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많은 게이머에게 매운맛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줬던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ALTF4'입니다. 전라북도 전주시에 있는 게임 개발사 '펌킴(PUMPKIM)'에서 제작한 플랫폼 장르의 게임으로 갑옷을 입은 기사를 조종해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것이 전부인 게임입니다.

그러나 게임의 주인공인 기사는 높은 방어력을 자랑할 것 같은 외형과는 다르게 날아오는 물고기의 펄떡거림 한 번에 쓰러지는 허약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점프를 조금만 잘못 뛰어도 바로 바닥에 널브러지는 모습은 마치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를 연상케 합니다.

이렇듯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허약함으로 무장한 기사의 활약으로 ALTF4는 수많은 게이머와 인터넷 방송인들에게 강렬한 인상과 고통을 남겼습니다. 지난 11월에는 정식 버전으로 출시하면서 다시 한번 매운맛을 선물하기도 했죠. 그 덕분인지 개발자님을 격하게 찾아뵙고자 하는 게이머들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물론 기자 역시 그중 한 명이었죠.

기자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정말 다행스럽게도(?) 올해 열린 지스타 2021 현장에서 펌킴의 김상원 대표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정상의 문제로 현장 인터뷰는 진행할 수 없었지만, 지스타 이후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첫 오프라인 행사를 마친 소감과 ALTF4의 정식 출시 과정, 그리고 펌킴의 행보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펌킴(PUMPKIM) 김상원 대표




Q. 안녕하세요. 지스타 2021이 끝나고 약 2주 만에 다시 뵙게 됐네요. 지스타가 끝나고 어떻게 지내셨나요?

- 지스타 후 지금도 쉬지 않고 달리는 중입니다. 12월에는 따로 준비 중인 게임의 스팀 사전 출시와 ALTF4 추가 콘텐츠 제작에 팀원들이 투입된 상태고, 저는 소원(SOWON)의 완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지난 11월 12일(금)에 ALTF4가 정식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정식 버전 출시 이후에도 유저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 앞서 해보기로 출시할 당시에는 게임의 볼륨이 작아서 죄송하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정식 출시 이후에도 많은 분이 즐겨주셔서 팀원들 모두 고생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유저분들께 감사합니다.

▲ 12월 8일(수) 기준으로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은 ALTF4


Q. 이번 지스타 2021을 통해 유저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를 가지셨는데 기분이 어떠셨나요?

- ALTF4를 처음 접하는 분부터 이미 클리어하신 분까지 다양한 유저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거대한 부스들 사이에서 심적인 압박이 강했지만, 우리가 만든 게임을 즐겁게 즐겨주시는 유저분들의 모습에 긴장이 풀리고 즐겁게 행사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트위치 스트리머 '쫀득'님이 행사장에서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한정 굿즈였던 닭 가방 인형을 받아 가시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 부스는 작은 편이었지만, 많은 유저들이 방문했었던 ALTF4 부스


Q. ALTF4의 정식 버전에서는 기존에 없었던 구르기와 아이템이라는 요소가 추가되었습니다. 이 요소들을 추가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 구르기는 타임 어택에 도움이 될만한 요소를 구상하다가 추가한 기술입니다. 구르기 중에는 방향 전환이 어렵지만, 이를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타임 어택에 큰 도움이 되죠.

아이템의 경우 정식 출시 두 달 전에 기획해서 추가한 요소입니다. 단순한 점프만으로는 게임을 계속 즐기기 어려우리라 생각했고, 유저분들이 여러 아이템을 사용해 자신만의 공략법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Q. 트위치나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슈퍼 플레이가 공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움직이는 장애물에 구르기나 점프를 사용해 먼 거리를 날아가는 슈퍼 플레이가 인상적인데요. 이런 플레이도 게임을 개발하면서 어느 정도 의도한 요소인가요?

- 그렇습니다. 저희는 이런 슈퍼 플레이를 통해 흔히 말하는 고인물과 초보자의 플레이 차이가 시각적으로 확연하게 보이길 원했습니다. 예를 들어 1, 3 스테이지의 발판 점프나 5 스테이지의 침대 점프는 기획 단계에서 이미 고려된 플레이입니다. 그러나 4 스테이지에서 닭을 이용한 구르기 숏컷은 저희도 몰랐던 방법이라 처음 봤을 때 많이 놀랐죠.

물론, 이런 슈퍼 플레이로 인해 '게임이 너무 빠르게 클리어되진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런 슈퍼 플레이를 구사해 클리어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괜찮으리라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런 슈퍼 플레이가 유저분들이 자신을 자랑할 수 있는 요소가 되고, 다른 유저분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해 마케팅의 선순환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 다양한 슈퍼 플레이를 통해 스피드런에 도전하는 유저들 (출처 : 쏴비TV Youtube)


Q. 정식 출시 이후에도 새로운 챕터 혹은 추가 콘텐츠 계획이 있으신가요?

- 크리스마스를 목표로 '헬 난이도' 맵을 추가로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흔히 말하는 항아리류 게임 중 최고로 어려운 맵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헬 난이도 맵의 제작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Q. 펌킴에서는 다른 프로젝트로 '소원(SOWON)'도 준비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원은 현재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나요?

- 소원은 제가 1인 개발로 계속 개발한 게임이다 보니 팀원들이 중간에 협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UI나 일러스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업을 1인으로 진행하고 있어 출시가 지연되는 것 같습니다. 12월까지는 개발을 모두 완료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하고 있습니다.


Q. 지난 7월 인터뷰를 통해 소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혹시 그 사이에 변경되거나 추가된 요소가 있을까요?

- 완성이 가까워질수록 부족한 부분이 계속 눈에 보여 캐릭터와 대사, 스토리의 전달력 등을 강화하려 노력 중이고, 로딩과 메인화면을 포함해 많은 부분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는 게임의 모든 요소가 게임 진행에 꼭 필요한 것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보니 소소한 재미나 볼륨감을 느끼기 어려워 이에 대해서도 개선 중입니다.



Q. 소원의 출시일은 언제쯤으로 예정 중이신가요?

- 지금까지 소원을 기다려 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1~2월 중에는 앞서 해보기라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을 함께 해주신 후원자분들은 벌써 약 2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셨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려 합니다.


Q. 소원은 개발자님이 오랫동안 준비하신 프로젝트로 알고 있는데 정식 출시가 된다면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소원을 처음 개발할 때와 지금은 많은 상황이 변했습니다. 처음에는 소원의 개발이 우리 가족의 운명을 건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소원을 통해 자신을 뒤돌아보게 됐고, 개발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죠. 그래서 지금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원을 완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소원을 정식 출시한 이후에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신가요?

- 저희는 ALTF4와 같이 볼륨은 작으나 저렴한 가격의 게임과 1년을 기준으로 제작할 게임의 개발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스타 이후 저희의 2022년 게임 개발 방향도 어느 정도 정해졌습니다.

먼저 'HANS'라는 게임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만화가 '한서경'님의 작품 'HANS'를 게임으로 즐기면서 간단한 퍼즐을 푸는 호러, 캐주얼 장르의 게임이죠. 처음으로 제가 제작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팀원분들이 제작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출시는 12월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약 3년 전에 제가 기획한 게임도 제작 중입니다. 폭력, 혈흔, 선정성, 약물 등 경고 사항을 전부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기획했는데, 지옥에서 악마를 대상으로 숙박업을 하는 호텔을 콘셉트로 잡은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게임이며, 혹여나 논란의 여지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인디 게임 회사인 만큼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부분을 우선시하여 게임 제작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 현재 중비 중인 게임 HANS는 12월 출시가 목표


Q. 개발자님을 격하게 뵙고 싶어 하는 유저들을 대신해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스타에 찾아왔던 분들과 펌킴의 게임을 기대하고 있는 유저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지스타를 통해 유저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이런 경험이 부족해 친절하게 응대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마음도 큽니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저희의 도전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두 멋진 연말 보내세요!

▲ 스릴, 사랑, 유머가 가득한 알뜨-에쁘-뽀와 함께 멋진 연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