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는 학교 단위의 참가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부터 경기게임마이스터고등학교, 광운대학교 게임프로그래밍학과 등 여러 학교에서 참가한 학생들의 작품을 두루 둘러볼 수 있었죠. 학교는 전부 다르지만, 모든 작품이 꽤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돋보였습니다. 재학 중인 여러 학생 작품들 속에서 엄선 과정을 거쳐 선발된 몇 개 작품만 현장에 출품될 수 있었기에, 한창 배우고 있는 학생들의 작품이라도 아마추어의 작품처럼 떨어지는 퀄리티를 보이지는 않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여러 학교들 중에서도 저는 서울호서전문학교 게임스쿨의 부스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오프라인 게임 행사를 찾아가도 잘 보이지 않게 된 'VR 게임'을 주요 전시작으로 내세우고, 바이브 프로 헤드셋과 트래커로 VR 환경을 갖추어 시연부스를 준비한 유일한 학교였기 때문입니다.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VR 게임을 학생들이 만들고, 플레이엑스포나 지스타 등 오프라인 게임 행사에 출품하며 그 유지를 이어가려고 하는 모습에 묘한 반가움이 생겼는데요. '메타버스' 관련 기술로 편중된 트렌드에 따라 'VR 게임'의 개발 움직임이 다소 시들해져 버린 지금, 서울호서전문학교에서는 어떤 교육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지, 학과장님과 교수님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서울호서전문학교 게임제작과 이길순 학과장, 윤성춘 교수

Q. '서울호서전문학교 게임스쿨'은 어떤 곳인가요?

- 학생들에게 게임 개발 관련 실무를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기획부터 제작, 디렉팅 등을 주로 가르치고 있죠. 각 전공별로 세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 개의 과정이 모두 모여 실제로 재학 중에 '게임을 만드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 자체는 1993년에 개교했고, 게임 개발과 관련된 커리큘럼이 개설된 것은 지난 2006년부터입니다.


Q. '서울호서전문학교 게임스쿨'의 재학생이 만든 게임 중, 잘 알려진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 지난 2015년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 '마법대전 for kakao'가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당 작품은 서울호서전문학교의 연구원들이 개발하고, 재학생들이 테스트에 참여하면서 함께 힘을 합쳐서 만든 작품이기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스마일게이트 스토브를 통해 출시한 공포 방탈출 VR 게임 '에팍스' 등도 서울호서전문학교의 재학생이 개발한 작품입니다. 이후에도 재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이 스토브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정식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Q. 이번 행사의 네 개 출품작 중 세 개가 VR 게임입니다. 교내에 VR 게임을 특정해서 가르치는 커리큘럼이 있는 건가요?

- 1, 2학년 때엔 PC와 모바일 게임 중심의 커리큘럼을 통해 기초적인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실무 특강도 진행되고요. VR, AR 게임 관련 수업은 3학년 때부터 이수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학교에서 특정 플랫폼 게임 개발을 강요하거나, 플랫폼에 제한을 두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그 게임을 얼마나 만들고 싶어하는지 그 의지를 보는 것이죠. 교육자로서 해당 학생이 그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확인하고, 역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다른 플랫폼에 도전해볼 수 있게끔 지도는 하고 있습니다.



Q. 메타 퀘스트2의 출시 이후 VR 기기의 보급율이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아직도 비주류라는 이미지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편입니다. 이러한 인식에도 VR 게임 개발 관련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앞서 소개한 것처럼 '너는 이 플랫폼을 해야 해'라고 강요하는 것은 일절 없습니다. 학생들이 팀을 이뤄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지 기획을 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이 정해지는 것이죠. 반드시 VR일 필요도 없고요. 하지만 학생들이 'VR 게임'을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개발 과정에 불편함이 없도록 관련 장비나 에셋을 충분히 지원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새로운 장비를 활용하고 싶다는 신청이 있다면 지원하고, 결코 인프라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사람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시기는 오직 '학생' 때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학교에 온 이상, 이 시기를 자유롭게 즐기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서울호서전문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VR 관련 커리큘럼이 존재하는 이상, '메타버스' 키워드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현재 학교에서는 메타버스와 관련하여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 '메타버스'는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아직 불분명한 개념입니다. 모바일이나 PC, VR 게임 등이 주목받던 시기에는 일단 뛰어들어보자는 마음이 컸지만, 메타버스는 아무래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죠. 당장은 시장의 흐름, 그리고 흘러가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관련된 교육 커리큘럼을 더욱 보강해서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말이죠. 추후 이런 것들에 대한 개념이 명확해지고, 학생들이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게 됐을 때 커리큘럼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Q. VR 외에도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료할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게임 개발과 관련된 실무가 주가 됩니다. 본인이 개발하고 싶은 플랫폼에서,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때 필요한 모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과정과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VR 장비들은 'VR 붐'이 불었을 당시 투자도 많이 있었고, 장비도 많이 갖춰둔 편입니다. 물론 이외에도 학생들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개발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Q. '이런 분들이 서울호서전문학교에 오면 좋다'하는 것이 있을까요?

- 실제로 대학 졸업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 관련 지식은 전혀 없지만 일단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온 분들까지 정말 다양한 학생들이 서울호서전문학교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중에서 '정말 내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별다른 사전 지식 없이 게임 개발에 뛰어들게 된 분들이 성장 폭이 가장 큰 편입니다. 제대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분들, 다른 유저들에게 내가 만든 게임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던 분들이 서울호서전문학교에 가장 어울리는 인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엔 조금 누그러졌지만, 오랫동안 코로나 탓에 교육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당시 학교에서는 어떤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나요?

- 코로나가 가장 심화된 시기에도 저희는 감사하게도 쭉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TFT를 꾸려서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마련했죠. 학생들 역시 개인방역을 잘 지켜줘서 별다른 문제 없이 안전한 수업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비대면으로 하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게임 개발의 실무를 배우는 과정은 오프라인으로 하는 것이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플레이엑스포 2022' 전시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소기의 목표가 있을까요?

- 작년 플레이엑스포에서 서울호서전문학교에서 출품한 작품이 전체 작품 중 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행사가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면서, 아쉬움이 컸던 기억이 있어요. 올해엔 오프라인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실제로 유저분들을 만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학생들 역시 게임 개발에 대한 의욕을 얻을 수 있고, 자신들이 만든 작품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왔는지 미리 테스트도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모처럼 찾아온 이 기회를 통해 다른 기업 단위의 작품들과 자신의 게임을 비교해보고,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춰야 경쟁력이 있을 것인지 직접 느끼고, 체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학과장님 인터뷰 후, 이번엔 서울호서전문학교 재학생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Q. 서울호서전문학교, 게임을 배우고자하는 이들에게 있어 어떤 강점이 있는 학교인가요?

- 안녕하세요. 전 서울호서전문학교 재학생 대표로 참가한 김두한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가장 좋은 것은 '장비가 많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여러 플랫폼을 경험해볼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고, 어떤 요청을 했을 때의 피드백이 정말 빠릅니다. 장비 외에도 '이 부분이 조금 막혀서 모르겠는데?'라고 하면 해당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관련 교수님을 연계해주는 식으로 빠른 피드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라고 봅니다.

이외에도 교수진 자체가 실무에 계시는 분들이다보니 최신화된 정보들이 많습니다. 교과서 위주의 낡은 지식이 아닌 현장 지식을 배우고 있는 셈이죠. 이외에도 이번 플레이엑스포처럼 어떤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리면 해당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실무를 배우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준비해둔 멘트가 아닐까 싶을 정도네요. 동시에 다소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교수님들이 저마다 가지고 계신 틀이 있고, 그 틀을 깨지 않으려고 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1,2학년 신입생이 학교에 왔을 때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몇개 과목들이 '왜 게임 개발에 필요한 것인지'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아, 처음에 이걸 배워두어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이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거든요. 이처럼 학생들이 어떤 것들을 배우고, 이런 것이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안내 같은 것이 더 개선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게임 개발자의 미래를 꿈꾸고, 서울호서전문학교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신입 개발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입학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입학할 때의그 마음가짐이 중간에 바뀌지 않도록 굳게 마음먹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조별로 팀을 꾸려 3~4명의 한 팀을 만들게 되는데, 이때 각자의 역할이 딱 좋게 25%씩 배분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팀이 정해졌다고 그 팀 안에서 모두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것이 아니라, 전체 동기가 팀을 함께 더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학교생활이 더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두루두루 협력하고, 서로 피드백을 나누는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