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1 아카데미 '피글렛' 채광진 선생님

T1 아카데미 취미반을 경험한 지 2주가 지난 후, 연말 휴가를 보낸 인벤 e스포츠 기자들 앞으로 T1으로부터 다시 초대장이 왔습니다. 라테처럼 부드럽던 ‘운타라’ 선생님 대신 이번에는 마라곱창탕맛 ‘피글렛’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차례였습니다. 또한, T1 사내팀과의 리벤지 매치도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강의도 듣고 게임도 하는 T1 아카데미 취미반 취재에 기자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T1 사옥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이번 강의에는 인원 변동도 있었습니다. 지난 취재 때, 개인 사정으로 참여할 수 없었던 저희 팀의 에이스 정글러가 합류했습니다. 이 멤버는 제1회 성남시 e스포츠 직장인 대회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참가팀 멤버이기도 합니다. 비록 성남시 대회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이미 호흡을 맞춰본 멤버이고 5명 모두 익숙한 포지션에 선다는 게 희망적입니다.

피글렛 선생님의 강의와 에이스 정글러의 합류로 인벤 e스포츠팀은 T1 사내팀을 상대로 복수할 수 있을까요? 설레는 마음으로 T1 아카데미에 입소하는 인벤 e스포츠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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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한타, 핑크와드 다섯 개의 위치는?
‘피글렛’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와드 설치와 한타 콜

▲ 핑크 와드, 상대 정글 안쪽에 하나? (정답일까요? 아닐까요?)

“드래곤 한타를 앞두고 핑크와드 다섯 개를 어디에 설치해야 할까요?”

너무나 충격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일반 와드 위치도 아니고 핑크와드 다섯 개라니… ‘피글렛’ 선생님은 당연히 저희 팀원들 모두 핑크와드를 살 거라고 생각하신 듯합니다. 팀원들이 당황한 표정을 숨기고 핑크와드의 위치를 한 곳씩 찍어봅니다. ‘피글렛’ 선생님은 팀원 다섯 명의 답안을 모두 확인한 후, 와드의 옳은 위치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줬습니다.

핑크와드 다섯 개의 위치는 알았던 곳도, 몰랐던 곳도 있었습니다. 가장 놀라운 장소는 미드 라인 한복판의 핑크와드였습니다. 대회에서 자주 봤던 핑크와드 위치이지만, 솔로랭크에서는 핑크와드가 자주 박히는 곳은 아닙니다. ‘피글렛’ 선생님은 미드 한가운데의 핑크와드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설명해줬습니다. 이어서 드래곤 한타할 때 시야를 장악하는 법, 시야가 장악됐을 때 팀 단위에서 뚫어내는 방법 등을 세세하게 알려줬습니다.

두 번째 강의 내용은 팀원 간의 대화, ‘콜’입니다. 사실 T1과 지난 사내 대전을 치르면서 가장 아쉽게 느낀 부분이 바로 이 콜이었습니다. 서로 콜이 겹치거나 정확한 의사 표현이 안되면서 전령 싸움이 커졌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갔었습니다. ‘피글렛’ 선생님은 어떻게 팀원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지, 상황 별로 설정해서 예시를 들어줬습니다.

▲ "로밍을 할 때는 적의 이동 경로와 방향, 아군의 이동 방향도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피글렛’ 선생님의 강의와 경험담을 들어보니 프로 선수들의 콜은 상상 이상으로 굉장히 디테일했습니다. 자신의 스펠과 상대의 스펠은 물론이고 내가 움직이는 동선과 계획, 상대의 예상 동선, 어떤 방식으로 싸우고 공략을 할지를 매우 세세하게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게임에 집중하다 보면 습관적으로 말이 없어지는 경향이 있는 저는 콜이 얼마나 세밀한지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피글렛’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말수가 적은 프로게이머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피글렛' 선생님은 저희가 어느 정도까지 콜을 하는지 하나하나 체크했습니다. 와드 위치 콜이나 정글러 갱킹 요구하기, 로밍갈 때와 시야를 장악할 때, 드래곤 한타 전에 귀환하는 콜, 순간이동 및 점멸 스펠 체크, 다이브할 때 순서 확인하기, 라인 지워달라고 요청하기, 등등 세부적인 상황들을 예시로 들으면서 어떻게 콜을 해주고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이제는 리벤지의 시간입니다. ‘피글렛’ 선생님은 팀원들의 챔피언 폭을 확인하고 밴픽 전략과 인-게임 내의 전략에 대해 말해줬습니다. 게임 대기실에 들어서니 다시 긴장이 됩니다.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성남시 직장인 대회 한을 푼 인벤e스포츠팀
지난 패배의 교훈이 승리로


밴픽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니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집니다. 상대 팀에 탑 제이스와 정글 킨드레드가 나왔습니다. 저희 팀 정글은 자르반 4세, 지난 성남시 직장인 e스포츠 대회에서 탈락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당시에 상대 정글이 2레벨부터 아군 정글에 들어와 자르반 4세를 괴롭히고, 탑 라인에 제이스가 뽀삐를 편하게 압박하면서 경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구도가 나올 듯합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예상대로 2레벨부터 킨드레드가 독두꺼비를 잡는 자르반 4세를 견제하러 들어왔습니다. 성남시 대회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저희는 다행히도 서포터가 빠르게 백업을 가주면서 쉽게 위기를 넘겼습니다. 탑 라인의 제이스도 말파이트 픽으로 대처가 됐습니다.

지난 대회의 패배는 좋은 교훈이 되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살려 위기를 잘 넘긴 우리는 레오나, 말파이트, 자르반 4세 등 강력한 이니시에이팅 능력을 기반으로 점점 흐름을 찾아왔습니다. T1 사내 팀은 운영으로 대처했지만, 한타 능력의 차이로 저희가 끝내 이길 수 있었습니다.

첫 승리, 헤드셋을 벗으니 팀원들의 환호가 들립니다. 인-게임에서 펼쳐진 각자의 무용담이 자랑처럼 쏟아집니다. 무엇보다 지난 성남시 대회에서의 아픔이 치유된 것만 같아 더 기쁜 승리였습니다. 매콤하게 피드백을 하시겠다던 ‘피글렛’ 선생님은 웃으면서 순한 피드백을 해주셨습니다. 인 게임 내에서 자잘한 실수들은 몇몇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잘 싸웠고 과감했다는 평가입니다.

▲ 2013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 원거리 딜러 '피글렛': “원딜님, 뭐 하세요?”

‘피글렛’ 선생님의 따뜻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어진 2세트, 저희는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허무하게 패배했습니다. 조합 상으로 받아치기만 하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는데, 무리하게 싸우다가 큰 실수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한타에서도 허무하게 죽는 경우가 더러 발생했습니다. 밴픽에 만족했던 ‘피글렛’ 선생님은 패배가 확정되자 얼얼한 마라향을 뿜어냈습니다.

“원딜님, 뭐 하세요?”

“네?”

“여기서는 이 위치로 가실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왜 여기서 이런 짓을 하셔서 이길 수 있었던걸… 팀원들한테 미안하지도 않으세요?”

맞습니다. ‘피글렛’ 선생님은 2013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 원거리 딜러 출신이었습니다. 전직 프로 선수가 요구하는 날카로운 피드백과 혹평에 현직 기자인 같은 팀 원거리 딜러는 10분 간 프로 선수처럼 혼이 났습니다. 저희팀 원거리 딜러는 '선생님, 저는 플딱이에요...'라는 말이 입안에 맴돌지만 ‘피글렛’ 선생님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마 선생님은 우리보다도 더 이번 패배가 아까우셨던 듯합니다. 이후에도 저희는 약 10분 동안 이번 패배에 대한 피드백을 들었습니다.

T1 아카데미 취미반 취재를 마치며
함께했던 기자들의 소감은?


마지막 취재를 끝내면서 T1 측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T1에서는 저희와의 내전이 즐거웠는지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내전을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2경기 인벤e스포츠팀이 패배했을 때 T1 사내팀에서 환호성이 들렸던 걸 보면, 그들도 엄청 재미있게 경기를 치렀던 듯합니다.

T1 사내팀과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팀원들과 아까 경기에 대해 수다를 떨었습니다. 평소처럼 고단하지 않은 퇴근길이 낯설면서도 나쁘지 않은 느낌입니다.


김홍제 기자:
1차전 0:2참패 이후 우리팀 에이스인 정글러 박태균 기자가 합류한 경기라 기대가 많이 됐습니다. 사실 1차전에는 가볍게 수강생 입장으로 아카데미 수업을 체험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편하게 갔는데, T1 직원분들이 생각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걸 느껴서 이번에는 우리도 최대한 아쉬움이 없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피글렛' 채광진 강사님의 경우 개인 방송을 통해서도 그렇고, 원래 매콤한 맛으로 유명하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 1차때 '운타라' 강사님은 최대한 눈높이에서 이해하려 하고, 다독여주는 스타일이었다면 '피글렛' 강사님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과거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나 위플래시 플래쳐 교수 느낌이 살짝 있습니다.

다만, 아직 직접 강의 경험은 없다고 하셨는데 그래서인지 게임 실력과 상관없이 본인이 가진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 프로씬 피드백처럼 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신연재 기자:
‘운타라’ 박의진 선생님과는 다른 매콤한 피드백. 영혼을 갈린 듯한 팀원의 얼굴이 생생합니다. 그래도 뼈 때리는 피드백 덕분에 깨달은 것도 많았던 하루. 이 멤버로 공식전 승리를 거두어 정말 기뻤습니다.

남기백 기자:
지난번 1차 때와 이번 2차 모두 상대방의 운영에 경기가 많이 시간이 끌리며 승패와 관계없이 힘들었다는 생각을 받았습니다. 피드백은 경기 중에 스스로 실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 모두 잘 지적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박태균 기자:
게임 수업을 듣는 게 처음이고 생소했는데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디테일하게 짚어줘서 좋았습니다. 해당 내용들을 듣고 바로 팀게임을 해보니 부족한 점들을 보다 잘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게임 종료 후 피드백도 매우 만족합니다.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하면 더 좋았을지 직관적으로 알게 됐습니다. KDA 보다 전체적인 상황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명심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