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때 화두로 떠오른 e스포츠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주요 공약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e스포츠는 수도권에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외 지역에선 청년을 붙잡기 위한 수단으로 관심받고 있다. 다만, 관심끌기용 공약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각 지역이 'e스포츠 메카' 타이틀을 탐내고 있다

이재준 수원시장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과거 성매매 집결지에 e스포츠 경기장을 짓고 구단을 창단하겠다고 공약했다. 해당 위치는 수원역과 가까운 곳에 있다. 이재준 후보 측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오랜 기간 청소년 출입불가 구역으로, 수원시민에겐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라며 "이제는 e스포츠를 중심으로 청소년의 성지로 만들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원은 이미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 구단을 유치한 지역이다"라며 "e스포츠 구단까지 유치해 명실상부한 스포츠 메카로 자리매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국민의힘 후보 역시 천안에 e스포츠 구단 창단, 상설경기장 건립, e스포츠 전국체전 개최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아울러 충남 내 대학과 게임사를 연계해 개발자를 양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태흠 후보는 "중앙정부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충남을 대한민국 경제 심장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이미영 울산남구청장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e스포츠 공약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울산을 떠나는 이유를 살펴보니,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재미없는 '노잼 도시' 평가를 벗어나기 위해 e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 남구부터 즐거워지도록 만들겠다"라며 "국내외 권위 있는 e스포츠 대회 유치와 지원 관리를 위해 구청장 직속 e스포츠 행정전담팀을 개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울산남구 프로게임단 창단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e스포츠 성지로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 이재준 수원시장 후보 공보물

정치권의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최근 1년 동안 급격히 증가했다. 발화점은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로 꼽힌다. 당시 청년 표심이 중요해지면서, 그에 따라 정치권의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 관심은 최근 지난 대통령선거 때 각 후보가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공약을 중요하게 다루면서 다시 부각됐다.

선거 캠프에 소속된 국회 관계자는 "지난 대선처럼 지방선거도 청년이 승패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는 분석이 있다"라며 "앞으로도 e스포츠는 청년 정책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캠프 내에선 '청년은 게임을 좋아해'라는 인식만으로 공약을 설계하는 경우가 잦다"라며 "부족한 인식으로 공약을 설계한 뒤 지켜지지 않으면, 미래엔 역효과가 날 거 같아 우려스럽다"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