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 배우들이 나오는 게임에 대한 인식은 대개 비슷할 겁니다. 적당히 선택지 있고, 그 선택에 따라 엔딩이 바뀌는 이야기. 게임과 영화, 양쪽에 발을 올리고 선 그런 부류 말이죠.

일단 이러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FMV에 대해서부터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 보죠. 풀 모션 비디오(Full Motion Video)라는 이름처럼 FMV는 미리 촬영한 장면들을 게임 안에서 다양하게 표시해 이루어지는 걸 의미합니다.

사실 과거에는 실사 영상, 혹은 이미지에 의한 용량 탓에 구현이 어렵다가 CD 플랫폼 세대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구현이 이루어지기도 한 기술이죠. 그리고 오늘날에는 용량의 문제보다는 복잡한 기술과 개발 난이도에 따른 비용이 크게 소모되는 컴퓨터 그래픽을 대체하기 위해 많이 쓰입니다. 실제 영상을 찍는 게 랜더링이 이루어지는 그래픽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쉽게 게임을 제작할 수 있어 인디 개발사, 혹은 스토리 중심의 게임 개발에 다수 쓰이기도 하고요.

사실 장르의 기원을 따져 들어가면 애니메이션을 담아낸 드래곤즈 레어 같은 게임이 먼저 나오기도 하는데요. 비용 절감과 개발 난이도가 크게 두드러지니 셀 애니메이션처럼 작업이 많이 필요한 클립보다는 실사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하는 경우가 많고 오늘날 FMV도 이 실사가 대부분이고요.

실사 영상을 활용하다 보니 영화처럼 쭉 영상 클립을 붙이고, 선택지에 따라 이야기가 바뀌는 인터랙티브 무비에 많이 쓰입니다. 자연스럽게 FMV를 마치 인터랙티브 무비와 동일시하는 경향도 있고요.

그래서 실사 배우들이 나오는 ‘백 년의 봄날은 가고: The Centennial Case: A Shijima Story(이하 백년봄)’ 역시 그런 인터랙티브 무비의 한 부류쯤으로 보일 겁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스트리밍도, 게임 영상 공유도, 인게임 내 촬영도 철저하게 막다보니 게임에 대한 정보는 얻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그런 추측이 나오게 됐죠.

하지만 백년봄은 단순히 영상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러스트, 3D 그래픽, 텍스트 기반의 게임보다 더 많은 요소를 고려하고, 집중해야 하는 추리 게임이죠.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와 그것이 담긴 영상을 게임과 어떻게 연계할지에도 많은 고민이 담겼고요. 백년봄은 그저 ‘실사 영상 게임’이라는 틀 안에 담아두기에는 정말 많은 걸 보여줬습니다.

게임명: 백 년의 봄날은 가고
장르명: 신본격 미스터리 어드벤처
출시일: 2022. 5. 12.
리뷰판: 1.0.1
개발사: 스퀘어에닉스, h.a.n.d.
서비스: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PC / PS4 / NSW
플레이: NSW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불로 열매 비시향과와 백 년 비밀의 살인사건

게임 속 큰 줄기의 이야기는 꽤 간단합니다. 탐정 니시마리 마코토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시리즈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카가미 하루카. 그녀가 소설 집필에 도움을 준 세포 주기 학자 시지마 에이지의 본가에서 발견된 백골의 비밀을 파헤치게 됩니다.

이런 큰 줄기 안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식이 꽤 유려합니다. 에이지는 사망 시기도 알 수 없는 백골 유해에 시지마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비시향과라는 불로 열매가 연관되어 있다고 믿고 있죠. 주인공인 하루카는 소설 안의 기상천외한 트릭을 직접 쓸 정도로 논리적이고 관찰력 역시 빼어난 인물입니다. 플레이어는 그런 그녀의 추리 능력을 바탕으로 비시향과와 관련된 사건과 오늘날 새롭게 발생한 살인 사건을 쫓아가게 되죠.

하지만 외부인이라 할 수 있는 하루카가 백 년의 비밀, 그리고 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시지마 가문의 비밀을 파헤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죠. 그래서 게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그런 문제를 게임 안에서 풀어내도록 할 극중극 말이죠.

하루카는 비시향과와 관련된 과거의 문헌을 통해 오늘날의 사건을 해결해나갑니다. 그리고 이 과거 이야기가 되는 1920년대와 1970년대의 사건이 2022년 오늘날 일어나는 사건과 연관되어 있기에 크게 보면 하나의 이야기로 볼 수 있고요. 하지만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각 장에서 펼쳐지는 과거는 각각 별개의 이야기로 봐도 괜찮을 정도로 발단과 전개, 추리와 사건 해결이라는 기본에 꽤 충실하기도 합니다.

▲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비시향과

이 과거 파트의 이야기 역시 게임의 모든 부분이 그렇듯 실사 배우들의 연기가 담긴 클립의 연속으로 이어집니다. 현대파트는 물론 과거 다른 시기의 이야기도 게임에 담겨있으니 이를 연기할 배우의 수도 늘어나겠죠. 게임에서는 이걸 탐정의 자질이 충분한 하루카가 주변 인물들을 이야기에 대입해본다는 방식으로 색다르게 풀어냈고요.

주변 인물들을 문헌 속 인물에 대입시킨다는 설정은 마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나 여러 사운드 노벨 게임에서 시도한 것처럼 같은 인물이지만, 다른 배역을 담당한다는 식으로 처리했죠. 같은 배우들이 다른 시대에서 다른 배우를 연기합니다.

같은 배우의 다른 모습을 한 작품에서 볼 수 있기도 하기에 이게 일종의 재미 요소 정도로 쓰일 수 있겠죠. 또, 배역 수를 제한해 제작비 측면에서 이점이 될 수도 있었겠고요. 하지만 이렇게 같은 인물이 이야기를 담당하는 것 역시 후반부 풀리는 중요한 이야기의 당위성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건 직접 클리어한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내용이니 더 깊은 이야기는 게임 속에서 확인하셔야 할 테고요.


▲ 같은 배우가 극중극 속 다른 등장인물을 연기합니다, 이게 다 이유가 있고요


백년봄은 이렇게 게임 속 시스템과 이야기를 엮어내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게 후술할 실사 파트, 그리고 추리 파트에서도 이어지고요.



분기를 가르는 선택지가 아니라 추리의 단서를 남기는 실사 연기

워낙 다양한 장르에서 활용 가능한 FMV기에 이를 인터랙티브 무비와 완벽히 같은 의미로 쓰는 게 맞지 않다고 서두에 적었죠. 그런데 백년봄에서도 특별한 특징 없는, 보통의 인터랙티브 무비에서 볼 법한 연출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영상 파트 중간마다 선택지를 고르는 구간이 있지만, 사실 선택 직후의 대화 정도가 조금 바뀔 뿐 큰 의미에서 보면 선택이 이야기의 분기를 그때그때 가르는 식은 아닙니다. 스토리 자체는 앞서 이야기한 과거 파트, 그리고 오늘날의 사건을 오가는 방식으로 크게는 하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거든요.

설명대로라면 실사 파트는 특별할 게 없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그래도 인터랙티브라는 의미에 맞게 선택에 따라 분기를 타고 결말이 바뀌는 쪽'이 더 게임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백년봄에서 이 실사 파트가 게임을 결정하는 유일한 부분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영상들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스토리 부분과 추리를 위한 키워드와 단서를 제공하는 문제 출제에 더 가깝고요.

▲ 사실 인터랙티브 무비에서 자주 보던 선택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 오히려 추리 파트에 쓰일 단서가 훨씬 가치있죠

스토리 부분에 집중된 쪽이야 특별한 건 없습니다. 여러 인물의 등장과 대화 등을 통해 극을 흘러가게 만드는 부분이죠. 대신 추리 영역에 들어가는 부분은 좀 다른 분위기로 게임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하루카는 빼어난 관찰력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고 했죠? 실제로 대화 과정이나 다른 인물들의 행동에서 특이한 부분이 있다면 이걸 해설이 필요한 키워드, 혹은 단서로 기록합니다.

아마 텍스트 기반 게임이었다면 하얀 텍스트 중 이 단서가 될 문구가 푸른색 등으로 별도 표시됐을 테고, 이미지나 CG 기반 게임이었다면 단서 부분만 별도 오브젝트로 처리됐겠죠. 하지만 실사 영상에서는 이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흘러가는 영상 속에서 단서들은 화면에 별도의 텍스트로 표시되고 플레이어가 버튼을 눌러 이를 직접 수집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백년봄은 여타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처럼 플레이어가 텍스트를 다 읽은 후 버튼을 누를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영상이 재생되며 장면이 넘어가면 단서 표시는 사라지고 또 새로운 이야기들이 진행되죠. 일단 이러한 단서들이 추후 추리 파트에서 사용되니 그냥 멍하니 흘려보낼 수만도 없고요. 결국, 재생되는 영상 안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또 어떤 힌트가 있는지 더 집중하도록 만든 셈이죠.

물론 힌트를 놓쳤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이야기 자체는 분기가 아니라, 단일 진행이기에 얼마든지 돌려볼 수 있도록 했거든요. 마치 넷플릭스에서 영상 빨리 감기, 되감기 하듯 5초 단위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특정 조사 구간이나 장소 이동 등을 기준으로 나뉘는 챕터별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또 화면이 아니라 텍스트 로그만 돌려보는 것도 가능하고요. 대신 이 경우에는 영상으로 진행된 이야기를 완벽히 파악할 수 없겠지만요.

▲ 못 본 내용은 시간 돌리면 그만이야

또 영상이기에 가능한 연출도 있습니다. 랜더링된 모델에 후처리 등의 효과가 아니라 카메라를 직접 움직여 긴장감을 높인다든가, 클로즈업해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줌인, 원거리 촬영, 그리고 배우들의 표정, 행동, 대사 톤 등으로 연출 부분에서도 꽤 분위기를 살리고 있거든요.



내 머릿속의 추리 공간, 이 가설은 거짓입니다

▲ 하루카 머리에 하루카 있다, 머릿속에서 의문을 풀어나가는 추리 공간

실사 파트에서 모인 정보들은 추리 단계에서 짜맞추고 문제의 진상에 다가서게 됩니다.

추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최소한의 UI만 표시되는 실사 파트와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른바 '두뇌 속 추리 공간'이라는 곳인데 이름 그대로 주인공 하루카의 머릿속으로 여러 의문을 단서와 결합해 하나의 가설로 만들어내는 공간이죠.

앞서 영상이 일종의 챕터 형식으로 구분된다고 했는데 이곳에서 챕터별로 수집한 단서들을 나열하고 이를 조합하게되죠. 단순히 나열된 단서를 활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단서가 나온 영상 역시 이곳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고요. 말 그대로 단서들이 모이고, 그것을 회상하는 두뇌를 게임적 공간으로 형상화한 셈이죠. 또 실사 파트가 쪼개져 있는 것도 바로 이 공간에서 영상을 보다 짧게 돌려볼 수 있도록 한데 있고요.

그런데 가설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각 장의 주인공 시점에서 모은 정보들로 조합되고 완성됩니다. 즉, 어떤 상황, 어떤 단서가 조합되느냐에 따라 사건의 진실과는 전혀 다른 가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사망 현장이 어질러져 있는 모습에 사망 장소를 넣는다면 '증거를 숨기려고 일부러 어지럽혔을 다'는 가설과 '몸싸움을 벌였다'는 가설이 함께 나오는 거죠. 사실이 아닌 가설이라도 그럴듯하게 이어진다면 추리 종료가 가능해져 가설만 믿고 추리를 끝낼 선 안되기도 하고요.

이렇게 진실에 통하는 가설과 잘못된 추측이 추리 과정에서 함께 쓰이다 보니 단순히 가설들을 그럴듯하게 연결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추리가 필요한 요소로 만들었죠.

▲ 실제 추리 파트는 이런 식으로, 의문과 단서 하나에 가설이 여럿 나오기도 합니다

▲ 그렇게 만들어진 가설, 이게 진짜인지는 다른 가설과 정황을 함께 확인해야 알 수 있죠

추리 파트를 끝내면 모은 가설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가설을 제시해 답을 내게 됩니다. 정답이 아니면 바로 게임 종료. 추리 완성도에 따라 얻는 점수를 낮추고 힌트를 얻거나 다시 추리 파트로 돌아가 가설로 새로운 추리를 해나가도 됩니다. 일부 구간에서는 추리 자체가 게임 진행에 영향은 주지 않지만,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하는지 확인하는 경우로 쓰이기도 하고요.

또 나아가서는 인물 관계, 범행 장소 등을 구별해야 하기도 하고 일부 파트는 방탈출 방식과 유사하게 흘러가기도 합니다.

잘못된 추리가 이어진다거나 힌트를 보는 게 곧 점수와 이어지기는 하는데 이게 게임 진행 자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아 부담이 없기도 합니다. 오히려 바른 정답을 맞힐 때는 예리한 모습의 주인공이 잘못된 추리를 하면 주변 인물들이 이래저래 손가락질하고 주인공은 당황스러워합니다. 사실 그거 보는 맛도 있어서 일부러 틀리기도 했고요.

▲ 완성된 가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게 됩니다(정답인지 아닌지는 게임에서 확인하세요)



핵심인 이야기, 공감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백년봄은 유명 연기자들의 실사 영상과 추리 영역의 확대라는 조합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했고 확실히 그 부분은 기존 FMV 활용 게임에서 반 발자국 정도 나아간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그게 만족스럽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결국 이야기는 단일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그 과정이야 어쨌든 이야기의 완성도가 게임의 완성도에 직결한다는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 진행을 위해 약간은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고,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할 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적어도 중간과정까지 보여준 이야기의 흐름이 끝까지 유지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고요.

▲ 실사 파트는 플레이어의 개입 구간이 적어 일본 드라마 보는 느낌이 크긴 합니다

또 멀티 엔딩의 부재는 많은 플레이어에게 꽤 아쉬움을 살 법합니다. 현세대기 풀프라이스에 근접한 6만 원의 가격에 단 하나의 스토리로 이야기가 끝나버리니까요. 그렇기에 여러 평론가와 게이머가 TV 시리즈에 더 적합한 이야기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다만, 앞서 말한 다양한 시도와 게임적 요소와의 결합으로 이야기 구성 역시 수동적인 올드 미디어보다는 게임 진행에 알맞게 편집, 연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으로서 존재했을 때의 가치가 더 높을 겁니다. 또, 엔딩까지의 전개에 약간의 몰입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그 방향성만큼은 확실하고요. 엔딩 후 다른 분기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라, 끝난 이야기에 대한 여운을 길게 남기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게임에 기본으로 포함된 인터뷰나 현장 분위기 등의 특전 영상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갑니다.

▲ 배우들의 인터뷰나 현장 비하인드 등 하나로 완결되는 이야기의 아쉬움을 달랠 요소가 담겨 있습니다

오히려 이야기보다는 UI, UX 측면의 아쉬움이 더 도드라집니다. 스위치 휴대용 플레이시에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큰 화면으로 플레이하면 유독 작은 폰트 크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또 에이지가 에지가 되고 료에이가 료에가 되는 등 일관되지 않은 표기도 거슬렸고요. 일본 이름이니 장음표기가 다를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한 게임 안에서마저 다른 건 이야기가 좀 다르니까요.

자막으로는 그 아이 정도지만, 일본어로는 '카레(彼)'가 주는 친근감의 거리를 우리로서는 알기 어렵다는 것. 일본의 애인과 연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바로 이야기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점 등 일본의 문화적 요소를 번역된 텍스트만으로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플레이어마다 아쉽게 느낄 법하고요.

추리 파트는 머릿속을 형상화한다는 데에서는 높은 평을 줄 수 있겠지만, 양쪽 아날로그 스틱을 따로 움직여야 하는 점과 많은 버튼이 어지럽게 사용되는 조작 체계는 오히려 불편함만 사고요. 실사 파트에서는 영상에 레터박스가 있고 획득한 단서나 등장인물의 간단한 정보를 아래 깔끔하게 표시하고 전체적인 디자인도 전통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살려 꽤 만족스러운 편이었는데요. 오히려 이쪽에 맞춰 일관된 인터페이스를 선보였으면 했습니다.

▲ 레터박스로 영상이 쓰이지 않는 빈 곳에 간단한 정보를 유저가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추리 파트도 이렇게 좀 예쁘고 편하게 만들어주지

또,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게 실사다보니 연기에 따라 몰입도가 결정되는데요. 분명 같은 인물인데도 시대별로 선보이는 다른 연기 스타일이 훌륭하기도, 또 때로는 너무 과장되어 몰입감을 해치기도 합니다.

많은 가설을 만들고 그중에 적합한 단계를 찾아내는 추리 파트는 자칫 추리가 아니라 정답맞추기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게임은 추리 소설이나 만화, 혹은 비주얼 노벨처럼 완성된 하나의 가설 풀이가 아니라 플레이어마다 가지는 다양한 추리 전개를 미리 준비해야 하죠. 그래서 제작은 더 어렵고, 많은 추리 게임의 추리 부분이 여전히 일정 수준을 넘어가지 못하고 있고요. 그래서 영상 속 단서로 가설을 만든다는 플레이에 충분히 빠져들지 못한다면 추리 파트 자체에 대한 만족감도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야루도라나 바이퍼처럼 애니메이션과 비주얼 노벨의 결합 형태를 보여준 게임. 그리고 제절초를 시작으로 백년봄의 디렉터 이토 코이치로의 대표작 428 ~봉쇄된 시부야에서~까지, 실사와 소설에 가까운 텍스트로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였던 춘소프트의 사운드 노벨.

백년봄은 사실 인터랙티브 무비보다는 앞선 두 부류의 게임 조합인듯 FMV마저도 사운드노벨처럼 만들고자 한 노력의 결과에 더 가까워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인터랙티브 무비의 한 갈래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추리 게임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고요. 이야기의 전체적인 만족도와는 별개로 새로운 도전, 그리고 장르적 조합의 창의성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면 일본 게임 중에서는 요 근래 백년봄만한 게임은 없을 겁니다.

아쉬운 건 올곧은 스토리 한 번의 완벽한 경험, 스포일러 예방을 이유로 스트리밍과 영상 플랫폼 업로드, 촬영 등을 막으며 그 경험을 직접 게임 플레이 전에는 온전히 체험할 수 없다는 거고요.

그래서 스크린샷도, 영상도, 이야기도 리뷰에 담은 것 이상으로 보여 드릴 순 없지만, 꼭 말하고 싶은 건 엔딩이라고 생각한 순간이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메뉴에 뭐 새로운 거 있는지 꼭 한번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