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IP를 기반으로 한 6vs6 FPS, '건담 에볼루션'이 지난 4월 8일부터 4월 12일까지 PC 버전 테스트를 진행했다. 지난 3월 10일 SIE 쇼케이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건담을 비롯해 건담 발바토스, 건담 엑시아, 자쿠II, 턴에이 건담, 앗시마 등 다양한 모빌슈트의 참전이 예고됐다.

건담 IP의 성과와 미래전략을 발표하는 '건담 컨퍼런스'에서 후지와라 코우지 CGO가 밝힌 바에 따르면, 건담 에볼루션은 기동전사 건담 배틀 오퍼레이션2와 더불어 '건담 메타버스 프로젝트'의 한축인 e스포츠 분야에 핵심으로 준비하고 있는 게임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세계 유저들이 e스포츠로서 즐길 수 있는 것에 주력하고 있으며, 2022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처음 영상이 공개됐을 때 6vs6 FPS, 데스매치 일변도가 아닌 점령전이나 포인트제 등 다양한 모드에 따른 승패조건 등 기존 e스포츠가 활성화된 게임과 다소 유사한 만큼 유저들 사이에서는 평이 엇갈렸다. 여타 메카와 차별화되는 건담만의 멋이 다른 게임 스타일로 풀이되었을 때 온전히 살릴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 그간 여러 건담 게임이 있긴 했지만, 팀 기반 FPS으로 나올 줄이야

한편으로는 그간 건담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과는 전혀 다른 유저 경쟁 기반 게임을 선택한 데다가, 오래도록 e스포츠판에서 검증된 스타일을 벤치마킹한 만큼 건담과의 시너지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건담은 애니메이션, 프라모델 등 각종 산업 분야에서 족적을 남겼지만 게임 분야는 그 명성과 다른 분야의 성과에 비해 다소 미진한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e스포츠화라는 목표를 뚜렷히 제시하고 나온 건담 에볼루션은 과연 그런 인식을 해소할 수 있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14종의 모빌슈트와 점령전, 포인트 캡쳐, 디스트럭션 세 가지 모드가 공개됐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최초 튜토리얼부터 예제로 등장하는 페일 라이더부터 퍼스트 건담(RX-78), 자쿠II, 건담 발바토스, 사자비, 메타스, 짐(GM) 스나이퍼II, 앗시마, 돔 트루퍼, 턴에이 건담, 건탱크, 짐(GM)이 기본 선택 가능하며, 건담 엑시아, 마라사이는 플레이 이후 획득한 재화로 해금이 가능했다.

▲ 현재 테스트에서는 총 14개의 모빌슈트가 참전했다

각 모빌슈트들은 극중 선보인 주무장 중에서 주무기를 하나씩 채택했으며, 그외에 서브 무기나 작중 트레이드 마크 기술은 특수기 혹은 궁극기로 편성하는 식으로 최근 유행하는 하이퍼FPS의 트렌드를 접목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최근 팀 기반 FPS가 역할군을 뚜렷하게 나눠둔 것과 달리, '건담 에볼루션'에서는 모빌슈트의 무장을 먼저 고려한 뒤 이를 팀플레이에 맞게 선택하거나 혹은 다른 모빌슈트와 겹치지 않게끔 배분한 모습이 보였다.

일례로 퍼스트 건담은 작중 주무기인 빔 라이플과 트레이드 마크인 건담 실드는 그대로 사용하지만, 특수기에는 또다른 주무기인 빔 사벨 대신 표준 장비로 채택되지 못하고 작중 두어 번 정도만 등장했던 건담 해머를 활용하는 식으로 원거리 엄호-중거리 교전에 특화된 딜러로 자리잡았다.

▲ 퍼스트 건담에게는 빔 사벨 대신 건담 해머를

▲ 빔 사벨은 건담 엑시아에게 넘어갔다

빔 사벨은 세븐 소드라는 이명이 붙은 건담 엑시아, 메이스가 특기인 발바토스와 함께 근접 딜러 및 암살을 맡는 식으로 역할이 배분됐다. 한편, 최강의 건담 타입 모빌슈트로 불리는 턴에이 건담은 빔 라이플을 제외하고는 다른 모빌 슈트와 겹치는 무기들이 특수기에서 제외됐으며, 대신 핵심 기능인 나노스킨 자가수복과 트레이드 마크인 월광접으로 중거리에서 교전하다가 궁극기가 차면 진입해 주변의 적의 주의를 끌면서 광역 대미지를 주는 근-중거리 딜러 형태로 설계됐다.

딜러를 중점적으로 설명한 이유는, 비슷한 유형의 게임인 오버워치와 비교했을 때 딜러 외에 나머지 포지션은 뚜렷하게 특색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짐, 돔 트루퍼, 건탱크 등이 실드를 주거나 아군 기체가 무력화됐을 때 멀리에서도 수리를 도와주는 등 지원을 해주는 기술들이 있긴 했다. 그러나 확실하게 역할군이 나뉘어졌다고 보기엔 애매했다.

▲ 구분이 모호하다고 했지만, 어쨌든 서포팅하는 스킬이 없는 건 아니긴 하다

▲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면 빨리 아군이 수리해서 전장에 재투입할 수 있다

▲ 실드로 막아주고 수리까지 해주는 짐, 수리용 수류탄이 원작에 있었던가 싶지만 유용하니 넘어가자

건담 원작 자체가 팀 FPS 형태가 아니라 모빌슈트들과 각종 병기들이 동원된 전쟁을 그려낸 작품이고 모빌슈트들은 그 전장에서 핵심으로 자리잡다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모빌슈트들을 파괴하러 다니는 딜러쪽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처럼 보였다. 그나마 짐, 돔 트루퍼, 건탱크 등은 어찌저찌 원작에서 잠깐 나왔던 부무장을 어느 정도 재해석해서 서포터이자 탱킹 지원책으로 구색은 맞췄지만, 흔히 생각하는 역할 분담이 뚜렷한 팀전 FPS와는 좀 색깔이 다르다고 할까.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로 전투에 들어갔을 때도 묘하게 느낌이 달랐다. 우선 아군 보호라는 개념이 돔 트루퍼가 아머 건을 쏴주거나 건담이나 사자비가 대신 앞장서서 한 명 정도 간신히 커버할 만한 실드를 좁게나마 세워주는 것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모빌슈트들이 기체마다 차이는 있어도 기본 기동력이 꽤 좋은 편인 데다가, 맵이 모빌슈트에 비해서 작은 건 아니지만 복도는 좁고 우회로가 여러 개 설계되어있어 우회기동 후 각개격파하는 사례도 많았다.

특히 그 중에서 건담 발바토스나 건담 엑시아 같이 유달리 기동력이 좋은 기체들이 따로 다니면서 하나씩 끊어먹는 일이 꽤 많았다. 건담 에볼루션에서도 점프가 있긴 하지만 벽을 넘기보다는 도랑 같은 것을 넘어다니거나 위에서 아래를 노릴 때 체공 시간을 늘려서 저격을 편하게 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두 기체만큼은 수직 이동이 빠르고 자연스러워서 한 번 적을 기습한 뒤에 엄폐물 뒤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구도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 이것은 마치 둠피...흠흠, 아무튼 한 방에 뚝배기 깨고 도주라니 ㄷㄷ

▲ 그래도 그 한 방을 피하면 어찌저찌 상대는 가능하니 귀엽게(?) 보인다

▲ 모 폭탄마의 지뢰처럼 빠르게 발동하진 않으니 몰래 깔아두었다가 부비트랩마냥 발동하는 게 속편하다

물론 아군 발바토스나 건담 엑시아는 적진에 가면 집중사격 당해 죽고, 적군은 언제나 누구 하나는 슥삭 암살하고 도망치는 과학법칙은 동일하긴 했다. 그러나 투척 무기류 특수기는 대체로 탄속이 느리고 짧은 편인 데다가, 다시 한 번 눌러서 발동하는 스킬들도 느리게 발동되는 터라 근접전 기체들이 비교적 활동하기가 편했다.

다만 활동불능 상태에서 대미지를 좀 더 입히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야 완전히 파괴되어 리스폰되는 만큼, 조금 더 판수가 쌓이면 아군이 빠르게 커버해서 기습해온 기체를 퇴각시키고 활동불능이 된 모빌슈트를 수리해서 전장에 다시 투입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일이 좀 더 많아졌다. 다른 팀 기반 FPS와 달리 역할군이 뚜렷하진 않고 서포터의 힐이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군이 활동불능 상태가 되면 실드 있는 기체들이 앞에서 막아주는 동안 다른 아군이 수리해주는 또다른 팀워크 플레이의 묘미가 있었다. 아울러 핑 시스템은 에이펙스 레전드 이후로 최근 슈팅 게임이 채택하는 형태를 따온 터라 말이 통하지 않아도 빠르게 소통이 가능했다.

모드 자체는 점령전뿐만 아니라 나머지 두 모드도 이미 유저들에게 익숙한 형태라 한 번 플레이해보면 금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포인트 캡쳐는 각각 공격과 수비를 한 번씩 교대하면서 제한된 시간 내에 두 점령지역을 얼마나 점령하나 겨루는 룰이고, 디스트럭션은 폭탄 해체룰을 일부 변형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 최근 많이 사용되는 유형의 핑 시스템을 채택해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높였다

▲ 아군이 목표물을 해체할 때까지 지키거나 이를 방어해야 하는 디스트럭션

▲ 그외 나머지 모드는 서로 영역을 점령하거나 지키기 위해 싸우는 형태로 진행된다

건담 에볼루션은 그렇게 익숙한 요소들에 '건담'을 추가로 배치한 것뿐 아닐까 싶었지만, 그 '건담'이라는 요소는 생각만큼 단순하지는 않았다. 모빌슈트의 기본 크기와 비율 때문에 실내 공간이 일반적인 FPS의 실내보다 비교적 좁게 느껴졌고, 일부 근접용 모빌슈트나 페일 라이더, 자쿠II, 돔 트루퍼 정도를 빼면 무기가 빔 위주라 슈팅 감각이 조금 낯설었다. 아울러 각 모빌슈트의 무장과 트레이드 마크 기술을 최대한 고려하되 이를 팀플레이에 맞게 약간씩 개조한 형태라 뚜렷하게 역할군을 나눠서 협동하고 연계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군이 궁극기를 쓸 때나 혹은 적이 궁극기를 쓸 때 어떤 경고음이나 소리도 크게 들리지 않다보니, 협동하거나 혹은 그에 대응하는 체계도 잡히기엔 좀 애매했다.

겉으로 보여주는 양상은 여타 팀 기반 FPS와 비슷해보이지만, 이런 요소 때문에 처음 건담 에볼루션을 접할 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FPS와는 다른 점프, 대시, 기동의 감각은 물론이요 주무기와 스킬 그리고 궁극기가 어떤 역할군에 맞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부 스킬은 원작에서 나오긴 했지만, 다른 모빌슈트들과 중복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마이너한 것도 추려오기도 해서 어지간히 열심히 보지 않았다면 팬 입장에서도 다소 낯설 수 있겠다. 또 이를 FPS에 맞춰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다른 게임에서 나온 스킬과 유사해보이는 일도 있고, 투척 무기는 모빌슈트에 비해서 작거나 느리다보니 타 FPS하는 감각대로 하다보면 가끔 답답하기도 하다.

특히나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오버워치가 연상된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아직 개발 중이고 테스트 단계라고 하지만 실제 플레이 과정에서도 그런 느낌이 계속 들었다. 지역을 점령하는 룰이야 기존에 다른 팀 기반 FPS에서도 많이 보이니 그렇다고 해도, 발바토스나 건탱크 등 모빌슈트의 스킬들이라던가 UI나 소소한 곳에서도 벤치마킹한 흔적이 자주 보였다. 그렇게 틀을 만들어둔 곳에 건담의 특성을 최대한 맞추려고 하다보니 때로는 건담팬으로서도, FPS 유저로서도 애매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오버워치식으로 완전히 맞추자니 모빌슈트의 숱한 부무장이나 기능을 편집해야 하고, 그렇다고 모빌슈트에 맞추자니 건담을 기반으로 한 PVP 위주의 FPS를 개발한 경험이 별로 없어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운 딜레마라고 할까. 그러니 현 단계는 검증된 틀을 활용해보면서 조율하는 단계인 것처럼 보였다. 스킬이나 UI 등을 보면 오버워치쪽으로 좀 더 기울어진 느낌이면서도, 모빌슈트의 중복된 무장은 최소화하고 개성도 살리면서 컨셉과 역할까지 다 챙기려다보니 칼 같이 맞아 떨어지는 역할 분담이 안 되서 어중간해보였다.

▲ 아잇 궁 쓰는 소리도 없이 막 달려들어서 깜짝 놀랐네

▲ 앞으로 1분, 거점에서 마지막 개싸움의 긴장감이란

▲ 결국 막판까지 못 버티고 합류하러 급히 달려가다가 느끼는 승리의 맛과 안도감은 진짜다

그러나 이런 답답함과 어색함은 아마도 중간 과정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일지 모르겠다. 한두 판했을 때는 그렇게 느끼다가도, 몇 번 더 진행해보고 감각이 익숙해지면 치열한 눈치 싸움과 스킬을 언제 쓰고 튀느냐 하는 수 싸움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추가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점령해보려고 아둥바둥 발버둥치면서 모빌슈트들이 화끈하게 부딪히는 격전은 상당히 장관이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비비적거리다가 막판에 이기는 승리의 맛이나, 혹은 패배의 쓴맛은 못내 아쉬움에 잠시 손을 놨다가도 다시금 각 잡고 경쟁전에 뛰어들게 만드는 요소랄까. 아직은 시험 단계처럼 보이는 '건담'과 팀 기반 FPS의 조화를 이번 테스트에서 피드백을 받고 어떻게 완성시켜서 오는 2022년 내로 출시를 하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