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즈음, 갑자기 여러 종합 게임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인지도가 올라간 인디 게임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Bad Coffee Games에서 개발한 횡스크롤 어드벤쳐 게임 '라투즈(RATUZ)' 입니다.

해당 게임은 예전부터 스팀 얼리액세스를 통해 판매되어 왔지만, 정식 출시와 함께 한국어를 정식으로 지원하게 되면서 국내 인플루언서들에게 다시 한 번 관심을 얻게 됐습니다. 인체 실험, 다소 잔인한 죽는 장면, 잠입과 퍼즐이 어우러진 만큼 방송용 게임으로 이만한 게 없죠. 더구나 한국어로 잘 번역된 유머 대사 등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아주 어린 시절, 486 컴퓨터로 '페르시아의 왕자'를 즐겨본 적이 있는 만큼, '라투즈'가 보여주는 움직임과 중간중간 공포감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너무나 낯익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게임을 개발했는지 찾아보니, 그 정체는 브라질에 거주하고 있는 한 쌍둥이 형제였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인디 게임 중 브라질 개발자가 만든 작품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국내 스트리머 사이에서 유행하는 인디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니 괜히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브라질의 인디 게임 시장은 어떤 모습인지 더욱 궁금해졌죠. '라투즈'의 정식 출시를 기념하며, 브라질의 쌍둥이 개발자 Bad Coffee Games에게 출시에 대한 소감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라투즈(RATUZ)는 어떤 게임?


Bad Coffee Games가 개발한 라투즈(RATUZ)는 인체 실험의 부작용으로 탄생한 괴물들을 피해 실험실에서 탈출해야 하는 2D 횡스크롤 액션 어드벤쳐입니다. 플레이어는 죄수 번호 5번이 되어, 탈출 도중에 만나는 다른 죄수와 과학자를 구출하는 등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또한, RATUZ는 게임 내 세계관에 등장하는 모종의 실험 프로젝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플레이어는 스토리 진행에 따라 감옥과 실험실, 하수도 등 음침한 곳을 누비게 되는데, 지독하게 쫒아오는 쥐 인간 괴물 3번이나, 중간중간 등장하는 실험체, 방심한 틈을 노리는 함정들이 여러분을 노립니다. 단 한번만 닿아도 바로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빠른 상황판단을 요구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자동 세이브 구간이 넉넉한 편이니 갑자기 죽는다고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됩니다.

또 다양한 엔딩 분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입니다. 라투즈의 세계관 속에는 플레이어 외에도 탈출 위해 애쓰는 생존자들이 있는데, 이들의 생존이나 사망 여부에 따라 다른 엔딩이 나타나게 되죠. 일부 구간에서는 손을 쓰는 것이 조금만 늦어도 생존자들의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현재 게임은 PC(스팀)으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6,5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정식 출시와 함께 높은 퀄리티의 한국어 번역도 지원하는 만큼, 인체 실험 콘셉트의 스릴러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플레이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일생동안 본 영화와 게임이 모두 영감을 줬죠"

▲ Bad Coffee Games의 구스타보, 레나토 형제 (출처: 공식 홈페이지)

*본 인터뷰는 e-mail을 통한 서면 인터뷰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회사에 대한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 Bad Coffee Games는 저희 쌍둥이 형제, 구스타보(Gustavo)와 레나토(Renato)가 2016년에 설립한 소규모 인디게임 개발 스튜디오입니다. 슈퍼 닌텐도(SNES)와 플레이스테이션(PS1)을 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옛날 게임을 연상시키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죠.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그저 주변에 보여주기 위한 작고 간단한 게임을 만들고는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이 되어서야 서로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같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저희는 게임 개발이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었거든요. 그 이후로는 줄곧 여가 시간에 모여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커피를 놔두고 왜 나쁜 커피라고 지었는지 궁금해요. 회사 이름은 Bad Coffee Games라고 정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고, 저희 둘 다 커피를 좋아해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스튜디오 이름이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면 멋질 것 같았는데, Bad Coffee는 '맛이 형편 없는 커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사악한 커피잔을 연상시키는 것 같잖아요? 그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 못된 커피컵(?)을 로고로 하는 Bad Coffee Games

▲ 굿즈도 팔고 있는 중... 이렇게 보니 좀 귀엽기도?

쌍둥이 형제가 함께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도 정말 흥미롭습니다. 게임 개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 첫 번째로 개발한 상업적인 게임은 2017년에 출시한 'Kautic - The Bald Wizard'였습니다. 슈퍼마리오 월드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만든 게임이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하는 데 8개월 정도 걸렸는데, 아주 간단한 게임이었지만 끝까지 완주할 수 있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브라질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인디 게임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지 게임 시장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이곳 브라질에는 게임을 개발하는 대형 기업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마 이러한 환경 탓에 브라질에 많은 인디 게임 개발자가 생겨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런 인디 개발자들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을 끝까지 만드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보통 일과 시간에는 본업에 종사하면서, 게임 개발은 밤이나 주말에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의 게임 문화에 대해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모든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아니고, 주로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서 게임을 즐기는 편입니다.

▲ 처음 대중에게 출시한 게임 'Kautic - The Bald Wizard', 슈퍼 마리오 월드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최근 출시한 게임 라투즈(RATUZ)가 출시 초기 한국 스트리머들이 게임을 즐기며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몇몇 한국 스트리머의 방송에 직접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 저희가 만든 게임을 세계 각 지역의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죠. 비록 모든 언어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게임을 플레이해주시는 분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많이 찾아보는 편입니다. 정말 재밌기도 하고요.

한국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감상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항상 웃고, 예의가 바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한국과 한국 문화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아직 RATUZ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게임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 RATUZ는 과학 실험이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진 어두운 실험실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여러분은 기괴한 실험실에 갇힌 주인공이 되어 어두운 비밀을 파헤치고, 살아남아 탈출해야 하죠. 잠입 요소와 공포가 조화된 영화같은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많이 노력했습니다.

▲ 출시 초기 한국 스트리머 사이에서 유행하며 국내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플레이어를 계속 괴롭히는 쥐 괴물을 포함해, 다양한 괴물들이 등장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RATUZ의 스토리나 괴물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었는지 알고 싶어요.

-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게임들은 주로 일생 동안 즐겨 온 영화나 게임에서 많이 영감을 받고 있는 편입니다. RATUZ를 예로 들면, 페르시아의 왕자나 블랙쏜(Blackthorne), 어나더월드, 인사이드, 림보같은 게임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레지던트 이블같은 게임 시리즈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죠. 영화 쪽으로는 괴물들이 등장하는 더 씽, 에일리언, 프레데터 등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놀랐던 것이 한국어 번역의 퀄리티였어요. 그저 대사만 번역한 게 아니라, 현지화를 제대로 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같은 외국어 번역은 어떻게 진행했는지 궁금합니다.

- RATUZ를 개발하면서 세운 목표 중에 하나는 유머러스한 대사와 레퍼런스들을 게임에 녹여내는 것이었는데요, 각 국가, 문화별로 유머에 대한 센스가 각자 다르다는 것은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게임을 번역하는 작업은 꼭 해당 국가에 살고 있는 분들에게 맡길 수 있도록 했죠.

RATUZ의 한국어 번역도 한국 분인 이제성(Jesung Lee) 씨가 직접 맡아주셨는데, 게임의 개발 과정에 함께하며 번역 작업을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정말 친절했고, 멋진 작업을 해 주셨죠.

▲ 한국인이 직접 번역에 참여해 맛깔나는 완성도를 더했습니다

처음 RATUZ를 개발하기 시작하며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있었나요?

- 가장 큰 목표는 게이머들의 기억에 어떤 식으로든 새겨질만 한 독특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게임을 플레이한 분들이 보내주는 피드백에 아주 만족하고 있고, 저희가 한 일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물론, 재정적인 목표도 있었는데, 최초 목표는 게임의 개발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8,000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인터뷰에 답변을 하고 있는 지금 시점으로 3,400여 장을 판매했는데, 아직 목표에 크게 미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게임의 정식 출시를 달성한 만큼, 앞으로는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지도 들려주세요.

- 지금은 RATUZ의 번역 오류와 버그 등을 수정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고, 차기작도 물론 고려하고 있지만 RATUZ의 후속작은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RATUZ의 속편도 만들어보고 싶지만요. 저희 계획은 1년에 하나의 게임을 출시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게이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 RATUZ를 플레이하고, 또 스트리밍을 시청해 주시는 모든 한국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개발한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셨기를 바라며, 앞으로 개발할 작품들을 통해서도 여러분과 꾸준히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말, 한국 커뮤니티의 반응 영상들은 저희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