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높은 시장성을 가진 국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인구 대비 게임의 소비는 많아 매출도 해외 대형 시장으로 꼽히는 美, 中, 日 다음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당연히 많은 해외 게임사가 PC, 콘솔, 모바일 가리지 않고 한국어화를 진행해 게임을 출시하고 국내 퍼블리셔도 먼저 유명 게임사와 접촉해 현지화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된 대한국어화시대. 쏟아지는 게임들 속에서 한국어 없는 게임은 유저들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고 '안한글 안해요(안 한글 안 해요)'는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 한정된 시간 안에 게임을 더 깊이 알아가고자 하는 게이머들의 게임권과 이어졌다.

하지만 '안한글'이라는 현지화 부재를 이유로 그냥 넘기기 아쉬운 게임 역시 수없이 많다. 어떤 건 사실 대사의 중요성이 낮아 '외국어 압박' 없이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또 몇몇은 사전을 펴고 단어를 한 자 한 자 뜯어서 살펴볼 만한 가치를 가진 게임도 있다. 그렇다. 이건 '안한글'이지만, 한 번쯤은 해볼 만한 그런 게임이다. 그냥 드래그 죽죽 내려 '안한글' 댓글을 달러 가기엔 아까운 게임들 말이다.



꼭 해볼 안한글 게임 APRIL - 이달의 키워드

#대체불가 #메이저리그 - MLB 더 쇼22(MLB The Show22)


여러분은 한국어화가 되지 않은 게임을 언제 가장 많이 즐기시나요? '나는 한국어화 되지 않은 게임 따위 즐기지 않는다'라고요? 하지만 한국어화되지 않고도 즐기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마땅한 대체재를 찾을 수 없는 게임들이죠. 그중에서도 으뜸은 높은 인기에도 꾸준히 '안한글'을 고수하고 있는 'MLB 더 쇼'입니다.

멀리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하드볼 시리즈도 있었고 MVP 베이스볼, MBL 2K 시리즈 등 많은 작품이 MLB의 이름을 달고 출시됐습니다. 모바일로 출시된 작품도 있고요.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MLB 더 쇼 시리즈는 메이저리그 프로 야구를 다루는 유일한 콘솔 스포츠 게임이 됐죠. 덕분에 영어를 하든 못하든 MLB 팬에겐 이 게임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국내 팬도 많죠.

대신 한국어화? 그런 건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없었고 적어도 지금 분위기로는 앞으로도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대신, 소니 산하 스튜디오인 SIE 샌디에이고 스튜디오가 개발하며 PS 독점작이던 게 지난 더 쇼 21에서는 라이벌 콘솔이라고 할 수 있는 Xbox로 출시되고 이번에는 닌텐도 스위치로도 출시됐습니다. 이건 MLB 사무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많은데요. PS 독점 상황에 사무국 주도로 만들던 R.B.I. 베이스볼도 더 쇼가 멀티플랫폼으로 나오며 22 시리즈부터는 아예 개발 중단을 알렸습니다. 그 정도로 MLB 라이선스 게임의 PS 독점에 불만이 많았던 게 MLB 사무국이었죠.

어쨌든, 한국어화는 안 됐어도 PS 없는 유저들도 Xbox, 혹은 닌텐도 스위치가 있다면 MLB 더 쇼22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PC가 없네요. 어쨌든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종에서 할 수 있는 게 어딥니까? 그리고 플랫폼 하나하나 늘려갔으니 '내년 시리즈는 PC로 나오지 않을까'라는 꿈을 잠깐 꿔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사실 그럴 가능성은 낮으니 괜한 기대일 수도 있지만요.

이번 작품은 투수에 타자까지 겸하는 이도류로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한 오타니 쇼헤이가 표지 모델을 맡았습니다. 실제로 전작에서부터 선수 만들어 키우는 RTTS 모드에 오타니처럼 이도류로 선수를 육성할 수 있었고요.

MLB 팬이라고요? 그럼 별수 없습니다. 안한글이어도 하세요.

대신 꼭 직접 플레이가 아니라 단장이자 감독으로서 선수를 관리하고, 라인업을 짜는 등의 매니지먼트를 원하면 OOTP가 한국어로 있으니 이걸 하시면 됩니다. 개발사를 2020년에 컴투스가 인수하면서 꽤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 덕에 불가능할 것 같았던 한국어화도 지원되고 있고요. MLB 더 쇼 개발사도 돈 많은 한국 퍼블리셔가 인수한다면....



꼭 해볼 안한글 게임 APRIL - 이달의 PICK

RTS 기반 세운 듄, 4X는 어때? - 듄: 스파이스 워즈(Dune: Spice Wars)


최근에는 영화로 만들어지고 소설로서는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듄은 게임 역사에서도 꽤 이례적인 작품입니다. 스타크래프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임진록 같은 RTS는 바로 이 듄에서 나왔거든요. 이제는 PC 신작 만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커맨드앤컨쿼(C&C)의 개발사 웨스트우드가 처음으로 선보인 RTS 듄2는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초가 됐습니다.

재밌는게 듄2가 1992년에 나왔는데 같은 해에, 어드벤처 전문 회사에서 원작 소설 듄을 어드벤처 게임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 이런 얘기 하면 나이가 나와버리는데. 어쨌든 웨스트우드는 듄2를 리메이크한 듄2000도 개발했고 엠퍼러: 배틀 포 듄이라는 3D RTS도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근데 마지막 작품이 2001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라는 거죠.

지겨운 옛날이야기는 이쯤에서 정리하고 오늘 이야기할 듄: 스파이스 워즈(Dune: Spice Wars) 이야기를 해보죠. 이번 듄도 실시간으로 다양한 전략 플레이가 요구되는 시뮬레이션입니다. 하지만 전술에 따른 전투가 아니라 문명이나 에이지 오브 원더스, 스텔라리스 같은 4X 게임에 더 가깝습니다. 도시를 성장시키면서 맵을 밝히고 영토를 넓히는 방식의 게임이죠.

4X와 실시간의 조합은 개발사인 시로 게임즈에서 이미 한 번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진화하는 게임, 에보랜드를 만든 시로게임즈는 2018년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개척 시뮬레이션인 노스가르드를 선보였거든요. 듄은 거기서 4X 성향이 좀 더 강하게 뿜어져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시간이긴 하지만, 세계 자체를 넓게 써 유닛 이동 속도는 느릿느릿하고 성장 요소를 동시에 신경 쓰도록 해 사실 급박하게 영어 해석이 필요한 정도는 아닙니다. 또, 이쪽 장르가 의외로 한 번 게임을 익히고 나면 언어 때문에 게임을 못하는 부류는 아니고요.

다만, 문명. 그리고 그걸 살짝 비틀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휴먼카인드 같은 게임하고는 결을 달리한다는 건 기억해두세요. 얼리액세스긴 하지만, 순식간에 스팀 긍정 평가를 쓸어담은 마성의 매력은 이 장르 게임의 특징 그대로고요.



꼭 해볼 안한글 게임 APRIL - 훗, 외국어따위

이제 남은 건 드리프트 뿐이야 - 슬립스트림(Slipstream)


드래프팅이라고 불리는 기술은 흔히 경륜 대회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앞 선수의 자전거 바로 뒤로 붙어 공기의 저항을 줄이고 더 수월하게 페달을 밟아 에너지를 아낄 수 있죠. 그거 슬립스트립 아니냐고요? 네, 이걸 슬립스트리밍이라고도 부릅니다. 아마 사이버 포뮬러 같은 만화에서 슬립스트림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고 그게 이어져 지금까지 입에, 사회에 붙어버린 듯 싶고요.

어쨌든 게임 슬립스트림은 2018년 스팀에 출시되고 이번에 콘솔 이식도 이루어졌습니다. 이게 도심을 달리는 레이싱인데 사실 요즘에는 포르자 호라이즌이나 니드포스피드처럼 맵을 넓게 써 목표가 다양하거나, 그란 투리스모나 그리드처럼 시뮬레이션 요소를 강조해 전문 용어 줄줄이 나오는 게임들이 보통이죠.

다만, 한국어 없어 머리아픈 전문 용어에 헤맬 걱정은 잠시 접어두셔도 됩니다. 슬립스트림은 90년대 오락실 게임을 구현하려고 애쓴 티가 물씬 나는 아케이드 성향 게임이거든요. 코너에서 차체가 완전히 한쪽으로 틀어지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바퀴. 그리고 3D 느낌을 낸 2D 같은 3D 그래픽은 아웃런 같은 고전 명작을 떠올리게도 하고요.

재밌는건 사실 제목인 슬립스트림, 그러니까 드'래'프팅보다는 미끄러지듯 코너를 달려나가는 드'리'프트 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럼 제목을 드리프트라고 짓지 왜 슬립스트림이라고 지었냐고요?

게임은 도심지부터 휴양지 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여러 상대와 그저 달려가며 이기면 그만입니다. 복잡한 생각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게임도 그런데 드리프트든 슬립스트림이든 제목이 뭐가 중요합니까? 그냥 제대로 달리고 그게 재밌으면 그만인 거잖아요. 그래서 영어도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총은 탕탕, 전기톱은 부릉부릉, 머리통은 펑펑 - 터보 오버킬(Turbo Overkill)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스토리와 같다'라는 존 카맥의 말은 오랜 기간 철 지난 '꼰대'의 주장, 혹은 시대의 흐름을 놓친 잘못된 구절처럼 취급됐습니다. 하프라이프는 슈터에 담아낸 스토리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알렸고 이후 슈터 게임의 스토리는 통쾌한 액션만큼 중요해졌습니다. 유명 작가들이 슈터에 이야기를 더하기 위해 애썼고 무조건 쏘고 죽이는 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에 맞는 연출이 중요해졌죠.

그런데 리부트된 둠은 이야기가 항상 중요한 건 아니라는 걸 플레이어들에게 되새겨줬습니다. 후속작인 둠 이터널에서는 이 스토리가 꽤 중요하게 다뤄졌지만, 어쨌든 리부트 둠 자체는 스토리 신경 안 쓰고 그냥 악마놈들 다 썰고 터트리면 됐죠. 이후 둠에 퀘이크, 듀크뉴켐 같은 고전적인 슈터들이 현세대 기종과 PC에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단순히 슈터 액션 자체만 과거로 돌아간 게 아니라 그래픽까지도 옛 느낌을 살렸고, 또 그게 시장에 먹혔죠.

터보 오버킬도 비슷합니다. 마냥 나쁜 그래픽이라기보다는 꼼꼼히 보면 근사한데 일부러 저렴한 느낌을 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한쪽 다리에는 전기톱이 달린 반인반기계에 다루는 무기도 소총, 기관총, 중화기 가릴 것 없이 맘대로 쏟아붓죠. 어때요? 한국어의 유무가 중요한 게임일 것 같나요?

물론 단순히 쏘고 죽이는 것 말고도 사이버펑크 느낌은 내면서 벽을 타거나 순간적인 속도로 뛰고 나는 플레이는 퀘이크 스타일의 하이퍼FPS 느낌을 내기도 합니다. 영어든 한국어든 광속으로 때려 부수는 건 만국 공용어니 플레이가 어려울 것도 없죠.



꼭 해볼 안한글 게임 APRIL - 지금 바로 사전 꺼내!

너와 나, 혹은 누군가의 추억인 ELF 명작이 스팀으로 - 동급생(Dōkyūsei: Bangin' Summer)


한때는 성인향 어드벤처의 대표 회사로 국내에까지 많은 이름을 알렸던 엘프지만 폐업 후 DMM FANZA 게임즈의 게이밍 브랜드가 되어버린 엘프. 하지만 영영 신작이 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던 엘프의 작품이 리메이크될 수 있었던 건 이렇게 브랜드로라도 회사가 다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리메이크 자체는 2021년 발매됐는데요. 패키지 버전이든 DMM을 통한 게임 구매든 일반적인 PC 게이머들이 구하기에는 영 쉽지 않고, 또 낯선 게 사실이었습니다. 스팀이라는 가장 큰 ESD를 통한 판매가 그래서 더 편리하게 다가오는 거고요.

일단 이번 기사에서 소개하듯 한국어는 없습니다. 대신 일본어에 영어까지 지원해 일본어를 하지 못해도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죠. 사실 동급생 그 자체라고 불리는 타케이 마사키의 일러스트를 새로 그린 점은 게임의 큰 아쉬움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그래도 고해상도를 지원하고 있고 특유의 불편했던 요소를 보다 편리하게 가다듬어 플레이 자체는 쾌적한 편입니다.

스팀 버전에서는 일부 성적 표현이 삭제되었는데 사실 그보다도 영어 까막눈들을 괴롭히는 건 주인공 타쿠로의 선 넘는 유머에 있습니다. 아무리 성인용 게임이라도 오늘날 기준으로 이게 가능한가 싶은 수준의 '드립'을 혼잣말로 내뱉었던 게 동급생, 나아가 엘프 스타일이니까요. 이런 유머는 의외로 대부분 리메이크된 게임에 그대로 실렸습니다. 아무래도 어반 딕셔너리에서 볼법한 영어로 한 번 더 번역된 내용이라면 그 난이도는 더 높아질 테겠죠. 일본어가 더 편하다면 영어보다 그쪽으로 플레이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합니다.

동급생2가 한국에 정식 발매됐던 걸 생각하면 연애 시뮬레이션의 대표 게임이라는 점에서 한번 쯤은 플레이 해볼 만합니다. 리프사의 게임 성공과 유행 이후 어느 순간부터 이쪽 장르 게임들은 복잡한 공략보다는 그저 텍스트만 줄줄이 읽다 선택지만 잘 선택하면 끝나는 식이 되어버린지 오래잖아요. 하지만 동급생 시리즈는 히로인이 넓은 도시 곳곳을 옮겨 다니니 적절한 이동과 시간표 계산이 필요했습니다. 진짜 시뮬레이션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꼭 해볼 안한글 게임 APRIL - 기다려, 한국어로 전향할 아군이다

열혈 시리즈와 만난 삼국지 - 열혈 삼국지(River City Saga: Three Kingdoms)


축구, 농구, 피구, 마라톤 경주, 액션 등 다양한 장르로 쿠니오군의 이야기를 뻗어낸 열혈 시리즈. 정말 오랜 기간 시리즈가 이어져 온 만큼 저마다 최고로 꼽는 작품도 다를 겁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다운타운 스페셜: 쿠니오군의 시대극이다 전원집합!은 해본 사람이라면 엄청난 몰입감을 유지한 채 게임을 즐겼고 주저 없이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꼽을 만한 게임이죠.

다양한 맵을 오가며 플레이하는 자유로운 게임 구성은 패미컴 시절에는 보기 어려웠던 부류였죠. 덕분에 하얀 건 글자, 검은 건 배경이라는 정도밖에 모르는 어린 시절에도 이 게임 가지고 친구들과 이렇게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직접 만들며 떠들었던 기억도 나고요.

문제는 이게 일본 시대극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쉽게 이야기에 공감하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시리즈 35주년을 맞아 공개된 시리즈 계승작 다운타운 스페셜: 쿠니오군의 삼국지다 전원집합!은 그런 아쉬움을 지울 딱 좋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제목에서 볼 수 있듯 바로 삼국지를 다뤘거든요. 열혈 시리즈의 주역들이 실제 삼국지 속 주인공으로 등장해 캐릭터성을 새롭게 살리면서도 큰 흐름은 너무나도 잘 아는 삼국지의 그것이니까 그냥 플레이만 하면 됩니다.

다아아만, 한국어가 없습니다. 일단 지금은요. 지난해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출시된 이후 올해 7월에는 스팀, PS4 버전 출시가 예고되어 있는데요. 한국어 버전이 이때 맞춰 세 기종 전부 출시될 예정이라고 새롭게 공개됐습니다. 게임 하고는 싶은데 일본어라고 그냥 넘기지 마시고 일단 7월 출시까지는 머릿속에 열혈 삼국지라는 타이틀을 꼭 집어넣어 둡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