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애명월도M'은 지난 2018년부터 국내 정식 서비스 중인 무협 MMORPG '천애명월도'의 모바일 버전이다. 천애명월도는 그간 웹게임 위주의 낮은 퀄리티였던 중국 무협 게임과 달리, 원작 소설의 서정적인 서사와 정통파 무협의 느낌을 살린 액션과 콘텐츠로 국내 무협팬뿐만 아니라 일반 유저층에게도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22년, 이를 모바일과 PC 크로스플랫폼으로 다듬은 '천애명월도M'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CBT를 진행한다. 지난 지스타 2021에서 텐센트가 처음으로 개발 스튜디오인 오로라 스튜디오 명의로 참가하고 시연 버전을 선보이는 등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여러 모로 신경을 쓰고 있는 '천애명월도M'이, 과연 현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저력을 보일지 미리 체험해보았다.



■ 그간의 모바일 무협 MMORPG 콘텐츠를 완성도 있게 담다


천애명월도M이 출시되기 전부터 국내에서는 검은달, 동방불패 모바일을 비롯한 신세대 모바일 무협 MMORPG가 하나둘씩 들어오고 있었다. 이 작품들은 제각각 디테일은 다르지만, 그간 국내에 출시됐던 웹게임 그리고 모바일 무협 MMORPG와는 다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계속 임무를 보내고 파견을 보내면서 세력을 키우고 천하제일이 되거나, 혹은 무협의 분위기나 그래픽만 채택하고 내용물은 계속 사냥과 파밍만 반복하는 양산형 MMORPG의 구도가 주였다.

그러나 텐센트, 넷이즈, 완미시공 등 중국에서 이름있는 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시장에 내놓은 모바일 무협 MMORPG는 24시간 자동 사냥 및 유저 간 전투력 경쟁에 올인하는 구도에서 탈피해 '무협'과 '강호유람'이라는 테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경공으로 산천 및 건물 사이를 자유로이 활보하거나, 표국의 의뢰를 받고 먼 길을 가면서 산적이나 중요한 화물을 노리는 사파 혹은 무림공적의 암수를 물리치는 등, 다른 매체에서 그려낸 무협의 세계를 유저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무협하면 빠질 수 없는 경공의 쾌감은 천애명월도M에도 살아있다

PC판에서 이미 잡아둔 기틀이 있던 만큼, 천애명월도M 역시도 그 테마를 충실히 담아냈다. 원작에서 트레이드마크처럼 자리잡은 대경공은 물론이고 점프 및 소경공도 모바일 환경임에도 빠짐없이 넣었다. 아울러 경공을 통해 강호를 누빈다는 느낌에 충실하게끔 PC판 못지 않게 그래픽 퀄리티에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물론 그래픽 퀄리티 자체는 PC판에 비하면 조금 떨어지긴 하다. 심지어 개봉 등 일부 지역은 모바일에서 최적화를 위해서 원작에 비해서 좀 축소된 감은 있다.

그러나 각각 오브젝트의 퀄리티는 전체적인 윤곽에서 훑어보았을 때 PC판의 느낌을 어색하지 않고 충실하게 담아냈다. 특히 대경공으로 월드를 누빌 때의 연출과 전반적인 뷰는 PC판 못지 않게 무협에서 기대하는 특유의 미장센이 살아있었다. 24시간 자동 닥사 위주의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일일 퀘스트 및 표행 등의 비중이 상당히 큰데, 그렇게 강호를 둘러볼 때마다 시간과 날씨의 변화도 가미해서 시시각각 다른 강호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더했다.

경공뿐만 아니라 무협의 또다른 축인 '무공'의 손맛을 살리는 노력도 잊지 않았다. 천애명월도M에는 PC판에 등장하는 주요 문파 중 신위, 천향, 태백, 당문, 개방, 신위, 이화 6문파가 플레이어블로 등장하고, 모바일을 고려해서 몇몇 스킬들이 빠지거나 특정 스킬 발동 후 파생기로 바뀌는 등 일부 변화가 있긴 하다. 그 와중에 모바일 MOBA의 조작법을 일부 채용해 문파의 특성을 살린 기술을 다각도로 구현하면서 무협에서 빠질 수 없는 '논검'의 재미를 살렸다. 아울러 PC판을 해보지 못했거나, 조작법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을 위해서 AI와 대전하거나 스킬 연계를 튜토리얼로 볼 수 있는 '시검대'도 준비했다.

▲ 브레스...아니 검기 피해욧 구석으로

▲ 논검에서 필수인 스킬 연계를 시범뿐만 아니라

▲ 직접 연습해볼 수도 있다

강호를 유람하면서 전투뿐만 아니라 PC판에 있던 각종 소소한 콘텐츠를 간소화해서 곳곳에 배치, 메인퀘스트가 끊기는 구간을 다소 스무스하게 풀어넘겼다. 또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뿐만 아니라 옷 염색이나 저택 시스템, 농사 등도 색이나 여러 가지 설정을 세세하게 지정할 수 있어 꾸미는 재미도 있었다. 다른 유저의 데이터를 받아보거나, 자신의 데이터를 QR 코드로 공유하는 등 모바일 유저들끼리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틀도 잘 갖춰져있었다. 다만 PC판을 즐겼던 유저라면 아쉬울 수는 있겠다. 신분 콘텐츠는 CBT 단계에서는 요리사, 표사, 현안 세 종류만 공개된 상황됐고, 그 외에도 여러 콘텐츠들이 모바일을 고려해서 간략화된 감은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천애명월도M의 콘텐츠는, 모바일 무협 MMORPG 중 가장 강호 유람의 느낌을 잘 담아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아직 CBT 단계임에도 타 모바일 무협 MMORPG에서 늘상 나오곤 하는 번역 이슈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 특히 중국발 게임이 번역이 미흡하다는 건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긴 하다. 그 중에서 유독 무협 게임 중에 그런 사례가 많았다. 갑자기 중국어 더빙이 튀어나오는 건 물론이고, 스토리는 그렇다고 쳐도 육성에 필요한 툴팁까지 종종 중국어가 출력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CBT 단계를 거쳐서 정식 출시 때는 조금씩 다듬어서 나오는 게 일상다반사지만, 방심하다보면 문맥이 이상하거나 어조가 존댓말에서 갑자기 반말로 출력되는 등 오류가 종종 발생하곤 했다. 특히나 이러한 작품들은 닥사 위주가 아니라, 콘텐츠를 하나하나 하면서 렙업하고 막힌 구간을 점진적으로 풀어가는 구조다보니 번역 이슈는 생각보다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 간소화시켰다고 해도 낚시는 빠질 리 없지

▲ 아무튼 목격자가 보기 전에 처치했으니 암살 성공...하려면 부단히 공격하자


▲ 염색이나 저택 등 꾸미기 요소도 나름 충실하다

그러나 천애명월도M은 달랐다. 물론 CBT 단계인 만큼 자막과 더빙이 일부 안 맞는 등 옥의 티가 있긴 하지만 중국어가 갑자기 튀어나온다거나 폰트가 깨지고 엇나가는 실수는 테스트 빌드를 플레이하면서 아직 본 적이 없다. 물론 MMORPG는 아무리 모바일이라고 해도 굉장히 방대한 장르니, 아직 다 훑어보지 못한 터라 오류가 100% 없다고 자신하긴 이르다. 그렇지만 천애명월도M을 다른 모바일 무협 MMORPG와 격이 다르다고 느끼게 하기엔 충분했다.

사실 콘텐츠만 뜯어놓고 본다면, 천애명월도M은 디테일을 조금 더 챙겼을 뿐 큰 틀은 타 무협 MMO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공은 물론이요 중간중간 갑자기 튀어나오는 각종 문답이나 강호를 떠돌면서 겪게 되는 돌발 이벤트, 선택에 따라 성향이 달라지는 주인공 등등은 이미 여타 무협 MMORPG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은 디테일에 깃든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다른 모바일 무협 MMORPG가 저지른 우를 천애명월도M은 범하지 않았다.

▲ 선택의 순간에 폰트가 깨지거나 했다면 팍 식었겠지만, 그런 일이 없도록 디테일에 신경썼다



■ 주인공 1인이 아닌, 동료와 함께 하는 이야기 - 모바일에 맞춰 개편한 서사 구조

▲ 천애명월도M에서는 연남비가 죽은 이후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천애명월도 자체가 중국 무협 작가 고룡의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만큼, PC판에서부터 그에 맞는 스토리텔링을 제시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심해왔다. 절세무공을 기반으로 한 화려한 전투나 피로 피를 씻는 은원 관계, 혹은 대에서 대로 이어지는 협행이 주를 이루었던 당대 무협과 다소 결이 다른 원작의 서정적인 느낌을 담고자 시네마틱과 배경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심지어 몇몇 핵심적인 부분은 스킵 기능도 빼버리는 등,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한 개발진의 고집이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PC MMORPG보다 더 스토리를 스킵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 모바일 MMORPG이지 않던가. 그래서 이번에는 다소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일반적으로 메인 퀘스트는 클릭 몇 번만 하고 지나가거나 혹은 아예 손가락 까닥 안 하고 풀 자동으로 돌리는 정도까지만 생각하지만, 천애명월도M은 2장부터 메인퀘스트를 스킵할 수 있다. 스킵하게 되면 퀘스트에서 얻게 되는 경험치를 다 정산해서 받고, 못 본 퀘스트는 '추억편'에서 다시 보는 것이 가능하다.

스토리 비중이 높은 작품이 메인퀘스트를 통째로 스킵 가능하다는 점이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이러한 모순을 천애명월도M은 수집형 RPG의 요소를 일부 도입하면서 극복해나갔다. PC판도 유저뿐만 아니라 원작 소설의 주인공 부홍설을 비롯해 여러 주요 인물들이 얽히고 섥힌 이야기를 각각의 시점에서 실타래를 풀어가는 형태였는데, 여기에 수집형 RPG처럼 동료들과 함께 교류하는 요소를 한층 더 강화한 것이다.

▲ 그 시점에서 강호초출을 한 신출내기인 만큼

▲ 때로는 험난한 강호를 같이 다녀줄 동료가 필요한 법

▲ 그외에도 원작의 여러 인물들을 동료로 모집할 수 있지만

▲ 천파부 시련 등 제한된 콘텐츠에서만 활용 가능하다

천애명월도M은 천애명월도 PC판과 달리 연남비가 죽고 공자우가 심고홍에게 패한 이후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공작령이나 요나라와 관련된 이야기 등 PC판에서 중반 이후부터 등장할 이야기들이 비교적 초반부터 빨리 이어진다. PC판에서는 그 시점에 유저가 이미 부홍설, 엽개, 심고홍, 당청풍 등 당대의 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고수가 된 상태고 그간 이야기를 쭉 보면서 맥락을 어느 정도 알게 되지만, 천애명월도M의 주인공은 그때 비로소 무림초출한 상황이다. PC판을 플레이한 유저라면 이미 몇 번이고 보았던 캐릭터들을 다시 보는 재미가 있지만, 천애명월도M으로 처음 본다면 아무래도 갭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온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천애명월도M은 유저와 함께 강호를 유람할 오리지널 캐릭터들도 동료로 추가했다. 천애명월도M의 동료 시스템은 단순히 NPC가 아니라 일부 콘텐츠에서 유저를 보조하는 파티원으로 등장하거나, 호감도를 쌓아서 히든 스토리나 서브 퀘스트를 해금할 수 있는데 초반에 얻을 수 있는 오리지널 캐릭터들을 통해서 대략적인 사전지식과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또한 서브 퀘스트도 이들과 연결해서 설계, 스토리의 맥락이 뜬금없이 흘러가지 않도록 했다. MMORPG하면 흔히 떠오르는 늑대 몇 마리 잡아오라는 종류의 퀘스트는 천애명월도M에도 있지만, 이는 매일 경험치를 충당할 수 있는 일일퀘스트에만 한정했다. 대신 서브 퀘스트는 거의 대부분 동료, 혹은 주인공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NPC를 통해서 진행하고 호감도나 각종 시스템과 연계되게 해서 밀도를 높였다. 수집형 RPG처럼 동료가 파티에 편성되어 모든 콘텐츠를 진행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과 교류를 필수적으로 진행하면서 알음알음 알아가는 묘를 구현하고자 시도한 셈이다.

▲ 작중 인물과 교감하면서 더 디테일한 이야기를 파고들 수도 있지만

▲ 귀찮다 싶으면 메인 스토리도 스킵할 수 있는 등, 선택의 폭이 넓다



■ 천애명월도M, 무협팬의 아쉬움을 달래줄 모바일 MMORPG로 자리잡을까


무협팬들은 그간 퀄리티 좋은 무협 게임을 오매불망 기다려왔다. 특히나 모바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무협이라는 장르 특성상 개발사나 유저의 폭이 한정될 수밖에 없고, 풀이 제한되다보니 퀄리티 좋은 게임이 나오기가 쉽지 않긴 하다. 그렇다고 그냥 체념하기엔, 무협 게임에 대한 강호인들의 의리는 역사가 깊고 숙원도 그만큼 축적되어있다.

이미 천애명월도 PC판을 통해서 PC MMORPG에서는 어느 정도 이루어진 만큼, 이를 모바일에 맞춰 풀어낸 천애명월도M이 기대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중국 본토에서 출시된지 시일이 좀 지나기도 했고, 그 기간 동안 국내 출시된 모바일 무협 MMORPG들이 썩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터라 유저들의 시선도 다소 회의적이긴 하다.

그렇지만 테스트 버전에서 훑어본 천애명월도M은, 이전까지의 모바일 무협 MMORPG와는 다소 결이 달랐다.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날을 기껏 갈아놓고도 번역 등 마무리가 허술해서 몰입감을 해쳤던 다른 작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다듬은 번역 퀄리티에 PC판의 콘텐츠를 모바일에 맞춰 잘 구현했다. 아울러 PC판을 했던 유저나 천애명월도M으로 처음 IP를 접하게 될 유저를 위한 캐릭터 및 설정 정리도 충실하다. PC클라이언트는 여타 모바일 MMORPG의 클라이언트 버전에 비해 다소 조작감이 이질적이긴 하지만, 키 세팅옵션도 디테일하게 갖춰져있다.

큰 흐름에서 보면 여타 중국 모바일 무협 MMORPG와 비슷하다보니 최근 국내 모바일 MMORPG 트렌드에 익숙한 유저라면 다소 낯설지 모르겠다. 무협이라는 소재도 올드하고, 최근에는 다소 주춤하고 있기 때문에 사뭇 접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림에 뜻을 뒀던 사람이라면 한 번은 훑어볼 필요가 있다. 그간 다소 엉성했던 국내 모바일 무협 MMORPG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각잡고 출격 준비 중인 몇 안 되는 작품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