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플레이엑스포에서는 아주 특별한 부스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인디 개발사도 아니고 특정 대학의 학과도 아닌 게임 개발에 열정 넘치는 대학생 동아리의 부스였죠. 그 주인공이 바로 세종대학교 소프트웨어 융합대학 소속 게임 개발 동아리, '판도라큐브'입니다.

약 20년 전인 2002년 처음 개설된 '판도라큐브'는 오늘날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서 깊은 동아리입니다. 동아리 인원만 90여 명에 달하는, 웬만한 중소 게임 개발사 뺨치는 인원이 모여 게임 개발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게임에 대한 인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요즘,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은 많아지고 있지만 막상 개발을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는 애매모호합니다. 판도라큐브는 20년 동안 동아리를 이끌어 오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게임을 개발에 필요한 지식을 공유하는 커리큘럼을 구축해 신입 부원들도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와 상관 없이 게임 개발에 열의만 있다면 가입할 수 있다는 '판도라큐브', 2022 플레이엑스포에 참가를 결심하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전시장 근처 카페에서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임원진들을 만나봤습니다.




▲ (위쪽) 부회장 안찬휘, 총무 오창한 학생
(아래쪽)회장 정성희, 프로그래밍 파트장 나원준 학생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하게 판도라큐브를 소개해 주세요.

- 판도라큐브는 세종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에 소속한 게임 개발 동아리입니다. 2002년에 처음 개설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고, 게임 제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배우며 관련 경험을 공부하는 학술 동아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 소속만 세종대학교 소속이지, 다른 대학교 분도 가입 가능합니다. 학과나 학교에 상관 없이 게임 개발에 대한 열의를 가진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동아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운영 방식은 크게 프로그래밍과 디자인(기획), 아트 세 파트로 나뉘어 있고,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면 1년 동안은 수습 회원으로서 주어진 커리큘럼에 따라 게임 개발에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게 됩니다. 정회원으로 승급된 이후부터는 팀원들을 모아서 본격적으로 게임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2년에 설립되었으면 20년이 넘었네요! 장수하는 동아리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고학번 선배님들과도 돈독하게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 아무래도 학술 동아리를 지향하는 만큼, 체계적으로 운영/관리가 이뤄지다 보니 인수인계도 잘되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에 열의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 동아리에 지원하시는 분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아무래도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동아리가)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고학번 선배님들은 아무래도 바쁘시다 보니 자주 만날 기회는 없지만, 1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세미나를 통해 선후배 사이의 친목을 도모하고 있는 편입니다.


현재 90명 가까이 되는 동아리 원이 활동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게임 개발은 주로 어떻게 이뤄지는 편인가요?

-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많으면 여섯에서 일곱 명이 한팀이 되어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고, 또 1인 개발을 하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동아리 가입 목적 자체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각자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우선하는 문화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평균적으로는 네다섯 명이 모여서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약간 길드 같은 셈이군요. 모두 판도라큐브에 속해 있지만, 팀별로 모여서 각자 게임을 만드는 형태로 활동하는. 팀 구성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 매주 정기회의를 진행하는데, 새로 게임을 만들고 싶으면 발표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게임을 만들고 싶은데 인원을 모집한다고 알리는 방법도 있고, 정기회의마다 항상 프로젝트 보고를 하는데 그때 모집을 해도 되고 자유로운 방식입니다.

- 정기 회의 말고도, 저희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가 있어요. 그 주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 중에서도 관심이 있으면 참여할 수 있도록 모집 공고를 올리기도 하면서 유기적으로 팀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제가 문과를 나와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분이 있어요. 게임 개발에 대한 열의만 있으면 참여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저처럼 프로그래밍을 아예 모르는 문과생들도 가입할 수 있을까요? 혹시 시험 같은 것도 보나요?

- 동아리를 가입하는 데 시험은 따로 없고, 면접을 보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전혀 몰라도 파트별로 자체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교육을 진행해서 최종적으로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수습회원제가 있기 때문에 걱정 말고 신청해 주셔도 됩니다. 실제로 지금도 많은 문과생분들이 수습 회원으로 커리큘럼을 무리 없이 따라오고 계세요.


수습 회원 기간동안 배우는 커리큘럼은 어떤 위주로 되어있는지 궁금합니다.

- 커리큘럼은 최대한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초를 다질 수 있게 신경쓰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법이나 툴은 나중에 정회원이 되어서 스스로 공부하도록 배려하고 있고, 커리큘럼은 알고리즘 기법이라든지, 유니티 기초, 개발에 중요한 C++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 동아리 원들이 만든 게임을 즐겨볼 수 있는 페이지 '판도라 스토어'

그럼, '판도라큐브'의 동아리 활동을 1년 간격으로 두고 본다면 어떤 활동들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처음 가입한 뒤 수습회원 기간 1년은 약간 인턴 기간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동아리가 준비한 커리큘럼을 따라가야 하니 비교적 자유로움이 부족한 편이고, 또 준비되어 있는 과정을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아무래도 없지 않죠. 정회원이 되신다면 원하는 게임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환경에서 팀원도 모집하고, 열심히 개발하는 1년을 보내게 됩니다.


지금처럼 전시회에 참여한다든지, 이러한 활동은 주로 1년에 어느 정도 하게 되나요?

- 게임잼 같은 경우는 1년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고, 관심 있는 동아리원들이 신청을 하면 해당 인원이 모여서 짧은 기간동안 게임을 만드는 자체 행사를 진행합니다. 전시회는 연도별로 다른데 최대한 1년에 한 두번 정도 참여를 하려고 합니다. 물론 모든 동아리원이 반드시 나가야 하는 사항은 아니고,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참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2022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하기로 한 계기도 있었을 것 같아요.

- 지난 1,2년 사이에 타 대학교 학생의 비율이 꽤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성이나, 게임 제작에 대한 시각이 넓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저희 동아리를 외부에 홍보함으로써 색다른 경험도 해 보고, 동아리 활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또 더 많은 타대생 분들에게 저희 동아리도 알리고 싶기도 하고요.

▲ 스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판도라큐브의 게임들


20년동안 이어진 만큼 그동안 개발한 게임이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 스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게임은 한정적이었습니다. 따로 작품을 모아두는 공간이 있나요?

- 그동안 동아리에서 개발한 프로젝트들은 저희 네이버 카페에 모두 아카이빙되어 있습니다. 스팀이나 구글 등 플랫폼에 내는 것은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한 팀원과 PM이 상의를 통해 내는 것으로 팀마다 다르게 출시를 진행하고 있고요.

- 네이버 카페 외에도, 판도라큐브에서 만든 게임들은 대부분 '판도라스토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올려두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방문해서 게임을 플레이하실 수 있어요.

- 기존 동아리는 약간 출시를 지양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할까요? 스팀에 최초로 출시한 게임이 '세 장의 카드'라는 게임인데, 그 이후로 스팀에 게임을 출시하는 빈도가 늘었어요. 아무래도 출시를 하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팀 내부 사정 때문에 빌드는 완성했지만, 출시까지는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은 프로그래밍과 아트, 디자인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지만, 인원이 많은 만큼 언젠가 진짜 게임 회사처럼 파트가 늘어나도 재밌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마케팅이나, 퍼블리싱같은?

- 안 그래도 동아리 규모가 계속 늘어나다 보니 사운드라든지, 출시 지원과 관련된 파트가 아쉬운 게 사실이에요. 사운드도 아직까지는 직접 작곡을 하거나, 만들어서 게임에 활용하는 팀은 없었던 것 같고, 주로 무료 음원이나 구매한 사운드를 쓰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이런 부분에 관해서 관심이 있는 분들을 모집할 수 있다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요즘 들어 동아리에서 가장 공들여 개발하고 있는 게임은 무엇인가요?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 파크투(ParkTo)에 대해 설명드리고싶은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퍼즐 형식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는 게임인데 게임 방식이 정말 독창적이에요. 자동차를 특정 지역에 골인시키는 과정에서 도로 이동 방향을 변형시킨다든지, 여러가지 방법을 이용하는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 동아리원 분께서 1인 개발로 만들고 있는 게임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게임들과 견줄 정도로 퀄리티가 좋고, 출시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개인적으로도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끝으로 2022 플레이엑스포 참가한 소감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보람을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부스에 오셔서 재미있게 플레이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을 보니 '그동안 해온 동아리 활동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더라고요.

- 저는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어요. 아버지랑 아들 둘이서 부스에 오셨는데, 아들들이 너무 게임을 재밌게 플레이하시는 거에요. "다른 부스도 가 봐야 하는 데 몇십 분 동안 재미있어 한다"면서 게임을 하고 가셨는데, 그런 모습들을 보니 플레이엑스포에 정말 잘 왔고, 뿌듯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 보통 지스타나 이런 게임행사를 가 보면 인디 게임 부스에서 20분, 30분 정도 있다가 나가시는 분들은 많이 봤는데요, 이번 저희 부스에서 게임을 플레이하시는 분들이 거의 40분, 50분까지 머물다 가셔서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레텔과 윈슬로의 별장' 같은 경우는 엔딩도 다 보시고 가시더라구요. 정말 인상 깊었죠.


앞으로 남은 한 해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동아리 부원들이 앞으로도 계속 즐겁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 드리는 것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답해 드리는 등 도움을 계속 드리는 거죠. 학문적인 측면에서도 최대한 열심히 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비대면이었던 학교생활이 대면으로 바뀌는 시기이기도 하고, 또 최근에 동아리에 폭발적인 신입 부원 증가가 있었어요. 그만큼 관리 체계도 제대로 해야 내년을 위한 준비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