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DNA로 다시 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3는 그 하나만 똑 떼어놓고 보면 분명 역사 기반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사에 자신의 이름을 온전히 새길 만한 힘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대항해시대를 시작으로 산업시대를 거쳐 제국 시대에 이르기까지를 제대로 끄집어낸 시뮬레이션은 몇 없고 그중에서도 RTS는 정말 찾기 힘들죠. 그렇다고 게임이 허술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적당히 복잡하고 알맞게 간편한 게임 플레이는 쉽게 배우고, 익힐 건 많은 게임이었죠.

하지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라는 긴 레일을 생각하면 먼저 달려간 열차가 너무나 멋지긴 했습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는 RTS 역사 전체를 둘러봐도 한 손에 꼽을 훌륭한 만듦새로 길이 남을 평가를 남겼습니다. 아무리 잘난 동생도 형이 이러면 덜 잘나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죠.

그리고 15년이 넘게 흘러 그 후속작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홈월드, 워해머 던 오브 워,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등 자기 색이 뚜렷한 렐릭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4를 개발하죠. 당연히 발표 초기만 해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가 렐릭풍 RTS로 변할 거라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렐릭은 멋진 배우처럼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4를 다뤘습니다. 배우가 자신의 얼굴로 다른 이의 삶을 토해내듯 렐릭의 기술은 살리되 특유의 분위기 대신 시리즈 최고로 꼽히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의 DNA를 제대로 이식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면 이런 선택이 고전의 그늘에서 몸을 숨기는 '안주'가 아니라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한 데 더 가깝다는 걸 알 수 있고요.


게임명: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4
장르명: RTS
출시일: 2021. 10. 29.
개발사: 렐릭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
플랫폼: 스팀 / MS 스토어

관련 링크: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4' 오픈크리틱 페이지


이것은 다큐인가 캠페인인가(나쁜 뜻 아님)

역사를 다루는 게임에서 캠페인은 게임을 다루는 개발진의 사상이나 방향성이 드러납니다. 같은 이야기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거든요. 삼국지만 해도 승자의 기록서로 역사를 보는지, 아니면 패망한 국가의 도전과 역경을 다루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되는 것처럼요. 괜히 조조가 마왕으로 그려지는 건 아니겠죠. 그리고 이걸 어느 시점에서, 어떤 사료를 따르느냐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4는 논란이 될 수 있는 요소에서 한발 빠져 이야기를 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큰 시나리오인 4개의 캠페인은 꽤 많은 분량을 담아냈습니다. 윌리엄 1세와 해럴드 2세가 맞붙은 헤이스팅스 전투를 시작으로 100년이 넘는 기간을 다루기도 하고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백년 전쟁으로 근대 역사의 서문을 그리고 있죠. 여기에 몽골 제국과 몽골이 역사 전체에 큰 멍에를 안긴 루스인들의 이야기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렐릭이 이들 역사를 대하는 방식은 어느 한 쪽의 시선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저 무덤덤하게 기록 자체를 기반으로 펼쳐집니다. 이건 몽골과 루스인의 이야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몽골 제국의 확장은 서구권 사람들에겐 곧 침략과 수탈의 시기로 다가오고 직접 도시가 피해를 본 동구 유럽에선 동서양 교류의 시발점이 된 긍정적 평가보다는 학살자로서의 인상이 더 강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게임은 그저 기록을 따라 상황을 설명하는 나레이션이 이어지며 마치 여러 편으로 나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구성을 취합니다. 물론 플레이어가 한쪽을 직접 조작해 게임을 플레이하기는 하지만 플레이의 결과가 곧 역사적 결과와 맞닿아 있으니 이걸 어느 한 편에서 해석했다고 보기는 어렵고요.

그리고 캠페인 영상도 퍽 인상적입니다. CG나 배우들의 재연이 아니라 오늘날 실제 장소 위에 실루엣 정도로 그 당시의 모습을 슬쩍 그려넣는 수준입니다. 캠페인 완료 시 얻는 당대 기술이나 병종 영상도 오늘날 그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로 꾸려지는데요. 이것만 보면 지금 보고 있는 게 게임 컷신인지, 히스토리 채널인지 영 헷갈릴 정도죠.

▲ 캠페인 클리어 후 얻은 기마 궁수 영상. 인벤 로고를 지우고 히스토리 채널을 넣어도 위화감이 없을 영상

역사 자체에 충실하다 보니 극적인 부분이 줄어 인물 하나하나에 몰입하기는 힘들긴 합니다. 대신 역사 전체의 주요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이만한 연출이 없습니다. 제작진 역시 재해석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역사 논쟁을 피할 수 있고요.

사실 이렇게 역사 자체에 집중해서 얻은 가장 큰 이득은 거대한 전쟁은 물론 전투 양상도 실제 역사와 더 비슷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 캠페인의 첫 미션인 헤이스팅스 전투에서부터 이런 점을 잘 느낄 수 있을 텐데요. 보병을 길게 늘인 잉글랜드의 병력과 언덕 아래에서 넓게 잉글랜드군을 포위하고 위장 후퇴로 진형을 깨부순 노르망디 공국군의 전투는 역사를 안다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하게 그려집니다.

▲ 거짓 후퇴로 해럴드의 군사를 잡아낸 센락 언덕에서의 전투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나레이션이겠죠. 서로 자국의 언어로 말하는 병사를 제외하고 게임 속 해설은 모두 음성 더빙까지 이루어졌는데요. 캠페인 영상에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할 때만이 아니라 캠페인 도중에서 게임 외적인 역사와 상황을 시시때때로 알려줍니다. 실시간으로 이것저것 조작해야 하는 RTS에서 이런 해석을 자막으로 보고 있을 여유가 많지는 않겠죠. 게임을 해본 입장에서 말한다면 '이렇게 귀에 직접 때려 넣어주는데도 모를 거야?'라고 말하는 듯 이야기를 쑤셔 넣습니다.

음성을 통한 해설은 앞서 말한 개개인의 서사에 따른 몰입도 부족을 전체적인 흐름으로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 있다기보다는 이걸 살짝 들춰본다는 느낌으로 말이죠.

▲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지는 캠페인 영상



특수 유닛과 이름만 다른 문명이 아닙니다

캠페인이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을 이해할 수 있고 시대의 발전에 따라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을 알려주긴 합니다. 그만큼 손을 쉴세 없이 놀려야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캠페인을 독파한 후 즐기게 될 스커미시(사용자 생성 게임)와는 플레이 방식 결이 다릅니다. 각각의 상황과 준비된 재원이 있던 캠페인과 달리 스커미시는 마을회관 하나로 시작해 상황에 따른 생산과 전투가 더 중요하니까요.

이렇게 스커미시에 도움이 되는 전략과 게임 플레이 방식은 앞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손자병법을 통해 익힐 수 있습니다. 일종의 튜토리얼 개념인데 게임 속 경제부터 전투까지 실제 활용 요소가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죠.


간단하게 게임을 익힌 후 시작하는 게임은 앞서 말했듯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3에서 좀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에 가까워졌습니다. 나무나 식량, 금을 캐면 알아서 자원을 올려주던 일꾼들은 다시 채집한 짐을 가지고 마을회관이나 비축 건물로 돌아와 자원을 저장합니다. 없어졌던 석재도 다시 추가됐죠.

사실 자원을 가지고 돌아오는 게 뭐 큰 차이가 있겠냐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처럼 본진 건물을 기준으로 꾸준히 자원을 캐는 방식이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진 소규모 자원을 소비해가며 얻는 게임 특성상 저장 건물의 적절한 배치, 그리고 무방비한 일꾼을 지켜주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머리를 쓸게 그만큼 늘었다는 거죠.

▲ 방벽 밖은 위험해

자원의 수급은 더욱 강력해진 방벽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물론 이전 시리즈에도 도시를 지키는 성벽과 이를 오갈 수 있는 성문은 존재했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이걸 파괴하기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근접 병력의 경우 횃불로 나무 목책이나 건물을 비교적 빠르게 깰 수 있다지만, 원거리 병사로 방책을 부수는 건 정말 하염없이 긴 시간이 걸립니다. 목재처럼 완전히 소모되는 자원이 고갈된 후에는 방벽을 확장해 지킬 것인지, 아니면 불안하지만 일꾼을 성벽 박으로 내보내 새 자원줄을 얻을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죠.

물론 식량 같은 경우에는 농지를 짓거나 양을 마을 안으로 데려와 비교적 안전하게 얻을 수 있겠지만, 잉글랜드처럼 이게 더 높은 효율을 가지는 문명도 있고 몇몇은 효율이 떨어지거나 아예 불가능하기도 하죠.

방책이 튼튼한 만큼 초반 난전 상황을 잘 넘기기만 하면 탄탄한 방책으로 시간을 벌고 안정적인 자원을 채취하는 게 가능합니다. 후기 시대에 더 강력한 문명이라면 더 효과적일 테고요. 대신 병사들이 충차를 만들거나 공성무기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는 시기부터는 잔뜩 움츠러들 수만은 없습니다. 공성병기의 효율이 상대적으로 더 강해지며 이들이 포위망을 두른 순간 도시가 함락되는 건 머지않은 일이 될 겁니다. 이때는 요격 부대에 대한 고민과 전략을 세우고 몸을 더 앞으로 기울이며 공격적인 플레이가 요구되는 시기기도 합니다.

▲ 공성병기 없는 보병은 바위 앞의 메추리알

성벽, 건물의 방어력과 함께 비교적 간단하게 처리했던 병종 간의 상성도 다시 깊이 고민하게끔 돼 어느 몇 종의 유닛만으로 게임을 끝내는 일은 쉽지 않게 됐습니다. 생산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더 낮은 가격의 병사에게 상성이 맞물려 더 쉽게 쓰러진다면 이는 곧 손실과 패배로 이어질 테니까요. 기본적인 튜토리얼과 손자병법에서도 이걸 강조하고 있기는 한데 궁병, 기병, 보병, 그리고 창을 들었는지 검을 들었는지까지 그 세부 병종을 고민해 플레이하도록 구성됐습니다.

속도가 다른 여러 병종을 하나로 묶어 움직이면 발을 맞춰 느린 유닛에 맞게 이동하니 전략적인 플레이를 생각한다면 여러 유닛을 그룹별로 조작하는 게 맞긴 합니다. 하지만 여러 병종을 전장으로 데리고 나갈 때는 자칫 속도가 느린 궁병이나 공성 유닛이 쉽게 끊길 위험이 있을 테니 한 그룹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죠.

개발진 역시 이런 플레이 방식을 알고 있다는 듯 그룹 내 유닛별 선택을 UI로 체계화시켰습니다. 한 그룹은 유지하지만, 그 안에서 필요에 따라 즉시 원하는 병종만 선택해 궁병은 고지를 점령하고 기병은 적의 뒤를 급습하는 플레이를 해낼 수 있죠. 보기 좋은 UI 역시 중요하지만, 이렇게 게임 플레이에 유기적으로 녹아드는 인터페이스가 속도가 중요한 RTS에서는 더 중요하겠죠.

그렇다고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의 인터페이스가 '구리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필요한 정보를 하단에 몰고 단축키로 쉽게 구분하도록 하며 더 깔끔한 느낌이 들죠. 대신 자원이나 인구수 같은 정보를 아래로 몰아넣어 모니터 화면이 크다면 아래 진영에서 위 진영으로 갈때 한눈에 자원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정도가 아쉬울 정도네요.


잠시 설명했지만 8개의 문명별 차이는 홈 시티를 제거하고도 꽤 크게 그려졌습니다. 특히 단순히 특수 유닛이나 보너스 수치로 구분을 두었던 것과 달리 근본 플레이 방식을 바꿀 요소들을 몇몇 집어넣었습니다. 크게 보면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인게임에서의 빌드나 게임 방식을 전혀 다르게 가져가야 할 요소들도 있죠.

앞서 설명했듯 잉글랜드는 제분소 주변의 농장을 강화해 식량을 성내에서 안전하게 모을 수 있고 델리 술탄은 위대한 학자를 바탕으로 자원 비용 없이 기술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세금 형태로 금을 건물에서 거두고 신성 로마 제국은 종교적 열의가 유닛의 강화까지 이루어냅니다.

▲ 스커미시의 지도 생성 옵션은 다채롭게 준비

그중에서도 루스인과 몽골은 다른 문명과는 다른 플레이 방식이 눈에 띄고요. 루스인은 삼림 연방이라는 특색에 맞게 목재 수급량이 높고 목재 근처에 오두막에서 금을 얻기도 합니다. 또 초반 식량 수급인 사냥의 효율도 높죠. 여기에 목재 방벽의 내구도가 높고 보다 강력한 목조 요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문명보다 한 시대 먼저 기사 유닛을 뽑을 수 있으니 초반 공격과 방어와 모두 튼튼합니다. 그만큼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는 거죠.

공개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은 몽골의 플레이는 더욱 독특합니다. 이미 완성된 건물을 해체해 옮길 수 있는데다 다른 건물을 공격해 자원을 약탈할 수 있습니다. 또 석재 생산지 위에 건설하는 돌 제단 주변의 건물은 특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고 생산 능력도 2배가 됩니다. 대신 농장은 건설이 불가능하고 성벽도 못 지어 도시를 안전하게 지킬 힘이 떨어집니다. 집 없이도 인구수가 200으로 자유롭지만 플레이는 자원 근처로 핵심 시설을 옮기거나 공격 속도를 높여 약탈하는 방식의 플레이가 강요됩니다.

정식 출시 전이라 멀티 플레이를 통한 세세한 밸런스까지는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대신 각 문명의 차이로 스커미시 하나하나의 게임 플레이가 다채롭게 느껴지며 비슷한 플레이 감각이 주는 지루함을 덜기엔 최적의 문명 특성이라 할 수 있죠.

▲ 건물을 해체해 옮길 수 있는 몽골, 대신 방벽이 없어 동맹의 보호가 필요하다


다만, 손자병법의 전체적인 수 자체는 모자라 문명별로 특성을 익히기에는 직접 스커미시에서 맞고 터져가며 배우는 수밖에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네요.


부족하지만 이해해줘야 할지 고민되는 그래픽

게임적 만듦새는 훌륭합니다만, 처음 시선을 끄는 힘. 즉 플레이어들이 마주하는 시각적 만족도는 생각보다 부실합니다. 물론 이전 작품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진 건 확실합니다. 4K 해상도에서 화면을 확대하면 보다 사실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 애니메이션부터 수풀 사이로 살짝 물안개가 낀 모습 등 세밀한 디테일은 더 뛰어나 졌거든요. 선명도는 비슷한 장르 게임보다 앞서는 느낌도 들고요.

하지만 레이트레이싱을 통한 반사가 빵빵하게 들어갈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멋진 중갑옷의 디테일이 게임 플레이 내내 돋보일 게임도 아닙니다. 세부 오브젝트야 어쨌든 줌 아웃 상태에서 즐기는 게임 상황에서는 밋밋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리고 리마스터인 결정판이 나왔다고는 해도 15년, 20년 전 게임과 비교해 낫다는 걸로 만족할 수는 없고요.

▲ 4K 해상도 이미지의 일부를 확대해보니

▲ RTS 임을 감안하면 디테일 자체는 살아있다

다만 게임의 장르적 특성을 생각한다면 최적화 단계에서의 고민이 있었으리라는 예측은 됩니다. 토탈워 같은 진형 위주의 싸움이나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의 시뮬레이션과는 달리 유닛 하나하나의 컨트롤이 꽤 중요시되는 게 RTS입니다. 자칫 승패 자체를 가늠하는 중요한 전투에서 프레임 드랍이나 끊김 현상이 발생한다면 앞서 자원을 모으고 병력을 생산한 시간 자체를 날려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고요.

AMD 5900X에 RTX 3080으로 게임을 진행해 낮은 사양에서의 최적화까지는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비교적 세부적인 그래픽 및 해상도 조절 메뉴로 프레임 안정화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묘하게 쪼개진 모션 탓에 무빙샷은 쉽지 않다

애니메이션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애니메이션 역시 유닛의 움직임 자체는 훌륭하지만 애니메이션이 이어지는 구간, 예를 들어 기병을 말을 타고 돌진하다 공격하는 구간에서 마치 움직임이 멈춘 듯 쪼개져 움직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달리던 기병이 큰 원을 그리며 적에게 돌진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이동과 공격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마이크로 컨트롤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죠.

과도한 비판 거리로 쓰일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럽다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중국의 Hwacha? 일단은 아닙니다

역사를 기본으로 하고 만들어진 게임인 만큼 우리나라 게임 팬들에겐 민감한 부분이 출시 전에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중국 문명의 공성 무기가 우리나라의 화차로 번역되어 일부 국가에서 선보였다는 점이죠. 우리 옛 역사는 물론 한복에 드라마 속 트레이닝복까지 자기 것으로 주장하다 보니 숨이 막힐 법도 합니다.

일단 앞선 버전에서 어떤 모습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출시 전 빌드에서는 논란이 된 'Hwacha' 표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해당 표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독일어 버전에는 해당 공성 무기를 꿀벌을 뜻하는 'BIENENNEST'로 표기하고 있고요.


한국어 버전에는 일와봉총으로 소개되는데 이건 일와봉전을 전차에 실어 다발 공격을 하는 가화전차에 가까운 무기입니다. 흔히 신기전 화차로 알려진 우리 무기가 오늘날 다연장 로켓과 비슷한 형태의 곡사포에 가까운 것을 생각하면 다른 무기로 보는 게 더 정확해 보입니다. 인게임 형태 역시 화차보다는 일와봉전 5개가 실어 묶은 전차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최초 8개의 문명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은 만큼 국내 팬들에게는 민감하게 보일 만한 요소이긴 합니다. 추가 문명으로 한국이 포함되어 한국 고유 무기로 화차가 출시된다면 자연스레 수그러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물론 일와봉총에 대한 잘못된 문구가 있다면 그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어 한국 문명의 추가, 혹은 정식 출시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 게임 속 일와봉총



게임 플레이에 다양한 변주가 이뤄지긴 했지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4의 큰 틀은 3편보다는 2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클래식한 RTS의 기본에 충실하고 익숙한 맛을 냅니다. 하지만 그 익숙함이 훗날까지 사랑받는 고전이라면 말이 다릅니다. 그래서 적당한 변화와 오늘날의 모습으로 갈고 닦아낸 플레이가 전혀 촌스럽지 않고 함께하는데 부족함이 없기도 하죠.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4는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 즐길 최적의 RTS 신작임은 틀림없습니다. 현대식으로 잘 만들어낸 명작은 그런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