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월드오브워쉽 좋아한다. 알파 테스트 당시 대다수의 사람들은 본 적도 없는 한국 서버에서 플레이한 적도 있다. 건강검진 이후 워게이밍 게임은 자제하라는 의사의 권고로 잠시 쉬고는 있지만, 요즘도 가끔 생각날 때마다 배 타러 가곤 한다.

워해머, 역시 좋아한다. 사실 이쪽을 더 좋아한다. 워해머 시리즈는 판타지고 40K고 다 섭렵했고, 관련 게임도 웬만해서는 다 건드렸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별로 안 좋아한다. 하기야 하지만,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컴퓨터가 있고 콘솔이 있는데 굳이 핸드폰까지 게임용으로 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다.

그 와중, '월드오브워쉽 블리츠(이하 블리츠)'에도 워해머 40K 콜라보가 적용됐다. 아 이건 못참...... 아니 참을 수야 있지만 궁금하긴 했다. 때문에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좋아하는것 두 가지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한 가지. 민주적 사고관에 의거, 일단 한 번 해보기로 결정했다.

▲ 오

첫 인상은, 배가 좀 달라졌다는 것. 본편은 최초 콜라보 함선 2종이 모두 일본 전함 아마기 베이스였는데, 블리츠 버전은 다소 다르다. 카오스 소속의 'Ragnarok'는 여전히 아마기 베이스지만, 제국의 'Ignis Purgatio'는 독일 깃발을 달고 있다. 베이스 함선이 뭔가 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티르피츠 베이스인 것 같다. 8티어이면서 어뢰를 달고 있는 독일 전함인데다 무엇보다 생긴게 티르피츠처럼 생겼으니까.

▲ 티르피츠 베이스로 바뀐 제국의 'Ignis Purgatio'

▲ 이쪽은 여전히 아마기 베이스다

월드오브워쉽이야 수없이 플레이했지만, 블리츠는 처음이니 다소 긴장한 상황. 어차피 다 박살내버리기보단 체험 차원에서 접속한 마당이니 부담없는 봇전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함선은 아마기 베이스인 Ragnarok 전용 음성이 들어가있다는 말에 카오스 소속이니 반쯤은 괴물같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블리츠 초심자 입장에서는 전용 음성인지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평범하긴 하다. 뉴욕 골목에서 턱끈 풀어헤친 건설 안전모 쓰고 땀 한바가지 흘린 후 담배 한대 태우는 건설 노동자 정도의 느낌.

블리츠가 본편보다 재미있는 부분을 꼽자면, 역시 부포를 말할 수 있을 거다. 본편의 부포는 사거리 내에 적함이 들어올 경우 자동 발사되는데, 계란 후라이를 부칠 때 튀기는 기름방울마냥 저열한 명중률과 불똥 튀는 듯한 애매한 비주얼이 차밍 포인트다. 맘먹고 부포 세팅을 하면 또 다르긴 하지만. 여튼, 블리츠에서는 부포를 직접 사격할 수 있다.

▲ 가까이 붙은 구축함을 진짜 작살내버릴 수 있다.

'Ragnarok'의 발사 가능 부포는 총 20문. 블리츠는 본편 대비 재장전도 짧아 진짜 쉴 새 없이 포탄을 쏟아부을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를 재미있게 몰았거나 디모인, 우스터를 몰아본 이들이라면 느껴보았을 재미. 다만 사거리는 당연히 짧기 때문에 근접전을 벌여야 하는데, 이게 워낙 재미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배를 슬금슬금 앞으로 붙이곤 했다. 일반 게임에서도 그러다가 어뢰 두 발에 정신이 번쩍 들고 다시 뒤로 빠지긴 했지만.

'Ragnarok'의 함장인 'Arthas Roqthar the Cold'는 특수 스킬도 지니고 있다. 사용 시 최고 속도와 주포 정확도, 재장전 속도가 다소 빨라지며, 쿨다운은 60초. 게임 중 두 번 사용할 수 있다. 부포에는 해당 사항이 없으니 원거리에서 포격전을 벌일 때 사용하면 유용한 스킬. 최고 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포격 회피도 비교적 쉬워진다.

▲ 꽤 유용했던 함장 스킬

두 번째 체험 함선은 제국의 대표 함선인 'Ignis Purgatio' 티르피츠 베이스답게 좌우에 존재하는 4연장 어뢰 발사관이 특징이다. 전체적인 성능은 그냥 티르피츠. 블리츠의 티르피츠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본편의 티르피츠와 느낌이 크게 다르진 않다. 이쪽도 부포 수동 조작이 되긴 하는데, 일정 구경 이상의 부포만 수동 발사하는 개념이다 보니 150mm 이상의 6문만 직접 조작하게 된다.

▲ Ragnarok에 비해 조작 가능한 부포 수는 적은 편

이쪽 역시 함장 스킬이 존재하는데, 성능은 다소 애매하다. Ragnarok가 기동과 주포 화력에 집중하는 스킬을 지녔다면, 이쪽은 부포와 대공포의 사거리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개념. 직접 성능이 떨어지는 대신 보유량은 4개로 다소 많은 편이지만, 애초에 티르피츠가 대공이 그리 뛰어난 전함은 아닌 것으로 기억하기에 대공은 딱히 달라지는게 느껴지진 않았다.

부포 사거리 증가는 그럭저럭 쓸만한 기능. 티르피츠의 조작 가능 부포는 상대적으로 대구경이라 철갑탄 활용이 가능해 가까이서 까부는 구축함을 때려주기도 좋고, 전함이나 순양함을 근접 상대할 때도 제발 불붙어라 기도할 필요 없이 주포와 번갈아가며 시타델을 두들겨줄 수 있다는 점은 참 괜찮았다. 이 배를 몰 때의 가장 큰 문제는 모바일 조작에 익숙하지 못한 내 손가락 때문에 의도치 않은 무지성 운용이 되어버렸다는 점 정도였다.

▲ 운 좋은 날에나 볼 수 있다는 항모 옆구리를 전함으로 다 보네

전체적으로 평하면, 앞서 본편에 적용되었던 워해머 40K 콜라보에 비하면 조금 더 신경을 쓴 구석은 보인다. 펜양과 마인츠 기반의 함선도 추가된 본편에 비해 아직 이쪽은 두 종의 함선만이 추가되었지만, 아마기1, 아마기2로 스킨과 스킬만 달랐던 본편에 비하면 더 낫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걸 사야 한다 말아야 한다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한다. 구매 여부는 게이머 개개인의 선택이고, 지금은 해 본 결과 본편의 콜라보보다는 좀 더 나아진 느낌이라는 정도를 말하고자 함이니까. 그래도, 이거 하난 확실히 좋다. 온갖 애니메이션과의 콜라보로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상큼발랄한 워쉽 시리즈의 콜라보 사이에서, 워해머 40K는 홀로 고고히 빛나는 상남자의 별이다.

▲ 이 근엄함이 최고의 차밍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