는 액션은 어떤 것인가.

현재의 전투 프로토타입을 거친 이후에도 액션 방향성에 다소 변화가 있을 수는 있다. 지향하는 액션 방향은 스타일리시보다는 무게감 있는 소울 시리즈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으나, 소울 시리즈 특유의 하드한 액션 컨트롤보다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처럼 적절히 순화된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Q. 그동안 여러 게임을 만들었는데 대부분 액션 게임이었다. 헌드레드 소울도 마찬가지고. 액션의 정수라고 해야 할까. 노하우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그동안 쌓아올린 그런 것들이 프로젝트M에 녹아든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M에서는 물리적인 리얼함과 정교함에도 신경 쓰고 있지만, 고독함, 처절함과 같은 감성적인 부분에도 주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젝트M은 그간의 노하우를 모은 작품이라기 보다는 기존에 선보였던 게임들과는 다른 느낌의 액션을 선보이기 위한 도전적인 작품으로 생각한다.


Q. 연출 가운데서도 특히 눈에 띄었던 건 보스를 상대로 한 절단 연출이었다. 다리를 자르니 패턴이 달라지던데 체력이 줄어들면 절단 연출로 넘어가고 페이즈가 전환되는 것인지 아니면 체력과는 무관한 일종의 부위파괴 시스템인지 궁금하다. 부위파괴 시스템에 가깝다면 다리가 아닌 팔을 자를 수도 있는 건가.

영상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지만, 대상의 아머를 먼저 부수고 일정 데미지를 줘서 절단 조건을 만족해야 절단이 들어간다. 궁극적으로 여러 부위를 공략하여 다양한 상태로 파생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프로토타입에서는 어느정도 플레이 감을 위한 컨셉 구현 버전으로 아직 개선의 여지는 많다.

▲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갑옷 파편이 떨어져 나가는 걸 볼 수 있다


Q. 프로젝트M의 액션은 처절함과 리얼함을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이러한 요소가 플레이어에게도 적용되는지 궁금하다. 팔다리가 잘린다거나 하는 건 힘들겠지만, 갑옷이 파괴된다거나 다리를 저는 그런 변화 말이다.

현재로서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절단이 되는 상태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명확한 이유가 있다면 제한을 두지는 않을 예정이다.

처절함을 표현하기 위한 캐릭터의 상태 변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뮬레이션 중에 있다. 프로토타입 기간 동안, 전투 중에 무기를 잃고 맨손으로 격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진행했으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보강해갈 예정이다.


Q. 그렇다면 회복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예정인가. 다리가 부러졌는데 포션 한 병 먹는다고 다 낫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게임적 허용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프로젝트M이 추구하는 리얼함과 정면충돌할 것 같다.

플레이어를 따라다니는 종자 개념인 서포트 캐릭터가 있으며, 전투 중의 극한 상황에서 서포터의 도움으로 다양한 위기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 서포터는 전투 중의 위기 대응과 전투 후의 회복 등에 관여하는데, 이 부분도 액션 외적으로 중요한 게임 플레이 요소로 생각하고 있어, 추후 개발이 원만히 진행되었을 때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Q.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PC/콘솔 게임인 프로젝트M 개발을 결심한 계기는 뭐였을지 궁금하다.

프로젝트 M의 아이디어는 꽤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영화처럼 서로의 칼날이 부딪히며, 거대한 적을 반으로 양단하고, 안개가 자욱한 어스름한 숲을 걷는 등 이런 컨셉들을 담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만들어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최근 게임 업계가 모바일로 판도를 전향한 사이에서도 펄어비스나 시프트업 등에서 엄청난 작품들을 선보이며 좋은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어 굉장히 고무적이라 생각했다. 나 역시, 게임 개발을 20년 넘게 해오면서 지금까지 선보인 작품들을 사랑해주신 게이머들의 과분한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작품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했다. 때문에,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러가지 사정들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가레나의 도움으로 어느정도 안정적인 개발 환경을 갖추게 되었고, 일단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최대한 완성도 있는 작품을 개발해 보려 한다.



Q. 온라인 게임이었어도 괜찮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MORPG여도 어울릴 것 같은데, MORPG로 만들 생각은 없었나.

초기 컨셉에서는 멀티 요소를 담고 있었으나, 싱글 플레이에 집중하기로 선회했다. 싱글이 성공한다면, 멀티는 별도의 타이틀로 생각 중이다.


Q. 프로토타입 영상 마지막에 고성을 바라보면서 끝나는데, 고성이 본격적인 이야기의 무대인건가.

초기 프로토타입 스펙에는 영상에서 보이는 수도원(고성)과 수도원의 보스까지 포함되어 있었지만 완성을 하지는 못했다. 수도원은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Q. 개인적으로도 기대되는 만큼, 좋은 게임으로 완성되길 바라겠다. 끝으로 콘솔/PC 게임은 여전히 드문 시도이지 않나. 포부 한 마디 부탁한다.

이제 막 시작지점에 선 프로젝트이기에 조금은 이른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정말 좋은 퀄리티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만큼, 결과물에 대한 허들도 많이 높은 편이어서, 실력 있는 개발자분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도전적인 작품에 뜻을 두신 개발자분들과 함께 최고의 결과물로 게이머들께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