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넥슨지티에서 개발 중인 전략 TPS '프로젝트D'가 알파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국산 전략 슈팅 게임이기에 꽤 기대하고 있던 차였죠.

동시에 걱정도 됐습니다. 개발사가 넥슨지티기 때문이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불현듯 5년 전에 서비스 종료한 그 게임이 떠올랐을 뿐이에요. 당시의 사건은 현재까지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으니 넥슨지티 입장에서도 차기작을 준비하면서 꽤 부담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여러모로 프로젝트D가 짊어지고 있는 무게감이 남다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FPS가 아닌 TPS를 채용하고 다양한 슈팅 장르 중 전략 슈팅을 선택한 프로젝트D는 과연 넥슨의 차세대 슈팅 게임이 될 수 있을까요. 슈팅 게임으로서의 차별점과 게임에서 강조하는 전략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타 슈팅 게임과의 차별점은?

프로젝트D는 폭탄전을 기반으로 한 5:5 전략 TPS 게임입니다. 각자 고유의 능력을 갖춘 8명의 요원 중 한 명을 선택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프로젝트D가 TPS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TPS는 주로 액션 게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움직임과 주변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상황 판단을 1인칭보다 더 빠르게 할 수 있거든요.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보기 때문에 3D 멀미가 덜하다는 장점도 있죠. 슈팅 게임에서 TPS를 채용한 사례가 없진 않습니다만, 보통은 PVP보단 PVE에서 많이 쓰입니다.

이는 적을 먼저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슈팅 게임 장르의 특성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죠. 1인칭은 오직 눈에 보이는 것만 담기 때문에 코너를 돌기 전 상황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순간적인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동체 시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엄폐물 뒤에서 안전하게 관측!

반대로 3인칭은 캐릭터의 뒤에서 바라보니 주변 상황을 다 볼 수 있습니다. 벽 뒤에서 시점을 이리저리 돌라면 벽 너머를 볼 수 있죠. 코너를 돌기 전 미리 적의 존재를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은 1초라는 짧은 시간에 승패가 나뉘는 슈팅 게임에서 엄청난 어드벤티지인 셈입니다.

프로젝트D는 미션 장소에 폭탄을 설치해야 하는 공격팀과 이를 방어하는 수비팀이 존재합니다. 수비팀은 안전한 장소에서 적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고 공격팀은 어디에서 대기하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수비팀을 경계하며, 나아가야 하죠. 1인칭이라면 수비팀도 적을 관측해야 하니 얼굴이라도 내밀 텐데 3인칭이라면 굳이 내밀 필요도 없습니다. 벽 너머에서 대기하다가 다가오면 빠르게 튀어나와서 쏘면 되니까 말이죠.

이처럼 시점의 변화 하나만으로도 수비팀에게 엄청나게 유리한 싸움이 돼버리고 이는 자칫 공수 밸런스가 중요한 폭탄전에서 불리한 싸움을 유도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온라인 PVP 슈팅 게임이 나왔지만, TPS보다 FPS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가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죠.

실제로 해본 프로젝트D는 공격보단 수비가 심리적으로 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벽 뒤에 자리 잡고 다가오는 안전하게 적을 관측하다가 대응하면 됐거든요. 하지만 게임을 계속하다 보니 왜 프로젝트D를 FPS가 아닌 TPS로 만들었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로 느낀 점은 입체적인 맵 디자인과 구르기, 파크루 시스템이었습니다. 알파 테스트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맵은 총 4개로 맵마다 특징이 뚜렷해 다른 지역에서 전투한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맵은 단순히 단층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높낮이가 존재하는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요. 5명이라는 제한된 인원이 전부 수비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 라인이 다양해 전투를 하다 보면 빈틈으로 파고드는 적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구르기와 파크루 시스템 덕분에 입체적인 맵을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수가 있었습니다. 구르기로 적의 공격을 신속하게 회피하고 파크루로 적당한 높이의 담벼락이나 난간을 넘어갈 수 있으니 전방만 주시하다가 옆이나 뒤에서 온 적에게 당하는 그림이 꽤 자주 나타났거든요. 또한, 수비에만 유리할 줄 알았던 3인칭 시점이 되려 잠입 중인 공격팀에게도 유리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밸런스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 생각보다 더 아픈 자기장, 피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는 자기장 시스템입니다. 프로젝트D는 라운드마다 형태가 달라지는 자기장이 있으며, 라운드가 시작되고 1분 20초가 남은 시점부터 조금씩 좁혀 들어오는데요. 뜬금없이 폭탄전에서 배틀로얄에서나 볼 법한 자기장이 등장해 처음에는 뭔가 싶었지만, 자기장의 존재 때문에 게임 플레이는 더 긴박하게 흘러갔습니다.

자기장은 공격팀보단 수비팀의 이른바 존버 플레이를 막기 위한 장치로 쓰입니다. 앞서 말했듯 수비팀이 벽 뒤에 숨어서 견제만 해도 공격팀 입장에선 섣불리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이런 대치 상황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게임은 지루해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자기장이 발동하는 순간 상황은 역전됩니다.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서 견제하던 적들 입장에선 자기장을 피해 나와야 하고 견제당하던 적들이 오히려 자기장을 피하려고 나오는 적을 견제할 수 있는 상황이 생겼거든요. 결과적으로 수비팀 입장에선 자기장을 신경 쓰면서 자리를 잡아야 하고 시간이 마냥 수비팀 편이라는 인식 자체를 바꿔버렸습니다.

▲ TPS기에 할 수 있는 예측샷

결과적으로 일반적인 폭탄전 슈팅 게임에 단순히 TPS만 넣은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플레이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게임의 구조가 불합리하지 않도록 탄탄하게 게임 시스템을 설계했고 플레이어의 숙련도에 따라서 게임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D는 충분한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됩니다.



전략의 깊이는 충분한가


폭탄전은 적을 더 많이 죽이면 승리하는 데스매치나 끝까지 살아남는 배틀로얄보다 전략의 비중이 큰 게임입니다. 적을 모두 쓰러트리는 것 외에 폭탄을 설치하고 터트리면 이긴다는 승리 요소가 하나 더 추가됐기 때문이죠. 수비팀은 공격팀이 올 법한 위치에 미리 기다리며, 적을 방어하게 되고 공격팀은 수비팀의 위치를 파악해서 쓰러트리거나 혹은 빈틈을 찾아 폭탄을 설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따라서 폭탄전을 메인으로 둔 게임마다 전략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마련해둡니다. 라이엇 게임즈의 '발로란트'를 예로 들자면 캐릭터마다 독특한 스킬을 제공하고 A와 B 지점을 연결하는 숏컷 등을 만들어 공수 전환에 교란을 주는 방식을 사용했죠.

▲ 동선부터 위치까지 다 볼 수 있다

알파 테스트에서 체험해본 프로젝트D는 개인보다 팀에 집중한 전략적 모습을 보였습니다. 먼저, 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핑 시스템과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맵에서 그림을 그려가며, 브리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했는데요. 핑 시스템은 간단하게 위치 이동부터 적 발견, 지원 요청 등 다양했으며, 핑을 찍는 방식도 굉장히 빠르고 간편했습니다. 게임 중 채팅을 치지 않고 핑 만으로도 충분히 서로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맵 브리핑 시스템은 미니맵에 선을 그려가며, 공격로 혹은 방어 위치를 팀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이었는데요. 생각보다 유용한 시스템으로 보였지만, 막상 이를 쓰기엔 전략 회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고 또 솔로 플레이에서 이렇게 그린다 한들 다른 아군이 제대로 듣지도 않는 상황이 발생해서 실제로 자주 써먹지는 못했습니다. 이 부분은 추후 게임 서비스가 이어지고 랭크전이 생기면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팀 업그레이드는 여유되는대로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때 이득이다

한편, 유저들은 라운드마다 50초 동안 상점에서 각종 무기와 도구, 탄약, 그리고 팀 업그레이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중 팀 업그레이드는 팀원이 공유하는 일종의 능력치 레벨로서 기본화기, 특수장비, 전술강화 3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3가지의 팀 업그레이드를 올리기 위해선 코인(게임 재화)이 필요하며, 레벨이 높아질수록 개인이 감당하기에 벅찬 수준의 코인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팀원이 균등하게 코인을 투자해 팀 업그레이드를 구매해야 하죠. 업그레이드를 해금할수록 무기에 장착할 수 있는 부착물이 많아지고 탄약이나 방탄판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으니 팀의 승리를 위해선 반드시 힘을 합쳐 업그레이드해둘 필요가 있었습니다.

특히, 전술강화 5레벨 달성 시 해금 되는 저거넛은 미니건과 강력한 방탄 성능을 앞세워 특정 거점을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상대팀에 저거넛이 떴다면 단번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이를 잘 이용한다면 전략적으로 큰 효과를 보는 것이 가능했죠. 다만, 파쇄탄을 사용하는 적에게 취약하다는 점과 3000원이라는 비싼 값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전략적으로 쓸만하지 승패를 뒤엎을 무적의 치트키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 저거넛 달린다, 저거넛 쏜다!

코인은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일정치를 주고 게임에서 얼마나 활약했느냐에 따라서 추가로 더 받을 수가 있는데요. 적을 많이 사살한 유저라면 추가 코인을 받을 수 있고 또 연패한 팀에게는 연패 보상으로 코인을 더 주는 식으로 코인 밸런스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힘들게 번 코인을 온전히 자신에게 투자할 것인지 혹은 팀의 승리를 위해 팀원에게 투자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유저의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덕분에 솔로 플레이를 할 때는 이 부분에서 전략적인 느낌을 받기 어려웠죠. 나중에 파티를 짜서 플레이를 해보니 확실히 서로의 돈을 체크하면서 업그레이드를 빠르게 올리고 부족한 부분은 코인을 나눠가며 전략적인 성장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 고유 랩톤 외에도 공용 랩톤으로 추가 효과를 획득할 수 있다

물론, 개인의 능력을 강조한 시스템도 있습니다. 8명의 캐릭터마다 랩톤이라 불리는 고유의 시그니처 액션을 갖추고 있으며, 기절 상태에서 자력으로 일어나거나 짧은 시간 동안 이동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등의 효과를 제공합니다.

랩톤 효과가 지던 게임도 단숨에 이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진 않았지만 적절한 순간에 사용하면 개인 혹은 팀 전체에 소소한 도움을 주는 느낌이 컸습니다. 게임의 밸런스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했달까요.

시작부터 권총을 줘 총기 구맷값을 아낄 수 있게 해주거나 팀원의 구매 비용을 할인해주는 등 캐릭터마다 특징은 확실히 살아있어 어느 캐릭터를 선택해서 플레이할지 고민을 하게 만들기엔 충분했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게임

프로젝트D를 하면서 든 생각은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게임은 아니구나"였습니다. 앞서 말했듯 단순히 폭탄전에 TPS만 넣어선 이 정도의 재미를 줄 수가 없습니다. 맵 디자인부터 게임 시스템까지 설계해야 이처럼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길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그래픽은 최신 게임답게 멋졌고 최적화 역시 나쁘지 않았습니다. 게임 중 프레임 드랍이 일어나거나 끊기는 등의 불상사는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죠. 캐릭터의 모션이 자연스럽고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구르기와 파크루 등 역동적인 움직임을 자주 쓰는 게임이니 모션에 더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맵마다 안개나 모래 폭풍 등 전략적 부분도 괜찮은 편

물론, 게임을 즐기면서 부족하거나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진 않았습니다. 총과 관련해서 밸런스라던지 타격감이 가벼운 느낌이었고 TPS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특정 맵에선 공격과 수비에 의미가 없을 만큼 난전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수비 지역이 너무 개방되어 있으니 폭탄전 특유의 숨 막히는 심리전이 퇴색되기도 했죠.

다만, 어디까지나 알파 테스트 단계기 때문에 차후에는 이를 보완해서 출시될 가능성이 큽니다. 혹은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바뀔지도 모르죠. 아무튼, 세부적인 부분은 제외하고 알파 테스트에서 제공하는 빌드만 두고 본다면 당장 출시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첫 인상이 좋아서 그런지 앞으로가 기대되는 게임입니다. 이번 알파 테스트를 통해 게임의 잠재력은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넥슨의 꾸준한 서비스와 깔끔한 운영, 그리고 팀 전략 슈팅 게임으로서 유저들의 성숙한 게임 문화가 뒷받침된다면 롱런하는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