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지난 3일 새로운 게임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MINTROCKET)'을 공개했다. 당시 넥슨은 민트로켓이 기존 개발 관습을 과감히 버리고, 가장 중요한 본질인 재미에 집중해 게임을 만드는 시도라 설명했다. 브랜드명에서 민트는 참신함, 로켓은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뜻한다. 튀는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발산하고, 실험적인 도전을 통해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민트로켓은 기존 넥슨 개발 문법과 달리 보텀업(Bottom-Up) 방식을 지향한다.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넘치는 소규모 개발팀들이 게임성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개발하겠단 설명이다. 넥슨은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도, 별도 프로젝트 발표나 심사 절차 없이 내부 테스트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 나갈 예정이다. 또한, 민트로켓은 정형화된 출시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고 빠르게 시장에 선보여 이용자들과 함께 게임을 만든다.

현재 넥슨은 민트로켓 브랜드로 선보일 게임 2종을 준비 중이다. 이미 공개된 해양 어드벤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와 배틀 액션 장르 게임 '프로젝트 TB'이다. 그중 '데이브 더 다이버'는 오는 6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체험판을 출품해 이용자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다.

넥슨이 처음 시도하는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김대훤 부사장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 김대훤 넥슨 총괄부사장

서브 브랜드라는 개념은 다소 낯설다. 넥슨이 이러한 시도를 한 이유가 궁금한데.

= 넥슨에 오래 다니면서, 정말 많은 시도가 있었던 것을 지켜봤다. 접힌 프로젝트만 모아 봐도 어마어마하다. 접힌 프로젝트 리스트들을 되돌아보면 굉장히 안타깝고 아쉬운 것들이 많다.

개발 면에서 넥슨은 리소스를 아끼는 스타일이다. 기존에 잘해왔던 것들을 약간 비틀어 더 크게 내면 편하다. 그로 인한 아쉬움이 다들 있었다. 내부에서는 혁신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계속해 나왔다. 그리고 넥슨이라는 회사가 점점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과연 새로운 시도를 과감히 할 수 있겠느냔 생각을 계속해왔다.

혁신적인 시도를 할수록 기존과는 다른 게 나온다. 새로운 것을 기존의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다르게 말하면 기존의 잣대가 넥슨의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얘기가 된다.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 끝에 아예 독립적인 구조가 필요하다고 결론이 났다.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이것을 넥슨이라는 이름으로 낼 수 있을까?'라는 얘기를 저희끼리 끊임없이 하게 된다. 그 과정을 거치다 보면 개발자들이 위축 된다. 나름대로 개성 있게 만들고 있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넥슨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요구를 받게 된다. 그러다 이것도 붙이고, 저것도 붙이게 된다. 그렇게 개발자가 처음 추구했던 본질은 약화된다.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됐다.

그래서 '코어(core, 핵심)만 만들자'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개발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 시간 동안에는 정말 자유롭게 개발하고, 나중에 검증의 시간이 왔을 때도 최대한 유저 시각에서 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야 유저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일단 사람을 믿기로 했다. 그 사람에게 무한한 자유도를 제공해 새로운 시도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한다면, 조직 특성상 알력 다툼이 있을 수 있다.

= 발굴하고 기회를 주는 기준이 뭐냐고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굉장히 경계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누군가 기회를 받으면, 다른 직원들은 왜 그 사람이 기회를 받았는지를 몰랐다. 친하다는 이유로 기회를 받은 거란 오해가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무조건 완전 개방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모든 걸 개방한다면, 오해가 생기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 "무조건 완전 개방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조직으로서 민트로켓 규모는 어떤가?

= 현재 30명이 안 된다. 지난해 넥슨이 빅(big) & 리틀(little) 전략을 발표했다. 민트로켓이 리틀에 해당한다. 인원 비중으로 본다면 200명으로 빅 게임을 만들던가, 20명으로 리틀 게임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내부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민트로켓에서 활동하는 개발자는 한명 한명의 프로세스가 제각각이다. 기존 개발 방식처럼 PM(프로젝트 매니저)이 책임을 지원해주지도 않는다. 체계는 약간 부족할 수 있으나, 개발자가 재미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선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그런 모습을 보이는 개발자들이 많다.


민트로켓의 개발 과정이 기존과 어떻게 다른지?

= 일단, BM(비즈니스 모델)은 정말 생각을 안 한다. 기존 게임은 돈을 쓰게끔 하는 '메타 플레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민트로켓은 아예 메타 플레이를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기본 플레이가 재밌는지만을 생각한다. 민트로켓 개발자들에게도 메타 플레이에 대해 생각은 하지 마라, 정말 재미있게만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다.

개발 과정은 일단 최소한의 방향성과 게임의 모습에 대해서는 개발자와 합의하고 넘어간다. 개발자가 기획한 재미를 일단 빨리 구현부터 해보는 것을 진행한다. 개발자가 추구하는 새로운 게임에 대해 회사가 이해했으면, 그다음부터는 완벽한 자유도를 제공한다. 그래서 이전까지 개발자들이 항상 힘들어했던 보여주기식 작업은 정말 없다.

예를 들면 회사가 개발 과정이 궁금해 빌드를 보자고 하면,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위해 일정을 빼앗는 일이 적다. 회사가 개발자를 찾아가 과정을 지켜보는 정도다. 최대한 개발 일정을 배려한다. 심지어는 게임의 모습이 어느 정도 갖춰지기 전까지는 내부 공유도 전보다 덜 하고 있다. 개발자 입장에선 게임이 불완전할 때 보여주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더라. 그래서 개발자 스스로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 싶을 때 상호 공유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그동안 넥슨이 개성 있는 시도를 하고 싶었으나, 왜 좌초됐는지를 생각했다. 해결책으로 검증 과정을 최대한 개발자를 위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그동안 넥슨의 혁신을 방해했던 부정적인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는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

이정헌 대표와도 얘기했다. 민트로켓이라는 브랜드가 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유저에게 호평받고 개발자들에게 지지받기 위해선 정말 도전적이고 개성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런 인정을 받으면 앞으로 넥슨에 새로운 시도를 담아낸 게임들이 계속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 "개발자들에게 당부했다, 돈 생각 말고 재미있게만 만들어 달라고"

게임을 만들다 보면 IP가 중요하다. 넥슨 내부 IP 활용이나 외부 IP 이용 등 어느 정도로 지원하는지?

= 기본적으론 새로운 IP를 만들어보자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민트로켓에 참여하는 개발자도 기존 유명 IP를 활용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기는 어려울 거로 생각한다. 유명 IP일수록 개발을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접근하기 마련이다.

IP를 관리하는 측면은 아니다. 특정 IP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지금 당장은 IP에 의존하기보다 새로운 게임성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넥슨은 게임으로 사업을 한다. 민트로켓으로 재미는 있지만 사업적인 성과는 낮은 게임이 나올 수 있다. 만약 서비스 종료도 잦아진다면 오히려 유저에게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민트로켓으로 낸 게임의 서비스 유지와 종료를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종료 발표는 그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에게 굉장히 죄송스러운 일이다. 민트로켓으로 낸 게임이 정식 서비스로 넘어가면, 더 책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어만 만들어 유저에게 검증받기 위해 게임을 선보일 수 있다. 테스트 단계 게임을 즐겁게 이용한 유저가 생겼지만, 개발자로선 부족한 점이 보여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개발자와 유저가 함께 호흡하며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개발자와 유저 모두가 만족하는 게임이 될 때, 정식 서비스의 책임을 져야 할 거 같다.

분명히 실패가 더 많을 수 있다. 아쉬운 결과도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계속된 시도를 장려할 것이다.

▲ "실패해도 불구하고 회사는 계속된 시도를 장려할 것이다"

향후 민트로켓을 플랫폼처럼 운영할 수도 있을까? 유저의 피드백과 개발자가 노트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되기 적합해 보인다.

= 게임 수가 많아지고, 민트로켓이라는 브랜드가 안착하게 되면 더 과감하게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도 생각은 하고 있다. 일단, 게임이 탈락하더라도 개발자가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 이후에 플랫폼화 작업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과거 접힌 프로젝트 중 민트로켓으로 다시 나오는 게임도 있을까?

= 당장 민트로켓으로 하려는 건 없다. '데이브 더 다이버'가 특별히 살아남은 건 아니다. 아쉽게 프로젝트가 종료된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다시 내보이는 과정에서 고민했던 것은 아예 크게 만들거나, 아니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때 고민했던 과정을 담아 지금 열심히 만들고 있다.


민트로켓으로 내는 '데이브 더 다이버'와 '프로젝트 TB' 모두 콘솔 버전을 준비 중이다. 그렇다면 민트로켓 주요 타겟층은 국내가 아닌 해외로 생각해도 될까?

= 기본적으론 그렇다. 그런데 꼭 국내냐 글로벌이냐를 따지진 않는다. 그냥 재밌는 걸 만들고 싶다. 다만, 한국 시장만을 인식하다 보면 개발자들이 알게 모르게 국내 유저만을 생각한 장치들을 넣게 된다. 그런 의식들을 빼자고 주문했다. 오로지 재미에만 집중하면, 전 세계 어디든 통할 것이라 생각한다.


프로젝트 TB에 대한 소개가 필요하다.

= 프로젝트 TB는 탑뷰 배틀러 게임이다. 보통의 배틀러 게임을 상상하면 적당한 템포에 캠프 점령과 전략적 선택이 중요한 게 떠오른다. 반면, 프로젝트 TB는 엄청나게 빠른 게임이다. 40대인 내가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극상의 피지컬 싸움이 특징이다. 이 게임의 코어라고 한다면, 캐릭터마다의 기본 공격과 스킬 메커니즘이 중요하다.

다만, 초보 유저가 적응할 수 있게끔 이끄는 요소는 적다. 규칙만 알려드릴 거다. 전투에 관심이 있다면 프로젝트 TB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 "프로젝트 TB, 극상의 피지컬 배틀 게임이다"

현재 민트로켓이 준비하고 있는 게임 수가 궁금하다.

= 프로토타입 게임이 하나 더 있다. 그리고 아직 게임이라고 할 수 없는, 제안서 차원의 검토를 하는 게 2~3개 더 있다. 대부분 다 PC, 콘솔 플랫폼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바일 게임을 지양하는 건 아니다. 모바일 기기에 적합한 게임성이면 모바일 게임으로 내 최대한 많은 유저에게 캐주얼하게 접근하겠다.


마케팅도 기존 게임과는 다르게 접근할 거 같다.

= 기존과 다르게 개발 조직 내에 사업팀을 꾸렸다. 그래서 개발팀과 사업팀이 정말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아마 기존보다 더 유저 친화적인 소통이 일어날 거로 기대한다. 개발자가 허심탄회하게 유저와 소통하는 것을 기반으로, 중장기적인 브랜드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우선 개발팀과 사업팀이 붙어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존과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디개발사들이 많이 하는 연기 없는 소통을 우리도 하려고 한다.


대작 게임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민트로켓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 슈퍼 대작들과 비교한다면, 일반적인 관점에선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우리가 코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유저가 대작들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점을 이해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따라서 코어가 얼마나 개성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조차도 평범하다면, 정말 외면받게 될 것이다.

경쟁사의 대작 게임들과 경쟁하는 건 다른 스튜디오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넥슨 차원에서 본다면 대작 게임 제작에 소홀하지 않다. 대작 게임 경쟁은 회사가 잘하고 있으니, 민트로켓에서는 경쟁에 신경 쓰지 말고 창의적이고 신선함만 보자고 강조한다.

그동안 넥슨에 혁신이 부족했던 이유는 항상 큰 게임만을 생각해서라고 본다. 그냥 개성 있고, 재미만 있으면 충분히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 " 재미만 있으면 충분히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