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럭무럭 자라는 총력전 분재 나무
(출처: 트위터 'coconutcorn' 유저)

분재란 무엇일까요? 분재는 이끼, 나무나 풀을 화분에 심어 작게 가꾸는 취미 활동 또는 그러한 활동으로 가꾸어진 나무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분재는 10만 원 선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제대로 가꿔진, 처음부터 계획한 분재라면 천만 원 정도의 어마 무시한 금액이 들어갑니다. 즉, 분재는 원래 고급 취미 영역에 가깝죠.

그리고 분재는 ‘게임’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바로 ‘분재 게임’이란 단어인데요.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캐릭터를 키워 성장하는 게임을 의미합니다. 본래 단어의 의미인 ‘나무나 풀을 화분에 심어 작게 가꾸는 취미 활동’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에도 쓰이는 이 단어는 빠르게 키울 수 없거나, 빠르게 키워도 보람이 적은 게임에 자주 쓰입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분재는 매우 비싼 취미입니다. 어린나무, 묘목을 처음부터 고정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키우기 위해서 손질 등의 수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죠. 작은 취미일지언정, 들이는 노력은 엄청나게 깊다는 것입니다.

▲ "왜지? 왜 내 분재는 크지 않는 거지?"
(출처: 트위터 'JAZZ JACK' 유저)

그래서인지, 이번 ‘블루 아카이브’에서 분재 게임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점차 변질 중입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분재ㅇ 게임’으로 불리고 있죠. 하루에 한 시간씩, 천천히 노력을 들여서 키워나가는 게임이 아닌, 그야말로 돈과 시간을 왕창 쏟아부어 순위를 높이고 캐릭터의 성장을 극대화해 점수를 경쟁하는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특히 일본 서버를 먼저 플레이한 유저들은 이러한 변화에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죠. 실제로 일본 서버에서는 이렇게까지 경쟁이 과열되진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지금 한국 서버에서 유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무엇일까요? 바로 ‘총력전’입니다. 순위에 들면 트로피를 포함해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죠. 특히 이번 총력전은 ‘시로/쿠로’. 신비 캐릭터의 육성을 마쳐놨거나 미리 대비를 해왔다면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보스입니다.

총력전은 총 4가지의 난이도로 노멀 / 하드 / 베리 하드 / 하드코어가 있고, 점수를 낼 수 있는 요소는 주로 시간 점수 / 보스 체력 점수 / 난이도 점수가 있습니다. 보스 체력 점수와 난이도 점수는 어차피 해당 난이도를 클리어하면 문제없이 획득할 수 있으니 사실상 경쟁 요소는 ‘얼마나 더 빨리 보스를 제거하는가’에 걸려있습니다. 시간 점수로 경쟁하는 것이죠. 이미 어떤 캐릭터 조합을 써야 할지는 정해져 있습니다. 오로지 더 빠르게, 더 확실하게 적을 섬멸하는 것밖에 남지 않았죠.


여기서 경쟁하는 사람들은 바로 ‘플래티넘 트로피’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하드코어를 그 누구보다 빠르게 클리어해서 시간 점수를 획득해 높은 등수에 오르는 것이죠. 근데 트로피는 말 그대로 ‘장식’ 중 하나입니다. 굳이 트로피를 얻지 않아도 되는 것일 텐데요. 어째서 자신의 시간과 돈을 쏟아부으면서까지 트로피를 따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번 총력전이 처음으로 열린 총력전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저번에 열렸던 ‘비나’는 베타에 가까워 사실상 경쟁의 의미가 없었죠. 반면에 시로/쿠로는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하기 위해서 in 10,000등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10,000등이면 자신도 들어갈 수 있겠다는 심리적인 안심감과 함께 첫 총력전의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겠죠.

다른 하나는 과열된 이 경쟁 심리 그 자체입니다. 사람과의 경쟁, 특히 게임 내의 랭킹 상위권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한국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익숙한 부분이기도 하죠. 게다가 중위권에 머물러 있는 유저들이 10,000 등으로 올라가기 위해 모아두었던 재화를 투자하는 광경까지 목격되었는데요. 이 때문에 안전권에 머물러 있던 유저들도 불안감에 휩싸여 더욱더 높은 점수에 목매달게 된 것이죠.

그 때문에 지금 블루 아카이브의 총력전은 1등 740만 점에서 20만 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720만 점이 9,000등~10,000등 사이가 되었고, 그 사이를 720만~730만 유저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점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플래티넘 트로피를 얻기 위해선 최고 점수 대인 700만은 물론, 720만 점을 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죠. 이렇게 되어버린 겸, 점수 경쟁을 포기하고 골드 트로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유저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 12월 7일 자, 블루 아카이브 매출 순위
(출처: '모바일인덱스' 2021년 12월 7일 자)

하지만 그래서일까요? 지금 블루 아카이브는 굉장히 크나큰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총력전이 종료된 12월 7일 기준으로 블루 아카이브는 원스토어 2위, 구글 플레이 8위, 앱스토어 28위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고무적인 성과를 보였습니다. 특히 원스토어의 경우엔 페이백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매출 순위가 상승한 원인으로는 유저들이 총력전에 온 힘을 쏟기 위해서 청휘석을 구매해 AP 충전, 장비 조각 파밍 등을 벌여온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 외에도 50,001등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골드 랭크 유저가 생기거나, 10001위로 떨어진 유저를 놀리는 유머가 생기는 등, 이번 총력전의 경쟁은 굉장히 과열된 상태로 종료되었습니다. 총력전을 딱 한 번 도전한 유저의 등수를 고려해 보면 이번 총력전에 참가한 유저 수는 최소 13만 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열기가 ‘다음 총력전’까지 가세될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적어도 다음 총력전까지는 열기가 지속할 것 같지만, 많은 유저가 이 끝없는 경쟁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과연 이 게임이 분재 게임이 될지, 분쟁 게임이 될지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 "in 10,000 유저분들, 같이 건배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