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아시안게임 LoL 대표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난다?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기준에 관한 말들이 벌써 나오고 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대표팀 선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19일 "2월 중에 2022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국가대표 감독을 채용하고, 선수 선발 방식을 확정지을 계획이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도자가 선정되면, 그다음 단계는 대표 선수 선발이다.

선수 선발은 아시안게임의 준비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에 따르면, 2022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기준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벌써 e스포츠 대표팀 선발과 기준에 관한 말이 나오고 있다.

공식 기준이 나오진 않았지만, 대표팀 선발 기준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과거 2018 아시안게임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주먹구구식의 선발 과정이 문제가 된 적이 있기도 하다. 베트남 대표팀은 팀 간 선발전을 통해 선발했고, 중국도 RNG 주전 중심의 팀에 미드 라이너만 타 팀 선수로 기용했다. 한국은 팀당 2명 차출이라는 제한을 두고 선발했기에 다른 국가에 비해 단 기간 내에 좋은 합을 선보이기 힘들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2022 아시안게임 e스포츠는 더 공정한 기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일각에서 얘기하고 있는 4가지 기준은 2018년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들이다. 당시에는 체계적인 선발 기준이 없었다. 기술위원회(협회, LCK 사무국)는 실력-경험-책임감 등을 선발 기준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2018 LCK 스프링 출전 기준을 충족하고, 포스트시즌 출전 경험 및 다년간 국제대회 경험, 참가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수를 선발했다"고 전했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실력적인 부분은 강조하지 않았다. 선수 기량이야말로 구체적인 평가가 들어가야 하는 분야인데, 다른 기준에 오히려 힘을 실어준다는 인상을 줬다.

▲ 선 공개한 2022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선발 자격

나아가, e스포츠가 2022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이 된 만큼, 명확하게 대표 선발의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 2018 아시안게임 당시 야구-농구 종목은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일어난 잡음이 아시안게임 이후까지 영향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 야구는 금메달을 획득했음에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나온 특혜 의혹과 선동열 감독의 말로 곤욕을 치르곤 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2022 아시안게임 선발을 앞둔 야구는 미리 24세 이하, 팀당 최대 3명 등의 기준을 발표했다. KBO 기술위원회에서는 구체적인 선발 기준이 나오면, 해당 기준까지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많은 것이 달렸다.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을 기회이자 한국 대표 선수들에겐 병역 혜택을 받을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아시아 e스포츠 협회들이 추진하는 '로드 투 아시안게임'(RDAG)의 슬로건처럼 공정하고, 또 투명한 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과거 국가대표팀 선발 기준을 돌아보면서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추구하는 선수 선발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해외파 선발, 그리고 방역

▲ EDG '스카웃' 이예찬 (출처 : 라이엇게임즈)

먼저, 해외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 선발과 관련한 논의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축구와 같은 전통 스포츠를 보면, 해외파 선수들이 국가대표 출전을 위해 리그 진행 중에도 귀국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LoL 역시 국외에서 뛰어난 기량의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리그가 중국 LPL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년 롤드컵 우승자인 '바이퍼' 박도현과 '스카웃' 이예찬을 비롯해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활동하는 무대다.

이와 관련해 지난 아시안게임 관련 미디어데이에서도 질문이 나왔다.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선발과 관련해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배제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종목별로 가장 좋은 방법을 고민해볼 것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국가대표 선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이 더 심해지자 방역을 더 강화했다. LPL 측은 현장 관객을 받지 않기 시작했고, V5에서 활동하게 된 '리치-노페'와 같은 선수 및 감독도 최근 자가격리가 풀렸다. 그만큼 중국과 LPL 측이 최근 엄격한 방역 기준을 내세우는 상태다.

게다가, 한국e스포츠협회는 트레이닝 센터를 개설해 코치-트레이너와 함께 국가대표팀의 교육 및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3-5월 지역 예선도 앞두고 있기에 해당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해외파 선수들이 리그 활동과 자가격리 기간을 배제하면서 움직이긴 쉽지 않다.



후보 선수 선발


식스맨 선발에 관해서도 지난 미디어데이에서도 말이 나왔다. 김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최고의 경기력을 내기 위해 후보 선수가 필요한지 따져볼 것이다. 원활한 훈련을 위해 종목마다 다르게 선택될 예정이다"고 말한 바 있다.

2018년만 하더라도 라인마다 후보 선수를 두려고 했지만, 훈련 시설 관계상 '스코어' 고동빈만 후보 선수로 등록했다는 말이 나왔다. 2022 아시안게임은 작년부터 훈련 센터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 만큼, 선수단 구성에 수적인 제한은 덜 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훈련에 최적화된 인원을 선발하는 것이다.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은 2019년부터 팀마다 두 명의 후보 선수를 데려갈 수 있도록 했는데, 해당 법이 적용된 후 실질적으로 식스맨-세븐맨이 등장해 활약한 경기는 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주전 다섯 명의 합과 경험이 더 중요해 보였다. 최근 롤드컵에서 우승한 FPX-담원 기아-EDG 모두 확실한 주전 5명의 활약과 함께 우승할 수 있었다.

특히나 국가대표팀은 다른 팀에서 활동했던 다섯 명이 합을 맞춰야 한다. 선발 후 국가대표팀 훈련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다섯 명이 확실한 합을 맞추는 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후보 선수 기용은 팀 스타일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후보 선수를 두기도 한다. 이런 장-단점 속에서 후보 선수 선발과 관련해 어떤 기준이 내려질지 관심이 쏠린다.



프로 경력

요즘 대표 선발과 관련해 가장 많은 말들이 나오는 부분이다. LCK 경력이라는 기준이 돌며, 프로 경력과 현 기량을 비교하는 말들이 많다.

2018 아시안게임 LoL 대표팀의 선발 기준을 보더라도 경력적인 부분이 주로 언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포스트시즌 출전 경험 및 다년간 국제대회 경험을 고려해 선수를 선발한다는 내용이다. 멘탈 스포츠라고도 불리는 e스포츠에서 포스트시즌의 다전제와 국제대회의 경험이 차후 도움이 될 수 있긴하다.

그렇지만 경력과 커리어만으로 현 기량을 판단하기 쉽지 않은 종목 역시 e스포츠다. 프로게이머라는 특성상 활동 기간이 길지 않다. 아무리 이전 커리어가 화려하더라도 곧 은퇴를 결심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담원 기아처럼 LCK 1-2년의 경험 후 롤드컵 결승 주자로 급성장하는 팀도 있다. 단순히 이전 커리어의 양만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은 현 기량을 측정하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없다.

프로게이머 어느 정도의 활동 기간과 큰 무대 경험이 선발 기본 조건이 될 수 있어도 그 이상의 경력에 따라 점수를 더 주는 것은 e스포츠 종목의 특성과 어울려 보이진 않는다.



실력


앞서 언급했듯이 우선 순위는 현 기량에도 있다. 하지만 이전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과 관련해 근본적인 실력에 관한 기준은 없었다. 국가대표를 선발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항목인데,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지난 한중일e스포츠 국가대표 선발 기준에 최근 3개월-한 시즌 개인 기록이라는 평가 항목이 명시돼 있는 게 전부다.

국가대표팀의 기량과 성적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과거 특별한 보상이 걸린 것이 없던 LoL 미드 시즌 컵(MSC), 리프트 라이벌즈, 시범 종목이었던 2018 아시안게임, 심지어 프로게이머만 출전했던 과거 올스타전까지 패배 시 비난이 나온다. 아무리 이벤트전이라도 국가와 팀 명예가 달리는 순간 경기 결과가 선수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하물며 이번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는 정식 종목으로 인정받으면서 결과가 더 중요해졌다. 그렇기에 실력과 결과에 관한 평가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량을 선별할 지표는 많다. 최근 몇 년 간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와 공식 대회마다 포지션 별로 최고의 선수를 뽑아 1st-2nd-3rd팀 후보를 뽑았다. 각종 어워드를 꾸준히 진행한 만큼 실력적인 부분으로 선별이 가능한 지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도덕성-책임감

국가의 명예를 대표해 나가는 자리이기에 선발 기준으로 언급되는 도덕성-책임감-사명감도 필요하다. 실력도 있고 도덕성까지 갖춘 선수로만 뽑을 수 있다면, 최고의 선발이 될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가치는 부딪힐 수 있다.

중요한 건 어느 정도까지 도덕성이 부족한 선수를 허용해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범법자, 그리고 최근 큰 문제를 일으킨 선수라면 당연히 후보군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렇지만 범법자가 아닌 선수가 '과거 잘못을 반성하고 몇 년 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을 해볼 수 있겠다. e스포츠는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프로에 데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어린 나이에 철없는 행동으로 팬들을 실망시킨 경우 역시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의지를 몇 년 간 보여준 선수라면, 선발 경쟁에 들 기회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과거 잘못을 저지른 선수에 관한 검증 역시 철저해야 한다. LoL e스포츠는 홈페이지에 주기적으로 e스포츠 제재 내역을 공개하곤 했다. 프로의 기준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한 지 확인할 수 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프로 선수의 잘못이라면, 도덕성-책임감 면에서 선출을 제외시켜야 한다. 하지만 한 번의 오래된 낙인으로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으면 한다.

▲ 출처 : 라이엇 게임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금메달과 국가대표의 명예라는 큰 결과가 달려있다.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정식 종목이 된 e스포츠의 대표 선수가 되길 바라지만, 동시에 무게 있는 자리에 오르는 것에 부담감이 들 수 있다. 자칫 아쉬운 결과를 냈을 때, 부담감을 견뎌내야 하고 자신에게 책임이 따라올 수 있기에 그렇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한국인 LoL 미드 라이너의 반응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최근 아시안게임 대표선발과 관련한 질문에 T1 '페이커' 이상혁은 "기량을 올리는 게 우선이다"고 답했으며, 담원 기아의 '쇼메이커' 허수 역시 "팀 성적이 우선"이라며 직접적인 의사를 표현하는데 조심스러웠다. 최근 2년간 최고의 커리어를 자랑하는 '쇼메이커', 역대 최고의 커리어인 '페이커',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인 '스카웃', 만만치 않은 개인 기량을 보유한 '비디디-쵸비'. 한국인 미드 라이너만 보더라도 대표 선발 과정은 힘들어 보인다.

이렇듯 최상의 기량과 커리어를 자랑하는 선수들이 있기에 선발 과정은 더 철저해져야 한다. 많은 이들을 설득할 만한 답을 내기 쉽지 않은 만큼, 공정한 선발의 기준과 과정의 투명성은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할 듯하다.

관련 기사 :
▶ 우승 시 군 면제,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과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