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업데이트로 추가된 아브렐슈드의 '하드' 난이도는 특유의 어려움으로 큰 주목을 모았다. 노말 난이도에서 숙련된 모험가들조차 하향 이전 하드의 난이도에는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왜 아브렐슈드 하드는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기본적으로는 노말과 동일하지만, 던전의 구조가 변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아르고스 이후로 지나치게 높게 풀렸던 1,575 최대 레벨이 아브렐슈드 하드에 와서 적정 레벨 구간으로 정리됐고, 시즌 2 이후 처음으로 '피해량이 아프게 느껴지는' 던전이 등장했다.

현재 최종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브렐슈드 하드 5, 6관문은 보스의 강력한 공격만큼 대미지도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상위권 모험가들의 세팅이 다각도로 변화하고 있다.





▣ "맞딜"을 거부한다...레벨 '묶기'가 끝난 첫 던전, 아브렐슈드 [하드]

아브렐슈드 하드의 가장 큰 의의는 적정 아이템 레벨 트라이에 있다. 기존 '아르고스'부터 '아브렐슈드 [노말]'까지는 아르고스 장비에서 풀린 최대 아이템 레벨인 1,575로 모든 콘텐츠를 무난하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장비 레벨을 실제로 1,575레벨까지 올리고 아르고스나 발탄을 도는 모험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콘텐츠가 어려울 경우 장비 강화를 통해 보스의 공격을 무시하거나, 높아진 대미지로 난이도를 낮출 수 있었다. 실제로 1,445 권장 아이템 레벨인 발탄을 1,500이 훌쩍 넘은 캐릭터로 공략하는 것도 가능했다.

트라이하는 모험가들의 레벨이 저마다 다르다 보니 아르고스부터 쿠크세이튼까지 던전의 피해량은 적정 아이템 레벨 유저가 사망하지 않을 정도의 대미지가 최대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템 레벨을 조금만 올려도 보스의 공격이 아프지 않게 느껴진다. 적정 레벨을 초과해버린 캐릭터는 보호막이나 피격 이상 면역 스킬이 있다면 보스의 패턴 대부분을 맞으면서 공격할 수 있게 된다. 넓은 레벨 분포로 인한 대미지 제한으로 인해 '맞딜'하는 플레이가 '때리고 피하는' 플레이에 비해 너무 강력해진 셈이다.


▲ 100레벨이 훌쩍 넘는 차이로 도전이 가능했던 기존 콘텐츠들

▲ 광기 게이지, 욕망 게이지 등 피격의 페널티는 있었지만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군단장 레이드'에서는 발탄의 '낙사', 쿠크세이튼의 '광기 게이지' 등 피격의 페널티를 주는 기믹이 대거 추가됐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었다. 모험가들의 숙련도가 높아지며 위험한 패턴을 구분하여 맞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브렐슈드 하드의 경우 5, 6 관문의 권장 아이템 레벨이 1,560으로 높다. 트라이하는 시점에서 권장 아이템 레벨 이상을 갖추는 것이 어려워졌다. 물론, 여기도 고대 장비를 전부 갖출 경우 최대 레벨이 1,600대로 상승하기 때문에 앞선 던전과 비슷한 공략이 가능했지만, 기본 피해량이 높은 편이라 1,600레벨대 모험가라 해도 방심할 수 없다는 차이가 있다.

패턴 자체의 피해량이 엄청나다 보니 노말과 비슷한 보스가 등장함에도 체감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작은 패턴도 피할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크고, 기존에 무시하던 패턴을 새롭게 익혀야 한다. 보호막이나 체력/방어 계수가 뛰어난 캐릭터들도 패턴을 피해야 한다.


▲ 큰 패턴은 피격 시 거의 사망한다고 봐도 된다

▲ 작은 패턴도 겹쳐 맞거나 연타로 맞으면 위험해진다

▲ 서포터의 케어 없이는 노말과 같은 맞딜은 거의 불가능


또, 보스의 체력이 크게 상승, 트라이 파티 기준 대미지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도 던전 체감을 크게 바꿔놓았다. 기존 군단장 레이드는 헬 난이도 정도를 제외하면 '딜은 충분, 기믹 수행 우선'이었다면 아브렐슈드 하드는 '생존과 대미지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구조다. '피하고 때리는' 로스트아크의 기본에 충실해야 클리어가 가능한 셈이다.



▣ 변하고 있는 세팅 환경....방어에 신경써라!

기존에는 어떻게든 공격력이 높은 세팅을 하는 것이 다른 세팅보다도 선호도가 높았다. 일단 무기 20단계 재련을 달성하고 방어구는 15단계 정도로 세팅해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무기 중심의 재련이 당연했고, 공개 파티 등에서도 무기 재련 단계만 체크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포터의 경우 숙련도가 쌓이며 '중갑 착용' 등 방어적인 각인 대신 다른 보조적인 각인을 선택하는 식의 대세가 형성됐다.

하지만, 아브렐슈드 하드의 높아진 체력과 피격 피해량은 캐릭터의 세팅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 대미지가 부족하다 보니 딜러 쪽은 각인 등에서 방어 쪽에 투자하기 어렵긴 하지만, 방어구 강화나 방어구 품질, 고대 장신구 세팅을 통해 방어력을 최대한 늘리는 식으로 세팅을 바꾸기 시작했다. 특히, 고대 장비 세팅 기준 무기 강화의 비용이 높다 보니 무기를 20단계 정도에 멈추고 방어구를 18~20까지 재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세팅이 조금 더 유연한 서포터의 경우, 전문의 각인 등장 이후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던 '중갑 착용'이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3레벨까지 활성화하지 않더라도 고대 장신구를 이용해 1레벨 정도로 활성화하는 경우가 많다. 하드 5,6관문 기준 '전문의'는 거의 필수급 각인이 되었고, '신의 율법'이나 '빛의 광시곡' 같은 보호형 스킬을 요구하는 공격대도 많아졌다.


▲ 전문의는 준 필수급 각인이 되었고, 중갑 착용을 1레벨 정도로 활성화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 보호막을 0으로 만들며 받는 피해가 증가하는 하드 4관문의 투사체


▣ 방어도에도 '컷'이 있다? 아브렐슈드 하드에 대비하는 방법

패턴 하나하나가 아픈 아브렐슈드 하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 딜러 캐릭터 기준으로는 서포터처럼 방어적인 카드 세트를 쓰거나 각인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 아브렐슈드 하드는 그만큼 보스 대미지도 부족한 구간이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세팅을 유지하면서, 방어력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해결책은 바로 '방어구 재련'이다. 직접 공격력이 상승하는 무기와 달리 방어구는 주 능력치(힘, 민, 지)와 캐릭터의 체력, 방어력이 함께 상승한다. 대미지 측면에서는 미미하지만, 방어적인 측면에서는 제법 효율적이다.

최근 유저들의 실험을 통해 캐릭터의 방어도에도 공격력과 비슷한 '컷'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권장 아이템 레벨보다 낮은 방어구 레벨을 가지고 있는 경우, 보스의 피해량이 더 높아지며, 반대로 권장 아이템 레벨보다 높은 방어구 레벨을 갖추면 피해량이 크게 감소한다. → 방컷에 대해 알아보자by 애이불비

고대 무기 22단계 재련을 하고 방어구를 16~17단계로 재련하는 것보다, 고대 무기 20단계+방어구 18단계 재련이 비용이나 생존 측면에서 훨씬 유리한 셈이다.


▲ 하드 5, 6관문의 적정 방어구 재련은 18~19단계로 여겨지고 있다


다음으로 유용한 방어 세팅은 바로 방어구의 '품질'이다. 기존에는 서포터를 제외하면 적당한 품질로도 공략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하드는 약간의 체력 차이가 생존 여부를 가른다. 80대 구간까지만 품질을 올려놔도 크게 체감이 된다. 90품질대인 보라색 구간까지 품질을 올려두면 가장 좋다.

고대 장신구를 빠르게 맞추는 것도 유용하다. 고대 장신구는 부위당 체력을 유물 장신구보다 더 많이 올려준다. 고대 풀 장신구 세팅을 맞춘 것과 유물 5세트와의 차이가 큰 편이다.


▲ 가장 체감이 확실한 방어구 품질 작업

▲ 소소한 차이지만 고대 등급 장신구를 세팅하는 것도 좋다


끝으로 딜러와 서포터 간의 호흡을 맞추는 방법이 있다. 기존 콘텐츠에서는 레벨을 초과한 딜러 캐릭터들은 적당한 패턴을 맞아주면서도 자신의 물약으로 충분히 모든 공격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아브렐슈드 하드에서는 중요한 순간에 서포터의 보호막이나 피해 감소 스킬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빛의 광시곡', '신의 율법' 등 세이브에 특화된 스킬뿐 아니라, '윈드 오브 뮤직', '신성 지역' 등 소소한 보호막 스킬도 활용에 따라 크게 기여를 할 수 있다.

단순히 서포터가 모든 걸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딜러와 서포터가 합을 맞춰 서포터의 스킬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등 연계 플레이를 펼치면 던전 난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 중요한 순간에 서포터의 케어가 정말 중요한 던전이다


▣ 꾸준히 이어져온 '맞딜' 지양 기조...앞으로도 이어질까?

시즌 2 오픈 이후로 (구체적으로는 아르고스 이후) 로스트아크의 던전은 기본적으로 '때리고 피한다'에 충실한 형태로 등장했다. 다만 높은 최대 레벨로 인해 이것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군단장 레이드의 게이지 기믹이나 '낙사' 등의 특수한 사망 패턴이다. 레벨이 넓게 풀린 상태에서 그걸 구현하는 형태로 등장한 특수 기믹인 셈이다.

아이템 레벨 묶기가 끝나고 처음으로 등장한 아브렐슈드 하드는 시즌 2 이후로 거의 최초로 등장한 적정 레벨, 적정 피해량을 가진 던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던전 구조는 시즌 1의 가디언 토벌을 생각나게 한다. 높은 피해량과 대미지, 부족한 공략 시간 등 어려운 점도 있지만 때리고 피하는 기본 메커니즘에 충실하게 공략해야 한다는 장점이 있다.

보스의 높은 피해량과 체력은 노말 기준으로 무시하고 진행하게 되는 '몽환 혼란(회오리)' 등의 패턴을 정공법대로 진행하게 하고, 긴장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약간의 변화인데도 아브렐슈드 [노말]과 아브렐슈드 [하드]의 느낌이 완전히 다른 이유다.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높은 체감 피해량과 정공법에 가까운 공략을 유도하는 현재의 그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대미지도 부족하고 보스의 공격도 강력했던 시즌 1의 가디언 토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즌 1의 가디언 토벌과 달리 현재의 군단장 레이드는 복잡한 기믹 수행과 어려운 패턴, 낙사와 전멸 기믹 등 수행해야 할 것이 많다. 이와 함께 보스의 작은 패턴을 전부 회피하며, '생존'과 '대미지'까지 신경써야 한다. 시즌 1의 최종 콘텐츠에서는 브레이브 하트(부활 기회)가 있었기에 이런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또, 맞딜을 불가능하게 하는 던전 구조는 일부 클래스에게는 큰 불이익으로 다가온다. 전투태세 워로드, 디스트로이어 등 높은 체력 방어력 계수와 보호막 스킬로 보스의 공격을 막아내는 클래스들은 보스의 패턴을 전부 회피하기도 어렵고 '맞딜' 없이는 제 성능을 내기 어렵다.

'사이버 유격 줄이겠다'며 개발사가 의견을 피력한 만큼, 앞으로의 던전에서는 로스트아크의 기본 원칙에 충실하면서 피로도가 감소한 새로운 방식의 던전이 등장할 수 있겠다.


▲ 맞딜이 필요한 클래스도 일부 존재한다

▲ 노말 기준 거의 무시하는 피자 패턴은 하드 기준으로 전부 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