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스포츠가 그런 것처럼 e스포츠도 훈련을 진행한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e스포츠 게임단은 다른 팀과의 스크림(연습 경기)을 통해 훈련을 진행하고 코치진과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팀이 원하는 방향성 사이의 조율을 하며 팀 게임에 융화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e스포츠 게임단에서 어떤 훈련을 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같은 팀 단위 스포츠는 보통 일련의 훈련 과정을 반복해서 가져간다. 훈련 전에 다같이 모여서 몸을 풀고, 축구나 농구라면 패스와 드리블, 슈팅 연습을, 야구는 투구와 타구 훈련을 하곤 한다. 이후, 팀의 작전이나 전략 등을 실제로 이행해보는 훈련을 한 뒤에 감독의 판단하에 팀 내전 혹은 다른 팀과의 연습 게임을 하기도 한다.

e스포츠 게임단에서는 어떤 방식이나 순서로 훈련이 진행되고 있을까. 종목마다 큰 차이가 있으므로 이번 기사에서는 가장 대중성이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의 경우를 살펴보겠다.



■ e스포츠도 기본기 훈련을 꾸준히 할까?


기본기는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슬램덩크에서 강백호도 드리블과 레이업, 리바운드를 위한 박스 아웃, 골밑슛과 같은 기본기 연습을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에 진짜 '농구 천재'가 됐다. 그리고 기본기 훈련은 이미 정상급에 선 선수들에게도 정말 중요하다. 기본기라는 건 몸에 완전히 익어서 경기 중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서도 발현되어야 하므로 훈련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에서도 기본기 훈련이 진행될까. 실제 2018년 해외에서 '코디 선'이 인텔 측과 관련 인터뷰를 진행한 적 있었다.

'코디 선'의 당시 발언에 따르면, 프로게이머들은 이미 CS 수급과 같은 기본기에 너무나도 익숙해졌기 때문에 따로 연습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게임 내에 연습 모드라는 시스템에 갖춰졌지만 크게 활용하진 않고 있다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선수단은 다른 팀과의 스크림을 통해 연습에 매진했고 일과가 끝나면 솔로 랭크를 통해 개인적인 연습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 내용으로 프로게임단의 훈련법에 대해 다 알 순 없었다. 2018년에 진행된 인터뷰이기도 했고 북미 게임단과 국내 게임단의 사정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에서 선수들을 지도했던 전·현직 감독과 코치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Q.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도 기본기 훈련을 하나요?

전직 코치 : 선수 역량에 맞게 늘려야 할 기본기를 연습시키곤 했어요. 타 스포츠와 비슷하게 e스포츠 선수들 역시 일련의 패턴과 습관이 자리 잡게 되는데, 이상적인 움직임이 나올 수 있도록 지도하고 개인 훈련에 접목했어요. CS 수급, 무빙, 스킬샷, 동선 최적화 등이 있죠.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선수가 있으면, 이런 훈련도 시켜봤어요. 기상 직후, 취침 직전에 블라디미르로 CS 100개를 수급하는 미션을 매일 시켰던 기억이 있네요. 결과는 꽤 좋았고요. 그리고 모든 선수의 개인 화면을 녹화해서 사소한 기본기까지 다 끌어올려 주려는 노력도 꾸준히 했어요.

A팀 감독 :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자율에 맡기는 추세긴 해요. 그럴 땐 연습 모드를 주로 활용하죠. 정글러들은 정글 캠프 사냥 속도를 최적화하려고 연습 모드를 자주 켜요. 다른 선수들은 보통 이즈리얼이나 리 신 같은 챔피언으로 스킬샷 연습을 하면서 스크림 전에 손을 풀기도 하고요. 다른 팀은 모르겠는데, 전 스크림에서 너무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 선수가 있으면 다시 스크림이 시작되기 전에 솔로 랭크, 아니면 칼바람 나락이라도 한 판 하고 오라고 시켜요. 그럼 거기서 손도 풀고 긴장도 푸는 거죠.

B팀 코치 : 따로 기본기 훈련이라는 걸 팀 단위에서 체계적으로 하진 않아요. 그런 건 그냥 선수들이 하는 솔로 랭크를 통해 자율적으로 하고 있고 그걸 기본기 훈련이라고 보는 거죠. 탑이나 바텀 듀오는 라인전 연습을 진행하는데 그걸 기본기 훈련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다른 팀 탑 라이너나 바텀 듀오와 연습을 하거나, 2군 선수들과 진행하기도 하죠. 특정 픽을 정해놓고 반복적으로 라인전 구도를 연습하는 방식이에요.




■ 그럼 전술이나 특정 상황 반복 훈련은?


기본기가 선수 개개인의 능력 발현을 위해 중요하다면, 전술 훈련은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누가 어떻게 움직이고 누가 뭘 주로 생각하며 플레이할 것인지 미리 정해두는 과정이다. 그럼 실제 경기 중에 똑같은 혹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약속된 플레이를 행해 승기를 잡곤 한다. 이걸 선수들의 몸과 머릿속에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전술 훈련이다.

기성 스포츠 팬들에게 익숙한 훈련은 축구의 세트 플레이 훈련, 농구에서의 공격 패턴 훈련 등이 있겠다. 누군가 공을 잡으면 팀원이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다른 팀원이 어디로 움직여서 공을 받아 또 패스하거나 슛을 한다는 약속.

e스포츠,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는 선수가 플레이하는 챔피언과 상대가 플레이하는 챔피언이 매번 바뀌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특정하기 어려울 거다. 하지만 훈련 중에 이런 과정에 빠진다는 것도 생각하기 힘들다.

Q.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도 전술 훈련을 하나요?

전직 코치 : 메타에 맞게 탑, 바텀 게임을 최적화하는 주도권 방향성 설정 및 라인별 챔피언 최적화 연습, 조합 구성에 따른 한타 방법 및 위치 선점, 시야 방어 연습, 1레벨 설정과 인베이드 연습, 유불리에 따른 상황 굳히기나 역전하는 방법 등을 꾸준히 연습하곤 했죠. 주도권 게임을 할 때 게임 속도를 끌어 올리는 운영, 후반 게임을 할 경우 게임의 흐름을 상대로부터 느리게 만드는 연습도 꾸준히 했어요. 2군 선수들이 있어서 특정 전술이나 상황을 반복적으로 훈련하기 쉬웠고요. 모의 밴픽으로 원하는 상황이 나오게 한 뒤에 반복 훈련하기도 했어요.

A팀 감독 : 아무래도 다른 팀과의 스크림이 주 연습 과정이기 때문에 특정 상황을 반복해서 훈련하기는 힘들죠. 그래도 방법은 있어요. 상대 팀에게 스크림 전에 미리 부탁해서 우리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고, 그 상황이 끝나면 '리방(다시 방을 만듦)'을 하는 거죠. 그럼 우린 원하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연습할 수 있고, 상대는 그걸 대처하는 걸 연습할 수 있어서 서로 이득이에요.

요샌 2군 팀 선수들이 모든 팀에 있으니 그 선수들과 함께 상황 연습 같은 걸 할 수도 있긴 해요. 그런데 워낙 1군과 2군의 실력 차이가 나서 유의미한 훈련이 되는 경우가 많이 나오진 않아요. 예를 들어, 바텀 라인전 상성 연습을 한다고 했을 때, 1군 바텀 듀오가 2군 바텀 듀오에게 역상성도 이기곤 하거든요.

B팀 코치 : 콘셉트 있는 픽을 하려고 할 때, 예를 들어서 케이틀린-럭스나 이즈리얼-카르마 같은 것들을 할 때 반복 훈련 비슷한 걸 해요. 사이드 운영 챔피언을 픽했을 때 거기에 맞는 운영법을 훈련하기도 하고요. 전령이나 드래곤 한타 때 포지션을 잡는 훈련도 반복적으로 되니까 그것도 일종의 전술 훈련일 수도 있겠네요. 이런 훈련들을 따로 하는 건 아니고 스크림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 훈련하는 식이에요. 평소 피드백하거나 브리핑했던 내용을 선수들이 스크림에서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는지 보는거죠.

아니면, 라인전 구도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라인전 주도권을 언제 잡게 되는지 파악하게 되니까 그거에 맞춰서 정글 동선을 짜고 맵을 반으로 갈라서 다이브 압박을 넣을지, 혹은 다르게 풀어갈지를 반복 숙달하기도 해요.


종합해보면, LoL e스포츠 게임단도 기성 스포츠처럼 기본기나 전술, 상황 훈련을 하곤 있었다. 하지만 LoL e스포츠, 더 나아가 e스포츠 전체적으로 기성 스포츠와 같은 훈련 방식을 채택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아무래도 e스포츠 자체가 축구나 농구, 야구 같은 느낌의 스포츠라기보다는, 바둑이나 체스 같은 느낌의 스포츠이기 때문 아닐까.

바둑이나 체스 역시 기본기 훈련이나 특정 전술 훈련보다는 대국을 통한 실전 경험과, 여기서 비롯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 피드백을 통해 훈련하곤 한다. e스포츠 역시 그랬다. 기본기나 전술, 상황 훈련을 나름대로 할 순 있고 하는 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스크림을 통해 이를 병행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기본기 훈련은 대부분 선수들의 솔로 랭크로 대체되는 분위기였고, 전술 및 상황 반복 훈련은 평소 브리핑과 피드백이 얼마나 실전에서 잘 구현되는지를 스크림에서 확인하는 정도였다.

e스포츠 산업이 꾸준히 성장 중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 만큼, 게임단들의 훈련법이 지금과 같은 방식에 국한되진 않을 것도 같다. 시대가 변하면서 e스포츠 게임단들의 훈련법 역시 달라질 거다. 아마 지금보다 훨씬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e스포츠 산업이 점차 거대해지고 전문화되는 만큼 선수 코칭 분야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