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환상수호전'의 개발팀이 새롭게 정신적 후속작을 차린다는 소식은 시리즈 팬들에게 꽤나 고무적인 소식이었습니다. 수호전을 원작으로 한 동-서양의 융합으로 만들어낸 세계관도 매력적이기에, 고전 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들은 코나미의 환상수호전을 꽤 기억하고 계신 분들도 많겠죠.

래빗 앤 베어 스튜디오가 킥스타터로 첫 개발 소식을 알린 '백영웅전'은 그래서 저도 꽤 주목하고 있던 게임입니다. 본편은 2023년 출시라 다소 아쉬웠지만 이에 대한 프리퀄 게임을 2022년에 먼저 출시한다는 소식은 좀 독특했죠. 환상수호전의 개발진이 모여서 만드는 정신적 후속작의 프리퀄, 뭔가 수식어구는 많지만 그래도 백영웅전 본 편에 앞서 이야기의 서막과 배경이 이어지는 세계가 아닐까 싶은 기대가 됩니다.

'백영웅전: 라이징'은 2023년 출시될 예정인 '백영웅전'의 시대적 배경의 앞 단을 다룬 프리퀄입니다. 백영웅전과 같은 세계관을 가진 '마을을 건설'하는 RPG라고 할 수 있죠. 플레이어는 '백영웅전'에서 동료가 되는 다양한 캐릭터로 구성된 전쟁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는 게임입니다.

※ 본 프리뷰는 약 2챕터 가량 플레이가 가능한 프리뷰 빌드를 기준으로 체험, 작성되었습니다. 향후 정식 버전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뉴 나바이어에서 펼쳐지는 '백영웅전' 영웅들의 이야기


이야기는 '뉴 나바이어'라는 마을에서 펼쳐집니다. 보물 사냥꾼 CJ는 15살부터 가문의 통과의식을 위해 모험을 떠났고, 뉴 나바이어 마을에 도착하게 됩니다. 룬 유적의 발견으로 일명 '골드러시'가 이뤄지면서 대 번성을 예상했던 뉴 나바이어는 3개월 전 일어난 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죠.

시장 대행을 맡은 '이샤'는 마을을 재건하는 한 편 소문을 듣고 몰려든 모험가들에게 룬 유적의 채굴권을 비싼 값에 발행하며 마을을 되살리고자 하는 소녀입니다. 그로 인해 탐욕스럽다는 악명도 얻게 됐지만, 실제로 게임 속에서 비친 이샤는 모험가들과 주민들이 서로 조화롭게 발전하는 뉴 나바이어를 만들고 싶어 하죠.

CJ는 채굴권을 얻기 위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스탬프'를 받는 의뢰를 이어갑니다. 자잘한 심부름부터 숲의 조사 등 모험가로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도움을 제공하면서 마을을 차근차근 복구하고 발전시켜나가죠. 이렇게 '마을을 발전시키고 건설한다'라는 것이 백영웅전: 라이징의 핵심적인 테마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캐릭터들의 소소한 모션과 연출, 이모티콘 등으로 스토리를 감정을 표현합니다.

주인공 CJ와 거대한 대검을 다니는 가루, 그리고 이후 파티에 합류하게 되는 탐욕스러운 시장 대행 이샤가 본 작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 나바이어 마을을 복구하고 번성시키는 과정에서 룬 유적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들과, 몰려든 모험가 및 주민들과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본 편이 나와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대신 이야기의 전개 자체는 평범하면서도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대화창으로 보여주는 대화에서는 캐릭터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화하면서 심정을 대변하기도 하고, 폰트 크기나 도트 캐릭터의 모션이나 이모티콘 등을 통해서 대화에 생동감을 부여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입니다. 단순히 이미지만 딱 박아두고 텍스트를 보여준다고 해서 모두가 읽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할까요.

물론 이러한 이야기들은 메인 퀘스트뿐 아니라 서브 퀘스트에서도 적용이 된 편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서브 퀘스트는 말 그대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느낌이 강해서, 어느 정도 전형적인 모습이 보이죠. 내가 바쁘니 네가 찾아와라, 아프니까 이걸 구해줬으면 좋겠다, 수리해야 하는데 이것 좀 가져와라. 흔히 세상을 구할 용사가 허드렛일부터 시작하는 느낌은 없잖아 있는 흔한 느낌도 있습니다.

▲ 물론 소소한 일에도 스탬프를 채워주고, 그렇게 어렵지 않은 서브 퀘스트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꽤 볼만한건 의외로 스토리가 플레이어의 흥미를 끄는 편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작은 연출과 모션, 이모티콘, 그리고 대사들이 꽤나 신경쓰고 소소하게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연출하게 있죠. 특히나 가루가 합류하고 CJ와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보자면 만담같은 느낌도 있어서, 부담없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백영웅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3D 형태로 구현된 맵에 2D 형태로 돌아다니는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보게 됩니다. 그동안 이와 반대되는 게임(2D 배경에 3D 캐릭터)들이 제법 많았는데, 오히려 백영웅전: 라이징에서 본 모습은 반대니까 나름대로 신선하더군요. 3D 느낌이 물씬 풍기고 꽤 섬세하게 제작된 배경에, 도트 그래픽의 캐릭터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다소 어색할지언정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의외로 빨리 적응된다고 느꼈습니다.

▲ 전개 흐름을 끊지 않는 선에서 인물들의 정보 제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 기본은 있는 액션, 적당히 즐기긴 나쁘지 않은데 깊이는 좀?



전투는 '액션'형태의 횡스크롤 방신 진행으로 이뤄집니다. 스테이지를 탐험하면서 적을 만나고, 간단한 조작으로 물리치는 느낌이 횡스크롤 액션 게임 정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상당히 백영웅전: 라이징의 액션 자체는 기본적으로 고난도를 지향하는 것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기본 공격의 연타, 그리고 순간적인 캐릭터 스위칭으로 인한 적절한 공격과 특수 액션까지 합치면 꽤 다채로운 형태가 나오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빠르게 다단 히트하는 근거리 공격과 2단 점프 및 회피에 특화된 CJ, 대검을 이용한 묵직한 한 방과 가드가 있는 가루, 그리고 향후 파티로 합류하게 될 이샤의 마법까지 합쳐지면 꽤 그럴듯한 모양이 나오겠죠.

대신 이 공격들이 매우 단순합니다. 그냥 연타와 타이밍을 맞춰 누르는 게 끝일 정도죠. 대신 이를 통해 길을 열거나, 적의 공격을 받아내서 되돌리거나 하는 정도가 끝입니다. 아무래도 최근 플레이어를 죽이기 위해 안달이 난 악랄한 게임들을 하다 보니 되려 더 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충분히 어렵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입문자 혹은 초심자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죠. 아마 프리뷰 빌드가 아닌 본편 빌드에서는 더 어려운 난이도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프리뷰 빌드를 체험한 기준으로는 '매우 쉽다'라고 느꼈습니다.

▲ 타이밍에 맞춘 교대는 연계 공격력을 올려줘서 자주 씁니다.

대신 던전의 형태는 약간 메트로 베니아식의 맵을 채용해서 플레이어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변화되는 부분들이 좀 보입니다. 여기에 광물이나 덫, 낚시, 채집 등 다양한 자원들을 캐고 이를 모아서 마을을 부흥시키는 큰 주제를 아우르는 소재가 되죠.

물론 만나게 되는 보스들은 각각 약점이 있고, 이 약점을 공략하는 게 전투의 핵심이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골렘의 경우 가드 게이지를 깎아서 무력화 시킬 때 일시적으로 노출되는 약점에 공격을 쏟아붓고, 이후에는 회피에 집중하면서 다시 게이지를 깎는데 열중하는 식의 구조죠. 일반적으로 횡스크롤 액션 형식에서 대형 보스들에게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공격 턴과 버티기 턴이 나뉜 느낌이랄까요?

물론 이 보스전도 매우 쉽고 회복 아이템의 사용을 하기 위해 메뉴를 호출하면 게임이 일시정지가 되므로, 부담 없이 대응하고 전투에 임할 수 있습니다. 향후 이샤가 추가되고 고난도 보스전으로 이동하면 더욱 많은 공략 방법과 패턴들이 생길 것으로 예측되므로, 기본적으로는 쉽고 나름대로 개성과 깊이를 어느 정도 챙기려는 액션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 이샤까지 합류하는 후반에는 좀 더 어려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던전을 공략해서 마을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상점이 열리고 다양한 소재를 얻으면 CJ를 포함한 주인공 일행은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성장하면서 액션도 다채로워지고, 장비도 한층 더 강화되는 식이죠. 이런 성장 구조 자체는 크게 흠잡을 것이 없으며 전투뿐 아니라 서브 퀘스트 및 메인 퀘스트로 캐릭터들을 키울 수 있습니다. 부담 없는 액션과, 부담 없는 성장이랄까요?

나쁘게 말하면 확실한 특색이 없고 깊이가 얕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반대로 좋게 이야기하자면 '부담이 없다'라고 볼 수 있겠죠. 어디까지나 크게 느낀 부분은, 전투와 성장 파트에 머무르는 플레이 타임이 만만치 않기에 이야기가 중심이 되더라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프리뷰 빌드로 만나본 '백영웅전: 라이징'은 정말 말 그대로 '부담이 없는' 게임이라는 점이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어렵지 않고, 직관적이면서 나름대로의 기본에 충실한 게임이었죠. 그만큼 특색이나 강조할 부분들이 다소 아쉽긴 했습니다만 저는 이 정도면 충분히 '프리퀄'로서의 자격은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현 모습은 어디까지나 백영웅전: 라이징은 백영웅전의 선행적인 이야기이자 '프리퀄 게임' 정도로만 볼 수 있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 백영웅전: 라이징에서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축하고 개성을 탄탄하게 다진다면 이 '백영웅전'이라는 시리즈가 고전 감성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 시리즈로 자리 잡을 수도 있겠죠.

▲ 백영웅전의 '프리퀄'로는 합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라이징만 따로 보면...?

게임 자체는 스토리에 핵심을 두고 있고 프리뷰 빌드에서 경험해 본 콘텐츠는 양이 부족할 지언정 의외로 할만했습니다. 오히려 영상을 통해 보는 것보다 플레이할 때 재미가 더 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의외로 섬세하게 짜인 3D 배경에 2D 레트로 그래픽 캐릭터라는 조합이, 생각보다는 훨씬 매력적이었습니다.

본 게임을 높은 완성도와 화려한 모션 및 이펙트를 갖춘 액션 게임, 혹은 메트로베니아급 탐험을 고려한 액션 게임을 기대하신 유저분들이라면 분명히 실망할 것입니다. 그런 요소들이 기본 정도는 갖췄다일 뿐이지, 그것에 특화되어있는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죠.

오히려 최근 플레이어를 죽이는데 온갖 악랄한 짓을 하는 게임들로 인해 더 쉽게 느꼈다고 할지도 모를 만큼, 게임 자체는 정말 '부담 없이' 백영웅전이라는 시리즈에 입문하기에는 딱 좋은 느낌입니다. 물론 여기서 가격 정책이 어떻게 정해지냐에 따라서 평가가 크게 갈릴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프리뷰 빌드로는 게임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할 부분도 고민이 좀 듭니다. '백영웅전'에 선행 플레이와 시리즈 입문 위한 '가벼운 게임'으로만 본다면 합격점을 쉽게 받겠지만, 반대로 '백영웅전: 라이징'만이 내세울 수 있는 개성 있고 완성도 있는 부분은 프리뷰 빌드로 점수를 매기기 애매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섬세하게 구현된 3D 배경과 2D 그래픽의 조화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는 '백영웅전'도 함께 갖고 있는 특징이라 다소 내세우기 약하죠.


원작 스토리에서 언급된 '룬 렌즈'가 본격적으로 언급되고, 다양한 종족들이 어우러지는 기본 세계관은 동일하나, 마을 건설이라는 요소가 특수한 시스템이 아닌, 그저 시나리오 상 심부름이 끝나면 발생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아마 많은 실망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마을 건설이라는 게 차별화된 요소가 아니라, 스토리의 한 부분으로 언급됐다는 점은 거짓은 아니나 뭔가 찝찝한 기분은 있네요.

오히려 이런 부분을 개성으로 살렸으면, 백영웅전도 특수한 성채 건축 시스템 자체를 내세운 만큼 더 개성있는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을 정도로 말이죠. 또한 섬세하게 구현된 3D 필드는 아쉽게도 횡스크롤만으로 활용되는데, 이를 활용한 다른 요소가 있었다면 단순히 '프리퀄 게임' 정도에 그치지 않고 훌륭한 매력이자 개성을 가진 '백영웅전'만의 또 다른 혈통을 확보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계속 게임 자체가 은근히 할만한데 이걸 더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 같네요.

아직 프리뷰 빌드를 통해서는 향후 뉴 나바이아 마을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약간의 힌트와 단서만 제공된 느낌이 강합니다. 그렇지만 두어 시간이 채 되지 않는 플레이 시간 동안 꽤 집중해서 흐름을 끊지 않고 플레이했을 정도로, 부담 없이 즐기기에는 정말 괜찮은 게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