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ddaytimer.com)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딱 177일이 남았습니다. 멀다면 멀지만, 결코 짧지도 않은 시간이죠. 당장 수능시험을 치를 계획이 없는 이들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숫자겠지만, 올해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된 수험생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숫자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D-177일이라하면, 수능까지의 제한시간이 이제 '반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된 플랫포머 게임 '레디 액션(Ready Action)'의 개발자 '꾸덕'은 올해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됐습니다. 작년 지스타 행사장에서 만났을 당시 "겨울 안에 레디 액션을 완성해내겠다"라고 포부를 전하는 그를 보며 '고3 수험생이 되기 전에 만들던 게임을 완성시키려는 모습이 참 멋있다'라고 생각한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왠지 2022 플레이엑스포 행사가 개최된 킨텍스 인디 부스에서도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1인 개발로 완성해낸 게임 '레디 액션'도 스팀을 통해 이미 정식 출시됐고, 수능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무슨 연유로 부스 참가를 계획했는지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습니다. 고3 수험생도 참아낼 수 없을 정도로 올해의 플레이엑스포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내심 기대하면서, '꾸덕' 홍준호 개발자의 부스를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꾸덕' 홍준호 개발자


오랜만이에요. 먼저 인벤 유저들에게 자기소개를 해줄 수 있을까요?

- 안녕하세요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인디게임 개발자 꾸덕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오랫동안 가지 못했던 시기에 '마냥 시간만 보내기는 아깝다'라는 생각에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게임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인디 게임 개발자가 된 계기였죠.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주변에 게임 개발에 관심이 있었던 친구나 지인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1인 개발, 다른 말로 '혼자서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예전에 C언어 기초를 배웠던 적이 있어서, 유튜브를 보며 금방금방 따라갈 수 있었어요.

닉네임인 '꾸덕'은 인디게임 커뮤니티에 가입을 생각하고 있던 때에, '꾸덕꾸덕하고 달콤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꾸덕'으로 정하게 됐어요. 그 이후로 쭉 이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을 마음먹은 뒤 처음으로 개발한 게임, '레디 액션'이 지난 4월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됐죠. 어떤 게임인지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 '레디 액션(Ready Action)'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동시에, 그리고 따로 조작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키보드로는 영화 속 배우가 되어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고 여러 장애물을 피하며 계속 연기를 해야 하고, 마우스로는 카메라맨이 되어 배우의 모습을 한시라도 놓치지 않고 계속 쫓으며 촬영해야 합니다. 한 명은 키보드, 다른 한 명은 마우스를 잡아 서로 협동하며 진행하는 2인 플레이가 기준이지만, 혼자서도 양손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고 조작하는, 1인 플레이의 재미 역시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액션 배우, 그리고 그를 찍는 카메라맨의 협동 플레이’라는 게임 소재는 어떻게 떠올렸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를 담는 것이고, 게임이 재미를 전달할 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조작'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PC에서 주로 사용하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같이 사용해 조작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게임잼에서 나온 'WindowFrame'이라는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마우스로 화면을 조작해보자!'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어요. 1)키보드로는 캐릭터를 조작하고 마우스로는 화면을 조작한다, 2)이때 캐릭터는 화면 밖으로 나가면 안된다, 3)화면에 카메라라는 설정을 넣자, 4)그러면 '영화촬영이라는 컨셉으로 하자!'라는 순서로 만들어진 셈이죠.


다시 생각해도 기획이 참 기발하단 말이죠. 근데 정식으로 출시된 게임은, 지난 지스타 시연 빌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기존에 계획했던 대로 완성한 것이 맞나요?

-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것이 맞습니다. 여기에 사연이 좀 있어요. 인디 게임 개발자가 되고 참여한 첫 번째 공모전에 '레디 액션'을 제출하고 난 뒤, 잠깐 쉴겸 다른 프로젝트도 만들어보게 됐어요. 근데 이게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의도치 않게 두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게 됐고, 사실상 '레디 액션'의 개발은 완전중단 수준에 이르게 됐죠. 두 번째 프로젝트를 모두 완성하면 다시 레디 액션의 후속 개발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지스타 이후로 참 많은 일이 있었어요. 당시엔 대학교 입시도 일 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일단 다른 프로젝트 전에 '레디 액션'을 출시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점도 있었고, 그래서 게임을 무료로 공개하기로 한 것이었군요.

- 네. 처음 계획할 땐 영화 촬영이라는 컨셉에 맞게 여러 장르와 테마도 넣고, 분량도 대략 최소 씬 100개 이상의 분량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이 겹치며 '레디 액션'의 추가 분량을 개발할 여유가 나지 않았고, 분량도 짧았기에 무료 출시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아마 그대로 계속 개발을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공개된 '씬 20'까지의 내용은 데모버전으로 무료로 공개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스팀을 통해 출시된 '레디 액션', 개발자 피셜로 미완성인 게임이 맞다


아이디어가 정말 참신해서 마감이 더 됐으면 좋겠다는 스팀 유저들의 평가가 있는데,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레디 액션'을 더 다듬거나 개선할 계획이 있나요?

- 저도 마무리가 정말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레디 액션'이 모두 끝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선 대학교에 들어가면, 대학 공부를 하며 틈틈이 개발할 생각입니다. 저에겐 아직 군대라는 큰 숙제가 더 남아있지만 말이죠.

아마 시간이 좀 흐른 뒤에 게임을 업데이트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싶다고도 생각하고요. 추후 레디 액션을 업데이트할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면, 어떻게든 그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도 저의 첫 게임이자, 첫 수상작이고, 첫 전시작이다보니 애착이 가는 작품이니까 말이에요.

▲ 어렵지만, 참신했다는 스팀 유저들의 평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래도 정식 출시된 게임이니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누구나 해볼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점이죠. 난이도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더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개발자 팁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됐기에, 꼭 오프라인이 아니더라도 스팀의 '리모트 플레이 투게더' 기능으로 다른 친구와 온라인 협동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친구를 집에 초대하지 않아도 각각 마우스와 키보드를 각각 조작하여 둘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으니, 이렇게 즐기면 더 재미있게 플레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2인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혼자서 할 땐 2인 플레이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새로운 재미가 있거든요.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협동 게임'이었던 것이 한번에 복잡한 멀티 태스킹을 요구하는 게임이 되니까, 이 부분도 꼭 함께 즐겨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둘이서 플레이할 때와, 혼자 플레이할 때의 경험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인터뷰에서 물어보고 싶은 것은 이거였어요. 게임도 이미 스팀을 통해 출시했겠다, 굳이 수능시험을 앞둔 이 시점에 '2022 플레이엑스포' 참가를 결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 가장 큰 목적은 게임의 홍보죠. 오프라인 부스를 몇 번 운영해봤는데, 그땐 게임을 정식으로 출시하기 전이었고, 출시 계획도 불분명했어서 게임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었거든요. 그리고 항상 부스 운영을 끝내고 나면 뭔가 아쉬움 마음도 살짝 남았었고요. 이번 오프라인 전시가 '레디 액션'의 마지막 오프라인 전시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련 없이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부스 참가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부스를 운영하며 '레디 액션'의 마무리를 짓고, 새로운 시작을 이어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싶어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많이 준비해봤습니다. 부스에서 간단한 스티커와 책갈피 굿즈도 준비했으니, 꼭 방문하셔서 게임도 체험해보시고, 굿즈도 받아가시길 바랍니다.

▲ "좋은 마무리가 있어야, 새로운 시작에 전념할 수 있죠"


'레디 액션' 개발을 미루게 된, '두 번째 작품'에 대해서도 조금 소개해주세요. 이번 부스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네요?

- 지금 대학교 입학을 위한 포트폴리오용 팀 프로젝트로 신작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같은 대학교 입학을 생각하는 친구들과 함께 준비하는 비쥬얼 노벨 장르의 모바일 게임이에요. 팀원은 저를 포함해서 아트, 스토리, 음악까지 총 4명으로 구성했습니다. 올해 안에 공모전이나 오프라인 전시 등을 통해 공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니, 많은 기대를 부탁합니다.


이번 플레이엑스포에 참여한 것도, 결국 게임 개발자로서의 진로에 더 매진하기 위해서였네요. 고등학교 생활이 끝나면 진짜 본격적인 게임 개발자로서의 길이 펼쳐질 텐데, 앞으로의 포부가 듣고 싶습니다.

-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더 좋은 게임들을 만들고,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그래도 스팀을 통해 자신의 게임을 출시한 '선배 개발자'가 됐잖아요. 게임 개발이라는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이나 친구들, 그리고 같은 인디 개발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끝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 무슨 조언을 하거나 거창한 말을 할 정도의 실력이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꿈을 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있어요. 인디 게임 개발이라는게, 본인이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힘들기만한 작업인 것 같아요. 게임 개발은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를 오래 잡고 진행하기 때문에, 여기서 즐기는 마음이 없으면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일은 일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본인이 만들고 싶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많이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