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에이지 뮤턴트 닌자 터틀(Teenage Mutant Ninja Turtles)의 줄임말인 TMNT로 흔히 줄여 부르곤 하지만, 8~90년대 팬에게는 TV로, 경쾌한 주제가로, 그리고 다양한 게임으로 돌연변이 닌자 거북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시리즈. 사실 나이 적당히 찬 게이머라면 '돌연변이 닌자 거북'이라는 말만 들어도 똑같은 가사가 반복되던 그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질지도 모르겠네요.

TMNT 게임은 어릴 적 추억과 달리 세대를 거듭하며 게임으로서는 영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쉬움을 한 번에 가시게 할 게임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신작 '닌자 거북이: 슈레더의 복수'가 그 주인공이죠. 첫 공개 이후 곧 출시될 것처럼 보였지만, 개발 기간이 꽤 밀려 2022년 출시가 알려진 게임은 첫 공개부터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아쉬웠던 3D 버전이 아니라 고전적인 닌자 거북이 게임의 전성기이자 시리즈 특징을 잘 살린 벨트스크롤 액션으로 출시되기 때문이죠. 거기에 단순히 형태만 가져온 게 아니라 고전 작품의 오마주. 그리고 매끄러운 픽셀 아트까지 팬들의 감성을 달곰하게 적시는 무언가를 제대로 보여줬으니까요.

이제는 개발 비하인드 정보도 하나둘 풀며 출시 단계에 접어든 'TMNT: 슈레더의 복수'의 모습을 미리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그냥은 리메이크 안 하는 닷에뮤의 야심작

SNK 등 여러 일본 게임 판권을 획득해 회사 이름처럼 프랑스 퍼블리셔 닷에뮤(DotEmu)는 에뮬레이션 방식을 통해 고전 게임을 현세대 플랫폼으로 이식하는 데 전문인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단순 이식을 넘어 올드 게이머들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내는, 이식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죠.

원더보이3의 리메이크작인 '원더보이: 드래곤즈 트랩'은 손으로 직접 그린듯한 애니메이션으로 독특한 감성을 살려냈습니다. 이쪽은 플레이 자체는 원작 느낌을 내면서 좀 더 현대적인 모습에 집중한 리메이크였죠.

닷에뮤가 원더보이의 제작사 리자드큐브와 함께 직접 개발에 참여한 '베어 너클4(스트리트 오브 레이지)'는 기존의 닷에뮤에 대한 인식을 완벽히 뒤바꿔주는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이름부터 액션 게임 대가 느낌이 나는 파이널 파이트 시리즈의 인기에 맞서 세가의 대표 벨트스크롤 액션으로 자리매김한 베어 너클은 1994년 이후 정식 시리즈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2020년 시리즈를 되살린 게 닷에뮤였죠. 개발 권리를 획득한 닷에뮤는 원작의 호쾌한 액션은 잘 살렸고 단순했던 게임 시스템은 오늘날 게임에 맞게 가감이 이루어졌습니다. 시리즈 팬들의 엄청난 호평과 함께 최근에는 영화화까지 이루어지게 됐으니 시리즈의 제대로 된 부활이라고 부를 만하죠.

▲ 비뎀업 대표 시리즈 베어 너클의 부활도 닷에뮤의 손에서

또 최근에는 시저 시리즈로 유명한 임프레션 게임즈의 건설 시뮬레이션 파라오의 리메이크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팬이 많은 개발사임에도 회사가 문을 닫으며 신작 개발은 사실상 물건너 간 상태였는데요. 확장팩에 4K 해상도 적용까지 팬들이라면 뽀뽀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로 기쁜 일을 닷에뮤가 계속 이어오고 있는 셈입니다.

'TMNT: 슈레더의 복수' 역시 신작이면서도 많은 팬이 기대한 벨트 스크롤 비뎀업 액션을 오늘날 게임 팬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됐습니다. 비뎀업. 그러니까 공격을 통해 적들을 때려 부수며 나아가는 아케이드 성향이 제대로 묻어나는데요. 아무래도 3D 닌자 거북이 게임들의 평가와 성과가 기대 이하, 몇몇은 최악이라는 평가도 받았는데요. 닷에뮤가 퍼블리싱한 게임들이 그랬듯 닌자 거북이 역시 전성기의 그 장르로 구현되며 팬들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 23년 만에 파라오의 리메이크도 이루어진다


풀 컬러 픽셀아트, 원작 감성 최대로

'TMNT: 슈레더의 복수'의 가장 큰 특징은 픽셀 아트로 구현된 그래픽에 있습니다. 화사한 색으로 구현된 게임 속 세계는 사실 그간 닷에뮤의 리메이크, 혹은 신작과는 다른 모습을 그립니다. 사실 앞서 언급한 원더보이, 베어너클, 그리고 윈드재머스2 모두 외곽선이 두드러지고 손으로 그린 듯한 핸드드로운 그래픽을 강점으로 원작의 게임 플레이를 비교적 색다른 스타일로 구현해냈다는 특징이 있죠.

그런데 'TMNT: 슈레더의 복수'는 흔히 '도트가 튄다'고 말하는 듯 픽셀로 구현, 꽤 투박한 느낌을 내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여기까지만 보면 그저 옛 느낌을 내기 위함이겠거니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런데 게임의 픽셀 아트는 매끄럽게 표현된 배경과 대치되며 캐릭터의 움직임을 보다 확실하게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해상도 자체는 높다 보니 색 표현이나 캐릭터 디테일이 낮아 보인다는 느낌은 없고요.


이런 그래픽은 닷에뮤와 게임을 개발하는 트리뷰트 게임즈의 가장 중요한 목표와 맞닿아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1990년대 무렵의 감성을 전달하는 데 있었죠. 이게 단순히 게임 플레이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개발진 역시 닌자 거북이 게임을 즐겼고 실제로 닌자 거북이 게임의 인기를 제대로 옮겨낸 게임인 밸트스크롤 액션으로 게임을 구현한 점은 이런 게임의 정통성을 잇는 부분이죠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건 친구들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주제곡을 듣고,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할로윈 분장은 꼭 도나텔로가 아니면 하지 않았던 과거 그 시기의 감성을 되살리고 싶었죠.


닌자 거북이들이 살아있어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기 있지만, 어릴 적 느꼈던 닌자 거북이라는 프랜차이즈 감성에 집중했기에 개발진은 높은 해상도의 그래픽과 함께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에 집중했습니다. 첫 공개 당시부터 주목받는 건 그저 똑같이 달려나갈 뿐인데도 4명의 닌자 거북이 특공대의 속도와 모션이 전부 다른 그 디테일에 있었죠.

모범생 레오나르도는 양손에 칼을 들고 진중하게 달려나가고 철부지 미켈란젤로는 양팔을 크게 휘저으며 딱 봐도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죠. 육탄전보다는 닌자 거북이 특공대의 브레인인 도나텔로는 달리는 속도가 조금 느린 모습이고요. 그리고 이건 단순히 달리는 모션에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닙니다.


새롭게 공개된 플레이 영상에서는 카타나, 나무봉, 사이, 쌍절곤 등 각각 무기에 맞춰 네 거북이 특공대가 저마다 다른 모습의 액션을 보여줍니다. 장르 특성에 맞게 기본적으로 공격 형태가 정말 다채롭다는 느낌보다는 캐릭터 특성에 맞는 콤보 공격이 주를 이루고요. 다만 여기에 색다름을 더하는 게 덤블링하며 적의 공격을 피하는 액션과 특수 스킬입니다.

특수 스킬의 경우 자세하게 어떤 공격들이 있는지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체력 위에 게이지가 표시되고 최대 3개까지 저장. Y 버튼을 눌러 1개씩 사용해 강력한 기술을 사용하는 식으로 표현됐습니다. 제자리, 이동, 또 공중 등 어떤 움직임 상태에서 사용하는지에 따라 다른 공격이 나가는 것까지는 확인할 수 있고요.

또 기본적으로는 이쪽 장르 게임의 특징에 맞게 근접 시에는 잡고 던지는 공격이 이루어지는데 카메라. 그러니까 플레이어 방향으로 던지는 특유의 액션도 구현되어 있고요.



에이프릴에 스승님도 플레이어블로

게임이 단순히 액션에 주력을 둔 게 아니라 과거 닌자 거북이 팬들이 즐겼던 다양한 요소를 살리는데 핵심을 둔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 관계에도 꽤 집중했다는 게 개발진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트레일러에서는 풋 클랜의 수장이자 숙적 슈레더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맷돼지 비밥과 코뿔소 록스테디가 스테이지 보스로 등장하기도 했죠. 뇌만 있는 괴물 크랭이 타고 다니는 로봇의 머리도 점령당한 채널6 조작실에서 확인할 수 있고요.

닌자 거북이 팬들이 알만한 캐릭터, 그리고 이야기들로 전에 없던 새로운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이죠. 여기에 몇 안 되는 인간 조력자 에이프릴과 거북이 특공대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인 스플린터도 플레이가 가능한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이처럼 1987년 첫 방영을 시작해 국내에서도 방영된 애니메이션 버전을 기반으로 한 시리즈의 계보를 이으며 멀리 미국은 물론 8~90년대생 게이머들에게는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추억의 게임이 될 법합니다. 개발진이 TMNT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니켈로디언을 GDC에서 만나 이야기한 부분도 1987년도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바로 그 추억의 공유였고요.




올해는 'TMNT: 슈레더의 복수' 말고도 아케이드부터 NES, 슈퍼 닌텐도, 메가 드라이브 등 고전 닌자 거북이 게임 13개를 모은 합본작 'TMNT: 코와붕가 컬렉션'도 출시가 예고됐죠. 과거의 기억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팬도, 그때의 감성을 현대적 게임으로 새롭게 즐기고 싶은 팬도 모두 만족스러워할 게임이 둘이나 있으니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죠.

물론 올해 출시 외에는 정확한 출시일도 아직 알 수 없고 실제 게임이 보여준 영상 이상의 것을 담아냈는지는 확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비슷한 시기 닌자거북이를 보고 자란 플레이어 넷이 각자 거북이 특공대를 하나씩 맡아 슈레더와 대적하는 플레이. 그것은 게임기 하나 두고 TV 앞에 친구들과 라파엘이니 미켈란젤로니 하며 즐겼던 그때 기억을 되살리기 충분할 겁니다.

'TMNT: 슈레더의 복수'는 2022년 한국어화와 함께 PC, 닌텐도 스위치 출시가 확정되어 있고 PS4, Xbox One으로도 발매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