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 세계 인디 게임 팬들을 위한 축제 '인디 라이브 엑스포 2022'가 개최됐다. 일본에서 개최하는 인디 라이브 엑스포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하는 글로벌 인디 게임 축제다. 지난 2020년 시작된 이래로 매년 수천에서 만여 개에 이르는 글로벌 인디 게임들이 출품됐으며, 그 가운데 백여 개가 넘는 게임들이 선정. 게이머들에게 소개되곤 했다.

행사의 시작을 알린 2020년 여름에는 '폴 가이즈'를 비롯해 '점프킹', '오버쿡', '천수의 사쿠나히메' 등 지금에 이르러선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인디 게임들이 당시 행사를 통해 알려졌으며, 여기에 더해 동방 프로젝트의 원작자 ZUN과 '언더테일', '델타룬'을 통해 명성을 얻은 토비 폭스가 참가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5회차를 맞이한 인디 라이브 엑스포다. 과연, 올해 행사에서는 어떤 게임들이 소개됐을까. 호러부터 힐링, 그리고 액션에 이르기까지. 수백 개의 게임 가운데 전 세계 인디 게임 팬들의 시선을 휘어잡은 인디 게임들을 추리고 추렸다. 올해, 그리고 어쩌면 내년. 인디 게임씬에 화제를 몰고 올지도 모를 게임들을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하고자 한다.




■ 메구와 몬스터


'메구와 몬스터'는 여러모로 독특한 게임이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RPG임에도 레벨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게임의 주인공인 소녀 메구와 마계의 괴물 로이는 여느 RPG와 달리 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연약하디 연약한 메구와 달리 로이는 HP만 99999에 이르는, 마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다. 무적의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로이에게도 한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메구다.

무적의 괴물인 로이와 달리 메구는 연약한 소녀다. 이것만으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메구가 울면 세계가 멸망(게임 오버)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계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메구를 어머니에게 데려가기 위해 로이는 마계를 횡단하며, 여러 가지 비열한 수단으로 공격해오는 적들로부터 메구를 지키고 때로는 울지 않도록 장난감으로 달래주면서 인간의 세계로 향해야 한다.


로이 혼자서라면 아무런 문제도 걱정도 없을 여정이겠지만, 메구가 함께라면 다르다. 괴물들이 넘치는 마계는 메구에게 있어선 낯선 장소다. 그리고 마계의 주민인 괴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괴물들이 메구를 직접 공격하지 않더라도, 그저 메구를 향해 미소 짓는 것만으로도 메구는 겁에 질리곤 한다. 그렇기에 로이는 앞을 막아서는 괴물들과 싸우는 와중에도 때때로 메구가 겁먹지 않도록, 울지 않도록 달래줘야 한다. 그저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마계의 주민이라고 전부 메구를 노리는 건 아니다. 로이의 파트너인 고란을 비롯해 마계의 주민임에도 친절한 자들은 많다. 로이와 메구는 인간의 세계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마계 평의회의 의원들을 비롯해 여러 괴물들과 마계에 살고 있는 인간 폴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따스한 도트 그래픽과 아름다운 사운드가 그려내는 감동 어드벤처 RPG '메구와 몬스터'다. 과연, 로이는 메구를 울리지 않고 무사히 엄마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메구와 몬스터'는 올가을 PC와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 예정이다. 정식으로 한국어를 지원할 예정인 만큼, 그들의 여정을 함께 지켜보도록 하자.




■ 새크리파이어


독특한 전투 시스템, 깊이 있는 스토리, 그리고 2D와 3D가 융합한 2.5D 그래픽으로 무장한 '새크리파이어'는 90년대 JRPG로부터 영향을 받은 게임이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전투 시스템과 스토리텔링, 그리고 그래픽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얼핏 '새크리파이어'의 전투 시스템은 단순해 보인다. 턴 기반 방식이기에 새로울 게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 개발사인 픽셀레이티트 밀크는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다양한 무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적의 약점 부위를 찾아 공략하는 한편, 동료들과의 연계 공격을 통해 전략적인 요소와 액션의 호쾌함을 더했다.

스토리텔링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독창적인 스토리를 자랑했던 JRPG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새크리파이어' 역시 독창적이며, 깊이 있는 스토리를 자랑한다.


2D와 3D가 융합한 2.5D 그래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5D 그래픽 자체는 이제 새로울 게 없지만, 2D로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연출을 살릴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3D로는 느끼기 어려운 과거의 향수를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새크리파이어' 역시 마찬가지다. 2D 픽셀 아트로 구현된 캐릭터들과 3D로 구현된 배경이 매끄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과거 JRPG의 향수가 느껴지는 한편, 최신 게임과 견줘도 어색하지 않을 수준급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JRPG 팬들이라면 관심을 가질 소식은 또 있다. 바로 유명 작곡가의 참여다. 제아무리 연출이 좋더라도 사운드가 별로라면 여러모로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새크리파이어'는 크게 걱정할 게 없어 보인다. 스타 오션, 발키리 프로파일, 그리고 OST 하나만큼은 여느 게임과 비교해도 남부럽지 않은 테일즈 시리즈의 OST를 작곡한 게임 음악의 신 사쿠라바 모토이가 작곡가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새크리파이어'는 올해 중으로 PC와 PS4, PS5, XB1, XSX|S,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될 예정이다.




■ 미드나이트 파이트 익스프레스


최근 출시한 인디 게임 가운데서도 액션 하나만으로 화제가 된 게임 '시푸'. 이 게임을 즐긴 게이머라면, 혹은 재밌지만 어려워서 도무지 즐길 수 없었던 게이머라면 아마 이 게임이 취향일지도 모르겠다. 무법 지대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그저 싸우고 또 싸우며, 승리를 쟁취할 뿐인 게임. 바로 '미드나이트 파이트 익스프레스'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게임의 목적은 단순하다. 그저 싸우는 게 전부다.

단, 이 단순한 목적을 '미드나이트 파이트 익스프레스'는 수준급의 액션으로 보강했다. 목적은 단순할지언정 그 과정에서의 액션 그 자체는 결코 단순하지 않게 한 것이다. 쿼터뷰 시점이기에 얼핏 핵앤슬래시 등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 '미드나이트 파이트 익스프레스'의 액션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절도 있으면서도 묵직할 뿐 아니라 적의 공격을 막고 반격하는 등 기존의 쿼터뷰 액션 게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정교한 액션을 자랑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주먹으로만 싸워야 하는 건 아니다. 무법 지대가 된 도시가 배경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도시에서는 어떤 법칙도 존재하지 않는다. 무기를 드는 게 전혀 비겁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나이프나 쇠파이프는 물론이고 권총이나 기관총, 심지어는 대전차 로켓까지도 등장한다. 싸우고 승리하기 위해선 정정당당이라는 말은 잠시 제쳐놓고 손에 잡히는 모든 걸 무기로 써야 한다.


액션의 꽃인 마무리 일격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미드나이트 파이트 익스프레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각종 지형지물을 이용해 적을 무력화할 수 있다. 기술 역시 다양하다. 레슬링 기술이나 난간에서 던져버리는 것부터 시작해 각종 무기까지. 묵직하면서도 호쾌한 마무리 일격들이 마련되어 있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미드나이트 파이트 익스프레스'에서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무자비한 도시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하나. 싸우고 이기는 것뿐으로 이길수록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레벨이 오르고 그에 따라 새로운 액션이나 무기가 해금된다. 싸우면 싸울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셈이다.

'미드나이트 파이트 익스프레스'는 올여름 PC를 비롯해 닌텐도 스위치, Xbox 게임 패스, PS4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 예정이다.



■ 시그널리스


'시그널리스'는 수준급의 픽셀 아트가 눈에 띄는 생존 호러 게임이다. 인디 게임과 픽셀 아트는 이제 새로울 게 없어 보이는 조합이지만, '시그널리스'의 퀄리티는 기존의 픽셀 아트 인디 게임과는 결이 좀 다르다. 픽셀 아트임에도 자못 리얼해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 정도다.

그렇다고 '시그널리스'가 수준급의 픽셀 아트가 전부인, 그래픽만 눈길을 끄는 게임이란 건 아니다. 게임은 그래픽만큼이나 흥미로운 스토리로 무장했다. '시그널리스'의 무대는 눈으로 뒤덮인 외딴 행성이다. 조종사인 아리아네와 함께 변경의 행성을 방문한 기술자의 복제품(레플리카) 엘스터지만, 그들의 우주선은 모종의 이유로 추락하게 된다. 정신을 차린 엘스터는 우주선에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알게되고 사라진 아리아네를 찾기 위해 우주선을 나선다.

그런 엘스터의 발길이 향한 곳은 의문의 구덩이 속에 있는 폐허가 된 연구소다. 아리아네가 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연구소로 걸음을 옮기는 엘스터지만, 연구소로 향하면서 단순한 구출 작전은 이윽고 목숨을 담보로 하는 끔찍한 생존 작전으로 변모하게 된다. 시종일관 엘스터를 괴롭히는 환각과 기괴한 실험체들이 엘스터의 목숨을 노리고 그 과정에서 엘스터는 잊고 있었던 어떠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생존 호러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엘스터는 게임 내에서 철저한 약자의 입장이다. 연구소는 다양한 방법으로 플레이어를, 그리고 엘스터를 괴롭힌다. 암호 해독부터 라디오 신호의 조정, 아이템의 합성 등 다양한 퍼즐은 물론이고 때로는 실험체가 엘스터의 목숨을 노리기도 한다.

총이 있다면 실험체들을 쓰러뜨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무기라고는 권총 정도뿐이며, 심지어 총알은 한정적이다. 또한, 총에 맞는다고 무조건 실험체들이 죽는다는 보장도 없기에 이 수수께끼의 연구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맞서 싸우기보단 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

과연 이 행성에, 연구소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그리고 아리아네는 행방은? 시종일관 플레이어를 옥죄는 분위기와 픽셀 아트가 눈길을 끄는 '시그널리스'는 한국어를 정식으로 지원하며, 올가을 PC로 출시 예정이다. 분위기부터 일품인 그런 호러 게임을 찾는 게이머라면, 놓치지 말길 바란다.




■ 펄월드


장르의 조합은 때로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장점과 장점을 섞었더니 재미가 극대화된 셈이다. 대표적인 장르로는 루트슈터를 들 수 있다. FPS나 TPS 등 슈터의 재미와 MMORPG에서의 성장, 파티 플레이, 레벨 디자인의 재미가 만나 게이머들에게 전에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물론, 이러한 만남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두 장르의 단점을 가져올 수도 있다.

포켓페어가 개발 중인 '펄월드' 역시 장르의 조합에서 출발한 게임이다. 단, 다른 게임과는 좀 다르다. 무려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포켓몬스터에 슈터, 그리고 오픈월드 생존 요소를 섞었다. 여러모로 도전적인 타이틀이 아니랄 수 없다. 게임의 기본적인 콘셉트는 포켓몬스터에서 출발한다. 게임 속 세상에는 '펄'이라는 신기한 생물이 가득하다. 플레이어는 이들 펄을 붙잡고 키울 수 있으며, 펄을 이용해 다른 펄과 싸우거나 심지어는 일을 시킬 수도 있다.

전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플레이어가 직접 싸우거나 펄과 함께 싸우는 방식이다. 포켓몬스터와 달리 '펄월드'에서는 플레이어도 직접 펄을 공격할 수 있다. 총과 활 등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 펄을 약화시키고 붙잡아야 한다. 이렇게 붙잡은 펄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변에 펄이 많다면 자신의 펄을 불러 함께 싸우는 것도 가능하다.


펄은 전투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다. 비행이나 수영 등 각종 능력을 지닌 펄이 있다면 이들을 이동수단으로 쓸 수도 있다. 이외에도 펄의 사용처는 무궁무진하다. 온갖 노동에 쓰이기도 하는데, 농장을 만들고 물속성 펄에게 물을 주도록 하거나 공장을 짓고 전기속성 펄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해서 공장을 돌리게 한 후 수많은 펄들을 붙잡아 노동력으로 쓸 수도 있다.

물론, 정도를 벗어나 이들 펄을 도축하거나 노예처럼 부리는 건 '펄월드' 내에서는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불법을 자행하고 한 번에 많은 돈을 벌어들일지, 아니면 펄들과 함께 평화로운 공존을 택할지는 전부 플레이어의 손에 달린 셈이다.

플레이어의 상대는 야생 펄뿐만이 아니다. 플레이어 외에도 수많은 약탈자가 펄들을 노리고 있다. 공장을 세워 무기를 만들고 자신과 펄을 무장해 이들 약탈자에 맞서 싸우도록 하자.

이외에도 '펄월드'에서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희귀종 펄끼리 교배를 시켜, 특수한 능력을 지닌 펄을 번식시킬 수도 있으며, 일확천금을 위해 사냥 금지 지역에 몰래 들어가 멸종 위기에 처한 펄을 잡아서 팔 수도 있다. 혼자서는 심심하다면 친구와 함께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얼핏 '검은 닌텐도'가 떠오르는 '펄월드'의 자세한 출시일은 미정이며, 올해 중으로 출시 예정이다. 일단 다른 걸 떠나서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는 성공한 모습이다. 남은 건 이제 게임 그 자체의 완성도 뿐. 이 도전적인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낼지 흥미롭게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