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투 런, 베리 하드 투 마스터


1인 개발사 메구스타 게임의 정진섭 대표가 만든 2D 액션 게임, '언소울드'가 6여 년에 걸친 개발 기간동안 항상 들어왔던 이야기 중 하나를 꼽자면 '어려운 게임'일 것입니다. '귀무자', '닌자가이덴' 시리즈와 같은 호쾌한 액션을 살리면서, 동시에 정진섭 대표 자신이 좋아하는 대전 격투 장르의 문법을 함께 가져가는 것. 그 발상 만으로도 '언소울드'는 이미 어려운 게임이 될 운명을 타고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개발자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게이머들에게 '언소울드'의 전투 매커니즘은 지금까지 어떤 액션 게임에서도 쉽게 접하지 못했던 종류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대로 정진섭 대표가 가진 액션에 대한 철학이 물씬 담겨있는 게임이고, 그만큼 매니악한 취향을 가진 이들을 위한 게임으로 탄생했으니 후자를 위한 게임이라고 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죠.

4월 28일, 정식 출시 이후 나름 용기를 내 플레이해 본 '언소울드'는 그동안 들어왔던 대로 어려운 게임이 틀림없었습니다.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것 조차 애를 써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의 난이도가 진입 장벽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언소울드'는 계속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게임에 가까웠습니다.

게임명: 언소울드
장르명: 액션
출시일: 2022.04.28.
리뷰판: 1.2.21.0
개발사: 메구스타게임즈
서비스: 네오위즈
플랫폼: PC(Steam), Xbox, 닌텐도 스위치
플레이: PC(Steam)

관련 링크: '언소울드' 오픈크리틱 페이지



탑다운 + 격투게임 문법이 만드는 호쾌한 액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대놓고 언급하듯, '언소울드'는 기존 액션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퍼즐 요소나 길 찾기가 최대한 배제된, 오직 전투 시스템에 집중한 게임입니다. 그렇다고 퍼즐과 길찾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투 시스템에 비하면 비중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템 수집이나 장비를 강화하는 등의 요소도 철저히 배제해 '소울 획득', '스킬 레벨업' 두 가지 요소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약간의 튜토리얼이 이어지고, 거의 곧바로 실전에 투입하게 되죠. 공격과 대쉬, 기본적인 콤보는 가르쳐 주지만, 앞으로 일어나는 일은 스스로 자신의 기술을 조합하며 맞서 나가게 됩니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언소울드'의 특징은 일대 다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대전 격투의 문법을 착실히 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큰 동작에 따른 딜레이를 캐치하거나, 유효타를 맞출 수 있는 최적의 거리를 지키며 전투를 치르는 등 순간적인 판단을 요구하며, 심지어 콤보나 기술까지도 대전 격투 게임과 비슷한 조작을 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막상 해보면 익숙하지 않은 전투 스타일이라 손이 내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데, 일단 적응을 하다 보면 '언소울드'의 매력인 호쾌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일종의 트레이닝 모드인 '심연' 에서는 다양한 콤보와 조작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언소울드'의 전투의 핵심은 상대방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공격 또는 방어를 하는 일명 '카운터', '저스트 가드'와 소울 오브를 사용하는 각종 기술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전황을 이끌어가는 전략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적의 공격을 받아칠지, 회피할지 선택해야 하고, 다수의 적에게 둘려싸였을 경우에는 범위 공격 기술로 적을 밀쳐내고, 가까운 적부터 처리하는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할 수 있죠.

이렇게만 보면 여느 액션 게임과 별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적의 연타 공격을 맞고 있을 때는 '귀신 달리기'라는 기술을 써서 중간에 빠져 나와야 하고, 콤보 공격 또한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노랗게 빛나고 있는 틈에 후속타를 입력해야 합니다. 떨어진 오브를 순식간에 모아 체력과 스태미너를 회복하려면 '영혈'이라는 기술을 사용해야 하고, 방패를 든 상대를 만나면 가드를 깰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해 파훼해야 하죠.

▲ 커맨드가 진짜 격투 게임이랑 똑같습니다

기술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간단해 보이는데, 모든 것이 순간의 판단으로 결과가 달라지는 대전 격투의 형식을 따르는 만큼 체감되는 난이도가 상당한 편입니다. 특히, '귀신 달리기'는 언소울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인데, 저는 마지막 보스를 어렵게 잡은 지금까지도 잘 쓰지 못해 연속 공격을 당하기 일쑵니다.

또, 중간중간 기술을 알려주는 팝업이 뜨긴 하지만 대부분의 조작 관련 설명이 게임 시작 부분에 모두 모여 있는 점도 다소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아무래도 전투 시스템의 깊이가 있다 보니 보다 많은 내용을 게임 시작 시에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이는데, 조작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너무 많은 커멘드 리스트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큽니다.

▲ 이 기술을 잘 쓰느냐 못 쓰느냐가 게임의 난이도를 바꿉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언소울드'는 쉬움 모드에 해당하는 '망국의 왕자' 난이도와 일반 난이도, 그리고 더욱 어려운 게임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마스터 소울' 총 세 가지 난이도를 지원합니다. 카운터 타이밍이 좀 더 너그러워지는 것 과 동시에 적의 공격 패턴도 단순해기지 때문에, 액션 게임에 익숙하지 않다면 좀 더 쉬운 난이도부터 차근 차근 배워 나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 다양한 기술이 정말 많지만 '언소울드'의 핵심이 되는 것은 적의 공격을 제때 받아치고, 빈틈을 노려 적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이것만 충실해도 기본 공격과 대시기 위주로만 이용해도 일반 난이도에서 엔딩을 보는 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더욱 스타일리시한 전투와 호쾌한 액션을 맛보기 위해서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데, 주로 그것은 '엔딩 그 너머'를 목표로 하는 이들을 위한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 카운터의 손맛은 한 번 맛보면 자다가도 생각날 정도



메인스토리는 다소 짧지만, 파고들 요소가 많은 게임


출시 시점 기준, '언소울드'의 챕터는 총 다섯 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인 망국의 왕자가 자신의 나라를 멸망시킨 존재를 찾아 나서는 모험을 따라 다섯 종류의 맵과 보스를 마주하게 되죠. 하나의 챕터는 따로 맵을 구석구석 다니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30~40분 정도면 클리어 가능하니,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략 서너 시간이면 5챕터의 보스를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3~4시간의 플레이타임은 인디게임임을 감안해도 짧은 편에 속하지만, 사실 메인 챕터는 '언소울드'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메인 스토리만 클리어할 경우 스팀 플랫폼 기준 52개에 달하는 도전 과제 중 딱 여섯 개를 완수하게 되는데, 나머지 마흔 여섯개의 도전과제는 소위 '파고들기' 요소로 채워진 셈입니다.

제작자의 취향과 의도가 듬뿍 반영되었는지 몰라도, '언소울드'는 플레이어의 데이터를 보여주는 데 진심인 게임입니다. 한 액트를 클리어하고 나면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또 얼마나 죽었는지, 몇명의 적들을 죽였는지 등의 정보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결과는 점수에 반영되고, 또 점수는 액트 별 클리어 랭크에 영향을 줍니다. 마지막에는 한 액트를 몇명의 사용자가 클리어 했고, 나는 그 중에 몇등으로 클리어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죠. 이 랭크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선 반복 플레이로 콤보를 연습하고, 적의 패턴을 익혀, 군더더기 없는 솜씨로 멋지게 액트를 클리어해야 합니다.

▲ 민망할 정도로 자세히 말해 주는 친절한 게임(?)

매인 챕터를 모두 클리어하고 나면 더욱 도전적인 콘텐츠가 기다리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출시와 함께 새롭게 추가된 '거울의 방'입니다. 죽기 전까지 일정 카운터 횟수를 채우거나, 최대한 많은 적을 죽이거나, 또는 챕터 별 보스 두 명이 동시에 등장하는 등 살벌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죠. 모든 도전과제는 매인 액트와 같이 점수가 기록되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와 간접적으로 경쟁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콘텐츠들 역시 플레이어가 '언소울드'의 전투 스타일을 배우고 또 익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언소울드'를 통해 선보인 특유의 전투 스타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이 게임이 취향에 맞는 이들을 위해 최대한 여러 가지 즐길 거리를 선보이려는 노력 또한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 출시와 함께 추가된 거울의 방

▲ 다양한 도전 과제로 '언소울드'만의 액션을 더욱 깊게 즐길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언소울드'는 같은 인디 게임에서는 물론, 타이틀의 규모를 떠나서도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전투 시스템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액션 게임입니다. 무수히 많은 조작 방법과 순간 판단력을 요구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감히 쉽게 즐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인상을 주고 있긴 하지만, 쉬운 난이도를 지원해 액션 게임에 익숙치 않은 플레이어도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언소울드는 "플레이해 봤더니 취향에 맞더라"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깊이 있는 전투 시스템을 한계까지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취향만 맞는다면 오래도록 두고 즐길 수 있는 액션 게임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한 번 쯤 체험해볼만한 전투 스타일을 갖춘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Xbox 게임패스를 구독하고 있다면 따로 게임을 구매하지 않고도 플레이할 수 있는 만큼, 호쾌한 액션과 손맛이 궁금한 게이머라면 '언소울드'를 한 번 플레이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