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高橋和希/集英社 (출처: 만화 '유희왕')

“일반인은 여기서 냉큼 꺼지시지!”
“오늘 이 도시는 전쟁터로 변한다!”


요즘 이 대사가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대사는 만화, ‘유희왕’에서 나왔는데요. 카드 배틀을 펼칠 수 있는 ‘배틀 시티’가 개막하자 카드 뭉치(덱)를 들고 전장에 나선 플레이어(듀얼리스트)들이 자리를 지나가던 회사원에게 말한 대사입니다. 이전에도 다른 게임에서 흔히 쓰였던 밈(meme) 중 하나였지만, 이제 배틀 시티 밈은 다시 유희왕에게 돌아왔습니다.


‘유희왕 마스터 듀얼’


유희왕 오피셜 카드 게임을 유통하는 코나미에서 직접 개발한 온라인 카드 게임입니다. 이전에 개발했던 ‘듀얼 링크스’와는 상당히 다른 구조로 되어 있죠. 듀얼 링크스는 스피드 룰과 마스터 룰을 섞은 변칙적인 구조와 몬스터/마법, 함정 존의 칸수가 세 칸인 등. 기존의 마스터 룰과 상당히 다르게 구성되어 있던 점이 특징이었죠. 하지만 대부분의 유희왕 플레이어들은 다른 게임을 바랐습니다. 듀얼 링크스는 어쨌든 TCG와 같은 환경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마스터 룰을 채용했던 ‘레거시 오브 더 듀얼리스트’(이하, LOTD)가 처참히 망했던 탓에 좀 더 제대로 된 ‘유희왕 카드 게임’을 바라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유희왕을 추억으로 알고 있는 게이머라면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유희왕의 룰을 얼추 기억하고 있을거고, 지금과는 많이 다르긴 하지만, 유희왕 애니메이션의 기본적인 듀얼 베이스 또한 ‘마스터 룰’이니깐요.

그렇게 코나미가 한번 더 도전한 마스터 듀얼은 1월 19일에 기습적으로 출시되었습니다. 갑자기 게임이 열려 당황한 유저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전부 전쟁터로 뛰어들었죠. 그리고 마스터 듀얼은 출시 초기에 Steam(스팀) 접속자 수 ‘20만 명’을 넘어섰고, 현재 앱스토어에서도 카드 앱 1위를, 구글 플레이에서는 한국에서만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습니다.

▲ 스팀 플레이어 수가 아직도 '10만 명'을 유지 중인 마스터 듀얼

▲ 앱스토어 카드 앱 1위, 구글 플레이 스토어 100만 다운로드의 성적을 내기도 했습니다

분명 같은 마스터 룰을 채용한 LOTD는 성적이 좋지 않았죠. 그런데 어째서 마스터 듀얼은 흥행에 성공하게 되었을까요? 이유는 이것저것 있겠지만 차근차근 뜯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연출 자체가 다릅니다. UI가 조잡하고 연출이 심심했던 LOTD와 다르게 마스터 듀얼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온라인 카드 게임의 연출을 채용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최근 트렌드라는 것에 맞춰 변화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와 동시에 콘솔 패드에 진동 효과도 추가하면서 카드가 흔들릴 때, 손에 짜릿한 진동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전작과 비교해서 시각적인 효과를 챙기면서 동시에 손맛까지 구현한 셈이죠.

그리고 멀티플레이 지원 여부도 큽니다. LOTD도 비록 언어 지원 수는 적지만 글로벌을 의식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카드 뽑기 시스템 또한 엇비슷했습니다. 연출의 규모 자체가 다르긴 하겠지만, 둘의 온도 차가 달랐던 이유는 아마 전세계 유저와 치열한 심리전을 펼칠 수 있는 마스터 듀얼과 다르게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승부를 펼치는 싱글 플레이 형식의 LOTD와의 성격 자체가 맞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 꽤 심심한 효과와 부실한 UI를 갖춘 LOTD와 다르게
(출처: '유희왕 레거시 오브 더 듀얼리스트' 홈페이지)

▲ 콘솔 패드로 할 때 제일 손맛이 짜릿해지는 마스터 듀얼

자, 여기까지는 LOTD와 비교해서 마스터 듀얼을 비교했지만, 마스터 듀얼이 비교적 흥행한 이유는 이것만이 아닐 겁니다. 일단 한국에서 오프라인으로 듀얼을 하고, OCG를 하는 것 자체가 비교적 마이너 한 행위로 보입니다. 실제 카드로 덱을 맞추고 구성을 짜야 하는 것은 물론, 유희왕의 복잡한 룰까지 어느 정돈 알고 있어야 하니깐요. 그러니까 입문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숙달에는 상당한 피로가 듭니다.

그리고 얼굴을 마주 본다는 입장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고, 현재까지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면 그 자체를 꺼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과 비교해서 마스터 듀얼은 세 가지의 강점이 존재합니다.

① 코로나-19 등의 대면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온라인’ 형태의 쉬운 접근성.
② 인게임 재화, ‘젬’의 초반 수급이 유용해 누구나 덱을 하나 정돈 맞출 수 있음.
③ 현재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유희왕에 흥미 있어 할 법한 세대가 ‘20~30대’로 성장.


우선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질병으로 인해 생겨난 ‘스테이 홈’ 생활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사람 모두를 아울러 잡을 수 있는 쉬운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큽니다. 요즘에는 밖에서 놀지 않고 집 안에서 노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 되었으니깐요. 이렇게 생겨난 특수한 조건들이 마스터 듀얼의 성공을 좌우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리고 쉬운 접근성에는 사람과 승부를 겨루는 온라인 게임이란 점과 부분 유료화 게임이기에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도 포함됩니다. 그뿐일까요? 마스터 듀얼은 무려 ‘모바일’에도 출시되었기 때문에 접근성 자체가 비교를 불허합니다. 콘솔, PC, 모바일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엮어 모든 유저와 듀얼 할 수 있다는 자유로운 접근성은 “코나미가 이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 카드를 뽑는 데 쓰이는 인게임 재화, ‘젬’을 초반에 쉽게 모을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을 클리어하고, 솔로 모드를 즐기면서 룰에 익숙해지면 젬이 대략 4000 이상 모입니다. 이제 이 모인 젬을 카드를 조합해야 생기는 ‘시크릿 팩’을 만들어 뽑으시면 됩니다. 뽑은 카드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카드는 ‘분해’ 버튼을 눌러 제거하고, 덱에 필요한 카드를 ‘생성’하는 식으로 맞추다 보면 어느새 덱이 하나 완성되어 있을 겁니다. 단, 후반에는 젬 수급이 힘들어지고, 3회 한정 패키지를 제외하면 결제는 효율이 높지 않기에 플레이하시기 전에 덱을 신중하게 고르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유희왕 애니메이션이나 카드 게임을 추억으로 즐기던 게이머들의 성장입니다. 이제 2000년대에 유희왕을 처음 보고 추억을 쌓은 어린이들이 나이대는 20~30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저 또한 유희왕을 추억으로 삼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애니메이션을 ‘아크파이브’까지 본 특이 케이스지만요. 최근 게임 업계에서도 이런 유저를 겨냥해 과거 작품을 부활시키는 ‘리마스터 열풍’이 불고 있는데, 그것과 비슷하게 바라볼 수 있겠네요.

▲ 우선 강자와 겨룰 수 있는 '멀티 플레이'가 제일 클테죠

▲ 그다음은 원하는 덱을 하나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큽니다. 꼭 테마에 맞는 시크릿 팩을 뽑읍시다

▲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본 게이머들이 20~30대에 접어들어 게임을 하기 좋은 연령대가 되었단 것도 있습니다
아, 위의 사진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C)高橋和希 スタジオ・ダイス/集英社・テレビ東京・NAS (출처: 애니메이션 '유희왕 5D's')

그리고 게임의 룰을 재정하고 있는 코나미에서도 "카드가 다릅니다."라는 답변이 나올 정도로 복잡한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는 마스터 룰. 그렇기에 분명 룰을 숙지하기 어려워 입문을 포기한 유저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마스터 듀얼에서는 이를 컴퓨터가 처리해 주기 때문에 더욱 입문이 편해졌습니다. 덕분에 과거 유희왕에 추억이 있는 게이머나 입문하려고 했지만 복잡한 룰 때문에 꺼려지던 유저도 한 번은 관심을 기웃거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편의성과 여러 이유가 겹쳐 한국에서도 현재 ‘듀얼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제 친구들은 물론 지인들까지 마스터 듀얼을 하는 모습을 보고 대충 덱 맞추고 말았던 저는 허겁지겁 게임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현재 마스터 듀얼에서 쓰이고 있는 티어덱이 과거 '고즈' 등이 유행했던 시절과 비교해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입문 유저도 생겼습니다.

OCG/TCG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작한 유희왕 마스터 듀얼. 마스터 듀얼의 성공적인 안착을 통해 현재 한국을 포함한 각국 세계의 게이머들이 ‘듀얼리스트’로 탈바꿈되는 중입니다. 매칭 시간은 고작 1초만 기다리면 되고, 한 턴의 전개조차 안심할 수 없는 듀얼 특성상, 입문 유저들을 훌륭한 듀얼리스트로 성장시키는 중입니다.

심지어 입문 유저에게 함정 카드를 나란히 놓아 상대방을 방해하면서 특수 소환해 공격을 가하는 ‘엘드리치 덱’을 추천 중인지라 방심하면 숙련자여도 이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저는 ‘드래곤메이드 덱’으로 플래티넘 5까지 올라갔는데, 한창 깨지고 골드 1로 강등당했다가 다시 플래티넘 5로 올라왔습니다. 지금도 자신의 덱이 부족한지, 전략이 모자란 건지 계속 시험 중이고요.

▲ 그야말로 세계는 '배틀 시티'가 되어버렸습니다

▲ 안 그래도 플래티넘 5까지 올라갔다가 골드 1로 떨어지고, 다시 플래티넘 5로 올렸습니다

모두가 ‘듀얼리스트’인 상황. 그렇다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기에 정말 좋은 때입니다. 정성껏 가꾼 덱과 전략법을 가지고 자신의 지략을 시험해 보는 이 순간. 과연 마스터 듀얼은 계속해서 흥행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가 주목됩니다.



▲ (출처: '유희왕 듀얼 링크스' 공식 홈페이지)

어둠의 유희: “카드가 검이라면 듀얼디스크는 방패……”

“그렇다면 오른손의 카드엔 자존심을, 왼손의 듀얼디스크엔 혼을 담겠다!”


▲ 그래도 드래곤메이드... 포기 못 한다!!


▲ (C)高橋和希 スタジオ・ダイス/集英社・テレビ東京・NAS (출처: 애니메이션 '유희왕 G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