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 힙하다 힙해



호주의 인디 게임 개발사, 오리가미 디지털에서 개발한 '우무란기 제너레이션'은 약 2년 전 스팀을 통해 출시된 게임입니다. 평소와 다름 없이 '뭐 할만한 게임 없나' 하며 스팀 상점 페이지를 정처 없이 떠돌다가 우연히 발견했고, 일러스트나 스크린샷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너무나도 취향 저격이었습니다. 마침 사진 촬영을 주제로 한 게임이었기에 어디 가서 사진 못 찍는다는 소리 들어본 적이 없던 저는 고민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죠.

당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이 게임이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텍스트가 많은 종류의 게임은 아니지만, 그래도 게임을 완수하기 위한 목표들을 영문으로 봐야 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피로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랬던 '우무란기 제너레이션'이 최근 Xbox 게임패스로 즐길 수 있게 되면서 한국어를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몇 개의 미션과 모드가 추가되는 DLC를 따로 구매할 필요 없이 스페션 에디션으로 말이죠. 사진 촬영에 흥미가 있고 게임의 겉모습이 취향에 맞는다면, 그리고 Xbox 게임패스를 구독하고 있다면 한 번쯤 부담 없이 즐겨볼만한 게임입니다.

게임명: 우무란기 제너레이션 스페셜 에디션 (Umurangi Generation Special Edition)
장르명: 어드벤처
출시일: 2022.05.17.
리뷰판: 1.6.2.0
개발사: Origame Digital
서비스: PLAYISM
플랫폼: PC(스팀, Microsoft), Xbox, 닌텐도 스위치
플레이: PC(Microsoft)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마음 가는 대로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되는 '사진 시뮬레이터'

'우무란기 제너레이션'은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의 게임 설명 란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듯 주인공의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이 전부인 1인칭 사진 촬영 게임입니다. 실제로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큰 도시 '타우랑가'를 배경으로 하는 이 게임은 그 지역의 토착 민족인 마오리족의 언어로 지명을 많이 표현했습니다. 게임 속 배경인 아오테아로아는 마오리어로 뉴질랜드를 부르는 이름이고, 제목에 들어가는 '우무란기(Umurangi)'는 마오리어로 '붉은 하늘'을 뜻한다고 하네요.

▲ 실제 타우랑가의 랜드마크인 '마우아오(마웅가누이)' 산

▲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마우아오 산

지명과 실루엣 정도만 실존하는 장소에서 따왔을 뿐, 게임의 배경이 되는 타우랑가는 사이버펑크 스타일이 가미된 근미래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게임플레이는 '타우랑가 익스프레스'라고 하는 배달 업체에 속한 주인공이 되어, 매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목표물을 사진으로 찍어 배달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주어진 리스트에 해당하는 피사체를 카메라에 담고, 또 이를 배달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인 만큼, 플레이어는 목표물을 화면에 담을 수 있는 최적의 구도를 찾기 위해 스테이지를 분주하게 뛰어다니게 됩니다. 그저 단순히 하나의 사물을 찍어야 되는 목표는 별로 없고, 여러 가지 사물이 한 프레임에 담기도록 찍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주인공은 옥상 아지트에서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친구들을 카메라에 담게 됩니다. 하지만, 촬영 미션 중에는 '새 7마리 찍기'나 붐박스 두 개가 한 화면에 나오도록 찍기 같은 목표도 달성해야 하죠. 처음에 사용하는 렌즈의 화각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이를 완수하려면 어느 정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사진 촬영을 이용한 퍼즐 디자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하나의 프레임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 스테이지에는 총 열댓 마리의 새가 앉아있고, 플레이어는 그 중 7마리만 화면에 담으면 목표를 완수할 수 있습니다. 어느 위치, 어느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것인지는 오롯이 플레이어의 개성과 창의력에 달린 셈입니다.

▲ 어디 보자 새가 하나, 둘...

▲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사진 스팟을 찾아다녀야 됩니다

주어진 목표를 완수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게 되는데, 앞으로 모든 스테이지는 이런 식으로 특정 장소를 돌아다니며, 주어진 미션에 부합하는 화각을 찾아 사진으로 남기는 데 시간을 쏟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 스테이지로 갈 때마다 새로운 촬영 장비가 추가돼 더욱 색다른 사진을 만들거나 보정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무란기 제너레이션'이 플레이어에게 선사하는 게임플레이의 모든 것입니다.

사실, 하나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촬영 미션도 다음 스테이지로 갈수록 점점 난도를 더해가는 가운데, 추가 목표까지 모두 완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스테이지를 늘상 따라다니는 친구들의 단체 사진을 찍거나, 곳곳에 숨어있는 필름 통을 모두 찾아내는 등이 추가 목표로 걸려 있는데, 그 중에서도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는 것은 10분 안에 모든 목표를 완수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처음 보는 장소에서 주어진 촬영 목표를 모두 완수하고, 필름통까지 다 찾는 일을 10분만에 끝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첫 번째 플레이에서는 추가 미션보다는 촬영 목표를 먼저 클리어하는 식으로 스테이지를 진행하고, 이후 각 맵에 익숙해지면 모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복 플레이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새로운 렌즈나 플래시, 보정 도구들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멋진 사진을 위해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죠.

▲ 미션과 추가목표를 모두 완수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촬영 장비를 구하고 나면, 앞으로는 어떤 스테이지를 반복하더라도 더욱 풍족해진 장비로 나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됩니다. 표준 줌렌즈 하나로 사진을 찍었던 옥상에 다시 올라 초광각 렌즈로 전경을 찍는다든지, 처음에는 해금되지 않는 셀카 기능으로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수도 있거나 말이죠. 심지어 시간 제한이 없는 '창작 모드'까지 지원하는 등 플레이어가 가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게임플레이 과정에서 찍은 모든 사진들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갤러리 폴더에 저장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메인 메뉴를 통해서 지금까지 자신이 찍어 온 사진을 한 번에 확인할 수도 있고요. 실제 촬영이나 보정 작업을 게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략된 부분이 없진 않지만, 이렇게 모아 놓고 보면 또 꽤나 만족스러운 기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처음에는 간단한 보정 옵션만 제공하지만

▲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록 보정조차 점점 본격적으로 변하는 모습

▲ 모아 놓고 보면 은근히... 괜찮지 않나요?



대사 한 마디 없이, 오직 풍경으로 말하는 스토리텔링


또 한 가지 '우무란기 제너레이션'이 가진 특징이라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단 한 마디의 대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많은 NPC들은 그저 피사체 역할을 충실히 하는 사람들이고, 코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찍는데도 전혀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 적힌 게임 설명 란이 스토리를 더 잘 말해주고 있는 상황, 플레이어는 그저 사진기를 든 관찰자의 입장에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통해 대략적인 이야기를 유추해 볼 뿐입니다.

이 게임은 무대가 되는 타우랑가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데 설명하기 보다는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한가로운 옥상에서 사진을 찍는 한 때, 갑자기 머리 위로 세 대의 전투기가 지나갑니다. 무슨 이유인지 알려주지 않지만,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 만큼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또, 게임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은 벽에 칠해진 그래피티와 낙서들입니다. 이들은 주로 UN군에 대한 내용으로, 어떤 위협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UN이 파병 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찍는 사진 속에는 그저 무던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담깁니다. 어떤 큰 일이 닥쳐와도 일상은 계속된다는 것을 가르쳐 준 COVID-19처럼, 어떤 의미로는 꽤나 사실적인 연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게임은 대사 한 줄 없이, 그저 스테이지를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플레이어가 보게 되는 광경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해질 녘 옥상의 한가로운 일상이 담기던 주인공의 뷰파인더에는 어느새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군인과, 또 피난을 가는 친구들의 모습이 차례로 담기게 되죠. 주인공은 그저 이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할 뿐, 쓰러진 군인을 돕는 등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게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 전달은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방법은 아닙니다. 특히 현상에 어떠한 개입도 할 수 없는 관찰자의 입장으로만 풀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고요.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의 흐름이 취향에 맞는 이들에게 '우무란기 제너레이션'은 여러 스테이지를 따라 위험에 빠진 도시 타우랑가 곳곳의 모습을 보여주며, 거기에는 언제나 주인공과 함께 하는 네 명(세 명과 한 마리)의 친구가 함께합니다. 말 한마디 섞을 수 없이 그저 포즈만 취해주는 친구들이지만, 게임을 계속할수록 묘한 친근감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형태의 스토릴텔링의 한계를 개발사에서도 인지한 모양인지, 여러 가지 스테이지와 촬영 도구를 추가한 DLC '우무란기 제너래이션: 매크로'를 통해 도시의 상황을 더욱 직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본편에서는 전란이 다가온 도시 속 사람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면, DLC에서는 UN군의 기지나 지하 수도에 숨어든 피난민들, 시위대의 모습과 같이 좀 더 피부에 와닿는 상황이 주어집니다. 물론, 대사 하나 없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지만, 새로운 장소로 또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했는지 유추해보는 재미가 있는 편입니다.

▲ 옥상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친구들은

▲ 급박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거나

▲ 피난을 가는 열차에 몸을 싣기도 합니다


한국어 지원은 반갑지만, 아쉬움 느껴지는 만듦새


사진 촬영이라는 게임 메커니즘과 대사 없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콘셉트를 투박하지만 힙한 아트 스타일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주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할 수준이었습니다. Xbox 게임패스를 이용한 PC 버전에 한정되어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지만, 시스템적인 미흡함은 하루 빨리 수정이 필요한 정도입니다.

특히 가장 심한 것은 게임의 마우스 감도입니다. FPS 사진 촬영이라는 장르를 콘셉트로 정한 만큼 마우스 감도는 게임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그러나 리뷰를 위해 플레이해 본 Xbox 게임패스 기준으로 이 게임의 감도는 거의 없는 수준으로 맞춰져 있어 마우스를 최대한 움직여도 게임 내에서는 아주 미미한 수준으로 움직입니다.

설정에서는 마우스 감도를 수치가 아닌 '낮음, 중간, 높음' 등으로 설정하게 되어 있지만, 이를 조정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발생한 버그일 수 있지만, Xbox 컨트롤러 등 추가 컨트롤러 사용이 강제되는 문제인 만큼 쾌적한 게임플레이를 위해서는 빠르게 해결이 필요해 보입니다.

해상도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옵션에서는 창모드는 물론 울트라와이드 모니터를 쓰는 게이머들까지 고려해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울트라와이드 모드를 실제로 적용할 경우 게임 화면이 모니터 밖으로 나가버리는 등 여러 문제를 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어화 또한 아주 반가웠던 요소 중 하나지만, 군데군데 오역으로 인해 촬영 목표를 제대로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빈번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커 두 개(2 Markers)를 찍는 목표가 '마커 두 곳'이라고 번역되어 있다든지, 오토바이 4개를 찍어야 되는 미션인 줄 알았는데 자전거 4개(4 Bikes)를 찍었더니 클리어되는 부분 등은 제한 시간 안에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게임인 만큼 꽤 치명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종합해 보면, '우무란기 제너레이션 스페셜 에디션'은 사진기를 든 관찰자의 역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시선에서는 그저 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게 없는 게임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아트 스타일이나 게임 콘셉트나 여러모로 취향을 타는 게임이라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이 가진 특유의 '힙함'이 마음에 들었거나, 사진 촬영에 대한 흥미가 있다면 몇 시간 정도는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필름카메라 특유의 셔터 소리와 플래시 예열되는 소리는 레트로의 낭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나는 보정 옵션을 통해 간단하면서도 세밀하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합니다. 게다가 난이도 높은 올 클리어를 달성할 경우 새로운 촬영 장비를 준다는 점에서 반복 플레이를 할 이유를 만들어 주기도 하죠.

요즘처럼 필름 값 무서워 셔터 한 번 누르려면 세 번쯤 고민해야 하는 시대, 부담 없이 사진 구도를 연습할 수 있는 게임을 찾고 있다면 '우무란기 제너레이션'을 플레이해 보시기 바랍니다. Xbox 게임패스를 구독하고 있다면 추가적인 비용 없이 즐길 수 있으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