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편에서는, 프로젝트 MOD가 무엇이고 어떤 것들이 준비되어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공모전용으로만 일부 공개된 상황이라서 여타 메타버스나 샌드박스 게임처럼 다양한 모드를 이리저리 긁어와서 엮기는 애매하지만, 10년 넘게 쌓아온 메이플스토리의 그래픽, 사운드 애셋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죠. 즉 다른 모드를 약간 개조해서 만드는 건 좀 어렵지만, LUA와 여타 메타버스 활용 경험이 있다면 오히려 무료 애셋으로도 현 단계에서 꽤나 그럴싸한 모양새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메타버스와 달리 2D 기반이기 때문에 처음 접하면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2D와 3D라는 차이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죠. 다행히 미리 준비된 애셋들이 오랜 서비스를 거쳐서 이미 검증된 터라 믿고 쓸 순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개발을 할 때는 하나하나 내부에서 한 번씩 다듬어줘야만 비로소 재기능을 하는 법입니다. 바뀐 개발 환경에서 이를 하나하나 검증해나갈 필요는 있다는 얘기죠.

다른 메타버스였다면 템플릿을 개조하는 방식을 언급했겠지만, 이전에 살펴본 바로는 템플릿은 외부에 노출된 스텟이나 맵 구조 정도만 바꿀 수 있고 게임 방식 자체를 아예 뜯어고치거나 전혀 다른 어떤 것을 추가하기가 어렵게 되어있습니다. 아마 현 단계는 공모전이 메인인 만큼, 템플릿 일부만 고쳐서 고만고만한 작품들이 나오는 것보다는 유저들이 직접 백지 상태에서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그 과정에서 피드백을 받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아예 아무 것도 없는 맨땅에 헤딩한다면 메타버스라고 하긴 어렵겠죠. 흔히 말하는 메타버스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 아니라, 유에서 새로운 유로 변화시키는 과정도 핵심이니까요. 이번에는 이를 위해서 메이플 애셋 외에 무엇이 준비되어있고, 또 어떻게 이를 다듬어가야할지 훑어보고자 합니다.



■ 상용 엔진 구조와 비슷하게 만든 프로젝트 MOD

▲ 초보를 위한 꾸미기 모드 템플릿은 내부 개조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로젝트 MOD는 메이플스토리의 애셋을 활용했다는 걸 전면에 내세운 메타버스입니다. 아바타뿐만 아니라 메타버스를 처음 하면 한 번 들어가보게 되는 템플릿창도, 메이플스토리 특유의 귀여운 UI를 참고한 흔적이 엿보이죠. 여기에 원작에 등장한 여러 스타일링 아이템을 활용해서 아바타를 꾸미는 기능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 공모전을 위해 일부 개방된 상태라 BM이 활성화된 건 아니지만, 여타 메타버스가 그렇듯 자신이 만든 모드나 애셋을 다른 이용자들이 사용할 때마다 지급되는 수수료나 재화 혹은 유료 충전하는 재화 등으로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은 템플릿 단계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하겠지만, 현 단계에서는 템플릿은 수치 변화나 몇몇 애셋과 맵 추가 정도밖에 지원하지 않아서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물론 단순히 한 판 가볍게 치고받는 게임을 만들겠다거나 기초적으로 어떤 것이 가능할지 보고 싶다면 템플릿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2D 게임하면 떠오르는 플랫포머, 프로젝트 MOD의 근본인 메이플스토리 같은 RPG, 그리고 PVP 세 가지는 기본 지원하기 때문이죠.

샘플 템플릿이 아닌, 처음부터 시작하는 프로 모드는 그에 비해서 상용 엔진에 훨씬 가까운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니티를 많이 써봤다보니, 레이아웃이나 구조가 유니티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그렇다고 해서 개발 느낌까지 유사하다는 건 아닙니다. 겉으로 보긴 비슷하지만, 세팅할 때 단축키 같은 게 좀 다르고 서버-클라이언트 구조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좀 낯설었죠.

▲ 유니티 등 상용 엔진과 비교했을 때

▲ 인터페이스가 비슷해서 엔진을 다뤄본 입장이라면 친숙한 느낌이 듭니다

▲ "어 뭐야 왜 타일맵 팔레트 없어"를 반사적으로 외쳤지만...지우개가 마우스 우클릭이라니 편의성 굿

그래도 유니티를 써봤다면 몇몇 용어들을 유니티에 맞춰 대입한 순간 구조 자체는 바로 눈에 들어옵니다. 유니티의 씬에 해당하는 맵, 그리고 그 씬의 레이어를 바로 볼 수 있는 맵 레이어, 하이어라키창은 없지만 이를 대신할 워크스페이스, 애셋에 들어있는 컴포넌트들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퍼티 등의 배치가 유니티와 유사하게 되어있습니다. 여타 메타버스는 콘솔창이 별도로 떠있거나, 플레이모드로 해야만 볼 수 있어서 불편한데, 프로젝트 MOD는 하단에 배치되어있어서 플레이모드에서 오류가 뜬 걸 다시 씬으로 돌아와서 체크할 수 있게끔 했죠.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메이플 애셋만 불러오는 게 아니라 해당 애셋을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스크립트 관리자까지 주기적으로 개발자들이 업데이트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여타 메타버스처럼 프로젝트 MOD의 기본은 유저들이 알아서 블록을 찾아서 차곡차곡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걸 이어붙여나가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메타버스는 오픈된 모드도 불러와서 밑그림을 수정하는 방향이었다면, 프로젝트 MOD는 모드의 안쪽은 개방되어있지 않되 대신 그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대부분 지원해주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겠죠.

▲ 왜 몬스터가 공격 안 하나 했더니 답안지가 따로 있었군요. 제가 성급했습니다 선생님

물론 스크립트 관리자에서 제공하는 것은 현재까지는 몬스터와 플레이어의 기본적인 행동에만 국한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스크립트를 받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그 스크립트를 적절히 넣는 건 유저들의 몫이죠. 앞서 메이플스토리 애셋은 다 있다고 했는데, 그게 정확히 말하면 겉에 스프라이트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리지드바디까지만 들어간 거지 나머지 공백은 결국 스스로 채워야 하거든요. 그렇지만 개발자 영상에서 하나하나 찾거나 복붙해서 편집까지 마쳐야 하는 스크립트를 개발자들의 검증을 마친 걸로 받아서 넣기만 하면 되니, 이런 부분에서 개발 난이도는 줄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기초적인 스크립트부터 로직까지, 개발자 가이드 훑어보기

▲ 그렇지만 개발에서 어찌 스크립트 지옥을 한 번쯤은 안 거칠 수가 있으리오 ㅜ

상용 엔진을 다뤄봤다면 LUA 언어를 사용한다는 거나, 몇몇 기능이 제한되고 단축키나 컨트롤 방식이 좀 달라졌다는 걸 빼면 프로젝트 MOD는 여타 메타버스보다는 친숙한 느낌입니다. 이를 다르게 이야기한다면, 상용 엔진을 안 써보고 메타버스만 하다가 프로젝트 MOD를 접한 입장에선 다소 낯설 수 있다는 것이죠. 메타버스도 메타버스마다 구조가 다르다보니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합니다.

상용 엔진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2D 한정에, 메이플스토리의 기존 애셋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편집해둔 상황이니 만큼 앞서 말한 엔진 관련 지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프로그래밍이나 TA 분야에 좀 더 정통했다면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임기응변으로 배운 것들이라 환경이 조금 달라지면 적용을 못하는 일이 발생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메타버스는 그간 3D가 기본이라, 다소 낯선 느낌도 들었죠. 심지어 2D 게임을 개발했던 적이 있는데도 그랬습니다.

▲ 사실 전작이 플랫포머라 다른 거 만들고 싶었는데

▲ 기획력 부족으로 이도저도 못하다 엉성하게 RPG 템플릿만 참고한 건 함정

메타버스가 개발자 지망생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사람들이 다루게 되는 것인 만큼, 프로젝트 MOD에서도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전편에서 말한 것처럼 제작 가이드를 사전에 준비하고 보강해나가면서 프로젝트 MOD의 구조나 각종 기능의 사용 방법을 익힐 수 있게끔 한 것이죠.

제작 가이드는 현재 프로젝트 MOD 공모전에 참석한 유저들에게만 공개되어있지만, 대략적인 구성은 기본 제작 가이드 - 응용 제작 가이드 - MOD 메이커 VOD 강의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아예 처음 개발에 손을 댄 유저를 위해서 제작 가이드의 활용법까지도 같이 수록되어있죠. 물론 스크립트를 작성할 때 빼놓을 수 없는 API 레퍼런스도 컴포넌트, 이벤트, 서비스, 로직, Misc 네 가지 항목으로 나뉘어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초보를 위한 제작 가이드 활용법까지 마련되어있습니다

기본 제작 가이드는 말 그대로 프로젝트 MOD의 가장 기초적인 구조부터 시작합니다. 전편과 앞부분에서 여러 차례 설명했던 워크스페이스나 맵, 월드 같은 개념부터 시작해서 객체, 컴포넌트, 프로퍼티 같이 개발 과정에서 알아두면 좋은 것까지도 설명이 되어있죠. 그외에 UI 부분은 메이플스토리를 했다면 친숙한 그 느낌을 어떤 식으로 구현해내야 할지 예시가 나와있어서 보기가 쉬웠습니다.

또 하나 프로젝트 MOD만의 인상적인 점을 꼽자면 '데이터셋'이 있습니다. 유저가 직접 데이터 테이블을 생성해서 데이터를 추가, 또는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이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몬스터의 스탯 같은 데이터를 하나하나 일일이 몬스터에게 넣는 식이 아니라 데이터 테이블에 기반해서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메타버스라 프리팹이 없기도 하고, 몬스터 종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일일이 스크립트를 찾아서 수정하기 어려우니 데이터셋으로 지정해서 한 곳에서 편하게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죠.

▲ 제작 가이드를 보기 전까지는 몰랐는데...역시 설명서는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합니다

그 외에도 기본 제작 가이드에서는 UI, 이벤트, 스크립트 및 카메라, 유틸까지 기본적으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들을 훑어볼 수 있습니다. 응용 제작 가이드는 이를 활용해서 몇 가지 샘플을 만드는 과정으로, 맵부터 시작해서 NPC 대화창, 물체를 이동시키는 방법, 점프대와 몬스터 소환 포인트 등 현재로서는 RPG 및 플랫포머류 제작에 필요한 기본기를 영상과 함께 수록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 유저를 위해서 개발자들이 직접 하나하나 같이 만들어가는 MOD 메이커 VOD 강의도 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뭐가 가능할지 궁금해요? 개발자와 함께 한 프로젝트 MOD 파티와 크리에이터 프리미어 리그


오픈베타 테스트가 아닌, 공모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오픈한 것이다보니 현 단계에서 프로젝트 MOD의 전체 모습을 공개하기는 어렵습니다. 메타버스의 특징 중 하나라면 다른 유저가 만든 것을 플레이하고 공유하는 것인데, 아직은 그 부분에서는 공모전 단계라 제약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프로젝트 MOD에서 어떤 것을 만들 수 있나 소개하기 위해서는 직접 제작해서 보여드리는 방법이 최선인데, 본업이 따로 있는 만큼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건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신 넥슨에서 프로젝트 MOD 개발자들과 공모전 참가자들이 함께 프로젝트 MOD 파티를 진행하면서, 그 비전을 일부 확인해볼 수 있었죠.

프로젝트 MOD 파티에서는 'MOD 그리기', '블록 깨기' 등 여럿이서 같이 즐길 수 있는 협동 게임을 선보였습니다. 1차 미션인 'MOD 그리기'는 세 팀으로 나뉘어서 아바타에 물감을 묻혀 도화지에 색을 입혀 MOD자를 써내려가는 게임으로, 메이플스토리의 배경이 아닌 로직 퍼즐에 착안한 맵을 새로 넣고 바깥에 갖가지 색깔의 물감을 배치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식 조작법이 아닌, 크레이지 아케이드에서 선보였던 4방향 조작법을 메이플스토리 애셋으로 구현해내면서 '메이플스토리' 기반의 2D 메타버스가 아닌, 2D 메타버스로서의 확장 가능이 엿보였습니다.

▲ 이걸 보고서야 메이플 기반, 2D 이것에 경도된 나머지 이런 가능성을 못 봤다는 걸 깨닫고 반성 또 반성

2차 미션인 '버그 블록 깨기'에서는 메이플스토리식 횡스크롤 플랫포머 구성에 여러 오브젝트를 활용해 아주 간단한 룰로도 협동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힌트가 제시됐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블록을 망치로 깨면 되는 아주 간단한 구성이지만, 여기에 제한 시간과 사다리를 2단으로 올려야만 클리어 가능한 레벨 디자인을 더하면서 서로 소통하면서 협력 플레이를 이어가는 재미를 더했죠.

▲ 프로젝트 MOD 파티에서 개발자들이 선보인 또다른 미션, '버그 블록 깨기'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직접 만들고 있는 게임들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있습니다. 2월 9일 콘텐츠 제출 이후 수상작을 가리는 것뿐만 아니라, 11월 29일부터 3회에 걸쳐 리그를 진행하고 있어서 아직 마감까지 꽤 남았는데도 순위에 들기 위한 개발자들의 창작 경쟁 구도를 확인해볼 수 있었죠. 현재 리그는 지난 1월 10일부터 3회차가 진행 중이며, 1, 2회차의 10위권까지의 작품이 프로젝트 MOD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공유가 된 상황이죠.

각 리그는 프로젝트 MOD 공모전 참가자 중에서도 리그 시점에 맞춰서 주어진 과제를 다 수행한 유저들이 참가하는 방식으로, 순위는 프로젝트 MOD팀이 아닌 공모전 참가자들의 투표에 따라서 정해집니다. 최종 랭킹은 1, 2, 3회 리그의 성적을 합산해서 정해지게 되고, 최종 랭킹 5위 안에 든 유저는 상금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MOD 개발실 입사 지원시에 서류 전형이 면제되는 등 혜택이 주어집니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는 RPG뿐만 아니라 보드 게임, 디펜스, 랜덤 대전 및 퍼즐까지 여러 장르의 게임들이 순위에 오른 상태고, 3차 리그에 오면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듬어가는 중입니다. 메이플스토리 애셋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이를 직접 활용해서 다양한 장르를 창작할 기틀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과연 공모전이 끝나고 프로젝트 MOD가 모든 유저에게 공개됐을 때,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기대됩니다.

▲ 리그를 통해서 최종 접수 전에도 여러 작품들이 내부에서 공개되는 상황, 과연 어떤 작품이 기다리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