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주요 대선후보들 공약에 대해 "게이머 관심 끌기에 그치지 말고, 선거 이후 정책으로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 학회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게임메타버스 단장도 역임하고 있다. 그는 학회에서의 발언은 학회장 자격으로서만 밝히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25일 한국게임학회가 11대 학회장 취임식 겸 간담회를 진행했다. 위정현 학회장이 지난 9대와 10대에 이어 11대 학회장으로 연임했다. 위 학회장은 10대 학회장 때 코로나19 상황에도 언택트로 이어진 학술발표대회, 확률형 아이템 문제 비판 등 주요 게임 산업 정책에 대한 방향성 제시,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에 따른 공동대책위원회 활동, 게임 정책토론회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지난 2021년은 한국게임학회가 설립 20주년인 해다. 위 학회장은 지난 20년 간 학회 활동을 정리해 책 출간도 준비했다고 전했다. 한국게임학회 20년 활동을 담은 책은 가까운 시일에 발간 예정이다.

올해 한국게임학회는 글로벌 연구 역량 강화, 사회적 공헌, 정부 및 산업의 협력 및 정책 대안 제시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글로벌 연구 역량 강화에 있어 학회는 코로나19로 멈춘 국제 게임 연구자 교류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모색한다. 학회는 국제게임컨퍼런스(International Game Conference, 가칭) 개최를 준비한다. 이어 학회는 사행성, 선정성 게임물 상시 모니터링을 위한 게임기사단(가칭)을 만들 예정이다. 게임기사단은 게임의 부정적 요인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위 학회장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에 게임산업진흥원(가칭) 설립을 제시했다. 그는 진흥원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 이슈 대응,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 중국 판호 문제, 메타버스 정책 수립, NFT/P2E 정책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정부, 산업계, 학계가 협력하고 공동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 학회장은 대선후보 공약에서 판호 문제가 중요하게 나오지 않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학회 조사 결과 판호 미발급으로 잃은 기회비용이 지난 4년 간 최대 15조 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위 학회장은 "요소수 사태 때 청와대, 정부, 국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한 것에 비해 판호 문제를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며 "게임산업이 요소수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후보들이 판호 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대응책을 마련해주길 바랐다.

대선후보들의 게임공약 관심에 대해 위 학회장은 "짧은 기간 2030세대 표를 얻기 위해 정책을 냈을 경우, 선거 이후에는 잊어버릴 수 있다"며 "대선후보들이 게임산업이 미래산업임을 인식하고 현재 게임공약보다 더 심도 있는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이어 "단순히 e스포츠 현장에 가는 게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왜 과거 게임을 받으러 온 텐센트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우리 넥슨이나 스마일게이트는 현재에 그쳤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텐센트가 넥슨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덕으로 크게 성장한 반면, 국내 게임사는 정부 규제로 성장이 제한적이었단 설명이다.

위 학회장은 "현재 게임산업 매출 규모가 20조 원인 것에 좋아하지 말고, 왜 200조 원이 되지 못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게임산업에 대한 고민이 대선 이후 정책으로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가 국내 게임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단기 충격은 미미하나, 장기적으론 클라우드 게이밍 산업을 축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며 "클라우드 게이밍 기반 구독경제로 게임산업이 이동하면, 현재 확률형 아이템 기반인 국내 게임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메타버스, NFT,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주요 기술을 미리 확보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장병규 의장이 크래프톤 주가 하락에 책임이 있는가에 대해 "상장 때부터 등장 가격 49만 원은 과대평가됐다고 여러 차례 말했고, 그 절반인 25만 원도 과하다고 말해왔다"며 "3N이 가진 개발력, 서비스 능력과 비교하면 크래프톤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배틀그라운드: 뉴스트에트 사전예약자가 만약 5억 명을 달성했어도 의미 없었을 것"이라며 "그건 새로운 게임이 아니라 단순 업데이트에 불과해 새로운 게임으로 포장했던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위 학회장은 "계획하지 않은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크래프톤이 계획했던 게임들은 '배틀그라운드'만큼 성공하지 못했다"며 "장병규 의장은 계획적으로 만든 게임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 하락으로 고통스러워야 하는 것은 창업자의 숙명이다"라며 "앞으로 장병규 의장은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2E 게임에 대해 위 학회장은 "일부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을 더 팔 수 있는 기회로 보는 거 같다"며 "일부 P2E 게임의 불순한 의도는 유저가 돈을 벌도록 하는 게 아니라,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더 팔고 코인 가치 상승으로 이득을 보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행성을 방지하고 유저와 게임사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