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소규모 인디 개발사 '쏘 로맨틱(So Romantic)'이 개발하고 있는 사이버펑크 스타일 JRPG, '잭 무브'의 데모 버전이 지난 5월 20일 스팀 상점을 통해 출시되었습니다. '잭 무브: I.C.E 브레이커'라는 이름으로 별도 출시된 해당 제품을 통해 정식 버전의 출시 전 게임의 기본적인 플레이를 확인이 가능했죠. 물론,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만큼 스팀 라이브러리를 채우는 용도(?)로도 아주 탁월하고요.

'잭 무브: I.C.E 브레이커'는 5월 20일 무료 출시 이후 한동안 스팀DB 기준으로 꽤나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리뷰를 남긴 380여 명 중 86.57%가 긍정적인 코멘트를 남기며 '매우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데모 버전은 대략 15분 내외로 클리어할 수 있는 짧은 분량이지만, '잭 무브'의 전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또 게임의 분위기와 애니메이션은 어떤지 살펴보기에는 충분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데모 버전의 구간은 게임 초반부에 주인공이 전투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는 튜토리얼로 예상되며, 턴제 전투를 기반으로 '잭 무브'가 내세우는 사이버스페이스 전투의 주요 특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편의 출시는 2022년 연중으로 계획되어 있으나 아직 정확한 출시일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 그러나 데모 버전을 직접 플레이해보고 나니 '찜하기' 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 없었죠. 아기자기한 픽셀로 꾸며진 사이버펑크 공간과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JRPG의 턴제 전투가 특징인 '잭 무브'의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 이 자연스러운 한국어 대체 뭐야?

가장 먼저, '잭 무브: I.C.E 브레이커'를 켜자 마자 눈에 보이는 건 게임의 한국어화 상태입니다. 15분 분량의 짧은 게임임에도 번역 퀄리티가 상당히 자연스럽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이버펑크 스타일을 강조한 만큼 검은색과 초록색의 멋들어지는 터미널 테마가 온 게임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어 폰트 또한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았고요.

번역이 이뤄진 대사로 미루어 봤을 때, '잭 무브'에는 상당히 매니악한 농담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기가플롭할!" 같이 평소에 쓰이는 말도 아니고, 일반적인 번역으로는 그 맛을 살리기 어려운 농담들 말이죠. 하지만, 데모에서 본 게임의 번역 퀄리티는 이런 알기 힘든 농담들조차 맛깔나게 살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본편이 출시되어도 최소한 언어의 장벽을 느낄 일은 없을 것 같네요.

▲ 근데 요즘도 "아싸구리"같은 말 쓰나...요?

'잭 무브'의 상점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의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플레이어는 사이버 세상에서 기업과 오래도록 싸워 온 자경단 해커 소녀 '노아'의 역할을 맡게 되며, 여느 사이버 펑크 세계관에나 등장하는 악덕 기업을 상대로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기업에게 납치당한 아버지를 되찾는다는 큰 목표 아래에서, 노아와 동료들은 거리의 갱단부터 기업 민병대에 이르는 다양한 사이버 빌런을 마주해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설정은 이렇고, 데모 버전의 대부분은 게임의 전투 시스템을 설명하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잭 무브'의 전투 시스템은 앞서 언급했듯 클래식한 JRPG에서 보던 것과 유사하게 흘러갑니다. 적과 플레이어는 번갈아 가며 턴이 돌아오고, 특정한 행동에 따라 순서를 다르게 가져갈 수도 있는 식입니다.

사이버펑크 세계관과 주인공 '노아'가 해커라는 설정이기 때문인지, 게임의 전투는 '사이버스페이스'라고 불리는 공간에서 치러집니다. 검은 배경에 초록색 선들로 이뤄진, 영화 매트릭스에서 자주 본 그런 공간이죠. 주인공과 적들은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공방을 이어가게 되는데, 모든 동작들도 세계관에 맞춰 조금씩 다릅니다.

▲ '잭 무브'의 기본적인 전투 화면,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이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 기본 공격을 뜻하는 단어는 '해킹'이고, 기술을 사용하는 동작은 '실행'이라 불립니다. '패치'는 전투 도중이나 전투 밖에서 아이템을 사용하는 동작을 말하며, '캐시'는 주인공이 방어 자세를 취한 뒤 이번 턴을 다음에 오는 자신의 턴에 붙여 연속으로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동작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니 상당히 직관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튜토리얼을 통해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전투에는 금방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이전에 JRPG를 플레이해봤다면, 단어만 다르지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잭 무브'의 전투에서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잭 무브'입니다. 게임의 이름과 동일한 명칭의, 말하자면 필살기와 같은 겁니다. 왼쪽 아래에 JM 게이지는 플레이어가 적과 공방을 주고받을 때마다 차게 되는데, 게이지가 가득 찰 경우 '잭 무브'를 이용해 적에게 큰 대미지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또, 잭 무브를 사용하면 주인공 노아가 준비 자세를 취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키를 타이밍에 맞춰 잘 누를수록 기술이 더욱 강력해 지기 때문에 긴장을 놓아선 안 됩니다. 데모에서는 한 종류의 잭 무브만 나오지만, 본편에서는 저마다 다른 키 입력을 가진 잭 무브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필살기 '잭 무브'의 애니메이션 연출

전투 외 게임플레이 또한 마찬가지로 여느 JRPG를 통해 익숙한 방식의 탑다운 형태로 전개됩니다. 목표 위치를 찾는 것 외에도 맵 구석구석을 다니며 상자를 찾아 아이템을 확보해야 하는 플레이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투는 맵에 적의 심볼이 등장하지 않는 랜덤 인카운터 형태로 들어서게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주 뜬금 없이 전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화면 오른쪽 위에 맵 위험도 게이지가 존재해 어느 정도 인카운터 시점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전투가 진행되는 맵에 들어와 돌아다니다 보면 위험도 게이지는 점점 증가하게 되고, 이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적과 조우하는 확률이 높아지는 시스템입니다. 전투가 끝나면 위험도가 일정 부분 감소해 다시 돌아다니며 탐험을 계속할 수 있죠.

▲ 오른쪽 위에 보이는 게 위험도 수치입니다

▲ 적당히 귀여운 분위기.. 이런 게 픽셀 아트의 매력이죠

사실, 여기까지 15분 분량의 데모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잭 무브'의 특징입니다. 일련의 전투를 마무리하고 프롤로그가 종료되고 나면, 주인공인 '노아'의 집이 있는 마을의 모습을 잠깐 구경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서도 정말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픽셀 아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부드럽고 매력적인 픽셀 애니메이션 연출과 맛깔나는 한국어 번역, 또 사이버펑크 스러운 세계관까지, '잭 무브: I.C.E. 브레이커'는 15분 분량의 짧은 데모에도 불구하고 본편에서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녹여두었습니다. 본편도 빠른 시일 내에 플레이해보고 싶지만, 아직 출시 일정이 밝혀지지 않은 게 정말 아쉬울 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요소가 취향에 부합하는 게이머들이라면, '잭 무브: I.C.E. 브레이커'를 한 번쯤 다운받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고,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으니 부담없이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데모는 너무 감질난다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글쎄요. 저처럼 찜하기를 눌러두고 본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좋을 것 같네요.

▲ 해커 소녀 '노아'의 모험이 하루 빨리 시작되길 기대해 봅니다