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2021년 11월, 한화생명e스포츠는 스토브 리그의 불을 지필 또 하나의 연료가 될 거로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실제 움직임을 팬들의 기대, 염원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현재보다 미래에 더 중점을 두고 평균 나이 만 20세의 젊은 선수들로 로스터를 완성했습니다. 당장 내년보다는 보다 먼 곳을 바라본 듯한 모습입니다.

예상과 다른 모습은 여러 궁금증을 갖게 합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2022년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요? 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한화 본사가 위치한 63빌딩에서 한화생명e스포츠 김상호 사무국장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Q. 한화생명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은 지난해 월드 챔피언십 8강에 진출하며 창단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한화생명 내에서의 반응은 어땠는지 많이 궁금하네요.

저희가 한화생명e스포츠 팀을 창단할 때에 3년 안에 롤드컵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결과적으로 1년이 더 걸렸지만, 롤드컵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낸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저희가 낸 성과에 내부 평가는 물론이고, 그룹사 전체에서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내부에서 e스포츠를 활용한 이벤트가 많이 진행됐고, 브랜드 광고에 활용될 정도였으니까요.

다만, 힘든 고생 끝에 낸 성적에 대해 선수단, 감독, 코치 님들이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를 바랐는데, 팬들이 보내주신 응원과 기대에 저희가 부합하지 못해 질책을 받은 점은 아쉽기도 합니다.


Q. 한화생명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2022년 로스터가 발표됐는데요. 영입된 선수들에 대한 프런트의 평가가 궁금합니다.

단기적으로는 팬분들의 염려처럼 2022년 스쿼드가 2021년과 비교해 체급적으로 축소된 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내년은 저희에게 도전하는 한 해가 될 거 같습니다. 이번 영입은 한화생명e스포츠가 장기적으로 담원 기아처럼, 어리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함께 합을 맞춰 성장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Q. 가장 먼저 ‘두두’ 이동주 선수에 대해 궁금합니다. ‘두두’는 처음 데뷔할 때부터, 한화생명e스포츠가 엄청 아끼는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기대한 만큼 실력이나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는데요. 그럼에도 ‘두두’를 계속 신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선수들 중에는 촉망받는 유망주로 데뷔부터 꾸준하게 잘하는 선수가 있기도 하지만,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늦게 잠재력을 보이는 선수도 있습니다. 어느 케이스든 끝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의 공통점은 엄청난 연습량입니다. ‘두두’는 지금까지 저희와 함께한 선수들 중에 연습량이 독보적으로 가장 많습니다. ‘두두’ 선수의 노력을 보면, 조금 늦더라도 분명 해낼 거라고 믿어주고 싶습니다.

‘두두’가 지금까지 기복도 있었고 여러 실패도 겪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연습생 시절부터 한화생명e스포츠와 함께한 선수이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좌절하지 않고 꼭 성공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뷔스타’ 오효성도 한화생명e스포츠가 직접 발굴하고 키운 선수입니다. 올해 롤드컵에 다녀오면서 정말 많이 성장했고, 마인드, 소통, 프로 선수로서 자세 등 여러 면에서 내부 평가가 좋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저희와 오랜 시간 함께한 선수들이 성공할 때 저희 팀도 더욱 단단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한화생명e스포츠 프랜차이즈 선수 '두두-뷔스타'(사진출처: HLE)

Q. 반면 ‘온플릭’ 김장겸은 내년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들과 결이 많이 달라 보이는데, 어떤 생각으로 영입했는지 궁금합니다.

개개인의 퍼포먼스도 중요하지만 팀과 잘 어우러지는 선수도 중요합니다. ‘온플릭’은 다른 선수들과 잘 융화되고 팀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팀에 신인이 많은 만큼, 인-게임의 다양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온플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온플릭’ 선수도 올해 아쉬운 기억이 있는 만큼, 내년에 잘하겠다는 의지가 큽니다.


Q. 미드, 그리고 원거리 딜러 자리를 채운 ‘카리스’ 김홍조, ‘삼디’ 이재훈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스크림 결과를 보면 두 선수들 모두 평가가 좋은 편입니다. ‘카리스’는 무엇을 잘하고 잘할 수 있는지 신념도 확고해서 어린 선수답지 않은 모습입니다. ‘삼디’는 이미 LPL에서 검증이 된 선수고 잠시 주춤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당시 소속팀 서포터가 자주 바뀌어서 본인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 영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손대영 감독에 대해서도 묻고 싶습니다. 지난해 팀에게 월드 챔피언십 8강이라는 성적을 안겨줬지만, 팬들의 여론은 손대영 감독에게 호의적이지 않은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결과적으로 저희가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하고 8강에도 올라갔지만,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을 8위로 마감한 점에 대해 팬분들의 실망이 큰 듯합니다. 내부 상황을 보면 당시에는 누구의 탓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손대영 감독의 능력에 대한 팬분들의 불신은 저희의 소통이 부족해서 발생한 오해들이 쌓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손대영 감독은 전략과 운영 방향에 대해 많은 영향을 주고 있지만, 인터뷰나 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부분은 극히 일부입니다. 대부분은 전략, 운영에 대한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이라 편집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손대영 감독도 저희도 결과에 대해 선수들이 비난의 화살을 받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부분에 제한이 생기고, 그런 부분이 쌓여서 손대영 감독에 대한 불신도 함께 커진 듯합니다.

결과적으로 손대영 감독은 서머 스플릿 동안 불거진 어려운 문제를 잘 수습했고, 끝내 팀을 챔피언십 8강에 진출시켰습니다. 저희는 손대영 감독을 여전히 신뢰합니다. 지금 상황에 대해 손대영 감독이 가장 많은 압박을 느끼고 있고, 팀에 대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걸 알아서 저희도 특별히 감독님을 압박하진 않고 있습니다.


Q. 올해 스토브 리그는 어느 때보다도 혼란했습니다. LCK 소속 프로게임단의 입장에서 이번 스토브 리그는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역대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다양한 이슈들이 나왔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열된 양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걱정이 많이 되는 스토브 리그였습니다. 저희는 이번 스토브 리그에 들어서면서 단기적으로 바라보며 많은 돈을 들여 내년에도 성적을 잘 내는 걸 바라볼지, 아니면 좀 더 장기적인 시선으로 팀을 운영할지를 고민했습니다.

사실 프랜차이즈로 LCK에 들어오고 나서 시장이 과열된 것을 보고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선수 영입 비용의 인플레이션이 엄청나서 대기업인 저희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선수들의 인건비를 포함해 게임단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너무나 빠르고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선수들의 인건비를 포함한 게임단의 연봉 비용은 이미 2~3년 전에 프로 축구단을 넘어섰고, 이제 프로 야구단의 비용과 맞먹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그러나 게임단의 수입은 야구단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적을뿐더러 프로야구만큼의 마케팅이 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매년 많은 선수들이 FA가 되고 팀을 옮기는 상황이 반복되는 건, 저희가 목표로 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발굴과 게임단의 건강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선수들의 연봉이 높아지는 건, e스포츠 전체를 보면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실제로 탑 급 선수들의 연봉이 높아지면서 신인 선수들과 탑 급 선수들의 사이를 메워줄 중견 선수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저희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누군가는 원석을 찾아 보석을 만들고 유망주를 키우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년 우승을 목표로 이적 시장에 참여할 생각도 했지만, 고뇌 끝에 미래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이번 로스터를 완성하게 됐습니다.


Q. 2022년 로스터를 꾸린 이유와 방향성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그러나 이적 시장에서 보인 한화생명e스포츠의 움직임이 기대와 달라서 실망한 팬들도 많지 않을까요?

팬분들의 기대는 알고 있지만, 프로게임단이 매년 한 해 살이로 운영되는 건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한 팀이 되어 함께 성장해서 지속 가능한 강팀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담원 기아처럼 선수와 게임단이 챌린저스부터 함께 성장하여, 월드 챔피언십에 오르는 강팀이 되는 것. 저희도 그걸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고 이해해주시길 바라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프런트의 소통,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팬들과 소통하는 부분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팬들이 답답한 부분이 생길 때 저희가 해소해 드려야 하는데, 저희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부분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저희가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아니었고, 그럴 때마다 선수들이 받는 비난이나 공격에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수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저희가 소통을 많이 망설인 게 사실입니다.

저희의 본업이 보험이고 e스포츠를 마케팅을 위해 하고 있는 점도 영향이 있는 듯합니다. 금융회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이고, 금융에서 이슈가 나온 점은 쌓아온 노하우로 충분히 어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e스포츠 분야는 저희의 경험도 아직 부족하고, e스포츠 이슈가 본업에 영향을 끼치면 마케팅의 의미가 퇴색되기에 최대한 안정적인 운영을 목표로 해왔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팬분들의 모든 요구를 만족시키기엔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내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팬들과 소통할 예정입니다. 부족한 콘텐츠도 더 많이 채우고, 팀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하겠습니다.


Q. 2022년 한화생명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프런트는 어떤 노력을 하실 예정입니까?

첫 번째 단기적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다시 롤드컵에 진출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습니다. 두 번째는, 촉망받는 유망주 발굴과 영입으로 육성과 팀 성적의 밸런스를 만들겠습니다.

저희 프런트가 할 일은 선수들을 믿고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최고의 환경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수가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경기를 이동하고, 컨디션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한 치의 누수 없이 원활하게 만들겠습니다. 또, 내년에는 선수들의 멘탈 관리를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준비 중입니다. 경기 중에 긴장을 한다든지, 심리적으로 쉽게 불안해질 수 있는 선수들을 위해 관련 업체와 여러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선수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10개 프로게임단 중 가장 잘한다고 자신합니다. 이런 지원이 지속되면 한화생명e스포츠가 선수들에게 가고 싶은 팀,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촉망받는 유망주가 오고 싶어 하는 팀, 그리고 장기적으로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Q. 한화생명e스포츠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이번 인터뷰 자리를 빌려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팬분들께서 기대를 많이 하셨을 텐데, 이에 부응하지 못한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프로팀으로서 검증은 결과로 보여드리는 게 맞고, 그게 저희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쟤네 뭐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켜봐 주시면 저희가 가진 숙제를 풀어내어 보여드리겠습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이제 3년이 조금 넘은 신생팀입니다. 그렇지만 ‘e스포츠 산업 내에서 너희가 못하고 있냐’라고 물어봤을 때, 그래도 잘한 부분이 있고 잘해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해온 다양한 인프라 구축과 투자들은 자산으로 남아 언젠가는 팬분들이 알아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쌓아온 것들과 앞으로 해나갈 일들이 미래에 저희를 강팀으로 만들 자양분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구조가 완성됐을 때, 한화생명e스포츠가 우승권에서 내려오지 않는 강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