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 OBT가 시작된 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로스트아크에게는 같은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수많은 변화가 있던 시간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만큼 초창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많이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과거의 모습을 꿈꾸는 추억의 섬에서 잠깐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요. 이 시간들을 지나왔던 분들에게는 다양한 추억을, 그러지 않은 분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기회에 과거의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합니다. 다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기에 이번에는 아이템 레벨 성장에 대해서만 다뤄야할 것 같네요. 알고 계시나요? 나 때는 말이야, 재련 성공이 100%였어. (엄밀히는 재련이 아니긴 합니다만...)


▲ 이제는 사라진 이야기, "나 때는 말이야"



■ 연마의 시작과 끝, 아크라시움

현재에 재련이 있다면 당시에는 연마가 있었습니다. 연마는 최대 5단계까지 가능했으며, 단계에 따라 아이템 레벨이 상승하는 식이었죠. 현재와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언제나 성공률이 100%였기 때문에 재료만 있으면 단번에 최대 단계까지 연마가 가능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다만 연마가 쉬웠다는 뜻은 아닙니다. 당시 어떤 장비를 연마하더라도 아크라시움이라는 재료가 공통적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아크라시움은 거래가 불가능한데다가,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매우 많았다는 점입니다.

매우 많은 것이 무엇이 문제였냐고요? 그 많은 것 중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레벨업이 느려질 수 있다는 부분은 상당한 압박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천천히 가도 괜찮은 성격일 수 있겠지만 주변 지인이 그렇지 못하면 서로 성장 속도가 달라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없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게임을 늦게 시작한 후발주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선발주자와 같은 콘텐츠를 즐기지 못하기도 했죠.


▲ 현재의 재련과 유사한 연마에는 아크라시움이 필수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 아크라시움은 다양한 곳에서 획득할 수 있었죠

▲ 초창기에는 서버에 30명만 진입 가능 했던 카오스게이트나

▲ 위치 찾기에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던 비밀 던전에서도 아크라시움이 나왔습니다

▲ 마리 상점 때문에라도 12시 전까지는 잠도 잘 수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해당 시간을 놓치면 끝이었거든요

▲ 문제는 그것을 매일 빠짐없이 해야했다는 점입니다




■ 제발 나와라! 운빨로 결정되는 성장

아크라시움을 통한 성장 방식은 얼핏 노력만 있으면 공평한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공평했던 것은 아닙니다. 연마 외에 드랍으로도 아이템 레벨 성장이 가능했기 때문이지요. 아이템 레벨 성장을 위한 장비 드랍을 노릴 때 카오스 던전은 빠질 수 없는 콘텐츠 중 하나였습니다. 카오스 던전 클리어 시 랜덤한 부위의 장비 및 장신구가 드랍되었기 때문이지요.

특이한 것은 본인 레벨에 맞춰 드랍되는 장비의 연마 단계가 결정되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부위가 랜덤이라 운이 없으면 성장이 막히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305레벨 투구를 착용 중이고 270레벨 상의를 착용 중이라 평균 레벨이 300 정도인데 305레벨의 투구만 계속 나올 수도 있었습니다. 카오스 던전 외의 다른 방법을 이용하려면 아크라시움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운에 기댈 수밖에 없었죠.

더 중요한 것은 장신구도 연마 단계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장신구는 연마도 불가능했죠. 비교적 획득이 손쉬운 카오스 던전 장신구들은 이름이 같았기 때문에 귀걸이와 반지 한짝을 다른 곳에서 구해야만 했습니다. 특히 주간 레이드 입장 전 마지막 관문이었던 타이탈로스에서 몇 단계의 장신구가 드랍되느냐에 따라 주간 레이드 입장 시기가 1~2주 정도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 당시의 카오스 던전 보상. 지금이야 잡템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중요한 보상들이었습니다

▲ 어떤 장신구가 드랍되느냐에 따라 주간 레이드 입장 시기가 달라졌습니다

▲ 필드 보스에서 좋은 장신구가 나왔다면 입찰 경쟁은 당연했죠



■ 내실은 선택이 아닌 필수! 확정 장신구를 향한 모험

이러다보니 확정으로 얻을 수 있는 장신구들의 중요도가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모코코 씨앗 350개를 모아 획득 가능했던 320레벨 제한 귀걸이가 있습니다. 모코코 씨앗 350개가 쉬운 일은 아니긴 합니다만, 50레벨 직후 아이템 레벨이 200대 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레벨 대의 귀걸이였죠.

이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고정 아이템 레벨인 장신구를 다수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모코코 씨앗 귀걸이와 달리 교환 제한 레벨이 있긴 했지만 유용한 것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를 얻기 위해 내실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워졌습니다. 각종 교환 재료들이 내실을 통해 얻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다만 당시의 내실은 지금과는 다소 달랐습니다. 섬의 마음은 획득률이 낮고 경쟁률이 높아 수집이 매우 어려웠으며 위대한 미술품은 중요도가 낮았습니다. 그나마 거인의 심장은 다른 둘 보다는 난이도가 낮고 장신구와 연관이 깊었으나, 쉽다고 볼 수는 없었지요. 푸른 눈의 칼바서스 신뢰 달성과 항해 활동을 통한 거인의 심장 3개가 가장 큰 고비였습니다.

현재는 사라진 재화들도 필요했었습니다. 코어 SG 7이나 고대의 마석, 떠도는 영혼, 검은이빨의 증표와 같은 것들이지요. 문제는 이 또한 수집 난이도가 높고 다른 유용한 보상이 있어 장신구를 교환하기에는 아깝긴 했습니다. 루페온의 인장이나 해적 주화를 사용한 교환이나 정령의 선물, 고블린 금화와 같은 섬 재화를 이용한 교환이 그나마 무난했던 기억이 있네요.


▲ 모코코 씨앗 350개 보상인 320레벨 귀걸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습니다. 650개의 카멘 카드가 눈에 띄네요

▲ 섬의 마음으로도 장신구를 얻을 수는 있었지만, 수집 난이도가 상상 이상으로 어려워 큰 의미는 없었습니다

▲ 제일 무난한건 루페온의 인장이었죠. 지금은 인연의 돌로 이름이 변경되었습니다

▲ 장신구도 그냥 주지 않고 모험물을 찾게 만들어서 교환권을 통해 다시 교환해야하는 악랄함을 보입니다

▲ 특정 던전에서도 고정 레벨 장신구가 드랍되었습니다. 발푸르기스가 잊혀지지 않네요



■ 효율이냐, 성능이냐? 생방, 생무, 뇌무 논란

현재는 장비의 종류가 다양하기는 해도 획득 루트는 사실상 고정되어 있습니다. 군단장 레이드나 어비스 레이드, 어비스 던전과 같은 식이죠. 그러나 초창기에는 다양한 루트로 다양한 장비를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섬의 마음을 모아 항해 세트를, 생활을 통해 생활 세트를, 가디언 토벌을 통해 레이드 세트를, PVP를 통해 PVP 세트를 얻을 수 있던 식입니다.

또한 각각의 세트는 서로 다른 연마 재료가 사용되었습니다. 아크라시움이 공통적으로 들어가긴 했어도 다른 재료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죠. 이외에도 조금씩 다양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PVP 장비의 경우 PVP만 하면 되기는 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매칭 대기시간이 5분으로 고정되어있었기에 연마에 필요한 투지의 증표를 획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PVP로는 아크라시움을 획득할 수 없음에도 동일하게 아크라시움이 소요되었죠. 아크라시움을 모으다보면 PVP할 시간이 자연스레 줄어들기 때문에 가장 인기 없는 세트였습니다.

레이드 장비 또한 인기가 없던 세트였습니다. 가디언의 위치가 항상 표시되는 망원경 효과를 포함해 가장 세트 효과가 좋았던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장비들은 연마 시 레벨이 20씩 상승하는데, 레이드 장비는 10씩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장비를 2배로 맞춰야함은 물론 보정이 된다고 해도 아크라시움 개수도 많이 필요했죠.


▲ PVP만으로는 레벨 제한을 넘을 수 없어 PVP 장비만으로는 성장이 불가능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 초반 레이드 세트는 효과는 정말 좋았지만 효율이 나빠 버려졌었죠


자연스럽게 생활과 항해 장비에 눈길이 쏠렸습니다. 항해 장비의 재련 재료는 각종 섬 콘텐츠에서 획득 가능한 섬의 파편이었으며, 생활 장비의 재련 재료는 각종 채집물에서 획득 가능한 재료들이었죠. 생활 장비 재련 재료의 경우 거래소 구매도 가능하다는 것이 큰 메리트였습니다. 이에 둘 중 하나 혹은 둘을 섞어서 레벨을 올리는 모습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문제는 400레벨 대부터였습니다. 아크라시움 I 대신 II가 사용되고 새로운 장비를 얻어야 했던 시기죠. 항해 장비는 상위 장비 획득 난이도가 높았던데다가 섬의 파편을 더 수급하기 힘들어서 도태되었기에 사실상 생활만이 남았었습니다. 또한 아크라시움 II는 굉장히 귀했죠. 모든 장비를 생활 장비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일부만 생활 장비로 만들고 다른 일부는 카오스 던전 장비를 구해야 했습니다.

논점은 생활 무기냐 생활 방어구냐 였습니다. 아크라시움 효율만 따지면 방어구가 당연 이득이었죠. 그러나 3단계 첫 레이드인 레바노스는 강력했으며, 이후에도 칼벤투스나 용암 크로마니움과 같은 벽이 계속 자리매김 했죠. 생활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적정 레벨에서 클리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따라서 성능이 좋은 생활 무기파와 아크라시움 효율이 좋은 생활 방어구 파가 나누어져 많은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4단계 레이드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해당 레벨 대에서 방어구는 어차피 빛의 심판자로 대동단결이긴 했지만, 무기는 생활 무기를 쓸 것인지 고정 레벨인 뇌속 무기를 만들어 쓸 것인지가 또 갈렸죠. 첫 발걸음을 생무로 하느냐 생방으로 하느냐에 따라 주간 레이드 진입 전까지의 성장 방식이 갈리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고 여러번의 업데이트를 통해 논란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죠.


▲ 성장 레벨 제한이 걸리는 PVP, 수집 난이도가 매우 높은 항해에 비해 생활의 메리트가 매우 높았습니다

▲ 생활 장비 연마에 필요한 스피다 광석이나 노토스 볼레이 등은 하위 재료를 구매하여 교환할 수도 있었죠

▲ 방어구에 비해 아크라시움이 많이 드는 무기. 거래가 불가능했던 '찬란한' 재료 또한 발목을 잡기도 했습니다

▲ 너프 전에 잡아보신분? 칼벤의 존재 때문에 생활 장비와 카던으로 중나까지 뚫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 생활 방어구와 생활 무기의 논쟁이 끝나가려 하니 뇌속 무기와 생활 무기의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 아크라시움의 몰락, 주간 레이드부터 시즌2까지

사실상 모든 논쟁의 중점이었던 아크라시움은 주간 레이드를 진입한 순간부터 아무 쓸모 없는 아이템이 되고 말았습니다. 최종 장비인 주간 레이드 세트는 물론, 추후 등장한 생활, 항해, PVP 전설 장비까지 모두 아크라시움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죠.

남는 아크라시움은 아바타를 위해 다른 장비를 연마하거나, 효율이 낮더라도 서브 캐릭터에게 넘겨주는 방식 정도로만 사용되었습니다만, 필수는 아니었습니다. 아크라시움이 필요가 없어지니 대부분의 콘텐츠들을 더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주간 레이드 이후로도 벨가누스와 흑야의 요호, 칼엘리고스와 같은 가디언들이 업데이트되었으나, 미미한 아이템 레벨 성장이 있었을 뿐 큰 변화는 없었죠.


▲ 위장 로브를 레이드에서 사용하고 드리블러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칼엘리고스

▲ PVP를 즐긴다면 필수품이었지만, 그 외에는 글쎄요...


이렇기 때문에 욘의 등장은 어찌보면 필연적이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100% 성공의 연마에 익숙했던 모험가들은 실패 확률이 생기고 골드만 있으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된 욘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초반에는 장기백도 존재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정말 상위 콘텐츠를 즐길 수 없는 상황도 발생했죠.

그렇다고 해서 골드만 있으면 정말 프리패스였던 것도 아닙니다. '안타레스의 악몽' 때문입니다. 재련 재료 중 하나인 안테레스의 토큰을 해당 던전에서만 얻을 수 있었는데, 드랍 확률이 매우 낮았으며 대부분 경매로만 획득이 가능했습니다.

게다가 안타레스의 악몽을 가기 위해서는 입장권도 필요했습니다. 이 입장권은 미궁이라는 던전에서 획득이 가능했는데, 미궁에 가기 위해서는 미궁 입장권도 필요했습니다. 미궁 입장권은 카오스 던전에서 획득이 가능했고요. 입장권이 거래 가능하긴 했지만, 자력으로 모으려 한다면 상당히 고된 일이었습니다.


▲ 지금 보면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이지만, 당시로는 실패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았죠

▲ 최소 몇백번을 잡아야 했던 안타레스의 악몽. 이게 최종 콘텐츠였습니다

▲ 경매를 제외한 기본 보상은 지금으로 따지면 수호강석 3개, 파괴강석 1개 정도겠네요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권을 구해 안타레스의 악몽을 간다고 해도 원하는 토큰이 나올 확률도 낮은데다가 경매에서 지면 획득도 불가능했습니다. 설령 골드가 많아 대부분 구매한다 하더라도 재련 확률이 낮아 토큰이 얼마나 필요할지 감도 오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악몽에 빠지게 되죠.

물론 다른 방법의 성장 방식도 존재했습니다. 생활과 항해로는 더이상 성장이 불가능했지만 PVP만큼은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죠. 비록 성장이 느리다 하더라도 6극을 달성해두면 매주 토큰이 들어오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무기만 PVP를 사용하고 방어구를 안타레스의 악몽으로 사용하는 방식도 유행했습니다. 소위 6극 공무원이라 불렸죠. 다만 PVP를 통한 성장 방식은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강제로 막혔습니다.

이와 같은 성장 방식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925레벨이 되어 계승은 가능해졌지만, 상위 미궁인 허영의 미궁과 상위 토큰 드랍 던전인 업화의 혈투장 등 던전 플레이 타임만 감소시켰을 뿐 구조적으로는 동일했습니다.

다행히 시즌2가 되면서 재련에 각종 보정이 생기고 토큰도 사라졌죠. 욘 초반 시기에 비해 재련 자체의 부담이 감소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재련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단점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시즌1 때의 연마를 그리워하는 모험가가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 무기만 섞어서 사용하면 괜찮은 효율을 보였던 PVP 장비

▲ 내 이름은 금강! 플레이 타임은 감소했지만 결과적으로 변한건 없었습니다

▲ 무기 재련을 하다보면 100% 성공인 연마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