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제8회 게임문화포럼'이 유튜브와 이벤터스 웨비나를 통해 온라인 개최됐다.

게임문화포럼은 2017년부터 게임을 문화로 바라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행사다. 올해는 게임의 순기능과 역할을 주제로 WHO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화 이슈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분야별 국내외 전문가들의 강연, 그리고 포럼 분과위원 간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행사는 CHA의과대학교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김민영 교수, 한양대학교 한국미래문화연구소 정정원 상임연구원, 성균과대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의 강연과 게임 관계자 6인의 토론으로 이뤄졌다.

패널토론은 '게임이 문제인가. 사회 환경이 문제인가'에 대한 주제로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이재홍 교수와 정정원 상임연구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선임연구위원,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윤형섭 교수,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 전현수 대표, 인퇴의 게임이야기를 운영하는 정연진 유튜버가 참여해 자리를 빛내줬다.

▲ CHA의과대학교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김민영 교수

CHA의과대학교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김민영 교수는 '이 시대 의료적 입장에서 게임이란' 주제로 강연을 시작됐다. 김민영 교수는 뇌 전용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뇌 재활 치료의 목적에서 바라본 게임에 대해 설명했다.

김민영 교수는 "중독은 정의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게임 중독의 정의가 분명하지 않다. 게임과 게임 이용 장애가 같은 말이라고 볼 순 없고 이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과학에 입각한 진단의 근거 마련이 필수이며, 뇌에 비 가역적인 변화가 생기거나 혹은 그에 따르는 변화가 관찰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본격적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현재 기본적인 재활치료의 구성은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언어 및 심리치료로 나뉘며,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뇌 안에서 기능적 변화인 '뇌가소성'이 나타나야 한다고 전했다. 기존 재활치료법은 공간과 시간, 사람을 필요로 하므로 치료법의 한계가 있는 편이다. 특히, 효과적인 뇌 재활이 되려면 환자의 동기력이 필요하지만, 기존의 재활법은 제한이 많으므로 환자의 동기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김민영 교수는 환자의 동기력을 증가시키려면 재미와 보상, 신기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이를 게임이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재활 치료에 게임을 사용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의약품처럼 임상시험을 거진 디지털 기술, 디지털치료제는 세계적으로 보편화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게임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에 김민영 교수는 뇌 재활을 진행 중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VR 재활 치료를 시도해봤으며, 생각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강연 중에 언급한 환자는 왼팔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운동실행증 환자였다. 해당 환자는 기존 재활 치료보다 VR 재활 치료를 진행하면서 이전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으며, 환자 역시 VR 재활 치료에 더 큰 관심을 두고 계속해서 치료를 받고 싶어했다고 한다. VR 재활 치료를 하며, 가누기 힘들었던 왼팔의 수행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다.

한편, 김민영 교수는 VR 재활 치료를 진행하면서 안전성과 사용성, 치료적 유효성 등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고려해야 할 사항을 밝혔다. 특히, 치료적 유효성에서 필수적으로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봤으며, 결과적으로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뇌 재활에서 게임형 디지털치료제는 지속해서 개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많은 콘텐츠업계의 이해와 의료진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양대학교 한국미래문화연구소 정정원 상임연구원은 '게임 이용행위의 질병적 취급에 관한 소고(小考)'에 대해 강연을 시작했다. 정정원 상임연구원은 게임을 질병이라고 언급한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대체 어떤 식으로 진행된 것인지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정정원 상임연구원은 과거 국내 법률안으로 나왔던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등을 보여주며, 법률에서 언급하는 표현들에 기본적 원칙이 없다는 점과 부적절한 표현 등이 사용되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폐기된 볍률안을 계속 얘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지만 이러한 논의가 현재까지도 별다른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강조했다.

▲ 한양대학교 한국미래문화연구소 정정원 상임연구원

이어서 중독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내성과 금단이라는 두 가지 상태가 존재하며, 어떤 행동을 반복할 때마다 내성이 감소해 점차 용량을 증가시켜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마약류가 그러하다. 하지만 게임은 이런 형태가 성립하지 않는다. 정정원 상임연구원은 게임을 할수록 효과가 감소하거나 더 많은 게임을 해야 한다는 임상 결과나 과학적인 실험이 이뤄졌던 자료는 아직 찾아보지 못했으며, 게임을 그만뒀을 때 육체적으로 부작용이 오는 금단 증상이 나오는 것 역시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정원 상임연구원은 게임은 재미가 없으면 안 하게 되고 단지 그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독이라는 이름으로 과학적 입증이 되지 않았음에도 규범화되고 있고 게임 산업법에 이러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 자체가 큰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WHO는 국제질병표준분류기(ICD)라는 일종의 질병사전 개정안을 위한 회의를 이전에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게임중독은 '게임이용장애'라는 질병으로 분류됐다. 이는 2022년 1월부터 등재될 예정이다. 정정원 상임연구원은 이에 대해서 신기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많은 회의와 논의를 통해 결정되었을 텐데 공식적인 자료를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정원 상임연구원은 WHO의 발표대로 본다면 게임은 사회악으로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앞서 말한 부분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부분에서 합리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게임이 질병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 좌측부터 한양대학교 한국미래문화연구소 정정원 상임연구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선임연구위원,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윤형섭 교수,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이재홍 교수,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 전현수 대표, 정연진 유튜버

패널토론은 '게임이 문제인가. 사회 환경이 문제인가'에 대한 주제로 6인의 관계자가 참여했다. 첫 번째 토론 질문은 게임을 하는 이유였다.

장근영 선임연구위원은 게임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답했다. 인간들은 놀면서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행동 자체가 인류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인간성의 본성이 게임을 하는 것이고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현수 대표는 게임에는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고 장르마다 게임을 하는 이유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게임마다 제공하는 경험과 매력 요소가 다르므로 사람들은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행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성취감을 통해 사회적 교류를 도와주는 수단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두 번째는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의 다양한 시선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윤형섭 교수는 전통적 사고 때문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생긴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은 유달리 게임을 낮게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개방적인 생각을 가진 유럽과 달리 한국은 게임이 예술이라는 것에 대해 저항이 있음을 느꼈으며, 현재 게임은 문화 콘텐츠의 효자 산업으로서 산업 규모 또는 그들의 성과에 대해 대우를 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연진 유튜버는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용자에게 몰리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든다고 답했다. 게임은 흔히 성취감을 얻기 위해 한다고 하지만, 성취의 과정을 정하는 것은 게이머가 아닌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이며, 과정을 악의적으로 정한다면 게이머 입장에서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기업이 선량한 의도를 가지고 게임을 진짜 게임처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로 이용자들이 악의적인 의도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게임이 어떤 형태로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지, 그리고 왜 게임은 계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토론이 이어졌다.

정정원 상임연구원은 게임이라는 것은 뭐가 됐든 재미가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유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게임의 형태가 바뀔 것이며, 이와 관련한 법과 제도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