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은 끝내주게 잘 살린 스페이스 오페라


한 성깔 하는 더러운 성격의 사회 부적응자들이 모인 우주 평화를 위한 자경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개인적으로 꽤 좋아하는 마블 유니버스 세계관의 집단입니다. 코믹스에서 다뤄지는 느낌은 조금 다르지만, MCU 세계관에서는 어디로 튈지도 모르고 제대로 말도 안 듣고 통제 불능인 문제아들이었죠. 그리고 이들은 다소 뻔한 행동들을 하지만 뭔가 부담 없이 보기 좋았거든요.

오늘 리뷰로 다뤄보고자 하는 게임은 바로 이들이 벌이는 또 다른 사건을 조명한 게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입니다. 어드벤처 장르를 꾸준히 제작해온 에이도스 몬트리올은, 과연 우주 문제아들이 모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의 모습을 잘 담아낼 수 있었을지가 포인트였습니다. 그런데 이거만큼은 합격을 넘어 만점을 줘도 되겠네요. 컨셉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담아냈습니다.

※ 본 리뷰는 PS5 버전으로 제공된 빌드를 플레이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출시된 버전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명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Marvel’s Guardians of the Galaxy)
장르명 : 어드벤처, 액션
출시일 : 2021.10.27.
개발사 : 에이도스 몬트리올
서비스 :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 PS, Xbox, PC, Switch(클라우드)

관련 링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오픈크리틱 페이지


플레이어가 '휩쓸리는' 미친듯한 템포의 어드벤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타로드 피터 퀼을 일단은 '리더'로 삼고 있는 이 집단의 개성은 MCU에서 확실히 드러납니다. 대충 적당히 알아서 제멋대로 살고 있던 범죄자 집단이 맺은 일종의 동맹과 같은 느낌이 크게 드러나죠. 명목상 리더인 퀼의 말도 제대로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일도 일상다반사이며, 툭하면 토를 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면박을 주고 따지고 내부 분열도 잦죠.

물론 이러한 이미지는 MCU에서 정립된 이미지가 강합니다. 마블 유니버스 코믹스의 세계관에서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아무래도 전 세계에 통틀어 대중적으로 인식된 이미지는 앞서 설명한 느낌이 더 있다고 볼 수 있죠. 또한 쉴 새 없이 터지는 개그 유머 코드와 B급 감성도 빼놓을 수 없죠.

게임속의 스토리와 설정의 근간은 '코믹스'에 기반해 재해석이 이뤄져 있습니다. 드렉스가 왜 '디스트로이어'로 불리는지, 그리고 12년전의 사건은 무엇인지 등 여러 부분에서 '코믹스'의 이해가 더해지면 매우 깊은 스토리의 이해가 가능합니다. 등장하는 캐릭터 뿐만 아니라 설정까지 종합해 모든 부분을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이러한 '코믹스'와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그래서 MCU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접한 유저들에게는 사건과 흐름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지만, 게임으로만 놓고 봐도 충분히 매력이 있습니다. 사전지식이 있을 때 깊은 이해가 가능하고 개발팀이 얼마나 신경써서 재해석을 했는지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캐릭터의 매력자체는 잘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 시작부터 몹시 화나는 부분. 누가 냉장고 문 안닫았어?

에이도스가 개발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설정과 사건, 스토리 등은 코믹스의 기반을 두지만 캐릭터들의 개성과 행동 및 성격과 사건의 흐름등은 MCU의 컨셉을 부여해 게임속 이미지를 정립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를 통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이미지를 정립한 분들에게는 영화와는 너무 다른 캐릭터들의 첫 이미지가 거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정도로 MCU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코믹스보다 국내에서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미지일테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죠.

MCU를 통해 접한 유저들에게는 이질감이 들겠지만, 그 이미지가 단 5분 만에 사라지고 게임에 자연스럽게 적응됩니다. 로켓은 더럽게 사납고 시끄러운데 신경질적인 반응을 하고, 드렉스는 이상한 포인트에서 진지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데다가 가모라도 중간중간 껴서 한두 마디 하죠. 그러다가 어김없이 "아이엠그루트!!"가 튀어나옵니다. 심지어 좀 거리가 떨어졌더니 통신기로 떠들어댈 정도죠. 시끄러운 별종들입니다.

플레이어는 이렇게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정신없는 팀을 이끄는 스타로드, 피터 제이슨 퀼로 모험을 진행하게 됩니다. 시작부터 우주 평화와는 거리가 먼 약간 불량한 일을 하지만 그들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러려니 하게 되면서 어느새 게임에 동화되는 자신을 볼 수 있죠.

▲ 티격태격 싸우고 서로 의심하고, 불만있으면 바로 표출하는 모습이 매우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그들은 금지구역에 갔다가 작은 사건을 일으키고, 노바 콥스에게 걸려서 벌금을 물리고 벌금을 착실히 버는 게 아니라 또 대충 낼 생각으로 사기 치려다가 실패합니다. 그 와중에 벌금을 나름대로 착실하게(?) 훔쳐서 튀다 보니 또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이게 알고 보니 나비효과로 엄청난 일이 되어서 작은 사건이 아니었던 겁니다. 별것 아닌 걸 건드리고 대충 무마해 보려다가 결국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데, 이러한 흐름과 전개가 극초반부터 정말 쉴 새 없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그렇게 가디언즈는 12년 전 은하계 전쟁으로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아 주겠다는 이상한 사이비 종교 집단, 범우주적 진리의 교회의 음모에 맞서게 됩니다. 이들은 '믿음의 힘'으로 은하계 행성들을 교화하고 있죠. 결국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소련에서 쏘아 올린 위대한 싸이오닉 능력견 골든 리트리버의 의뢰로 본격적으로 사건에 뛰어들게 되죠.

▲ 특유의 억양까지 잘 살린 더빙-자막은 참 훌륭했습니다.

이 즈음에서 한 가지 되돌아봐야 할 건, 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오픈월드처럼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시점에 스토리를 진행하거나 돌아보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정해진 흐름대로 흘러갑니다. 대신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선택지에 의해 세세하게 대화가 바뀌고, 열람하거나 되새길 수 있는 정보들이 산재해있죠.

크게 보면 선형적 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해서 세세한 전개 과정이 바뀌는 식입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로켓은 좀 집어던졌다고 내내 삐쳐서 툭하면 딴죽 걸고 토 달고 있고 드렉스는 이상한데 집착합니다. 가모라도 자꾸 쏘아붙이는 데다가 아이엠그루트까지 튀어나오죠. 피터 퀼이 이들을 이끌고 어떻게든 뭔가 해보려고 한다는 게 참 용하다는 느낌이 들려고 했었던 느낌이 들 시점에 또 피터 퀼도 한 성깔 하는 만큼 선택지가 점점 이상하게 갑니다. "이래도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은 이럴만하다고 느끼는 게 참 재밌습니다.

이를 읽고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컨셉 잘 살렸네"라는 감상이 절로 떠오르게 만듭니다. 등장하는 악역들도 나름대로의 캐릭터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악역의 매력이나 캐릭터성 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디언즈'의 매력과 캐릭터성이 폭발합니다. 그러면서 틈틈이 튀어나오는 신나는 올드 팝을 필두로 한 템포 빠른 OST가 어우러져서 플레이어를 정말 모험의 핵심으로 머리채를 잡아끌고 갑니다. 길을 찾고 잠깐 돌아다니는 여정이 휴식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죠.

거의 플레이어가 키를 잡고 게임의 방향을 이끄는 게 아니라, 키를 잡았더니 "어어? 이게 아닌데...?" 하고 정신 못 차리다가 사건의 한가운데로 휘말린다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몰입도 하나는 훌륭하게 잘 만든 구성을 보여주고 있고, MCU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의 B급 감성과 문제아 컨셉을 기막히게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없이 끌려가 와중에도, 결국 '모험'의 핵심에는 플레이어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이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기묘한 밸런스가 맞아 몰입이 굉장히 잘되는데, 이는 그만큼 치밀한 구성과 연출을 보여주는 반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 선택지가 등장하고, 플레이어가 결정하면서 이야기를 만듭니다.

▲ 물론 선택에는 결과가 따르는 법이죠.



어드벤처라는 정체성, 그래도 구색은 갖춘 '액션'

▲ 진행중 QTE를 포함한 다양한 퍼즐요소 및 선택지가 등장합니다.

어드벤처 중심의 게임이기에, 플레이어는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상황을 맞닥뜨립니다. 기본적으로 길을 개척하거나 찾아나가는 과정은 일종의 퍼즐이며, 이는 점차 퀼이 얻는 능력들 및 동료들의 능력들을 활용하죠. 이는 생각보다 어렵지도, 그렇다고 생각할 것 없이 돌진할 수 있는 난이도도 아닌 적당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퍼즐을 푸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헤매고 있으면 피터 퀼의 마스크 바이저를 통해 안내를 받거나, 혹은 동료들이 투덜거리거나 훈수 두는 소리를 잘 들으면 진행에 큰 무리가 없는 느낌입니다. 동료들의 수다를 또 이런 식으로 하나 더 늘려놓았죠. 퍼즐의 형식도 단순히 길 찾기에 끝나지 않고, 빠르게 퀼이 대응해야 하는 퀵 타임 이벤트(QTE)도 있으며, 반대로 너무 빠르게 누르지 말고 천천히 타이밍에 맞춰 조작하는 등 상당히 세심한 구조로 짜여있습니다.


물론 사건에 휘말리다 보면 당연히 '전투'도 이뤄집니다. 전투는 3인칭 액션 형태로 진행되는데, 여기서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어드벤처 중심의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아쉽지만 스타로드가 종횡무진하며 적들을 물리치는 화려하고 손맛이 끝내주는 액션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PS5 기준 어댑티브 트리거를 활용한 엘레멘탈 건의 슈팅 감각은 뛰어나며 진동을 적극 활용한 편이라 슈팅 감각 자체는 즐겁습니다. 동료들의 능력을 활용하면서 점수가 올라가고, 적들을 하나씩 물리치는 과정 자체는 어드벤처 게임의 '액션'으로서는 합격점 수준입니다.

그러나 확실하게 짜임새 있고, 명확한 컨셉을 잡아서 액션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애초에 전투를 맞이하게 되는 상황도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없고 정해져있는 데다가, 액션도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퍼즐'에 가까워집니다. 올바른 능력으로 적을 무력화 시키고, 순간 대미지를 누적하여 쓰러뜨리고 파해하는 식이죠.

▲ 방심하고 긴장풀고 막 누르다간 지나가던 졸개 1번에게 크게 얻어맞습니다.

▲ 작전 타임!!!

추가적으로 전투를 진행하면서 게이지를 채우면 '긴급 작전 회의'를 열 수 있는데, 완전 B급 감성의 "작전타임"과 같습니다. "얘들아! 모여봐!"하는 순간 전황이 스타로드의 무대로 전환되며, 동료들이 지금 상황을 말하고 이를 격려하는 일종의 퀵-슬로우 타임 이벤트죠. 잘 싸우고 있는데 왜 부르냐며 투덜대기도 하고, 반대로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울상도 짓습니다. 이를 격려하거나 조금 진정시키게 되면, 능력 사용에 제한이 없고 무적에 가깝게 회복되며 대미지가 크게 증폭되는 일종의 '피버 타임'을 얻게 됩니다. 노멀 난이도 기준으로 이 피버 타임과 스타로드의 무적 능력 및 동료들의 능력을 잘 활용하는 게 전투의 핵심입니다.

의외로 노멀 난이도 기준으로, 스타로드는 매우 허약합니다. 업그레이드를 통해 능력치와 기술을 성장하더라도 멀리서 적들이 쏘는 탄환 몇 발에 실드가 다 사라지고 HP도 쭉쭉 까일 정도로 비실거리죠. 그렇다고 육탄전으로 돌진하면 잘못하다가 오히려 얻어맞고 도망가야합니다. 이런 다소 애매한 스타로드 피터 퀼의 능력도 충실히 재현됐죠. 게다가 동료들도 무조건 잘 싸우는 게 아니고 속박당하거나 쓰러지기도 십상이라서 신경을 좀 써야 합니다. 거기에 근접 전투에서도 적이 강하다면 QTE-STE 미니게임들이 등장해서 조금 피곤한 부분도 있습니다.

▲ 동료들의 능력을 활용하면 훨씬 전투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 이제 격려해서 잘 싸우게 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어드벤처 게임의 정체성이 강하다 보니, 액션에서는 다소 취향이 안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은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도 액션에서 보충이 된 부분이 바로 연출입니다. 어떻게 보면 액션과 전투 파트는, 스토리를 위해 '활약하는 연출'을 만드는 목적이라고 생각될 정도죠. 피니시 어택이나 능력 사용의 연출 면에서는 다소 과장되었지만 B급 감성이 살아있는 연출을 보여주므로, 액션은 플레이어가 직접 모험을 하고 있고 연대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감각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액션의 난이도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토리만 즐기는 유저들은 종횡무진 무쌍을 하는 가디언즈와 스타로드를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무시무시한 강적에 좌절하면서 헉헉거리는 멤버들도 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부분에서 세밀한 조정이 가능합니다. 우리의 스타로드가 쓰러져도, 다시 저장 시점으로 가서 시작할 수 있으니 큰 부담은 없는 편이었죠.

또한 피터 퀼의 성장 요소, 그리고 동료들의 능력 성장 등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성장 요소들도 어느 정도 신경 썼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스토리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구색'은 갖춘 액션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 어드벤처 게임에서 필요한 액션 요소들은 충족했지만, 그렇다고 컨셉이 '신선하며 흐름이 훌륭해 반복적으로 즐길 정도의 매력'이 있는 액션은 아니기에 아쉬운 점은 어쩔 수 없네요.

▲ 업그레이드 등 취사 선택으로 성장할 부분은 제법 있었습니다.

▲ 진행은 정해져있기에, 자유롭게 액션을 즐길 환경은 아닙니다.



훌륭하게 살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컨셉과 매력


계속해서 모험을 진행하고 이야기를 보면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정말 컨셉하나는 잘 만든 게임이라고 느꼈습니다. 한 성깔 하는 시끄러운 사회 부적응자들이 모인 팀이 사건을 헤쳐나가는 정신없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으며 플레이어도 같이 정신없게 만들어버려서 같이 휩쓸리게 만들어버립니다. 약간 의문이 들거나, 개연성에 다소 이상함을 느끼더라도 그냥 지나쳐버릴 정도로요.

초반부의 매우 빠른 전개를 겪다 보면 "대체 이놈들 뭐 하는 놈들이야?" 하고 당황하게 되면서도, 자연스럽게 사건에 휩쓸리는 가디언즈의 모습이 정말 컨셉이 잘 살아있었습니다. "그냥 평소의 스타로드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말이죠.

또한 묘사된 SF 요소들의 비주얼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해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세심하게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퍼즐을 풀고 길을 찾는 과정에서 부가적인 수집 요소들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이에 대한 대사 녹음도 꽤 잘 되어 있고 세심하게 설정을 짜둔 부분이 놀라웠습니다.

거기에 OST로 제작된 올드 팝과 신나는 음악들은 정말 분위기에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어울려서 매우 훌륭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걸 느낄 수 있는데, 바로 '스트리밍 모드'를 넣었다는 점입니다. 유명 올드팝부터 저작권에 걸릴 법한 음악들에 대한 저작권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둔 모드가 존재해서 아마 스트리머들의 관심도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디언즈들의 성격과 캐릭터성 묘사는 '완벽하다'라는 말 그 이상도 이하도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서 이런 개성이 드러날 정도입니다. 제가 설마 게임을 하다가 "냉장고 문 좀 닫고 다녀, 이 #$%들아!!"라고 소리칠 줄은 몰랐거든요. 또 어떤 놈인지 알아보려고 하니까 속 터지게 다 닫았다고 합니다. 그럼 우주 라마가 열어서 꺼내 먹었냐?

이런 사소한 것 하나에서 사람 신경 건드리는 요소까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멤버들의 무심함과 반항아적 기질, 그리고 엉뚱함과 지기 싫어하는 모습까지 '유쾌한 별종'들의 면모가 전부 다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은 사방에 뿌려놓고 쉴 새 없이 대사와 상호작용, 스토리로 쏘아댑니다. 플레이어에게 필요 이상의 정보들을 주입시켜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게 만들어놓고 대가를 치르게 하기도 하며, B급 감성으로 이를 섞어서 내보내죠. 정말 말 그대로 MCU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의 컨셉이 잘 살아있는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비주얼과 사운드는 훌륭합니다.

이렇게 컨셉이 잘 살아있는데, 정말 아쉬운 요소가 하나더 있습니다. 바로 번역과 자막입니다. 대사량이 정말 방대하다 보니 자막의 싱크가 맞지 않거나 사라진 부분을 플레이하는 동안 매우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한국어가 아닌 타 언어의 듣기가 조금 되는 분들의 경우는 대충 어떤 말을 했고, 이런 대화가 있었구나 하고 이해해야 하는 상황을 매우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개성과 컨셉이 강조되어 있고, 사건의 전개가 매우 빠른 '스토리 중심'의 어드벤처이기에 자막과 번역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는 게임 장르에서는 치명적인 부분이죠. 다행히 용어나 명칭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어서 흐름을 깨뜨리지는 않지만, 세심한 대화 하나하나 신경 쓰게 해놓은 게임에서 이는 아쉬움이 너무 크게 다가왔습니다. 데이원 패치, 혹은 향후 패치를 통해서라도 수정되었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또 한가지의 걱정은 플레이어의 사전 지식에 대한 차이입니다. MCU를 기반으로 스타로드의 아버지를 셀레스티얼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전지식으로 미리 알고 있지 않은 이상은 사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존재하므로, 아무리 하이텐션 템포로 플레이어를 이끌어도 계속해서 의문이 남을 수 밖에 없겠죠. 또한 액션에 중점을 두고 평가를 하면 크게 실망스러운 게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죠.

반면에 코믹스의 팬들은 또 다른 '새로운 해석'으로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게임이며, 어드벤처를 중심으로 평가를 하자면 꽤 훌륭한 타이틀입니다. 새로운 해석을 통해 창조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의 개성은 플레이어가 정신 못차릴 정도로 확실한 컨셉을 잡았죠. 이들이 풀어나가는 사건 또한 빠른 전개 속에서도 명확한 중심과 목적을 잡아주기에 집중-몰입도가 높습니다.

물론 액션이 다소 아쉽고, 자막의 오류나 버그 등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몰입력이 뛰어나서 정말 재미있는 긴 드라마 한 편을 본 기분입니다. 스토리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이 취향에 맞으신다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매력적으로 플레이어를 이끌고, 또 정신없이 휘말리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게임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정말 즐겁게, 피터 퀼과 가디언즈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지금 다른 것보다도 냉장고 문 안 닫은 놈이 누군지 더 궁금하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