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30일) 열린 청강게임크로니클에서, 시선을 끄는 게임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도 일단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긴 했는데, 나름대로 잘 꾸준히 즐기는 액션-보스러시를 게임이었기 때문이죠. 솔직히 가볍게 즐기고 지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큰코다쳤습니다. 니드원이 출품한 '캣 픽 액스'는 꽤 높은 난이도를 지닌, 고난이도 액션 게임이었죠.

캣 픽 액스(CAT PICKAX)는 쉽게 말해서 귀엽지만 고난이도를 지향하는 보스러시형 액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참 귀여운 고양이 고고학자 '캐스퍼'가 되어 유적 발굴하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여기서 발견한 고대의 쥐 유적을 통해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여정을 함께합니다. 고고학자면 아무래도 유물을 발굴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캐스퍼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유적 수호자들을 다 깨부수면서 올라가는 비범함을 보입니다.


캣 픽 액스가 구현한 플레이의 핵심은 딱 세 가지라고 느껴졌습니다. 던지기, 피하기, 그리고 줍기죠. WASD, 마우스 왼 클릭, 스페이스바가 모든 조작입니다. WASD로 이동하고, 스페이스로 회피하며 마우스 좌 클릭으로 곡괭이를 던집니다. 이제 피하기와 던지기는 나왔죠?

바로 다음, '줍기'가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줍기죠. 힘차게 날아간 곡괭이는 청명한 소리로 적을 타격하고 하늘로 빙글빙글 돌아서 떨어집니다. 이 곡괭이를 다시 주워야 캐스퍼가 공격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L 모 게임에 놀라운 환호를 즐기는 검투사를 즐겨 하시는 분이라면 바로 게임 이해가 가능한 메커니즘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아, 저기 떨어지니까 저걸 주워야 공격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죠.


이 곡괭이를 줍는 게 핵심인 이유는 바로 이로 인해 귀여운 고양이 게임에서 악랄한 게임으로 돌변하기 때문이죠. 자연스럽게 곡괭이가 떨어지는 궤도로 플레이어가 이동하고 줍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도 적들의 공격이나 패턴 진행이 멈추지 않아서 복합적인 시야가 필요합니다. 가장 방심하기 쉬운 타이밍에 적의 공격들에 노출되면서 HP가 깎이기 일쑤죠.

그런데 공격에도 콤보가 있습니다. 제한 시간 내로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가고 싶으니 빨리 줍고 빨리 던지고 싶어서 조급해지니 더 잘 맞게 됩니다. 그래서 체감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죠. 이 구조가 기본적으로 귀엽지만 악랄한 고양이 고고학자를 만들어냅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 해내면 여기서는 이제 보상이 주어집니다.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에서는 랜덤하게 3개 중 한 개의 보상을 선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캐스퍼가 조금씩 더 강해지죠. 공격력과 이동속도, 회피 거리 증가와 회피 쿨 타임 감소뿐 아니라 곡괭이의 착지 지점이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유도하는 기능까지 플레이어의 선택입니다. 약간의 선택적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다고 볼 수 있죠.


몇 차례 일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보스전이 등장합니다. 앞서 설명한 기본 플레이를 바탕으로 보스전을 풀어가야 하는데, 보스들도 시간차 바닥 공격이나 방해 오브젝트가 등장하는 등 나름대로 공략점이 있어서 이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보스들이 여럿 구현되어 있지만 난이도가 매우 높아서 1스테이지에서 리타이어 당하는 방문객들이 부지기수였죠.

기본 플레이가 확실히 잡혀있고, 로그라이크 요소와 보스전까지 잘 구현한 '캣 픽 액스'를 요약하자면 귀엽고 악랄한 고양이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험난한 유적을 헤쳐나갈 방법은 곡괭이를 던지는 방법(폭력) 뿐이죠. 더 잘 던지고, 더 잘 피하고, 더 잘 주우면 됩니다. 실제로 개발팀인 니드원( 역시, 이렇게 '귀엽지만 고난이도 게임'을 의도했다고 합니다.


▲ 캣 픽 액스를 개발한 '니드원' 팀

Q. 먼저 간단하게 '캣 픽 액스'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캣 픽 액스는 2D 액션 보스 러시 게임입니다. 고양이 고고학자 캐스퍼가 절벽에서 떨어져 지상에서 올라가려고 쥐 유적으로 가는 모험을 담았죠. 이번 청강 게임 크로니클 현장과 함께 스토브에서 즐기실 수 있습니다.

게임의 개발 기간은 2학기부터 시작을 했는데, 실제 개발 기간은 2개월 정도입니다. 게임의 애니메이션은 스파인(Spine) 툴을 이용해 2D 이미지로 애니메이션을 구현했어요. 그래서 도트와는 조금 다른 감성을 느끼실 수 있고, 보관되어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좀 더 부드럽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게임을 개발하면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선은 짧은 기간 동안 개발하다 보니 핵심적인 재미, 코어 플레이를 찾는 게 힘들었습니다. 핵심적인 재미를 빨리 캐치하고 개발했어야 했는데 저희는 그 스텝에서 시간이 꽤 들어갔어요. 핵심적인 재미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서 캐치하고 어떤 시스템과 콘텐츠를 붙여나가고 개발해야 하는지를 잡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는 코어 플레이가 한 4주 차부터 잡혔던 것 같아요. 매주 크리틱을 진행하면서 그 부분에서 호되게 혼났죠. 그래서 "아, 이대로는 안된다"싶어서 서사적인 부분이나 그래픽적인 부분을 다 뜯어고치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초반에 많이 헤맸던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제외하고 2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그 부분까지 합하면 3개월 정도 된 것 같습니다.


Q. 이렇게 유저들과 직접 만나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험이 처음일 것 같은데, 소감은 어떤가요?

=저희가 초반에 갈아엎는 기간이 길어서 출품할 기회가 없었고 이번에 출품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졸업전시회에 맞추자고 목표를 잡고 개발했습니다. 그래도 게임을 플레이하시고 피드백을 들어보니 고치고 더 만들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네요. 예를 들어서 회피가 무적인데, 이걸 잘 모르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나 곡괭이를 찾기 힘들어하시는 모습도 봤어요. 그래서 이걸 좀 더 쉽게 안내해 줄 시스템들을 더 만들었면 좋았을 것 같아요. 일단 아직은 버그를 많이는 못 봤는데 하나 정돈 발견해서 수정하는 걸 목표로 잡고 있고요, 팀원도 동의하고 기회가 되면 게임을 더 다듬고 수정하고 해서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들고 보고 싶습니다.

사실 이렇게 전시하는 일이 많이 떨렸습니다. 그래서 "우리 게임 아무도 해보러 오지 않으면 어떡하냐"라는 마음에 굿즈도 준비하고 그랬죠. 그래도 막상 피드백을 들어보니 저희의 의도였던 '귀여우면서 어려운 게임'인 걸 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버그도 많이 안 나온 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귀엽고 어려운 게임을 의도하셨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게임이 상당히 많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스테이지의 경우는 의도치 않게 레벨 디자인이 뒤틀린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개발을 하면서 많이 하다 보니까 다들 익숙해져서 그런지 너무 쉽게 느껴진 것 같아요. 그래서 난이도를 조금씩 상승시키면서 테스트를 진행했었죠.

그런데 다른 팀과 같이 테스트를 해보니 그때부터 어렵다, 너무 어렵다고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깎아내기를 했는데도 그런데도 어려운 편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현장에서 플레이해 보는 분들 중에서 2스테이지까지 가시고 하는 분들도 있는 걸 보면 어려우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밸런싱 자체는 어렵지만 만족스럽게 된 것 같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게임을 개발한 후기, 그리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게임 개발이 쉽지 않은 과정인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학년 때 했던 프로젝트와는 달리 3학년 졸업 프로젝트는 훨씬 더 힘들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 저희 게임을 체험하러 와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재밌다고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팀도 잠도 많이 못 잔 상태라 빨리 끝나고 홀가분하게 잠을 잘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