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게임업계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정책 유연성 확대 노력을 약속했다. 이에 게임노동계는 우려를 표했다. 이영 장관은 벤처 창업가 출신이다.

26일 이영 장관은 판교에 위치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게임업계 중소기업인 10여 명과 만나 "직무와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 52시간제가 일률적으로 도입되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며 "근로자 건강권 보호와 함께 기업경영에 지장이 없도록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영 장관은 후보자 때 주 52시간제에 "신산업 분야는 노사합의를 통한 자율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주 52시간제와 임금상승 등으로 중소 및 벤처의 인력난이 심각해져 맞춤형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간담회 때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게임노동계는 이날 이영 장관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넥슨노조 배수찬 지회장은 "굳이 그런 노력 안 하셨으면 한다"라며 "지금도 각종 병원이 호황인 곳이 판교다. 힙하고 창의적인 직무여도 퇴근 못하고 잠 제대로 못 자면 골병 드는거 똑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1등급 고기와 상한 고기를 번갈아가며 먹는다고 배탈 안 나나. 노동유연화란, 고기가 좀 더 썩어도 되는 조건으로 다른 고기를 더 맛있게 해주겠다는 것으로 들릴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배 지회장은 "노사합의를 통한 자율성 확대라는 말도, 근로자대표가 누군지 무슨 제도인지도 모르는 이 업계에선 현실성이 전혀 없다"라며 "특히 노조 없는 회사 직원들을 숱하게 만나서 근무제 적용시 합의절차가 있었느냐 물어보았을 때 아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기업을 돕고 싶다면 포괄임금제 폐지를 하는 조건으로 초과근로 수당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이 최선이다"라며 "많은 정치인이 포괄임금제 폐지를 말하지만 전혀 정책화되지 않는 이유가 '회사도 돈을 내기 싫고 국가도 돈을 내기 싫어서' 라는 결론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노조 차상준 지회장은 "일반 노동자 입장에서 회사가 유연하게 하자고 하면 누가 반기를 들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정부가 노사끼리 합의하라고 하면,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는 자신들이 심어둔 노동자위원회를 통해 입맛대로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업계 노동자가 보호받지 못한 과거로 회귀할까 염려스럽다"라며 "이영 장관이 장밋빛 미래를 어떤 근거로 그리는지 궁금하다"라고 지적했다.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주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 시키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가 업무량 증가·연구개발 등을 이유로 확대되면서 2020년 이후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2017년 15건→2021년 6477건, 400배 증가)"라며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간을 더 유연화하겠다는 말은 노동시간 규제를 회피하겠다는 것으로 결국 집중적인 장시간노동으로 노동자 건강권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