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2월 진행된 '던페 유니버스 페스티벌'에서 공개된 '던전앤파이터 듀얼(DNF Duel, 이하 던파 듀얼)'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신선함을 던져주었습니다. 한국에서 격투 게임을 만든다는 시도 자체가 굉장히 신선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요. PvP 기반의 액션 게임은 많았지만, 이렇게 직접 대전 격투 게임을 만드는 사례는 매우 드물었으니까요.

물론 첫 시도로 단독 제작이라면 걱정의 시선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겁니다. 격투 게임은 게임 장르 중에서도 매우 깊은 역사를 이어오면서 수많은 연구와 시도, 그리고 개발에 많은 노하우가 필요한 장르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세심한 밸런스 조정까지 필요하기도 하고요.

명작들은 배출해낸 잔뼈가 굵은 개발사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장르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는 도전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던파 듀얼은 첫 공개부터 많은 격투 게이머들에게 꽤 큰 기대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는 바로 네오플과 넥슨이 선택한 '공동 개발'이 적지 않은 영향이라고 할 수 있죠.

던파 듀얼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아크시스템웍스는 이미 격투 게임을 수십 년간 개발해오며 노하우를 갖췄고, 3D 그래픽으로 2D 감성의 멋진 연출을 재현해 내어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개발사입니다. '길티기어 Xrd'에 이어서 '드래곤볼 파이터즈', '그랑블루판타지 버서스', 그리고 최신작 '길티기어 스트라이브'까지 이러한 기술들이 적용되어 그래픽과 연출적으로 찬사를 받았죠.

그렇게 첫 모습을 드러낸 '던파 듀얼'의 모습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비록 사운드가 완벽히 입혀진 풀 트레일러는 아니었지만, 확실한 연출과 기본적인 격투게임의 형태를 잘 갖췄기에 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자, 그럼 우리가 이 '던파 듀얼'의 모습을 예상해 보면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개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던전앤파이터'의 팬들을 위한 게임


첫 번째는 바로 원작 IP가 갖고 있는 정체성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 즉 '던전앤파이터 팬들'이 끌릴만한 매력이 있는 게임인지가 중요합니다. 이러한 원작 요소의 반영은 그래픽적인 면이 많이 조명될 수밖에 없으며, 연출과 게임 시스템에도 이러한 요소들이 반영될 수 있다고 봐야 하겠죠.

현재까지(12월 7일) 공개된 캐릭터의 플레이 영상은 총 5종입니다. 버서커, 이단 심판관, 그래플러, 스트라이커, 레인저의 영상이죠. 공개된 캐릭터들의 외형은 현재 진각성의 모습이 아닌, 1차 각성의 외형을 띄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구현도도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던전앤파이터의 유저들이라면 플레이 영상을 보고,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공격과 기술을 보고 어떤 기술이다 하고 딱 감을 잡을 수 있도록요. 스트라이커의 경우 라이징 너클과 질풍각 등의 기술이 원작과 매우 유사하게 구현된 모습을 볼 수 있고, 거너의 윈드밀과 잭 스파이크 등도 레인저가 갖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원작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캐릭터도 많고, 기술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래서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고 전투 스타일을 확립하기에 어떤 기술을 담아야 할 것인지는 네오플과 아크시스템웍스 둘 모두에게 큰 고민이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도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으로는 원작의 팬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괜찮은 모습입니다.

상징적인 각성기도 빼놓을 수 없죠. 현재 공개된 영상들에서 보인 각성기들의 연출은 원작의 모습과 꽤 비슷하게, 그리고 추가적인 몇 가지 연출을 더한 정도로 다듬은 게 보입니다. 그만큼 개발팀이 원작의 액션과 모션을 많이 참고했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플레이어들이 '보는 재미'를 챙길 수 있도록 신경 쓴 점이 보입니다.

아직 5명의 캐릭터의 플레이 영상만 공개됐지만, 차후 추가적으로 캐릭터들의 영상을 공개하면서 조금 더 '던전앤파이터'의 감성을 던파 듀얼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원작의 DOT 그래픽의 감성은 아니지만, 현대적으로 새롭게 재해석된 2D 스타일의 그래픽으로, 아크시스템웍스가 자랑하는 훌륭한 그래픽으로 그려낸 모습은 감성을 자극하기 모자람이 없습니다. 그만큼 지금까지 공개된 캐릭터들의 영상에서는 확실한 '던전앤파이터'의 감성이 드러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 현재 플레이 영상이 공개된 5종의 캐릭터



2. '본격적인 격투 게임으로의 '던전앤파이터'


2D 격투게임은 3D 격투 게임과 다르게 횡 이동의 개념이 없습니다. 그래서 꽤 높은 '점프'를 통해 공중을 새로운 전장으로 만들고, 공격과 방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하고 공격자와 방어자는 이를 서로 심화하고 교란하는 심리전이 기본이 됩니다. 아크시스템웍스는 이미 이전 게임들부터 이러한 2D 격투게임의 핵심 공방 과정을 크게 발전시키고 심화시켰습니다.

그러한 노하우가 던파 듀얼의 플레이 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은 캐릭터의 기술들에 크게 좌우되는데, 이를 기반으로 캐릭터의 성향이 정해지곤 합니다. 2D에서는 기본적으로 거리의 이점이 매우 크게 작용하기에, 기본적으로는 근접형인 인파이팅, 그리고 원거리에서 견제할 수 있는 레인지가 가장 큰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좀 더 세부적으로 캐릭터의 타입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기준들이 생기게 되는데, 보통은 핵심적인 운영법이나 기술에서 타입이 나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기준은 개발사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모두 달라서 확정적으로 구분하기 애매한 경우가 있죠. 그렇게 캐릭터를 어떻게 분류하기가 난감합니다만 기본적으로 확실한 몇 가지 포인트는 있어 보입니다.

▲ 가드와 후리기(하단, 다운공격) 등의 공격 특징이 뚜렷한 걸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가드는 상단, 중단, 하단으로 나누어져 있고 점프 공격은 중단으로 작용되어 하단 가드 형태로 막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는 2D 격투게임의 기본이자 근본입니다. 공격을 가드해서 막을 수 있고, 공격자는 이를 뚫고 대미지를 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심리전을 펼치죠.

여기서 가드는 공격을 막지만, 잡기를 막을 수 없습니다. 대신 공격을 하면 잡기는 효과가 없죠. 잡기와 공격, 그리고 가드라는 3가지 요소가 서로 물리면서 2D 격투게임의 근본 공방이 시작됩니다. 던파 듀얼도 이러한 기본 공식 자체는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이며, 추가적으로 기상 낙법과 강제 다운 기술들이 있어 보이고 인퀴지터의 경우는 설치형 기술도 있어 '깔아두기' 심리전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통해 중-하단 공격의 이지선다와 점프 공격과 기상에 맞춘 정-역 가드 흔들기, 잡기or가드or공격이라는 무시무시한 심리전 등 2D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심리전은 존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기본 공식과 심리전 속에 무적기, 안전 점프(사겹), 기능상 구현될 수 있는 옵션 셀렉트 등에 대해서도 아크시스템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면이 있기에 조금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보여지고요.

물론 여기에 더불어 던전앤파이터 결투장과 유사하게 공중에서 추가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기술들이 있습니다. 중력 조절을 통한 콤보 이어가기까지 가면 너무 깊게 들어가긴 하지만, 기본적인 공중 추격을 통해서 확실히 콤보의 깊이는 어느 정도 존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핵심은 바로 코다니 료우스케 DNF 듀얼 디렉터가 언급했던 '본격적인 격투 게임'이라는 키워드입니다. 운에 의한 요소보다는, 플레이어의 심리전과 기술 연마의 역량을 겨루는 게 본격적인 격투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본격적인 격투 게임'이라는 키워드가 아무래도 '던파 듀얼'의 시스템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각성기의 연출도 빼놓지 않고 잘 만들어두었습니다.



3. 던전앤파이터 팬들에게도, 격투 게이머들에게도 사랑받는 게임이 될 수 있을까?


향후 격투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크시스템웍스 특성상 테스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 보정을 할 필요가 있고, 아직 시스템과 대한 룰에 대한 큰 틀이 공개되지 않았기에 판단을 내리기가 애매합니다. 그래도 예상을 해볼 수 있는 근거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크시스템웍스의 전작들입니다. 길티기어는 순수 아크시스템웍스의 원작 IP 지만, 그랑블루판타지 버서스나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원작이 있는 게임입니다. 이중 원작 게임 팬층이 있는 그랑블루판타지 버서스는 격투게임 초심자도 쉽게 입문할 수 있는 간단한 시스템을 채용했죠. 그리고 길티기어 시리즈 역시 지속적으로 초심자를 위한 시스템들을 마련하고 전체적으로 입문을 쉽게 하는 방향을 고수했습니다. 이는 드래곤볼 파이터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시스템 삭제나 변경으로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꾸준히 방향성을 고수하고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할 수 있죠. 던파 듀얼 역시 원작 게이머들이 있고, 원작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은 PC 기반 인터페이스와 조작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 화산섬 젤바, 헨돈마이어 전장.
그리고 이단심문관 각성기 연출에는 캐릭터 표정까지 잘 드러납니다.

던전앤파이터의 조작 방식 자체가 격투 게임과 매우 유사하다고 할지라도, 실제 게임에서 적용될 시스템들이 변수입니다. 무큐, 무색 큐브를 활용한 스킬들이나 슈퍼아머, 빠른 기상 등의 변수들이 많죠. 보정으로 인한 스턱 시스템은 격투 게임과 어울리지 않지만 어떻게 도입될지도 봐야 합니다. 스킬들의 쿨타임이나 위치에 따라 콤보가 변화하기도 하는 특성은 격투 게임에서도 상황에 따른 콤보 능력이 하나의 역량으로 간주되는 만큼 이는 괜찮아 보이긴 하죠.

이러한 여러 가지 특성들이 반영되어 다소 복잡한 시스템이 반영되면, 그만큼 높은 진입장벽이 만들어집니다. 격투 게임에 이골이 난 고수들도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초보들이 쉽게 적응할 수 없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무리수가 있어 보이긴 합니다. 입문은 쉽지만 마스터는 쉽지 않도록 방향을 잡는 현 게임의 밸런싱 메타와도 떨어져 있으며 초보 유저 유입을 꾸준히 바라는 격투 게임 제작 트렌드에도 동떨어지니까요.

무엇보다도 아무리 던전앤파이터가 격투 게임과 유사한 커맨드 입력식 스킬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한들, 격투 게임의 조작 방식 자체는 매우 어려운 편에 속합니다. 그렇기에 원작 팬들도 어느 정도 납득하지만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과 난이도가 들어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격투 게임은 냉정히 말해서, 전 세계적으로는 꽤 많은 팬층을 거느렸지만 그 숫자가 '메인 장르'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기에 던파 듀얼의 인기도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현재 유튜브 구독자 수를 살펴보면 오히려 던파 TV보다 DNF Duel 채널의 구독자 수가 앞지른 걸 볼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확고하게 이를 주시하고 있는 팬덤이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뭐, 격투 게이머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격투 게이머들은 신작이 나오면 어지간하면 다 해봅니다. 2D, 3D 가리지 않는 진성 격투 게이머도 있겠지만 보통은 대부분 한 번쯤 '찍먹'은 해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으면 더 즐기고, 사람이 적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떠나는 거고요. 그러나 어지간히 유저 풀이 쌓이고 대회나 매칭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꽤 오랫동안 즐기는 편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던파 듀얼을 꽤 기대하고 있습니다. CBT를 해봐야 알겠지만 예상보다 훨씬 좋은 퀄리티를 가진 플레이 영상들이 공개됐고, 던전앤파이터의 특징도 잘 살아있다는 점이 고무적이죠. 또 하나는 이미 비슷한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랄까요. '그랑블루판타지 버서스'라는 선례에서 던파 듀얼의 BM들도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분명 캐릭터 DLC(유료 캐릭터)와 시즌 패스, 그리고 배틀 패스 등의 BM들을 예상해 볼 수 있겠죠?

시대를 거치면서, 격투 게임 개발사들이 대전 환경을 개선해 놓은 점 역시 고무적입니다. 여러 격투 게임을 거치면서 개선된 대전 네트워크 환경에 대한 노하우 역시 '아크시스템웍스'도 탄탄하게 갖고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선된 시스템을 '길티기어 스트라이브'를 통해 보여줬죠. 이러한 시스템이 던파 듀얼에도 도입되는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실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많은 해외 격투 게이머 팬층도 있으니, 글로벌 단위의 매칭을 고려하면 충분히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 던페에서 새로운 내용들이 많이 공개됐으면 좋겠습니다.

던전앤파이터를 열심히 플레이할 때, 커맨드 입력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이거 격투 게임으로 나오면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격투 게임 커맨드와 매우 유사했고, 격투장을 즐기는 입장에서도 나름대로 서로의 심리전과 판정 싸움 등이 격투 게임의 경험과 유사한 경우가 있던 부분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DNF 듀얼'을 보면서 "와, 이게 진짜 나오나?"싶을 정도로 놀라움과 기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주요 플레이를 예상해 볼 수 있는 플레이 영상들 정도만 공개되었지만, 격투 게임에서는 대전 감각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들은, 원작 팬들에게도 격투 게이머들에게도 적절하게 어필할 수 있는 영상이라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넥슨과 네오플은 오는 19일 '던전앤파이터'의 종합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2021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을 개최합니다. 이번 던페의 이름은 '더 넥스트 띵'이라고 되어 있는 만큼 던파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IP들에 대한 소식들도 함께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이번 던페에서도 'DNF 듀얼'의 모습이 좀 더 세부적으로 공개돼서 더 많은 정보로 게임을 그려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격투 게임은 일반적으로 캐릭터가 5명~10명 사이에 테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꽤 있는 만큼, 새로운 테스트에 대한 소식도 공개되면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