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대장정 에필로그인 '심판'의 모든 퀘스트 라인을 완료한 이후 오리보스에 있는 다양한 NPC들을 통해 어둠땅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회포 더 나아가 추후 이어질 스토리에 대한 떡밥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를 감상하지 않아도 어둠땅 이야기에 큰 줄기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스토리에 관심이 많거나 각 캐릭터들의 세부적인 설정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굉장히 재밌게 다가올 요소다.

리치왕이 사라지고 지배의 투구가 반으로 갈라진 이후 아제로스에 남겨진 스컬지에 대한 내용 그리고 이들을 감시하는 칠흑의 기사단의 앞으로의 행보까지 엿들을 수 있다. 또한 어둠땅을 계기로 마음속 깊은 상처가 남은 안두인이 어둠땅에 남는다는 내용을 알 수 있다. 이는 차기 확장팩에선 안두인이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떡밥이기도 하다.

아서스의 타락에 기원도 알 수 있다. 제이나는 서리한에 새겨진 룬은 리치 왕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아제로스에서 한 번도 목격된 적 없던 마법이지만 나락과 토르가스트에는 이와 비슷한 힘이 많이 엮여있다는 언급을 한다. 칼리아 또한 간수가 동생의 운명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아서스의 타락의 배후에는 간수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 외에도 실바나스의 자매인 베리사와 알레리아와의 대화를 통해 남겨진 자매들의 유산에 대한 얘기를 조금 엿볼 수 있고 로르테마르, 바인, 겐, 클레이아 그리고 펠라고스 등 실바나스 심판 이후 어둠땅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이들의 소회를 들을 수 있다.


볼바르와 다리온 - 남겨진 스컬지에 대한 계획


■ 다리온과 볼바르의 대화

볼바르 : 지배의 투구가 사라지니 스컬지가 통제를 잃고 떠돌더군. 놈들의 공격성을 옭아맬 고삐가 사라진 셈이지.
다리온 : 그렇소. 벌써 강한 힘을 가진 녀석들이 주도권을 놓고 다투고 있지. 왕이 죽고 날뛰는 군벌들처럼 말이오.
볼바르 : 그 누구도 스컬지를 통솔해 병력을 모으게 둬선 안 된다. 칠흑의 기사단이 철저히 견제해야 해.
다리온 : 당연히 그럴 생각이오. 아제로스에서 스컬지를 근절하는 것은 불가하더라도, 감시하는 일은 우리가 해낼 거요. 내 약속하지.
볼바르 : 얼음왕관 성채는 계속 어둠의 권좌로 남을 거다. 적의 수중에 들어가선 안돼. 아니면 내가 돌아가서...
모그레인 : 안 되오, 볼바르. 얼어붙은 왕좌는 공석으로 두시오. 칠흑의 기사단이 대신 성채를 지키겠소. 탤리아에겐 아버지가 필요하오.
볼바르 : 고맙다... 다리온. 참 희한하지 않나? 우리 둘다 평생 봉사하는 삶을 살았는데, 죽음을 맞이한 다음에도 다른 이들의 안녕을 위하고 있으니 말이야.
다리온 : 우리가 필요한 이들 곁에 있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 의무일 때도 있기 마련이오. 그럼 나중에 보겠소, 대영주.


베리사와 알레리아 - 자매의 유산


■ 베리사와 알레리아의 대화

베리사 : 오랫동안 실바나스 언니의 눈엔 증오와 악의만이 가득했지. 지금에서야 우리가 알던 언니의 모습을 보니...
알레리아 : 난 희망을 접었었는데 말이지. 그래도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야, 베리사.
베리사 : 좀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알레리아 : 나도 그래. 하지만 실바나스가 약속을 지켜 의무를 다한다면... 언젠가 그런 날이 올지도.
베리사 : 아니,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어. 언니가... 칼도레이와... 세상에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겼는데. 그걸 어찌 속죄하겠어?
알레리아 : 가능한지는 모르지만, 실바나스의 속죄로 피해자들이 조금이나마 안식을 얻는다면. 나쁘지 않은 시작일 거야.
베리사 : 맞는 말이야, 태양의 여군주님. 우리 집안은 오랜 시간 어둠 속에 있었으니... 희망을 품는 법을 배워야겠지.
알레리아 : 그래야지, 우리 작은 달님. 어머니, 아버지, 리라스... 다들 추억으로만 남았었지. 실바나스도 그렇게 된 줄 알았고. 하지만 이젠... 두고 보면 알겠지.


탤리아, 제이나 그리고 칼리아 - 아서스와 지배의 마법


■ 탤리아, 제이나 그리고 칼리아의 대화

탤리아 :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제독님. 모두 얼마나 괴로우셨을지 상상조차 안 됩니다.
제이나 : 고마워요, 탤리아. 나락은... 희망이 전혀 없는 곳이에요. 그런 공허함은 저도 단 한 번밖에 겪어보지 못했어요. 얼음왕관에서 아서스를 마주했던 바로 그때...
칼리아 : 제 동생의 망령이 우리 모두를 뒤덮고 있죠. 선택은 아서스 스스로 내린 것이지만, 간수가 동생의 운명에 조금은 관여한 것처럼 보이는군요.
탤리아 : 제 아버지의 운명에도요. 투구... 검... 전부 간수의 도구였던 걸까요?
제이나 : 서리한에 새겨진 룬은 리치 왕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아제로스에서 한 번도 목격된 적 없던 마법이었어요. 한데 나락과 토르가스트에는... 결마다 같은 힘이 엮여 있더군요.
칼리아 : 그 어둠의 힘이 마수를 뻗친 건 아서스와 볼바르 님뿐만이 아니에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검입니다. 아주 많은 영혼을.
제이나 : 안두인마저 집어삼키게 둘 순 없습니다.


안두인과 겐 - 상처입은 새끼 사자


■ 안두인과 겐의 대화

겐 : 무사한 모습을 보니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네, 국왕. 제이나의 보고서를 봐도 자네가 어떤 끔찍한 공포를 감내해야 했을지 상상조차 안 되네.
안두인 : 간수의 지배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하리라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자가 시킨 일들은...
겐 : 그건 자네 잘못이 아니야! 자책할 생각은 접어 두게.
안두인 : 제가... 강인하지 못해서...
겐 : 안두인 린. 내가 아는 한 자네보다 강인한 사람은 없네. 스톰윈드로 돌아가면 알게 될 걸세. 백성 모두가 같은 생각이란 것을.
안두인 린 : 전 못 돌아갑니다, 겐 님. 아직은요.
겐 : 하지만 백성에겐...
안두인 : 제가 없는 동안 투랄리온 님이 얼라이언스를 지켜주실 겁니다. 그리고 또, 소중한 이들 모두를 지켜줄... 늙은 늑대도 있고 말이죠.
겐 : 알겠네. 천천히 시간을 가지게나. 그리고 준비가 되거든... 꼭 고향으로 돌아오게


로르테마르와 겐 - 사라지지 않은 앙금


■ 로르테마르와 겐의 대화

로르테마르 : 안녕하시오, 그레이메인 국왕.
겐 : 아, 섭정.
로르테마르 : 실바나스 윈드러너의 판결로 얼라이언스가 일말의 안식을 찾길 바라오.
겐 : 안식? 여긴 어둠땅이다, 섭정. 그 여자 때문에 이곳에 온 망자들에게 어디 똑같이 말해 보시지.
겐 : 그리고 내게도 죽을 때까지 안식 따윈 없을 거다. 내 아들을 죽인 괴물이 두 눈 멀쩡히 뜨고 있는 한은.
로르테마르 : 충분히 이해하오. 내 동포들도 괴물의 만행에 아직도 괴로워하고 있으니.
겐 : 그러는 그쪽은? 한때 섬겼던 순찰대 사령관이 나락에서 돌아오길 바라고 있나? 아니면 대족장이 돌아오길 바라는 편인가?
로르테마르 : 나는 일생 대부분을 윈드러너 가문과 함께 보냈소. 실바나스는 내 영웅이었고... 친구였지. 하지만, 호드를 파멸로 이끌 뻔한 밴시는 그 둘 중 어느 것도 아니오.
겐 : 그렇다면 진작 명령을 듣지 말았어야지. 좋은 하루 보내시오, 섭정 나리.
로르테마르 : 좋은 하루 보내시오, 그레이메인 국왕.


로르테마르와 바인 -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자


■ 로르테마르와 바인의 대화

로르테마르 : 이렇게 장막의 반대편으로 넘어오니 감회가 남다르군. 우리가 잃어버린 이들이 이곳의 무수한 사후 세계에서 기다리고 있다니.
로르테마르 : 특별히... 찾는 사람은 없소, 바인? 산 자의 땅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상대 말이오.
바인 : 둘러말하지 않아도 되오, 로르테마르. 내가 아버지를 뵙고 싶어 하는지 궁금한가 보군.
바인 : 실은... 안 뵈어도 괜찮소. 내가 어디에 있든, 무얼 하든, 그분의 영혼은 언제나 나와 함께하오. 아버지께서 선조들의 인도를 받았듯, 이제는 날 이끌어주고 계시지.
바인 : 그러는 그대는? 이 기회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소?
로르테마르 : 캘타스 왕자. 오랜 시간 섭정의 직위를 맡아 왔지만, 내가 진정으로 동포를 이끌어갈 만한 인물인지 항상 의문이 들었소.
로르테마르 : 실버문 최후의 적통에게 묻고 싶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해묵은 상처를 치유하고, 내가 제대로 책무를 계승한 게 맞는지 확인할 기회 아니겠소.
바인 : 그 심경을 십분 이해하오. 대화를 통해 그대가 바라는 평화를 찾을 수 있기를 빌겠소, 친구여.


클레이아와 펠라고스 - 필멸자로부터 얻은 교훈


■ 클레이아와 펠라고스의 대화

펠라고스 : 키리안에 충성을 바치기 시작하면서 나락에 대해 알게 됐고, 마음이 괴로웠어.
펠라고스 : 필멸의 삶은 놀라울 만큼 짧아. 찰나의 시간 속 행동들이 진정 영원한 고통을 받을 정도일까에 대해 의문을 품었었지.
클레이아 : 고백하자면 난 열망자 시절에는 그런 것들을 생각조차 안 했어... 책무만을 따졌지. 우서의 고난을 보기 전까지는 몰랐어. 그런 다음에야 나락의 부당함을 깨달았고.
펠라고스 : 다시는 필멸의 영혼을 나락으로 보내지 않을 거야. 모든 영혼은 구원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펠라고스 : 최근의 일들로 깨달았어. 한 필멸의 영혼이... 아니 모든 필멸의 영혼이 영원을 바꿀 수 있다는걸.
클레이아 : 맞아... 좋은 방향일 수도, 안 좋을 방향일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결국 어둠땅의 운명을 빚어낸 건 필멸자와 그들이 내린 결단이야.
펠라고스 : 심판관으로서 이 교훈을 가슴에 새기겠어. 모든 영혼을 연민으로 살피고, 맞이할 사후의 삶에 발언할 수 있게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