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를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계의 '기축통화'로 만들겠다"

지난해 11월 위메이드의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장현국 대표가 야심차게 내비친 포부다. 바로 몇 개월 전이었다면 허황된 꿈이라며, 웃어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에는 달랐다. '미르4' 글로벌 버전의 흥행과 나날이 오르는 위믹스의 가격에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메이드의 위상이 고작 몇 개월 사이에 전혀 달라진 것이다.

위메이드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먼저 블록체인, NFT, 그리고 P2E(Play to Earn) 게임에 대한 기반을 다졌다. 2018년 비트코인 붐업으로 여러 게임사가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 당시 위메이드는 자회사인 위메이드트리를 통해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블록체인 사업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다. 그러나 이러한 열풍은 금세 꺼졌다. 2018년 연말, 최고점을 찍었던 비트코인은 2019년 연초부터 폭락했고 이에 다른 가상화폐 역시 연이어 폭락하며,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대부분의 게임사가 사업을 접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묵묵히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한 곳이 바로 위메이드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20년 마침내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와 동명의 가상화폐를 발행했을 당시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위믹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이 게임업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누구도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믹스 역시 비슷했다. 아직 위믹스를 활용한 게임이 없었던 시기였다.

그랬던 위믹스에 대한 관심은 '미르4' 글로벌 버전 출시와 함께 180도 바뀌었다. '미르4' 글로벌 버전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위믹스의 가치가 급등했고 이를 바라보던 국내 게임업계 여기저기서 P2E 게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성공에 고무된 위메이드는 이후 본격적인 위믹스 기축통화 구축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위믹스 온보딩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위믹스 플랫폼에 100개 게임을 온보딩 함으로써 블록체인 게임계의 기축통화 지위 확립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얘기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미르4' 글로벌 버전의 성공 이후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P2E 게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 여기에 더해 자체 가상화폐를 만들고 발행하기 어려운 중소게임사에게 있어서 위믹스 온보딩은 썩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국내 P2E 게임의 선봉장으로서, 어느 정도 입지를 확보한 위믹스 플랫폼에 자사의 P2E 게임을 얹기만 하면 되는 거니 이보다 좋은 조건도 없다.

고무적인 건 위믹스에 관심을 보이는 게 국내 게임사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 초 레드폭스게임즈가 위믹스 온보딩 계약을 체결한 데에 이어 최근 대만의 엑스레전드 역시 위믹스 온보딩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에서도 위믹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블록체인 게임계의 기축통화를 목표로 하는 위믹스의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위믹스 생태계 확장에 나서는 위메이드

위메이드가 이처럼 위믹스 온보딩에 힘을 싣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생태계 구축이 그 이유다. 지금까지의 P2E 게임들에서 쓰이던 가상화폐를 보면 특정 게임만을 위한 게 대부분이었다. '엑시 인피니티'가 대표적이다. P2E 게임의 대명사격인 '엑시 인피니티'에서 쓰이는 AXS와 토큰인 SLP(Smooth Love Potions)은 오직 '엑시 인피니티'에서만 쓰인다. 즉, 아무리 '엑시 인피니티'가 날고기어도 AXS와 SLP의 영향력은 '엑시 인피니티'에 한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믹스는 다르다. 위믹스 온보딩 게임들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그 가운데 출시된 게임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7개의 위믹스 온보딩 게임이 출시됐으며, 여기에 '블레이드: 리액션'을 비롯해 '다크에덴M', '데카론M', '아케인M' 등 30여 개의 게임이 온보딩 계약을 체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100개 게임을 위믹스에 온보딩하겠다는 장현국 대표의 계획까지 70% 남은 모습이다.

이러한 위믹스 온보딩 게임들은 위믹스라는 블록체인 플랫폼, 그리고 가상화폐 위믹스를 공유한다. 단, 위믹스 그 자체가 게임에서 쓰이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위믹스 온보딩 게임들에서 쓰이는 각각의 토큰들은 그 게임에서만 쓰인다. '미르4' 글로벌 버전에서는 드레이코와 하이드라 토큰만 쓸 수 있으며, '건쉽배틀: 크립토 컨플릭트'에서는 밀리코 토큰만 쓸 수 있다. 대신 앞선 '엑시 인피니티'와 달리 위믹스 온보딩 게임들의 경우 각각의 토큰을 위믹스로 바꿈으로써 다른 게임에서도 쓸 수 있다는 게 다르다. 이를테면 '미르4' 글로벌 버전을 하다가 '건쉽배틀: 크립토 컨플릭트'를 하고 싶으면 드레이코를 위믹스로 바꾼 후 이를 다시 밀리코로 바꾸면 된다. 각각의 토큰이 위믹스를 기반으로 한, 위믹스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묶인 덕분이다.

이처럼 온보딩 게임을 늘리면서 승승장구하던 위믹스지만, 생태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홍역을 앓기도 했다. 갑작스레 위믹스 대량 매도 이슈가 발생하며, 위믹스의 가치 역시 급락한 것이다. 위메이드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위메이드는 이전부터 위믹스 생태계 구축에 위믹스를 쓰겠다고 지속적으로 언급했을뿐더러 위믹스 백서를 통해서도 10억 개의 위믹스 발행량 가운데 74%를 에코 시스템, 이른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쓰겠다고 명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위믹스 온보딩 체결이다. 당연히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위믹스 활용됐을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M&A에 대한 부분이다. 실제로 장현국 대표는 선데이토즈를 인수할 당시 "위믹스 생태계 확장을 위해 M&A를 과감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세 번째는 유동화에 대한 부분이다.

이 유동화는 현재 위믹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유동성이란, 어떤 자산의 현금화 가능성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유동성이 높다는 건 현금화가 쉽다는 의미다. 위메이드가 위믹스 유동화에 힘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 그대로 위믹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위믹스의 미래를 위해 유동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은 거래하는 데 여러 비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5천 원에 산 A코인을 매도하려고 한다고 해보자. 거래량이 많다면, 금세 거래가 체결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거래량이 낮다면 어떻게 될까. 등락폭이 클뿐더러,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매매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손해를 슬리피지(Slippage)라고 한다. 당연히 이런 불안정한 자산에는 투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주식과 코인이 유동성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위메이드가 매달 위믹스 전체 발행량의 1%에 해당하는 천만 개의 위믹스를 매도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투자자들이 말하는 러그풀, 이른바 먹튀가 아닌 위믹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을 계획대로 한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위메이드와 위믹스를 둘러싼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에 위메이드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위믹스 분기 보고서를 발표해 투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위믹스 생태계 성장 과정에서 위믹스의 가격이 내려간 데에 대한 투자자 보상 차원에서 위믹스 가격이 200달러에 도달할 때까지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총 발행물량의 1%를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위믹스 전체 물량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을 소각하겠다는 소리다.

위믹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위메이드가 행한 조치는 이것만이 아니다. 위메이드는 이어서 논란의 중심이 된 위믹스 유동화를 잠정 중단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다. 회사 차원에서의 대응에 더해 장현국 대표 역시 위믹스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2월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자신의 급여를 전부 위믹스로 받겠다고 공언한 지 2개월 만에 이를 실행에 옮겼다. 급여와 배당금을 전부 위믹스로 바꾼 것으로, 사실상 위믹스로 받겠다고 한 약속을 시행한 것이다.

▲ 장현국 대표는 현재 자신의 위믹스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 블록체인 산업 그 자체에 더욱 힘을 싣기도 했다. 스테이킹(예치) 서비스와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클레바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스테이킹 서비스의 경우 위믹스 월렛에 스테이킹하면 보상으로 위믹스를 받게 한 것으로, 현금화나 드레이코 및 위믹스 기반 토큰으로의 환전 외에는 쓰임새가 없었던 위믹스의 사용처를 넓힌 모습이다. 디파이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디파이 참여자들은 가상자산, 클레바의 경우 위믹스를 예치하면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가로 보상을 받게 된다. 이자농사(yield farming)라고 부르는 것으로, P2E 게임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게임계를 넘어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에 걸쳐 위믹스의 사용처를 점점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위믹스의 비전, 그리고 위메이드가 그리는 미래는?

위믹스의 미래를 예단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의 성과와 행보만 놓고 보면 위메이드가, 그리고 장현국 대표가 목표한 대로 차근차근 성장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위믹스 온보딩 계약을 체결한 게임이 벌써 30개가 넘은 가운데 '열혈강호 글로벌'과 '건쉽배틀: 크립토 컨플릭트'처럼 글로벌 흥행을 기록하는 게임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열혈강호 글로벌'의 경우 사전예약자 500만 명을 돌파한 데에 이어 나날이 증가하는 유저 수에 출시 사흘 만에 서버를 20개에서 54개로 늘렸으며, '건쉽배틀: 크립토 컨플릭트'는 출시 2주 만에 글로벌 동시접속자 1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 흥행하는 게임이 늘어남에 따라 위믹스의 영향력 역시 넓어지는 모양새다.


GDC 참여 역시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P2E 게임이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P2E 게임을 놓고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채굴 게임으로만 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위메이드가 GDC에 참여했다는 건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P2E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한편, 해외 게임사들과의 온보딩을 체결함으로써 국내 게임사 위주였던 위믹스 온보딩에 더욱 힘을 싣고자 하는 모습이다.

블록체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거래소와의 작업 역시 순조롭다. 국내 4대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에 전부 상장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해외 대형 거래소인 크립토닷컴에 이어 비트렉스의 USDT 마켓에 잇따라 상장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상위 50개 거래소에 모두 상장한다는 목표도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보인다.

나날이 블록체인 생태계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위믹스, 그리고 위메이드의 행보에 국내 게임사들 역시 서둘러 그 뒤를 쫓고 있는 모습이다. 저마다 NFT, P2E 게임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백서를 발행하고 가상화폐를 상장하는 등 P2E 게임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라이벌들의 출현은 얼핏 위메이드에게 위협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점점 많은 게임사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인다는 건 그만큼, 블록체인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거고 이는 현재 국내에서 P2E 게임 선봉장에 해당하는 위메이드로서도 나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독자 메인넷 구축이다. 메인넷은 독립적인 플랫폼으로서 거래소와 개인 지갑 간의 트랜잭션을 비롯한 생태계를 운영하는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위믹스는 현재 클레이튼을 메인넷으로 사용하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클레이튼에 종속된 형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위믹스가 독자 메인넷을 구축한다면 블록체인과 관련한 기술력을 증명하고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율성 역시 확보할 수 있다. 새로운 디앱(DApp) 개발은 물론이고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위믹스를 발행한 것처럼 자체 코인, 이 경우 위믹스를 독자 메인넷의 기축 코인으로 삼고 이를 기반으로 한 파생 코인을 만들 수도 있게 된다. 위믹스의 블록체인 생태계 기축통화를 목표로 한 위메이드로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라이벌들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위메이드의 장현국 대표는 짐짓 여유로운 모습이다. 물론, 그가 여유로운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GDC에서 장현국 대표는 위믹스를 테슬라의 자율주행 AI 기술에 빗댄 바 있다. 자율주행 AI 기술 자체는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니지만, 이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데이터를 쌓아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10년의 데이터를 쌓은 테슬라를 후발주자가 이기기란 쉽지 않다는 것으로, 지난 4년간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해온 위메이드를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다른 게임업체가 따라잡는 건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가 자신한 것처럼 지금까지는 위믹스가 여러모로 독보적인 모습이다. 온보딩을 통해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거래소 상장, 스테이킹, 디파이 서비스, 그리고 독자 메인넷 구축까지. 이제 막 자체 가상화폐를 발행하려고 하는 후발주자들과 비교하면 몇 수는 앞섰다고 할 수 있다.

다방면에서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는 위메이드는 이제 다음 목표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바로 블록체인과 P2E 게임이 가진 선입견, 그리고 오해를 푸는 일이다. 실제로 지난 GDC에서 장현국 대표는 GDC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블록체인이 게임을 망친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고 직접 밝힌 바 있다. 물론, 이 오해를 푸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출시한 게임들로는 이러한 오해를 해소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은 기존의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데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오해를 풀기 위해선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Play)와 재미의 보조적인 수단으로의 보상(Earn) 모두를 만족시킬 차원이 다른 게임이 나올 필요가 있다. 위메이드 역시 이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블록체인 플랫폼 회사이기에 앞서 위메이드는 게임사라는 점. 그리고 위믹스의 성공에는 게임사 위메이드의 성공 역시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