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픽셀크루즈의 '가디언 크로니클'이 전 세계 160개국을 대상으로 소프트런칭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듬해 3월엔, 한국을 포함한 정식 런칭에 들어섰고, 글로벌 전역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세자릿수에 달하는 국가에 서비스를 진행했고 멀티 플랫폼까지 챙겼으니 게이머라면 이름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게임인데, '가디언 크로니클'은 생각처럼 순항하진 못했다.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2022년 1월에 이르러서도 가디언 크로니클은 '아는 이들만 하는 게임'정도에 머물렀다 해야 할까.

긍정적인 부분이라면, 개발진이 힘을 잃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게임 하나가 참 빨리 접히는 요즘이다. 사고라도 나면 한 달도 못 가 접히는 게임도 왕왕 나오며 그럭저럭 성과를 보인 게임들도 매출 곡선이 하향세에 접어들면 채산성 떨어진 광산이 문을 닫듯 마무리 작업을 끝으로 서비스를 접는다. 그런 와중, 위태롭게나마 명줄을 이어오던 가디언 크로니클은 개발진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대규모 업데이트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대외적으로 발표된 주요 키워드만 열거해도 꽤나 큰 규모의 업데이트다. 일러스트와 UI가 싹 바뀌고, 레벨업 시스템이 리뉴얼되며, 이전에 없던 싱글 플레이 모드와 성우진의 녹음이 게임 내에 추가되었다. 덱 기반의 디펜스 게임이라는 핵심이 남아 있으니 업데이트로 분류되었을 뿐, 이 정도면 차기작 수준이라 봐도 좋은 변화.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도전에 나선 '가디언 크로니클'의 개발진을 직접 만나 보았다.

▲ 픽셀크루즈 김훈일 디렉터



Q. 만나서 반갑다. 먼저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줄 수 있나?

= 짧은 주기적 업데이트만으론 제대로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생각에 오랜 기간 고민해 단행한 업데이트다. 모든 캐릭터 일러스트와 UI를 변경했고, 성장 구조를 포함한 기존의 문제점들은 물론, 편의 사항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느낄 수 있도록 오랜 기간 준비한 업데이트다.


Q. 하나씩 말해보자, 일러스트 변경 작업은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

= 기존 캐릭터들은 그냥 귀엽게 생기긴 했지만, 우리가 봐도 딱히 매력적이라 할 만한 요소가 없었으며 각 캐릭터의 서사 구조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일러스트 개편의 이유도 여기에 있다. SD에 가까웠던 비율의 캐릭터 일러스트를 현실적 비율로 바꾸고, 각 캐릭터에게 성격과 목소리, 배경 서사를 덧붙였다. 여러 측면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 이전의 일러스트(좌)와 변경된 일러스트(우)


Q. 캐릭터의 성장 구조 개편은 어떤 형태로 이뤄진 건가?

= 기존의 캐릭터 성장 방식은 카드를 획득해 진행하는 형태였는데, 레벨 간 간극이 꽤 큰 편이었다. 때문에 오랫동안 게임을 해도 성장을 하지 못하는 구간이 생기기도 했는데, 대략적인 방향성을 말하자면 이 성장 단계를 잘게 쪼개둔 형태다.

그 외에도 친밀도와 파워레벨 등 캐릭터 성장과 연계된 몇 개의 축을 더해 게임을 계속 플레이할 경우 매일, 매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성장 구조를 개편했다.

업데이트 이전에 육성해두었던 캐릭터들의 경우 업데이트에 맞춰 성장치가 손실분 없이 적용된다. 최대 99레벨로 확장되면서 이에 맞게 계산되며, 실질적으로 기존 유저분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는 없다.


Q. 싱글 플레이 모드인 스토리 모드가 추가되었다. 기존의 게임 방향성이 PVP 중심이었는데, 기조가 바뀐 것인가?

= 아무래도 내가 멀티 플레이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서사와 싱글 플레이 모드를 다소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이 있는데, 실제로 게임을 서비스해 보니 그저 누군가와 대전을 한다는 그 자체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게이머들이 적지 않았다.

이 분들이 게임에 적응해 남을 수 있도록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에 앞서 말한 캐릭터의 서사를 포함하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스토리 모드'의 추가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실제 테스트 중에도 덱 구성과 실전 응용을 스토리 모드를 통해 습득해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게임에 적응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멀티플레이의 비중을 줄였다기 보단, 기존에 없던 싱글 플레이가 생기고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거라 설명할 수 있다. 스토리 모드의 경우 처음 게임을 하는 분들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난이도로 준비했다.

▲ 업데이트로 추가된 싱글 플레이 콘텐츠 '스토리 모드'


Q. 캐릭터 리뉴얼과 동시에 성우도 기용해 목소리 녹음을 진행했다 들었다. 성우진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 스토리 모드를 준비하다 보니 이야기를 풀어낼 '화자' 역할의 캐릭터가 필요했고, '요한'이나 '마리아' 등 서사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었다. 단순한 단답형 대사가 아닌 긴 대사가 추가됨에 따라 성우 기용은 불가피한 일이었고, '남도형' 성우님을 비롯한 다수의 성우 분들이 녹음 작업에 함께해 주셨다. 또한, 일어 버전의 경우 일본에서 활동하는 여러 성우 분들과 함께 녹음을 진행했다.


Q. 앞서 성장 시스템에 대해 설명할 때 '친밀도'시스템에 대해 말했는데, 이를 보다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 스토리 모드를 제작하다 보니 모든 등장 캐릭터의 서사를 표현하기는 어려웠고, 이 부분이 못내 아쉽게 느껴져 도입한 시스템이다. 각 캐릭터의 성격과 배경, 설정 등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라 해야 할까?

시스템을 설명하자면, 각 캐릭터와 친밀도를 높이다 보면 보상을 얻을 수도 있고 이를 다른 캐릭터의 성장에도 사용할 수 있다. 여러 캐릭터와 친밀도를 높일 이유를 만든 셈이다. 부가적으로 업데이트 이후에는 로비의 대표 캐릭터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데, 이때 친밀도에 따라 대사가 바뀌곤 한다.

▲ 친밀도 시스템은 성장의 다른 축으로 도입되었다.


Q. 이전에는 각 시즌 마다 특정 영웅을 픽업해 사용했고, 유용한 캐릭터 중심의 덱이 많이 쓰였는데, 앞으로는 메타가 달라질 것이라 보는가?

= 시즌별로 2개의 캐릭터 픽업은 그대로 이어갈 생각이지만, 특정 기간이 지나거나 가챠 풀이 넓어져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힘든 상황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챠 시스템을 변경해 풀 자체를 제한하는 스카우트 시스템을 만들었다. 캐릭터의 역할군에 따라 가챠를 진행하게 만들어 풀을 좁힌 시스템이다.


Q. 가챠 시스템의 천장은 어느 정도라 생각하면 될까?

= 게임을 실제로 해 보면 스카우트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캐릭터를 뽑기가 딱히 어려운 편이 아니다. 시스템 구조는 변경되었지만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유사 장르의 타 게임들에 비하면 가디언 크로니클의 천장 자체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 스카우트 시스템은 역할군에 따라 좁아진 풀 내에서 가챠를 하는 형태


Q. 업데이트를 준비하다 보면 각 권역의 피드백 수집이 필수였을 텐데, 국가별로 피드백 내용의 차이가 있는가?

= 당연히 존재한다. 국내 게이머들의 경우 아무래도 특정 캐릭터의 강함이나 효율 등 성능에 따른 밸런스에 대해 피드백하는 부분이 많은 편이다. 반면, 해외 게이머들은 더 다양한 카드를 원한다거나, 상대적으로 약한 카드들을 쓸 수 있게 만들어달라는 등 각 캐릭터를 최대한 사용하게끔 해달라는 형태의 피드백이 많다.


Q. 국내 서비스 이후 10달 만에 진행되는 큰 업데이트다. 개발 기간은 어느 정도 되었는가?

= 업데이트의 당위성이 논해진 것은 반 년 정도 된 것 같다. 서비스를 계속 이어가다 보니 짧은 주기의 업데이트만으로는 유의미한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자체 피드백이 있었고, 이에 큰 변화를 주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했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한 것은 3~4개월 정도 된 것 같다.

▲ 이전의 UI(상)에 비해 세련되게 변경된 현 UI(하)


Q. 그럼 추후에도 주기적으로 진행되던 업데이트는 유지되는 것인가?

= 4주마다 시즌을 따라 진행되던 업데이트는 그대로 유지되며, 스토리 모드의 경우 분기마다 업데이트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2주 간격의 작은 업데이트도 기획 중인데 신규 캐릭터 뿐만 아니라 다른 콘텐츠도 추가하는 형태를 고려 중이다.


Q. 소프트 런칭 당시 유저풀의 문제로 추가 모드의 도입은 어렵다 말한 바 있는데, 이 생각은 변함이 없나?

= 아직 큰 기조는 그대로인 상황이다. 유저풀이 많아진다면 시도를 할 수야 있겠지만, 아직은 좀 부족한 상황이라 본다. 그래도 유저분들이 많은 의견을 주고 있고 이 중 꽤 흥미로운 아이디어도 적지 않지만, 매칭 풀이 갈려버릴 수 있다는 근본적인 우려 때문에 손쉽게 생각하긴 어려운 면이 있다.


Q. 성장 시스템이 바뀌다 보면 성장 한도도 올라갈 테고, 이는 곧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는데, 우려하지 않아도 되나?

= 성장 시스템의 개편은 기본적으로 성장 체감의 변경을 위한 시도이지만, 최종 단계에 이르면 지금보다 조금 더 강해지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레벨업 곡선이 존재해 50까지는 비교적 쉽고, 70까지는 다소 어려우며, 그 이후엔 레벨업이 매우 어렵다.

우리는 실질적인 만렙을 70레벨로 설정하고 있고, 50레벨까지는 어렵지 않게 육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큰 격차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 레벨 70이 실질적 만레벨, 이후 99까지는 '고인물'의 영역


Q. 픽셀크루즈의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발팀의 규모 확장은 따로 없었나?

= 지금도 소수정예에 가깝다. 기존의 20인에서 크게 늘지 않았고, 물리적으로 부족한 자원은 외주 작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소수 팀의 경우 의사 결정 과정이 매우 빠르다는 나름의 장점이 있기에 크게 어려운 상황을 겪진 않았고, 멘탈리티와 관계된 부분에서는 오히려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큰 조직이었다면 부담감도 심할테니 아마 어려웠을 거라 내심 생각하고 있다.


Q.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라인게임즈 측은 어떤 의견을 주었나?

= 아무래도 업데이트 진행 자체가 라인게임즈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막말로 게임 서비스 이후 2주만 봐도 흥행세가 짐작되고, 3달이 넘어가면 서비스 진행에 대한 각이 나오는 시대인데, 가디언 크로니클은 1년을 서비스하면서도 크게 빛을 못 봤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리뉴얼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재미있게 꾸준히 게임을 플레이해주는 게이머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부 반응도 좋았고, 큰 폭은 아니었지만 점진적인 성장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 덱 빌딩 기반의 디펜스 게임이라는 기본은 여전히 남아 있다.


Q. 현재 모바일과 PC에서 플레이 가능한 크로스 플랫폼 형태로 서비스 중인데, 유저 지표는 어떻게 되는가?

= 서비스 초기에는 PC 유저들의 지표가 비교적 높았지만, 라이브 서비스를 이어가면서 점점 모바일 유저의 비율이 높아졌다. 때문에 업데이트 방향도 PC 기준에서 모바일 편의성 위주로 변경된 점이 없잖아 있다. 플랫폼에 따라 아쉬움이 생길 수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지만, 다수의 게이머가 차지하는 플랫폼 위주의 업데이트 방향성 설정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Q. 리뉴얼 업데이트와 별개로 정식 서비스 1주년이 머지 않았는데, 기념 이벤트는 따로 없는가?

= 생각이야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업데이트 작업에 집중하다 보니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를 짜낼 시간이 부족했다.


Q. 마지막으로 가디언 크로니클을 즐기고 있는 게이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매 시즌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대회를 열고 있는데, 유저 풀이 많지 않음에도 꾸준히 대회에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게임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어렵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 분들을 보면 계속 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게임을 즐겨 주시길, 그리고 지금처럼 작게나마 응원의 메시지를 주시길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