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진행된 '토탈워: 워해머3' 쇼케이스는 짧은 소개와 긴 시간의 핸즈온(체험)으로 이뤄졌습니다. 핸즈온 버전에서는 총 두 개의 팩션(카오스 군세, 케세이)을 50턴까지 플레이할 수 있었죠.

내심 아쉽기는 했습니다. 토탈워 시리즈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50턴은 무척 짧은 시간입니다. 게임이 출시되고 연구 과정을 거쳐 빌드 최적화가 되었다면 50턴에도 수많은 것을 할 수 있으나, 아직 게임이 출시되지 않은 시점에서 50턴은 그야말로 맛보기밖에 못하는 수준이죠. 그래도, 두 개 팩션의 근간 시스템을 파헤치기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쇼케이스를 통해 새롭게 공개된 싱글플레이 팩션인 '카오스 군세'와 이미 이전에 공개되었던 동양 컨셉의 세력인 '케세이'의 50턴 체험기를 담아 보았습니다. 쇼케이스 자체에 대한 내용은 별도의 기사로 작성해 두었으니, 링크를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련 링크 바로가기: [종합] 토탈워 워해머3, 너무나 달라진 3부작의 끝


모든 카오스 악마 유닛에 내 마음대로 꾸민 군주까지, '카오스의 악마'

'카오스 군세' 팩션은 데몬 프린스로 타락한 키슬레프의 대공이 주축이 되는 팩션입니다. '키슬레프의 대공'이라는 설정만 있을 뿐, 구체적인 인물상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전설 군주 자체를 게이머가 직접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으며, 카오스 4대 신 세력의 모든 유닛을 활용할 수 있는 팩션입니다. 하지만 타 카오스 팩션들과는 다소 느슨한 관계로, 원작 설정대로 같은 범주에는 묶이지만 딱히 유대감을 느끼는 정도는 아니기에 신나게 치고박으며 싸울 수 있죠.

이들의 시작 위치는 노스카 반도입니다. 3부의 메인 캠페인에서는 노스카 세력이 비중있게 등장하지 않고 노스카의 전설 군주인 울프릭과 트로그도 찾아볼 수 없으니 게임 도입부는 토착 주민인 노스카를 때려잡고, 노스카 반도의 거점들을 카오스 신들에게 봉헌하는 과정을 담고 있죠.

▲ 노스카 반도의 쩌리들을 때려잡고 봉헌 포인트를 쌓는 초반

여기서 중요한 건, 각 지역을 점령할 때 봉헌할 신을 정하는 겁니다. 주둔지를 점령할 때 어떤 신에게 봉헌하냐에 따라 지을 수 있는 테크 빌딩이 달라지는데, 이에 따라 뽑을 수 있는 유닛의 종류가 변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을 통채로 코른에게 봉헌했다면, 코른의 고위 유닛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했을지언정 다른 신들은 하위 유닛조차 생산할 수 없습니다. 반면 한 지역의 하위 거점을 골고루 봉헌했다면 각 세력의 하위 유닛은 생산해도 고위 유닛 생산은 조금 어려워집니다.

봉헌에 따라 '봉헌도'가 올라가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카오스 군세는 하나의 세력이 아닌 통합 세력인 만큼, 균형있게 약할 것인지, 편중되게 강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고위 유닛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해당 신에게 봉헌된 메인 주둔지 외에도 높은 봉헌도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결국, '카오스 군세'에서 4대 신 세력의 고위 유닛들을 균형있게 구성해 카오스 드림팀을 만들어내는건 꿈에 가깝습니다. 50턴이라는 제한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요소가 이런 카오스 어벤저스의 결성을 방해하죠. 전설 군주인 데몬 프린스의 스킬 트리도 그렇습니다. 네 신을 균형있게 발전하는 스킬 트리는 존재하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필요로 하거든요.

제 경우는 게임 내에서 유닛 강화는 주로 '코른'을 택했습니다. 코른 계열의 유닛들은 여러 기묘한 효능은 비교적 적으나 기본 스탯이 좋고 정직한 떡장갑을 갖춘 카오스 워리어가 주축이 되기에 일단 뭘 해도 중간은 가지 않을까 싶었죠. 부족한 기책은 너글 계통의 영웅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 뭔가 애매해져버린 전격전

이 결정에는 기존 최고의 OP 스킬 중 하나였던 '전격전'의 너프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2부까지는 증원군을 아예 막아버려 막강한 한 개 군단만 있다면 연전을 통해 죄다 털어버릴 수 있는 막강한 성능을 자랑했지만, 3부에 들어서면서 전격전 스킬은 최대 3포인트의 스킬이 되면서 증원군의 증원 시간을 늦추는 애매한 스킬이 되어버렸습니다. 달리 말해, 전격전 + 자동전투로 3~4군단을 털어먹는 짓이 안 됩니다. 50턴 내에 다수의 군단을 상대할 일은 적겠지만, 그래도 든든한 녀석들로 갖추는게 좋을거라 생각했죠.

전투 부분에서는 무작위 마법 버프와 '카오스의 지배' 시스템이 눈에 띕니다. 무작위 마법 버프는 게임 시작과 동시에 8개 학파 모양의 나침반이 무작위로 돌아가면서 전설 군주에게 하나의 학파에 해당하는 버프를 주는데, 불꽃의 마법학파는 근접 공격 25%, 생명의 마법학파는 '완벽한 활력'을 주는 등 꽤 강력한 버프를 무작위로 줍니다. '카오스의 지배'는 전설 군주가 피해를 입힐 수록 영광 점수가 쌓여 보너스 버프를 주는 시스템인데, 안그래도 강력한 전설 군주가 더 강해지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에 '카오스 군세'의 특징인 군주 커스터마이징이 곁들여지다 보니 카오스 군세의 플레이 방식은 여기저기서 빌려 온 적당한 수준의 임대 유닛들이 모루가 되어 버티는 동안 무지막지하게 강한 전설 군주가 망치가 되는 형태를 띄게 됩니다. 커스터마이징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콜렉 선이터나 공룡 탄 크록가르 이상의 잠재력을 지닌 무쌍형 군주가 될 수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그게 무척 재밌습니다.

▲ 잘 키운 데몬 프린스 하나면 혼자 군단 하나도 찢습니다.



핵심은 균형 유지와 우주 방어, '케세이'

케세이로 넘어가 봅시다. 거점을 탐욕스럽게 집어삼키며 신들에게 봉헌하는 카오스 군세와 달리 케세이의 캠페인은 우주 방어로 시작됩니다. 케세이에서는 '폭풍룡 묘영'으로만 플레이해볼 수 있었는데, 게임 시작 이후 몇몇 반란군을 토벌하자마자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카오스 세력으로부터 장벽을 지켜내야 하죠. 젠취의 전설 군주인 카이로스부터 떨거지 비스트맨과 노스카까지 온갖 놈들이 다 달려드는데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습니다. 장벽의 방어 거점이 되는 각 관문이 엄청나게 강하고 '오행침반'이라는 세력 고유 시스템이 이를 돕기 때문입니다.

▲ 더럽게 큰 병마용이 인상깊은 케세이

케세이 장벽의 각 관문은 관문 자체만 업그레이드 가능했던 2부까지의 관문과 달리 세 개의 추가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건물을 뭘 짓냐에 따라 충원 속도가 200% 늘어나고, 주둔군이 와장창 늘어나는 등 사실 정신 놓지 않으면 뚫리지 않는 금성철벽을 만들 수도 있죠. 문제는 성벽이 뚫리기 어려운 만큼 케세이 세력이 장벽 너머로 진출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 장벽 자체가 워낙 뛰어난 방어수단이기에 방어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장벽을 넘어섬과 동시에 엄청난 지속 피해가 들어오고, 장벽 바로 앞 거점들마저 적합도가 붉은색이다 보니 점령해봐야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습니다. 결국 케세이의 전략은 장벽이 뚫리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방어를 유지하면서 내부의 통합과 내적 발전을 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죠. 장벽이 시선을 빼앗긴 하지만 케세이 내부 사정도 딱히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오행침반'은 다른 세력의 의례에 해당하는 팩션 고유 시스템입니다. 일정 턴마다 댓가 없이 버프를 선택할 수 있는데, 오래 선택해둘수록 해당 방향으로 마력이 모이게 되고, 선택하지 않은 방향의 버프가 줄어드는 형태입니다. 오행침반을 어떻게 선택하냐에 따라 장벽 내 영역의 통치(공공질서)를 크게 높이거나 오염도를 줄일 수 있고, 혹은 수입을 늘리거나 마법의 바람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 케세이의 의례에 해당하는 '오행침반

그 외에 케세이의 특징적 시스템을 꼽자면 '음양' 시스템과 '대상인' 시스템을 말할 수 있습니다. 케세이의 각 구조물과 연구 트리, 영웅 등은 각각 음양 수치를 지니고 있는데, 이게 한 쪽으로 쏠릴 경우 불균형한 디버프가 부여됩니다. 반면 딱 중심을 이룰 경우 높은 버프 수치를 받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늘 신경써주어야 할 요소입니다.

'대상인'은 장벽으로 인해 외부 진출이 어려운 케세이가 외부에 영향력을 끼치는 방법입니다. 대상반은 군단처럼 조직하지만 군단 TO를 먹진 않고, 직접 조종도 불가능하며 유닛 수급도 이벤트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목적지를 지정하면 알아서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전투와 조우, 이벤트를 치르고 무역을 합니다. 표기 상으로는 골드만 보이지만 막상 다녀 오면 온갖 아이템을 들고 나타나는데 저 멀리 드라켄호프 성까지 가서 드라켄호프의 검(보라색)을 들고 오는 것도 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케세이는 '균형'을 생각해야 하는 팩션입니다. 각 병종도 음양 포인트가 있어 덱 구성에 머리를 써야 하고, 건물과 영웅, 테크 트리의 연구에도 균형을 생각해야 하지만 오행침반과 대상반 시스템 덕분에 내정은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하위 케세이 세력들과의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조금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장벽을 막아내면서 케세이 통합을 이루고 나면 힘이 부쩍 늘어나 외부로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는 팩션이죠. 50턴의 제한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것을 해볼 수 있었겠지만 일단 초기 플레이의 느낌은 이 정도였습니다.

▲ 문명의 무역상이 생각나는 '대상인' 시스템



3편 캠페인의 가장 큰 변수, '균열'과 '카오스 렐름'

여기에 짧게 카오스 렐름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여 보고자 합니다. 케세이 플레이 도중 카오스 렐름에 진입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제한된 시간 때문에 모든 영역에 진입해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슬라네쉬의 영역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콘텐츠라 생각되더군요.

슬라네쉬의 영역은 대여섯 개의 층으로 나뉜 미로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최대 두 번을 이동해 한 층을 내려갈 수 있으며, 각 층으로 내려갈 때마다 슬라네쉬가 보상을 줄 테니 영역을 떠나라 제안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보상을 뭘 주든 끝까지 내려가 볼 생각이었으나 첫 층 부터 흔들리더군요. 보상이 진짜 어마어마합니다.

첫 층에서만 유니크 아이템 6종과 2만 골드를 제시합니다. 두번째 층에서는 15턴 간 지속되는 충원 2,000%(200이 아닌 2천 맞습니다)의 버프와 현금을 제시하고, 세 번째 층에서는 성장 250에 통치 25, 적 영역 통치 -50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의 특성(제한 버프가 아닌 군주 특성)을 제시합니다. 놀라운 건, 이거만 주는게 아니라 각종 아이템과 현금을 비롯해 이것도 준다는 거죠.

▲ 정말 뿌리치기 힘들었던 슬라네쉬의 유혹

게다가, 카오스 영역은 오래 머물면 군주에게 치명적인 디버프 특성이 부여됩니다. 게임에서 유혹한다 해봐야 뭐 어떻게 하겠어 했는데 진짜 엄청난 유혹에 시달리게 됩니다. 굳은 의지로 무시하고 마지막까지 나아가니 캠페인 완료 조건 중 하나가 달성되더군요.

카오스 군세를 플레이하며 진입해본 코른의 영역은 또 다릅니다. 무지막지한 적 군단들이 존재하고, 이를 하나하나 깨부수면서 보상을 얻어 나가는 형태죠. 너글과 젠취의 영역은 진입해볼 수 없었으나, 이 또한 재미있는 기믹이 존재하리라 예상됩니다.

▲ 끊임없는 연전을 요구하는 코른의 영역

체험기를 정리하면, '토탈워: 워해머3'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전작을 수백 시간 플레이한 제 입장에서도 새롭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한 기믹과 시스템들이 도입되었으며, 이 새로운 시스템들이 기존 게임에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어차피 토탈워: 워해머 시리즈의 끝은 '필멸의 제국' 캠페인이고, 이 캠페인이 어떻게 나올 지는 아직 모릅니다.

입지가 애매해진 기존의 카오스 워리어나 노스카, 비스트맨 등 카오스 하위 팩션들의 스토리 라인들도 조정해야 할 문제고, 북동쪽의 끝에 파묻힌 케세이로 저 멀리 남서부의 로키어 펠하트나 스크롤크의 팩션들과 만날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조정된 형태를 볼 수 있겠죠.

결론을 말하자면, '토탈워: 워해머3'는 충분히 기대할 만한 타이틀입니다. 비록 50턴이라는 짧은 체험이었지만, 전작 대비 더 커진 전체 지도와 세기 힘들 정도로 많아진 플레이어블 팩션, 그리고 강화된 외교와 공성전 시스템까지 기존 팬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는 타이틀이 되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