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이 새로운 사업모델로 P2E(play to earn) 계획을 2022년 본격화한다. 확률형 아이템 BM으로 인한 게임산업 파이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BM은 정치권에서도 사행성으로 질타받고 있다. 게임사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P2E에 집중한다. NFT(대체 불가 토큰)을 도구로 한 P2E는 2021년 말부터 게임사 미래 먹거리 사업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년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P2E화는 '현실에서 통용가능한 교환가치를 통해 가상공간의 오브젝트를 재화화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의 비즈니스화를 목표로 하는 흐름'으로 평가한다. 음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아이템 현금 거래를 게임사는 자신이 주도하는 플랫폼인 양지로 끌어 올린다. 이 과정에서 게임사는 거래 과정에서 가상화폐 가치 상승과 거래 수수료 등으로 새로운 이윤을 얻는다.

P2E는 놀이로서의 게임을 무너뜨린다는 경계 시각도 있다. 게임의 목적은 놀이, 재미인데 P2E가 들어가면 기존 목적이 상실된다는 우려다. 콘진원 측은 "P2E 게임은 콘텐츠 내 세계관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서 은행권 및 가상화폐를 통해 개인 거래가 가능한 재화로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교환가치가 우선시되는 경우 버블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저의 게임 플레이 목적을 단순히 재미 추구에만 선을 긋기 무리란 시각도 있다. 과거 아이템베이 창업자 김강열 런투게더 대표는 "아이템 거래는 누가 의도해 발생한 비즈니스가 아닌, 유저 필요에 의해 생겨난 비즈니스다"라며 "일각에선 단순히 즐겨야만 게임이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저 입장에서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수익 추구도 유저 입장에선 재미 추구 영역 안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게임을 단순 전자 오락으로 보는 것은 시대와 기술의 발전에 비해 뒤처지는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에서는 안 된다

▲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결과적으로 현재 P2E 게임은 사행행위로 해석되어 국내 서비스는 불가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김규철 위원장은 지난 지스타 기간 "NFT 게임에 사행행위가 있다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게임위가 막는 것은 사행행위이지, NFT라는 신 기술이 아니다"라고 구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현행 게임산업법을 강조했다. 현행 게임산업법은 사행행위 요소가 있는 게임물 유통을 금지한다. 게임 내 결과물을 현금으로 바꾸거나,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하면 사행행위로 판단된다. 확률형 아이템 BM은 게임사가 현금화를 지원하기 않기 때문에 '사행성'에 그친다. 사행행위와 사행성은 환전 여부에 따라 갈린다.

게임위 시각은 스카이피플과의 행정소송에서 엿볼 수 있다. 게임위는 지난해 4월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에 대해 등급분류 취소 결정을 내렸다. 게임위는 NFT한 아이템 소유권이 이용자에게 있고 거래할 수 있어 게임산업법상 경품에 해당한다고 봤다. 스카이피플은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결정 취소 소송을 냈다. 스카이피플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고, 현재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원 판단이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법원이 게임 내 NFT 허용 관련 '1호 사건'을 맡게 되면서 부담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금융위원회가 NFT가 가상 자산인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금융위는 법원에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대선 이슈로 떠오르는 P2E

▲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

P2E 게임은 대선후보에게 묻는 단골 질문이 됐다. 두 대통령 후보는 P2E 사업모델에 대해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둘의 입장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는 "P2E 시장은 현재로서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막 시작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사행성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인식하면서 앞으로 P2E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지켜보고 사회적 합의를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만들고 집행하는 전문 관료들이 산업 일선의 기업인들과 비교하여 사회 변화를 좇아가는데 더 뛰어난지에 대해 회의적이다"라며 "변화가 빠른 시대를 맞아 시장의 변화, 혁신과 창의를 존중하여 정말로 해서는 안 될 것을 정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풀어준 후 문제가 생기면 그 때 사후 규제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자유로운 혁신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후보는 P2E 게임에 대해 세부 내용을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게임특별위원장 하태경 의원은 "게임이용자, 소비자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여 P2E에 접근하겠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2차 게임공약 발표 때 알리겠다"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P2E가 새로운 게임 사업 모델임을 인지하면서도, 사행성 조장은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시각에서는 현재 모바일 게임 주요 사업 모델인 P2W(pay to win)에 P2E를 덧붙이는 것은 유저와 정치권으로부터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일부 국회의원은 P2E 게임을 허용한다는 가정 하에 어떻게 법개정을 해야할지 연구 중이다. 게임산업법 상 경품에 NFT가 포함되는지와, 사행성 방지를 위해 수익 제한을 할 수 있는지 등이다. 다만 이 연구는 대선 정국과 맞물려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P2E 모델을 재단하려는 움직임

▲ 위정현 이재명 후보 게임메타버스단장

현재 P2E 모델은 운, 노력, 창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초기 P2E라 할 수 있는 크립토키티, 엑시 인피니티가 운에 해당한다. 다만, 운에 의한 P2E는 국내에서 사행성 논란을 벗어나기 힘들다. '미르4 글로벌'은 노력 모델이다. 꾸준히 흑철을 캐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사행성 판단에 중요한 운이 빠졌다. 다만 P2W 논란을 벗어나기 힘들다. 더 샌드박스가 기존 게임인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와 같이 창작이 중요한 게임에 P2E를 더했다. 이용자 사이 인기와 유행에 따라 값어치가 크게 오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게임메타버스특보단은 P2E 모델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위정현 게임메타버스특보단장은 △확률형 아이템 BM이 없는 완전한 무료 이용 게임(free to play),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 내 경제와 가상화폐의 안정적 유지 △신규 글로벌 IP 게임 개발이 우선이라고 제시했다. 위 단장은 "만약 조건 충족이 어렵다면, 현재와 같이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P2E 게임 출시와 테스트를 통해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정현 단장이 제시한 모델에서는 기존 모바일 앱마켓 사업자 역할이 축소된다.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는 게임 내 BM 판매 수수료를 수익으로 얻었다. 앞으로 나올 P2E 게임 역시 모바일 플랫폼을 기본으로 PC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기존 앱마켓 사업자가 P2E 모델에 사업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생긴다. 구글과 애플에서 다운로드한 게임으로 P2E 수익을 얻었을 때, 구글과 애플의 지분과 역할을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지 미지수다.

P2E 이후 고민거리도 있다. 콘진원은 보고서를 통해 "제도개선과 개념정리를 통해 P2E 게임이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플레이가 경제활동이 되는 순간 그로부터 발생하는 부가가치에 대한 과세 문제 등은 아직 깊게 고려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 수익률을 장담하기도 어려우며, 놀이가 노동이 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게임 서비스로 볼 것인지 플랫폼노동 네트워크로 볼 것인지와 같은 새로운 문제를 지속적으로 야기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제시했다.

새로운 사업모델로 P2E는 한차례 검증이 끝나가는 듯 하다. 국내에서는 이용할 수 없었으나 해외 상황과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게임으로 돈을 번다'라는 매력적인 문구는 처음에 플레이를 통해 월급만큼의 수익을 번다로 인식됐다.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이용률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P2E에 활용되는 가상화폐 가치도 올랐다. 그러나 기대만큼 수익을 벌기 힘들다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용률은 떨어졌다.

점차 P2E는 P&E(play and earn)로 갈음되고 있다. '돈도 벌 수 있다'는 점은 '돈을 번다'보다 겉으로 보기에 사행성 조장 정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돈을 버는 게 목적에서 유저 선택사항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사행성 조장 논란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결국 풀린다면, 어느 정도로?


결국 P2E 사업 모델은 행정적으로 '현행 유지'와 '허용한다'로 갈린다. 허용을 두고 정도 차이가 있다. P2E 게임 찬성 측은 명확하게 결집하는 반면, 반대 측은 세력화가 되어있지 않다. P2E에 부정적인 일반 게이머는 상당수이나 파편화되어 있다. 정책결정권자들도 반대 입장을 취하는 인물은 드물고 사행심 우려를 토대로 지켜보는 정도다. 두 대선 후보가 대표적이다.

현행 유지는 점차 근거가 빈약해지고 있다. 실제로 현행법으로 P2E를 금지하는 것은 게임위 해석에 따른다. 법원 판단으로도 뒤집어질 수 있다. 논쟁 속에서 현행 유지를 위한 연구 용역이나 결과는 부족하고 알려지지 않았다.

당장 게임위가 연구를 맡긴 박형준 교수(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는 규제 샌드박스에 놓고 살펴보길 권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때, 선허용 후규제로 사업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P2E 파급력을 예상할 수 없다면 일단 풀어본 뒤 지켜보고 사후관리하자는 논리다.

반면 허용 측은 연구보고서를 준비하거나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주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해외 NFT 현황을 연구용역을 통해 조사 중이다. 협회는 해외 연구 결과를 토대로 협회가 정책적으로나 실무적으로 방향성을 정해 국회와 상의할 예정이다.

허용한다면, 정도의 차이를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저 보호를 위한 가상화폐 변동성 보호 조치, 장르에 따른 차이, 수익 제한 등을 논의할 수 있다. 특히 과도한 사행성 유발을 억제할 수 있는 조치를 고민해 적용해야 한다.

오지영 변호사(법무법인 로앤톡)는 "P2E 게임은 숨은 담론이 너무 거대하여 등급분류를 담당하는 일개 기관이 최종 결정을 내려 집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현실적으로 규제가 가능한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세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보고 규제하는 경향이 있다"며 "메타버스, P2E 등도 기성세대 관점으로만 보지 말고, 실제 이용자가 될 세대의 시각으로 봐 전통적인 규제 시각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