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게임을 하다 보면 이 부분에서 스토리가 다른 식으로 흘러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동료가 희생되는 부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필요한 희생으로 그 또한 여운이 남는다는 건 부정할 수 없으나 더 행복한 미래는 없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이런 팬들의 마음을 아는지 가끔 if 스토리라고 해서 평행세계의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지난해 출시한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가 대표적이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로부터 100년 전 하이랄에 일어났던 재앙 가논이 일으킨 대재앙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영걸들이 힘을 모아 끝내 재앙 가논을 토벌한다는, 본편과는 다른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

오는 6월 24일 출시 예정인 '파이어 엠블렘 무쌍 풍화설월(이하 FE 무쌍 풍화설월)은 여러모로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와 흡사한 게임이다. 무쌍 시리즈와의 콜라보라는 점. 그리고 본편의 평생 세계로 또 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결을 가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비슷한 건 딱 이 정도뿐이다.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와 'FE 무쌍 풍화설월'의 스토리는 사뭇 다르다.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가 if 스토리로 재앙 가논이 일으킨 대재앙의 순간, 과거로 돌아가 본래라면 막는 데 실패했을 재앙 가논을 막아내는 또 다른 이야기인 반면, 'FE 무쌍 풍화설월'은 원작의 주인공 벨레트(벨레스)가 프롤로그에서 학생들과 만나지 않고 그로 인해 사관학교의 선생이 되지 않는, 있었을지도 모를 새로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출시까지 이제 한 달 가량 남은 'FE 무쌍 풍화설월'이다. 과연, 본편과는 어떤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지, 그리고 기존의 무쌍 시리즈와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 정식 출시에 앞서 확인해보자.


뒤바꾼 운명은, 서로가 만나는 숙명으로

스토리와 관련해서 'FE 무쌍 풍화설월'은 여러모로 이질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FE 풍화설월'에서 풀리지 않은 떡밥을 회수하는 그런 식의 후속작도 아니고 본편에서는 불가능했던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스토리를 푸는 외전작도 아니다. 무엇보다 주인공부터 다르다. 'FE 무쌍 풍화설월'의 주인공은 원작의 주인공 벨레트가 아닌 뉴페이스 세즈다.

▲ 뉴페이스 '세즈'. 그가 각 반의 반장을 구하면서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프롤로그에서 각 반의 반장을 구함으로써 그 공을 인정받아 가르그 마크 사관학교의 선생으로 부임하는 벨레트지만, 'FE 무쌍 풍화설월'에서는 그 역할을 세즈가 대신한다. 흥미로운 건 이 과정이 벨레트와 사뭇 유사하다는 점이다. 'FE 풍화설월'에서 에델가르트를 구하려고 몸을 던진 벨레트는 죽음을 각오하는데,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수수께끼의 존재 소티스를 만나게 된다.

세즈 역시 마찬가지다. 본래 세즈는 역사 속에서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에 불과했다. 원래라면 제랄트 용병단의 '잿빛 악마'라고 불리는 벨레트와의 사투에서 끝내 죽음을 맞이하는 세즈지만, 'FE 무쌍 풍화설월'에서는 죽음을 각오한 그때, 수수께끼의 존재 아르발을 만남으로써 그의 미래가 바뀌게 된다.

▲ 본래라면 벨레트(벨레스)와의 사투 끝에 사라질 운명에 불과한 세즈지만...

▲ 수수께끼의 존재 아르발을 만남으로써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살아남은 세즈는 이후 벨레트에게 설욕하기 위해 각지를 방랑하며, 수행을 쌓는다. 그러던 그는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 바로 도적들에게 쫓기고 있는 사관학교의 학생들이다. 본래라면 벨레트가 만나고 구했어야 할 운명이지만, 아르발 덕분에 세즈가 살아남음으로써 원래라면 있을 수 없는 만남을 가지게 되고 그 결과, 이 만남은 나비효과를 일으켜 포드라의 역사 또한 'FE 풍화설월'과는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달라지는 건 주인공만이 아니다. 있을 수 없는 만남으로 인해 각 반, 세력에 따른 세세한 줄기에서의 스토리 역시 조금은 다른 식으로 흘러간다. 아드라스테아 제국과의 전쟁에서 한쪽 눈을 잃게 되는 디미트리지만,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는 성인이 되고 제국과 전쟁이 격화됐음에도 두 눈 모두 멀쩡하며, 애증의 존재인 에델가르트 역시 'FE 풍화설월'과 사뭇 다른 외형에 아이무르를 장비하지 않은 모습이다. 벨레트와 만나지 못하고 세즈를 만남으로써 그들의 미래 역시 바뀐 것이다.

▲ 벨레트가 아닌 세즈와의 만남은 포드라의 운명을 뒤바꿔 놓는다

물론, 그렇다고 서로 대립하게 될 그들의 운명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니다. 세세한 변화를 제외한다면 'FE 무쌍 풍화설월'의 스토리 역시 큰 틀에서는 'FE 풍화설월'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FE 풍화설월'에서 2부에 들어 선택에 따라 제국 루트인 홍화의 장, 교단 루트인 은설의 장, 왕국 루트인 창월의 장, 동맹 루트인 취풍의 장 네 개로 갈라지는 것처럼, 'FE 무쌍 풍화설월' 역시 제국 루트인 적염의 장, 왕국 루트인 청린의 장, 그리고 동맹 루트인 황료의 장 3개로 갈라지고 포드라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게 된다.


▲ 뒤바뀐 운명, 달라진 미래. 그럼에도 포드라는 전화에 휩싸인다

흥미로운 건 교단 루트가 빠졌다는 점이다. 다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요소로 보이기도 한다. 각 루트가 각국의 반장이 중심인 것처럼 교단 루트의 경우 벨레트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만큼, 세즈가 주인공인 'FE 무쌍 풍화설월'에서는 교단 루트를 넣으려야 넣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단이 아예 빠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즈의 숙적으로 벨레트가 등장하는 만큼, 벨레트를 위시한 교단이 적대 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 역시 높게 점쳐지고 있다.

수수께끼의 존재 아르발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정녕 한때 친구들이었던 그들은 끝까지 서로에게 창칼을 들이밀 수밖에 없는 걸까.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은? 소티스와 아르발, 그리고 잿빛 악마로 불리는 벨레트와 세즈. 뒤바뀐 그들의 운명으로 인해 이제껏 본적 없던 각각의 이야기가 새롭게 교차한다.

▲ 뒤바뀐 그들의 운명은 어떤 결말로 치닫게 될까


무쌍에 더해진 3개의 시스템

'FE 풍화설월'과 'FE 무쌍 풍화설월'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무쌍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SRPG인 'FE 풍화설월'과 달리 'FE 무쌍 풍화설월'은 수백의 적을 상대로 호쾌하게 베어 넘기는 무쌍 장르다. 다만, 원작이 된 무쌍과는 결이 좀 다르다.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처럼 무쌍을 베이스로 'FE 풍화설월'이 가진 전략을 녹여냈다고 할 수 있다.


'FE 무쌍 풍화설월'의 전투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군비 파트다. 'FE 풍화설월'에서의 휴일 파트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군비 파트에서는 전초 기지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동료와 교류하거나 때로는 훈련을 통해 아군을 강화할 수 있다. 다음 전투에 대비해 주인공 자신이나 동료를 육성할 수 있으며, 휴일 파트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동료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쌓거나 대화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 'FE 풍화설월'처럼 함께 식사하거나 티타임을 갖는 등 동료와 인연을 쌓을 수 있다

전투를 치르고 훈련을 통해 레벨이 올랐다면 다른 병과로 전직할 수 있다. 전직은 육성과 커뮤니티를 핵심으로 한 군비 파트의 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FE 무쌍 풍화설월'은 단순히 적을 호쾌하게 베어 넘기는 게 전부가 아니다. 캐릭터 저마다의 능력치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병과별 상성이 중요하다. 보병과 궁병, 그리고 기병 간의 상성이 대표적이다. 보병은 궁병에게 강하고 궁병은 기병한테 강하며, 기병은 보병한테 강하다.

캐릭터들의 병과는 자유롭게 바꾸고 육성할 수 있는 만큼, 수십 개의 병과별 상성을 파악하고 캐릭터 고유의 특징(스킬)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병과를 선택하는 게 'FE 무쌍 풍화설월'에서의 육성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군비 파트에서 동료들과 인연을 쌓고 육성을 끝마쳤다면 이제 전장으로 향할 시간이다. 이 과정은 진군 파트라고 하며, 각 에피소드의 최종 클리어 목표인 메인 퀘스트가 발생하는 지점까지 맵 위에서 상황을 파악하며, 점령할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점령할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플레이어가 나아갈 길은 정해진 게 아니다. 어떤 지역을 점령하며 나아갈지 전부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렸으며, 운이 좋다면 이 과정에서 귀중품을 판매하는 행상인 안나를 만날 수도 있다. 또한, 조사 지점에서 보수를 얻거나 때로는 기간 한정인 엑스트라 이벤트 등의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한다.

엑스트라 이벤트는 'FE 풍화설월'에서의 외전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다. 각 반의 반장, 그리고 그들의 참모 등 필수 캐릭터가 아닌 캐릭터들의 사이드 스토리를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진군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전투 파트는 기본적으로 일기당천으로 대표되는 무쌍 시리즈의 그것을 떠올리면 쉽다. 군비 파트에서 육성한 캐릭터들이 마침내 실력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단, 일반적인 무쌍과는 조금 다르다. SRPG인 'FE 풍화설월'과 마찬가지로 'FE 무쌍 풍화설월'은 무쌍인 동시에 전략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쾌한 액션으로 대표되는 무쌍과 전략은 얼핏 상충하는 요소로 보이기도 한다. 'FE 무쌍 풍화설월'은 이를 병종간 상성과 기사단, 그리고 동료들에 지시를 내리는 요소를 통해 보완했다.

전투에 앞서 플레이어는 전투기술과 마법, 그리고 기사단을 선택할 수 있다. 전투기술과 마법은 'FE 풍화설월'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기사단은 조금 다르다. 'FE 풍화설월'의 기사단은 전투를 보조하는 중요한 축이었다. 기사단마다 계략이나 패시브 효과가 다르며, 기사단의 머릿수(체력)에 따라 발동하는 진형 스킬로 인해 다양한 전술이 가능했다.

'FE 무쌍 풍화설월'은 계략이나 진형 스킬 대신 패시브를 강화함으로써 간략화했다. 기사단에 따라 창, 도끼 등의 대미지를 경감시키는 패시브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서 전투에서 적 병과에 따라 최적의 기사단을 고를 필요가 있다.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가면 실시간으로 전황이 변화하는 전장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를 조작하는 한편, 동료에게 지시를 내림으로써 시뮬레이션의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회복 스킬을 가졌다면 회복을 부탁할 수도 있고 진행에 필요한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FE 풍화설월'에 있었던 부관 시스템은 'FE 무쌍 풍화설월'에서도 그대로 계승됐다. 'FE 풍화설월'에서는 추격이나 원호, 회복 같은 다양한 부관 능력이 있어서 부관으로 배치하면 경험치를 같이 얻는 한편, 다양한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FE 무쌍 풍화설월' 역시 흡사한 모습이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플레이어를 지켜주는 건 물론이고 함께 연계 오의를 통해 강력한 일격을 날릴 수도 있다.


적은 인간만이 아니다. 때때로 전장에는 강대한 마수가 등장해 플레이어의 앞길을 막아설 때도 있다. 'FE 풍화설월'에 등장한 마수는 다수의 체력 스택을 보유, HP를 0으로 만들 때마다 스택 하나를 소비해 HP를 회복하는 동시에 스킬이 하나씩 해금되는 형태여서 싸울수록 점점 강해졌다. 여기에 더해 배리어가 있어서 제대로 대미지를 입히기 위해선 마수의 약점을 공략하는 등의 전술이 필요했다. 이러한 마수의 특징은 'FE 무쌍 풍화설월'도 계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FE 풍화설월'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


스토리의 경우 큰 틀에서는 'FE 풍화설월'과 마찬가지로 제국, 왕국, 동맹이 끝내 전쟁을 벌이는 쪽으로 흘러가지만, 그 양상은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등장하는 캐릭터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모습이 조금씩 다른 건 물론이고 개중에는 'FE 풍화설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들도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FE 풍화설월'에서는 지나가는 식으로만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비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캐릭터들이 보인다. 'FE 풍화설월'에서 교단 루트에 해당하는 세이로스 성교회와 흑막이었던 '어둠에서 꿈틀거리는 자', 아가르타다. 지금까지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는 흐렌과 순백의 존재 추정되는 존재를 제외하면 이들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FE 풍화설월'에서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세력들인 만큼, 'FE 무쌍 풍화설월'에 등장할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바뀌었을지를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 교단과 아가르타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최근 출시된 무쌍 콜라보 게임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페르소나5'의 정식 후속작인 '페르소나5 스크램블 더 팬덤 스트라이커즈'는 무쌍의 호쾌함에 더해 페르소나의 조합 및 육성, 그리고 약점 공략에 이르기까지. 페르소나 시리즈의 핵심을 잘 녹여낸 게임이란 평가를 받았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if 스토리로 100년 전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한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무쌍 시리즈의 전투 시스템에 원작의 전투 시스템을 훌륭하게 접목했으며,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if 스토리라는 점이 못내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게임이란 평이 이어졌다.


이제 'FE 무쌍 풍화설월' 차례다. 다만, 'FE 무쌍 풍화설월'은 앞선 두 게임과는 사뭇 다르다. 인기를 끈 게임을 원작으로 한 무쌍 콜라보인 점은 같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이 다르다. 실제로 처음 게임 트레일러가 공개되자마자 게이머들의 가장 큰 불만을 산 부분 역시 이 부분이다.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와 마찬가지로 if 스토리지만,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과연, 'FE 무쌍 풍화설월'은 무쌍 콜라보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FE 무쌍 풍화설월'은 오는 6월 24일 닌텐도 스위치로 한국어화되어 정식 출시 예정이며, 기타 자세한 정보는 추후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