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경기게임마이스터고이승혁, 권성빈, 서선호 학생

경기게임마이스터고 학생들이 플레이엑스포(PlayX4)에 참가했다. 경기게임마이스터고는 국내 첫 게임산업 전문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다. 지난 2020년 4월 문을 열었다.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이 초대 교장을 맡았다. 1회 신입생으로 2.5대 1 경쟁률을 뚫은 77명이 입학했다.

플레이엑스포는 경기게임마이스터고 학생들이 개발자로서 유저 앞에 서는 첫 무대가 됐다. 현장에는 학생들이 개발한 게임 5종이 유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게임은 추리 퍼즐, 탑뷰 디펜스, 어드벤처, 방 탈출, 룰렛을 이용한 액션 전략 게임 등 다양했다. 그중 세 게임을 개발한 학생들은 만났다.


권성빈 학생이 개발한 '프로젝트 레테'는 일인칭 시점의 3D 퍼즐 어드벤처 게임이다. 가까운 미래 작은 병원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기억 탐정이다. 주인공은 환자의 잊힌 기억에 얽힌 이야기를 파헤쳐 증상을 추리한다. PC 게임으로 올해 10월 상용화 예정이다.

이승혁 학생이 개발한 '던렛'은 룰렛을 이용해 전투를 진행하는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유저는 소원을 들어주는 룰렛을 찾아 던전에 들어가게 된다. 룰렛을 돌려 랜덤하게 나온 결과는 전투를 유리하게 만들거나 불리하게 이끌 수 있다. 모바일 게임으로 올해 10월 상용화 예정이다.

서선호 학생이 개발한 '타임 투 플라이(Time to fly)는 캐주얼 플랫포머 게임이다. 다른 새처럼 날고 싶어 하는 닭 다섯 마리의 여정을 그렸다. 다양한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 모바일 게임으로 지난해 9월 출시되어 구글플레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 학생들이 만든 게임을 해보는 참관객

학생들은 개발자였다. 첫 게임쇼 참가에 대한 감격보다는, 다양한 유저에게 날 것의 피드백을 받는 것을 더 기대했다. 게임쇼 참가 소감을 묻자, 이승혁 학생은 "교내 피드백이 아닌 일반인 피드백을 처음 받아보는데, 게임의 퀄리티를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권성빈 학생은 "게이머로서 게임쇼에는 몇 번 가봤지만, 개발자로선 처음이다"라며 "참관객 플레이를 보니 게임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불친절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내에서는 알 수 없었던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세 학생은 경기게임마이스터고 1회 입학생으로, 현재 3학년이다. 서선호 학생은 직접 다녀본 학교생활에 대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마이스터고에 대한 이미지는 안 좋은 쪽으로 기운 게 맞는다고 본다. 나 역시 중학생 때 걱정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안 좋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정말 큰 노력을 한다는 게 느껴졌다"라며 "이제는 경기게임마이스터고 학생인 게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곧 첫 졸업생이 된다. 세 학생은 첫 졸업생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잘 되어야, 후배들이 잘 된다'라는 마음이었다. 이승혁 학생은 "아직 게임마이스터고라고 하면 주위에서 '그냥 게임하는 학교'라 오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아직 학교가 유명하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고 본다"라며 "우리가 이제 사회에 나가 학교의 이름을 알리면 주위 시선도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 "우리가 잘 되어야, 후배들이 잘 된다"

취업을 희망하는 게임사를 묻자 이승혁 학생은 '랜덤다이스' 개발사 111퍼센트, 서선호 학생은 '크루세이더 퀘스트' 개발사 로드 컴플릿 또는 '가디언테일즈' 개발사 콩스튜디오라고 답했다. 서선호 학생은 그래픽과 프로그래밍을 동시에 하는 1인 개발자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권성빈 학생은 모든 게임사에 기대를 걸었다. 이승혁 학생은 게임사에서 15년 정도 경력을 쌓은 뒤 창업해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도 전했다.

현재 후배와 미래 신입생을 위해 학교에 개선될 점이 있는지 물었다. 서선호 학생이 가감 없이 답했다. 그는 "지금의 게임 개발자 육성은 프로그래밍, 아트, 기획 세 개로 나눠 공부하게 된다"며 "현재 교육의 질을 저울로 잰다면, 프로그래밍 쪽으로 기운 게 맞다. 상대적으로 아트와 기획은 무게가 가볍다"고 말했다. 이어 "아트와 기획도 프로그래밍과 같은 교육 수준으로 올라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석희 교장에 대한 평가도 요청했다. 권성빈 학생은 "게임사와 산학협력을 맺으려는 등 외부적으로 열심히 활동하시는 게 느껴졌다"며 "개인적으론 게임사 취업 고민 등을 들어주셔서 감사했다"고 답했다. 이승혁 학생은 "교장실에 들어가는 게 부담이 없었다"며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모습에서 학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서선호 학생은 "플레이엑스포에 같이 참여하는 등 열심히 활동하신 덕분에 우리 학생들도 계속 열심히 하게 된다"고 전했다.

▲ 권성빈 학생의 '프로젝트 레테'

▲ 이승혁 학생의 '던렛'

▲ 서선호 학생의 '타임 투 플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