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평소에 보기 힘든 친척들이 한곳에 모여 덕담을 주고받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을 나누는 즐거운 날입니다. 하지만 이 명절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사람도 꽤 있을 것입니다. 연이은 업무를 겨우 끝내고 편하게 쉬고 싶은데 명절 음식을 만들어야 하거나, '결혼은 언제 하냐', '만나는 사람은 없냐' 등 어른들의 끊이질 않는 잔소리를 상대해야 한다거나, 안 그래도 얄팍하게 야윈 지갑 때문에 식비를 아끼고 있었는데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을 준비해야 하는 등 말이죠.

그중에서 가장 큰 공포를 느낄 사람은 컬렉터분들이라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귀엽고 순수한 조카들이 보물을 노리러 오는 사악한 악마로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죠. 오랜 시간 거금을 들여가며 힘들게 모아온 보물을 전시한 진열대를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들지만, 이때만큼은 조카들의 손아귀에서 지켜내느라 진땀을 빼야 합니다. 설사 부서지지 않도록 잘 구슬린다고 하더라도 어른들이 '아주라'를 전개하진 않을까 항상 긴장감 가득한 고난의 연속입니다.

그렇다면 조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회유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호기심 가득한 장난꾸러기들의 손길로부터 컬렉션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웬만한 것으로는 막기 어렵습니다. 조카들의 눈 돌리기 작전을 세우려면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포인트가 잔뜩 들어간 게임을 준비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입니다. 어디서 듣기로는 아이들은 반복적인 요소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귀여운 디자인도 놓쳐서는 안 되겠죠. 무엇보다 아이들이 쉽게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쉬운 조작감과 게임성도 겸비한 게 좋겠네요.

이렇게 특징을 모으다 보니 생각 나는 게 딱 하나 있습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가볍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가득한 닌텐도 스위치가 딱 제격임이 떠올랐는데요. 평소에도 내구성이 조악하기로 유명한 조이콘이 조금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보물들의 값어치에 비하면 저렴한 희생입니다.

자, 그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특징도 수집했고 기종도 골랐으니 이제 그 특징에 부합하는 게임만 준비하면 되겠네요. 조카들로부터 보물을 구원해줄 게임으로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태고의 달인 쿵딱! 두 가지 RPG 대모험 (플레이 인원수 : 1)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쿵딱쿵딱! 즐겁고 간단한 리듬 게임


오락실을 자주 들렀다면 누구나 알법한 게임이 스위치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노래를 선택해 리듬에 맞춰 커다란 북을 북채로 두구둥 두드리는 독특한 플레이 방식으로 유명한 태고의 달인입니다. 이 게임은 특이하게 한 팩을 구매하면 두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포켓몬스터로 비유하자면 포켓몬스터 소드/실드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두 게임이 포함된 팩의 가격도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어 오히려 가성비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태고의 달인은 횡단으로 날아오는 북 모양의 노트를 박자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리듬 게임입니다. 다른 리듬 게임과 달리 버튼을 두 개만 사용해도 클리어 할 수 있어 입문 난이도는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조작의 단순함으로 지루하진 않을까 싶지만 연타를 해 풍선을 터뜨리거나 점수를 쌓는 특별한 노트가 있고, 콤보를 쌓으면 피버가 발생해 더 높은 점수를 쌓을 수 있는 등 리듬 게임의 요소도 충실히 담겨 있습니다.

기존 태고의 달인은 일반적으로 노래를 선택하고 북을 치는 리듬 게임이 전부지만 태고의 달인 쿵딱! 두 가지 RPG 대모험은 스토리 모드라는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스토리가 조금 유치할 수 있지만 캐릭터의 디자인 덕분에 오히려 어울리고 어린 조카가 하기에 적절한 느낌이 듭니다. 필드에 등장하는 몬스터를 상대해 점점 강해지고, 마을에서 난처한 사람을 도와 보상을 얻는 등 기본적인 RPG의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적과의 전투에서 이기면 일정한 확률로 동료로 영입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태고의 달인 시리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복장 아이템을 얻을 수 있어 꾸미기를 좋아하는 조카가 있다면 더욱더 안성맞춤이겠네요. 귀여운 캐릭터의 디자인과 낮은 난이도,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복장이나 동료 시스템이 있으니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카들이 리듬에 심취해 소리를 크게 높여버리진 않도록 주의해야겠네요. ...오히려 어른들의 잔소리를 듣기 싫다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괴혼~굴려라 돌아온 왕자님~ (플레이 인원수 : 1~2)
15년 전 명작이 되돌아왔다. 쌈마이 감성 가득한 행성 만들기 대작전


아마 PS2 시절부터 게임을 즐겨온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어봤음 직한 시리즈입니다. '나나~나나나 나나~나나~'로 시작하는 특유의 중독성 있는 노래와 투박한 듯하면서도 깔끔하고 따뜻한 그래픽, 귀여운 캐릭터, 점심 나가 먹을 것 같은 대사와 연출 등은 지금도 느끼기 힘든 쌈마이 감성을 잘 녹여낸 게임입니다.

쪼그마한 왕자가 쫀득한 공을 굴려서 지구에 있는 다양한 잡동사니나 생물, 건물을 마구마구 붙여 행성을 만든다는 내용으로, 설명만 보면 이게 뭘 하는 게임이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특유의 몽글몽글한 BGM과 아기자기한 오브젝트, 반쯤 나사 빠진 스토리의 적절한 조합으로 오히려 가볍게 즐기기 좋은 게임이라 느껴집니다.

다른 게임과 달리 버튼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오직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조작법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조작법이 쉽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다소 생소한 방법이다 보니 처음에 적응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적응만 하면 컨트롤러로 직접 공을 굴리는 듯한 조작감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괴혼 시리즈는 더빙으로도 유명한 게임인데 더빙을 들을 수 있는 것은 PS2로 발매한 타이틀뿐이라는 것이네요. 자막 한국어화가 진행된 것만으로도 다행이긴 합니다만 그 찰진 더빙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여전히 조금 아쉽게 느껴지네요.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플레이 인원수 : 1~4)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레이싱 계의 0티어


마리오 카트 8 디럭스(이하 마카)는 화려한 그래픽과 높은 프레임, 역대급 맵과 캐릭터 등으로 호평을 받은 스위치 게임 중 하나입니다. 트랙을 달리는 도중 획득하는 아이템으로 상대를 공격해 높은 순위로 골인하는 것이 목적인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입니다.

마카는 여기 소개되는 게임 중 유일하게 최대 4인 플레이까지 지원하는 게임으로 수많은 조카를 한 번에 회유하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유명한 게임 슈퍼마리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물론 동물의 숲의 '여울'이나 스플래툰의 '만멘미', 젤다의 전설의 '링크' 등 여러 캐릭터도 만날 수 있으니 조카들을 집중시키기에 아주 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캐릭터뿐만 아니라 차체, 바퀴, 글라이더도 원하는 대로 골라 사용할 수 있어 판마다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맵의 다양함도 빼놓을 수 없죠. 우선 여태껏 발매되었던 마리오 카트의 인기 맵들을 전부 즐길 수 있습니다. 무지개 로드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고 닌텐도의 고전 게임인 바이크 로드의 험난한 코스를 달릴 수도 있지요. 그뿐만 아니라 스플래툰, 젤다의 전설, 동물의 숲과 콜라보 한 맵도 즐길 수 있어 새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여러 인원이 함께 즐기면 한 화면에서 분할해 표시되다 보니 모니터나 TV 화면이 작으면 알아보기 힘들어 조카들이 금방 싫증을 낼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큰 TV가 있는 분에게만 추천합니다.





뉴 포켓몬 스냅 (플레이 인원수 : 1)
포켓몬의 다양한 모습을 내 손으로 찰칵! 추억으로 남겨보자!


남녀노소 모두에게 치트키인 포켓몬이 사실 고민 없이 바로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지만, 열심히 키우고 가꾸어온 내 포켓몬을 조카에게 맡겼다간 어떻게 될지 몰라 함부로 조이콘을 주기엔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새로운 계정을 생성해주면 되긴 하지만 귀찮기도 하고, 스토리가 꽤 길다 보니 조카가 게임을 오래 붙잡다 돌아가기 싫어해 결국 친척에게 아주라를 듣게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럴 땐 뉴 포켓몬 스냅(이하 포켓몬 스냅)을 추천합니다.

포켓몬 스냅은 자연 속에서 서식하는 여러 포켓몬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포켓몬의 모습을 촬영해 나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몬스터를 향해 사과를 던져 사과를 먹는 모습을 찍거나, 화를 돋게 하는 등 재미있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외형과 크기를 자랑하는 일루미나 포켓몬이라는 개체를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포켓몬의 모습은 조카들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히 훌륭한 미끼입니다.





열일하는 UFO (플레이 인원수 : 1~2)
차곡차곡 물건을 쌓아 올려 인간을 돕고 알바비를 버는 외계인


귀여운 것에 사족을 못 쓰는 조카가 있다면 이 게임이 제격입니다. 바로 별의 커비 제작사가 개발한 작품 열일하는 UFO입니다. 모종의 이유로 지구에 오게 된 UFO가 곤란에 처한 지구인을 도와 아르바이트비를 번다는 귀여운 스토리로 진행되며, UFO는 영화처럼 반중력 빔을 쏘아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닌, 인형 뽑기 가게에서나 봤음 직한 커다란 집게로 물건을 옮깁니다.

별의 커비 제작사의 작품답게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픽셀 그래픽이 가장 눈에 띄는데요. 캐릭터뿐만 아니라 옮겨야 하는 오브젝트, 배경도 분위기에 어울리게 귀여운 맛이 있습니다. 게임 한판 한판의 길이는 짧은 편이지만 다양한 컨셉의 UFO 복장이나 미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숨겨진 요소 등 파볼 거리는 충분히 있습니다. 물론 신경 쓰기 귀찮다면 그냥 주 임무만 완료하고 다른 임무로 넘어가도 되지만요.

물건들을 옮기면서 균형을 잘 잡아 쌓는 것이 중요 포인트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균형 감각을 키우기에 좋아 보입니다. 조카들은 재밌게 게임하고, 말랑말랑하게 뇌를 자극해 왠지 공부를 잘하게 될 것 같고, 컬렉션도 지킬 수 있으니 진정한 일거양득인 게임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