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누구나 어렸을 적에 한 번은 인간을 닮은 거대한 로봇이 고속으로 기동하면서 각종 화기와 에너지 검을 들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빠져들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고, 나이가 들면서 비과학적인 모습들이 하나하나 보이면서 로망이 마치 콩깍지마냥 벗겨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로망'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프라모델로나마 소유하고 싶다거나, 게임에서나마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싶다는 욕망은 가슴 한 켠에 남아있다가 어느 한 순간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러기에 그 메카닉물, 로봇물이 그 오랜 시간 동안 미디어믹스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일지라.

게임쪽에서도 그러한 시도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한때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의 '엑스틸'을 비롯해 로망을 자극하는 여러 작품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아쉽게도 그 작품들은 현재 찾아볼 수 없지만, 여러 게이머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그리고 그 못다한 메카닉 슈팅 액션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불씨는 다른 개발자들에게도 전해졌다. '프로젝트 레이서스'를 개발 중인 알에스게임즈의 이해성 대표도 그 불씨를 이어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

▲ 알에스게임즈 이해성 대표

그가 처음부터 게임 개발을 전공하거나, 혹은 게임개발자가 되는 꿈을 꿨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인을 통해 '엑스틸'을 알게 되면서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고 회고했다. "처음에는 웹 디자인 분야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학창시절에 지인에게서 엑스틸을 소개받았다. 그때 너무 충격적이었고,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건담부터 시작해서 메카물은 죄다 섭렵하고 전공도 바꿨다"고 한 이해성 대표는 엑스틸이 아쉽게도 서비스 종료를 하게 되자 게임 기획을 공부하면서 메카닉의 로망을 살릴 액션 슈팅 게임 개발을 꿈꿔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메카닉 액션 슈팅 장르는 시장에서 마이너했었기에, 흥미와 관심이 있지만 덜컥 개발에 함께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서 시도해봤지만, 한계에 봉착해 기획안을 들고 다시 사람들을 모았다. 최종적으로는 총 4명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이해성 대표가 기획과 프로그래밍을 담당하고, 사운드 팀 한 명과 아티스트 두 명으로 구성된 팀 '알에스게임즈'는 2020년 2월부터 사업체로 편성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 레이서스' 개발에 나섰다. 빛을 뜻하는 레이와 거상을 뜻하는 콜로서스를 합쳐서 타이틀명을 지은 뒤, 코로나19로 어려운 와중에도 개발을 이어갔다. 그리고 1년 반의 결실 끝에 2021년 7월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예상밖의 문제가 발생해 결국 코드를 새로 설계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프로그래머를 따로 모집했는데, 그 프로그래머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다른 사람이 오면 매번 코드가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서야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도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시작할 때 내가 프로그래밍을 다 하진 못했어도 그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축적되는지, 작동하는지 알았다면 그분들을 떠나보내고 또 새로운 분을 맞이했을 때 이상이 없고 고생도 덜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렇지만 아쉽다고만 할 수는 없었고, 프로그래밍을 새로 공부하고 틀을 다시 짰다. 핑계처럼 들릴 것을 알고 있다.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믿고 기다려주신 만큼, 좀 더 확실히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 지난 3월 공개한 샘플 영상, 이후로도 계속 보강 작업을 진행해왔다

출시를 연기하고 코드 구조를 전체적으로 개선한 뒤, 시스템과 콘텐츠도 보강해나갔다. 밀려오는 적들을 막아내는 웨이브 방어나 보스 챌린지 같은 싱글 및 멀티플레이 PVE와 아레나, 아케이드식 PVP 등 여러 콘텐츠의 틀을 다시 한 번 정비했다. 애셋 제작 코스트 때문에 한동안은 PVP쪽에 좀 더 집중하겠지만, 추후에는 '보스레이드'처럼 적의 강력한 기체를 막기 위해 여럿이 협동하는 콘텐츠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월말~6월초에 얼리액세스로 출시할 예정이고, 그 시점에서는 7종의 기체를 선보인 뒤에 바로 다음 업데이트로 3종의 기체를 더 추가할 예정이다. 머리, 팔, 몸통, 백팩, 다리 총 다섯 부위를 여러 부품으로 커스터마이징하면서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에 맞춰서 기체를 커스터마이징하는 재미를 살리는 양상은 어느 정도 구현됐다. 무기도 메인, 화력, 근접, 방어의 네 분류마다 각기 다른 무기들이 있고 그에 맞는 스킬들을 장비해서 같은 기체여도 색다른 플레이가 가능하게끔 했다."



▲ 자신의 기체에 다양한 장비와 스킬을 장착, 커스터마이징한 뒤 전장에 뛰어들게 된다

현장에 그는 총 네 가지 메인 무기(어설트라이플, 롱레인지 라이플, 샷건)와 화력 무기 4종(에너지 블래스터, 미사일 런처, 멀티 미사일, 바주카), 근접 부기 3종(블레이드, 스피어, 사이드), 방어 무기인 실드를 시연하고, 각 무기에 맞는 스킬도 선보였다. 고속으로 기동하면서 적을 조준하고, 좌우클릭으로 각 파트에 장착한 무기를 빠르게 연사하면서 피해를 누적시키거나 근접 무기로 바꾼 뒤 잡아채는 스킬로 순식간에 큰 피해를 입히고 제압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메카닉 전투를 수행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장비에 칩을 장착해 좀 더 성능을 높이거나, 다른 스타일로 전투를 즐길 수도 있었다.




출시가 얼마 안 남았다고 했으니, 앞으로 남은 고민은 유지관리와 업데이트인 상황. 4명이서 하기 어려운 일인데, 거기다가 아트팀 2명은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컨디션 난조로 휴식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해성 대표는 조금 더 길게 보고, 얼리액세스 후 1년 뒤 정식 출시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겠다고 설명했다.

"일단은 얼리액세스 출시 후, 새로운 기체 3종을 출시하면서 로비 화면이나 UI 개선을 1단계로 먼저 진행하고자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리잡히면 2단계로 길드나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친구 기능만 현재 넣은 상태인데, 그걸 더 확장해서 나중에는 길드대전 등 커뮤니티 대회가 가능하도록 기반을 닦아놓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정식출시를 준비하는 시점에서는 오픈필드 형태로 구현하고자 한다. 지금은 로비 화면에서 어느 스테이지로 바로 진입하는 형태지만, 좀 더 넓고 방대한 곳에서 메카닉을 몰고 다니는 그런 느낌을 주고 싶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는 서버를 꼽았다. 다른 서버를 임대하다보니 불안정했고, 데이터 서버와 매칭 서버가 나뉘어지다보니 정상적으로 구동이 되는 듯하다가도 적이 리스폰이 안 되는 오류들이 나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 서버 위탁 업체의 실수로 데이터가 파손된 것도 출시를 연기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서 출시 연기 발표 후 10개월 동안 수습에 나서기도 했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하나의 자체 서버에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올해 하반기의 목표라고 설명한 그는 마지막으로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한 소감과 앞으로의 궁극적인 목표도 언급했다.

"이번만큼은 꼭 말씀드린 시점에 유저들에게 보여드리고자 한다. 일반부터 헤비급, 어설트급 등 다양한 적 기체를 자신이 커스터마이징한 유니크한 기체로 무찌르는, 그 메카닉 슈팅 액션의 감각과 로망을 담아냈다.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지금 말씀드린 것 외에도 장기적인 비전도 갖고 있다. 보통 서비스가 길어지고 새로운 장비나 칩이 추가되면 기존 장비가 도태될 수도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칩 경험치 보정이나 교환 시스템 등 롱런하기 위한 기반도 닦고 있다. 멀고 험한 길이라 힘들었지만, 출시로 끝이 나는 게 아닌 만큼 힘 닿는 곳까지, 계속 달려나가고자 한다. 그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